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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시대로 퇴행한 ‘윤석열 총재’…당정분리 ‘도로 30년’
어니엘
2023. 3. 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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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시대로 퇴행한 ‘윤석열 총재’…당정분리 ‘도로 30년’
등록 :2023-03-07 13:13수정 :2023-03-07 15:27
[한겨레21]
‘내키는 대로’ 방종 뿐, 통치엔 호기심조차 없고
민주주의 직접 위협하는 ‘당무 개입’만 열심인 대통령
‘내키는 대로’ 방종 뿐, 통치엔 호기심조차 없고
민주주의 직접 위협하는 ‘당무 개입’만 열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지난 1년간,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는 한국 정치의 문법을 여러 곳에서 바꿔놓았다.먼저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서 최소한의 품격과 책임이 사라졌다. 되는대로 말하고 되는대로 행동한다. 거침없고 부끄러움이 없다. 이것은 무치(無恥)의 정치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에 논란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기득권과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권위주의의 강고한 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간의 오해와 파격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공적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정치 행위였고,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덧붙여진 과거의 권위주의적 색채를 상당 부분 일소했다. 반면 윤석열식 정치에는 어떤 의도나 목적도 없다. 대통령이라면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있고, 어떤 객관적 근거 없이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는 방종을 보여줄 뿐, 여기에는 정치적이라고 볼 만한 행위가 없다.또 다른 놀라움은 대통령이 통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통치욕이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사적 치부가 아닌 공적 행위를 하게 하는 동기부여 수단이다. 나라를 잘 경영해보려는 욕망이야말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는 종종 권력욕으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좋은 의미에선 명예욕이기도 하다. 자신의 노력으로 잘 통치되는 나라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모든 권력자가 꿈꾸는 일이다. 적어도 그런 보람을 원하는 사람은 독재자가 될지언정 폭군은 되지 않는다.
‘무치의 정치’라는 해괴한 영역
‘당정분리’라는 잊힌 금도마저
막바지로 치닫는 여당의 전당대회를 사람들은 ‘지명대회’라고 부른다.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한 것이 있다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쫓아내고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으로 여당을 채우려는 것 하나뿐이었다. 대통령은 정말 집요하게 이 일에 매달렸다. 대통령은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또 공격적으로 ‘윤심’을 작동하는 것일까? 이유는 무치의 정치와 같다. 모욕을 갚기 위해서다.모욕을 갚기 위해 나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는 나이가 한참 어린 이준석 대표에게 모욕당했다. 잠적해버린 이 대표를 울산까지 찾아가 억지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법시험 기수가 한참 아래지만, 나이가 어린 선배 검사들 앞에선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던 대통령이다. ‘젊다 못해 어린’ 정치인에게 ‘내부 총질’을 당했으니, 이 굴욕을 반드시 갚아야 했다. 그래서 다른 일에는 별 의욕이 없는 대통령이지만 당대표를 내 사람으로 앉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 일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경선을 돕지 않고 경기도지사 출마도 거절했던 나경원이, 다만 오랫동안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당대표에 도전하려던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그래서 이번 ‘지명대회’는 윤석열이라는 한 개인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빚어진 우발적인 사고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비웃고만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함의가 숨겨져 있다. 이는 한국의 정당민주주의가 한 세대 이전으로 퇴행한다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과거 한국 정치가 이뤄낸 그 무엇,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민주주의의 기둥 하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것은 협치라는 말처럼 가물가물하지만, 과거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을 탄핵시킬 만한 근거가 되기도 했던 ‘당정분리’라는 금도다.민주화 이전, 여당은 대통령의 사당이라 부를 만했다. 아니, 그냥 사당이었다. 지금은 대통령님이나 당대표라는 말이 자연스럽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대통령은 ‘각하’였고 당수는 ‘총재’였다. 그리고 대통령과 총재는 말 그대로 일체였다.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민주정의당의 역대 총재는 딱 두 명이다. 전두환과 노태우.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대통령이 당총재를 겸임하는 전통은 깨지지 않았다.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의 총재는 김영삼, 그리고 대통령 후보이던 이회창뿐이다.
행정부 수장이 입법부 장악하면
‘공천 개입’ 박근혜는 유죄 받았다
새 관행이 생기자 대통령이 여당에 관여하는 행위가 ‘당무 개입’이라는 부정적 용어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해명한 논리도 ‘당무 개입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불법적이라는 근거 또한 생겨났다. 공천 과정에 대통령이 개입하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제86조) 조항이 적용된다는 발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내 선거와 관련해 2010년에는 ‘공무원의 당내 경선운동 금지 조항’(제57조)이 신설되기도 했다. 실제 두 조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른바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에 적용됐다. 당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친박 당선을 위해 4개월 동안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혐의점을 밝혔고,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죄를 선고받았다.노무현 대통령의 당정분리도 논란을 일으켰다. 2004년 2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는 탄핵안 발의의 빌미가 됐다. 실제로 논란이 된 조항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공직선거법 제9조)였지만,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명분은 노무현이 스스로 약속한 당정분리를 어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최근 한 보수 일간지의 논설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후반 당정분리를 후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 뒤 쓴 글에서, 책임정치와 당정분리를 구분했다. 당정분리를 중단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당총재가 되고 공천권을 갖고 주요 당직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는 것’이며, 이것은 ‘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민주주의에 직접적 위협
이관후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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