ㆍ대외 환경 악화에 남북관계 개선으로 활로 찾기
ㆍ‘굴욕 협상’ 끝 목적 달성, 호전성 보인 점은 악재
북한은 이번 남북 합의를 위해 ‘도발부터 합의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준비해온 정황이 역력하다. 남북관계 개선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북한이 남측과 접촉을 하기 위해 ‘국가적 명운을 걸고’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포격 도발을 감행한 뒤 불과 한 시간 만에 정반대 메시지를 담은 2통의 전통문을 동시에 보냈다. 하나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대화 제의이며, 다른 하나는 “48시간 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는 인민군 총참모부의 최후통첩이었다. 이 전통문들은 우리 군이 대응 포격을 하기도 전에 남측에 전달됐다.
남측이 대화 제의에 응할 태세를 보이자 북한은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대화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원하는 남측 요구를 받아들였고 통전부장과 통일부 장관을 같은 격으로 인정했다.
고위급접촉이 시작되자 북한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협상 태도를 보였다. 고성과 설전이 오가는 장시간의 협상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합의에 집착했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던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는 ‘굴욕적 모습’을 보이며 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간 노력을 명시한 ‘8·25 합의’에 성공했다.
북한의 이 같은 적극적 자세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드러난다. 갈수록 악화되는 대외관계 환경 속에서 북한은 이미 오래전에 남북관계로 눈을 돌렸다. 신년사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하고 지난해 10월에는 황 총정치국장 등 최고위급 3인을 전격적으로 인천에 보내는 방법으로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남북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조건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자 결국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남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북·미대화를 유도했던 과거 패턴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한반도를 전쟁 직전 일촉즉발 상태로 몰아넣은 북한의 극단적 전략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무모함과 호전성은 국제사회의 ‘북한 기피’ 인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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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밀하게 준비된 ‘도발’… 관계 개선 위한 ‘도박’
어니엘
2015. 8.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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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남북 고위급 접촉
- 북, 치밀하게 준비된 ‘도발’… 관계 개선 위한 ‘도박’
-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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