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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통령님이 감찰을 받을 차례입니다

어니엘 2013. 10.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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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통령님이 감찰을 받을 차례입니다

등록 : 2013.09.30 15:28 수정 : 2013.09.30 23:36

 

채동욱 검찰총장(왼쪽)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뒷조사·미혼모와 아이 사찰·핵심 공약 파기
이보다 공직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흔드는 일은 없다

엊그제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슬그머니 수리했더군요. 대통령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 애쓰는 것만 같습니다. 16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진상 조사가 끝나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 당신의 입이라는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 전날 이렇게 말했죠. “이건 공직자 윤리 문제지 검찰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진상이다.” 떳떳하면 왜 직접 감찰을 받지 않느냐고도 말했죠. 뱉은 말에 침도 마르기 전에 그랬으니, 그러면 진상은 밝혀진 것입니까.

법무부가 실시한 먼지털기식 감찰 결과는 <조선일보>와 다름없는 ‘…카더라’를 하나 더 추가한 것밖에 없더군요. 감찰했다는 사람이나 이를 발표하는 사람이나 참으로 민망해 보였습니다. 그게 대한민국 검사가 할 일입니까?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제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 건가요? 분명히 아실 게 있습니다. 법무부 대변인이 발표 말미에 “혼외자식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는 사실입니다. 의혹의 똥물 한 바가지 뒤집어씌우고는 명예훼손의 혐의를 피하기 위해 눙쳐버린 것입니다. 명예훼손을 왜 파렴치 범죄라고 하는지 알 만합니다. 파렴치한 법무부와 정부 수반, 그러고도 어떻게 해외에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당황스러우셨겠습니까. 공교롭게도 보건복지부 장관도 안 받겠다는 사표를 부득부득 내던지고 잠적한 터에, 검찰총장 것만 덜렁 받으려니 말이죠. 총장은 더 파도 나올 게 없는데다 검찰 조직이 끓고 있으니 그렇게 했다지만, 기초연금 공약의 파기를 인정하게 되는 복지부 장관의 사표는 어떻게 한다죠? 사찰 혹은 감찰이 아니라 두들겨 패고 싶기도 하겠지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참으로 딱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대통령과 함께 고민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누가 진짜 나쁜 대통령일까.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연금을 드리겠다”는 약속의 파기를 공식화한 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던진 말이었죠.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한참 인기가 바닥일 때였으니 노 대통령은 그 한마디로, 임기 말까지 민생은 안 챙기고 허황된 주장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나쁜 정치인으로 국민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연초 퇴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누가 콕 찍어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거짓말이 드러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내뱉던 말이 바로 그 ‘나쁜 대통령’이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하는 습관성 거짓말 때문에 국민들은 아예 ‘뽑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체념했죠. 이제 취임 7개월밖에 안 된 새 대통령이 그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러나 똥물에도 급이 있습니다. 어느 주장이 진짜고 어느 주장이 가짜인지, 어느 곳이 제대로 된 평가이고 어느 것이 거짓된 낙인인지 말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정치는 상대방을 선입견의 그물에 가둬버리는 프레임 전쟁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나 진실의 문제도 이념, 주장, 시각의 문제로 뒤집어버리는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은 그 토양이 되었습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는 그 좋은 실례입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의 오류, 의도된 왜곡, 표절 등 저질의 문제입니다만, 정치권과 정치적 집단(언론 포함)은 이를 시각, 사관, 이념의 문제로 변질시켰습니다. 그리하여 매사에 기본이 되는 사실과 진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실종돼 버렸습니다. 참 나쁜 풍토입니다. ‘나쁜 대통령’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중임제는 노 전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었습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안한 것은 정략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지만, 단임제 문제는 열이면 아홉 동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박 대통령도 이미 그 취지에 공감했고, 지난 대선 때는 아예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문제의식은 같습니다. 게다가 정략이란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언젠가 처리해야 할 문제를 본인이 욕을 먹더라도 제 임기 안에 처리하려 한 것으로 본다면, 정반대의 평가도 받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로 말미암아 노 전 대통령이 얻을 실익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고교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지난 대선 공약을 파기하거나 후퇴시키는 것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박 후보는 대선 때 이런 공약들을 내세워 많건 적건 유권자의 이목을 끌고 표도 얻었습니다. 실익을 노리고 약속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이를 파기하거나 대폭 후퇴하고 있으니, 이것은 심상정 의원이 지적한 대로 기획된 사기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건도 아니고 여러 건의 사기를 쳤으니, 진퇴 문제가 나올 법한 상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었죠.

그런데 그런 사기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의 파괴입니다. 대통령이 대놓고 국민을 속이고 표를 사취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습관적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전 국민에게 약속하고 표를 챙긴 뒤 약속을 파기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반도 대운하 등 나라를 망칠 공약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더 많았었죠. 그런 점에서 ‘대선 사기’와 ‘신뢰 파괴’의 정도는 훨씬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이외에 국민을 얕잡아보는 태도가 문제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제 처음 제기한 공직 윤리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대통령님이 채 총장의 사표도 수리하지 않겠다며 걸고넘어졌던 그 문제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제 대통령님이 감찰을 받아야 합니다.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무엇보다 민간인을 사찰한 게 첫째 이유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아무도 돌봐줄 이 없는 미혼모와 그의 아이입니다. 무슨 이유로도 더 불행에 빠뜨려선 안 될 사람들입니다. 불순한 목적 아래 검찰총장을 뒷조사하고 의혹을 흘린 혐의도 있습니다.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합니다. 공직자들이 해서는 안 될 가장 나쁜 짓이죠.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로 나라가 온통 들끓었던 게 언젠데 출범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정부가 그 짓을 했으니 죄질은 더욱 나쁩니다.둘째는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입니다.
곽병찬

이보다 더 공직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흔드는 건 없을 겁니다. 국민적 거짓말로 유권자의 표를 가로채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국민을 기망한다면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윗물이 그러한데 아랫물이 맑을 순 없습니다.

다른 문제도 여럿입니다만 일단 두 가지 사안부터 감찰을 받아야 합니다. 요즘 청와대 어법으로 말해볼까요? 떳떳하면 자청해서 감찰을 받을 일이지, 자리에 들러붙어 있으면서 감찰도 거부해? 감찰을 받지 않으면 국정이 흔들리는데….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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