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뭐 이런 걸 다..] “다 비켜 과속할 거야” 고속도로 1차로 논쟁
기사입력 2016-09-11 09:01 최종수정 2016-09-11 09:02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
우선 올바른 추월 방법은 자기 주행차로의 바로 왼쪽 차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원래 자기 차로로 곧바로 복귀해야 합니다. 편도 4차선의 고속도로를 예로 들면 중앙분리대에서 첫번째 차선은 버스전용차로, 두번째 차선은 1차로, 세번째 차선은 2차로(승용차, 중·소형승합차), 네번째 차선은 3차로(대형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건설기계)입니다. 3차로 차량은 2차로를 이용해 추월하고, 2차로 차량은 1차로를 이용해 추월한 후 즉시 원래 대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서 1차로는 추월을 위한 상황 외에 지속 주행 중인 차가 없어야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지체가 심한 상황에서까지 1차로를 비워 놔야 할까요? 현행 도로교통법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다만, 경찰도 현실을 반영해 지정차로 위반으로 단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과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까지 세칙으로 명확한 기준을 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차로에서 법정 최고속도(최고속력) 이하 주행은 정상적인 추월차선 이용자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문제입니다만 논란은 따로 있습니다.
승용차가 규정 최고속도 100km/h로 1차로를 달리는데, 같은 차로에서 뒤차가 과속 상태인 120km/h로 상향등을 반복 이용해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둘 다 추월을 위해 1차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전제입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1차로의 최고속도 앞차는 과속인 뒤차를 위해 비켜야 할 의무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경찰청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양보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작년 7월 경찰청은 한 시민의 문의에 "추월차선에서 추월하기 위해 규정 속도로 진행 중 규정 속도를 초과하여 뒤따라오는 추월차량에 대하여 양보 의무는 없습니다"라고 국민신문고 답변으로 이미 밝혔습니다. 경찰청 교통기획과와 교통운영과는 지난 8일 이 내용을 재차 확인해 주었습니다.
속력이 빠른 차량을 위해 앞차가 양보를 해줘야 한다면 고속도로 1차로는 과속 차량일수록 우선인 모순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을 다시 살펴도 경찰의 해석처럼 앞차 양보의무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뒤차가 과속이더라도 앞차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20조 (진로 양보의 의무)에서 "모든 차(긴급자동차는 제외한다)의 운전자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보다 느린 속도로 가려는 경우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입니다. 그러나 "통행 구분이 설치된 도로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가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차로로 통행이 구분돼 있으므로 양보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한, 같은 법 시행규칙 16조 "모든 차의 운전자는 통행하고 있는 차로에서 ‘느린 속도’로 진행하여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 통행하던 차로의 오른쪽 차로로 통행하여야 한다"를 보면 앞차가 양보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차는 느린 속도가 아닌 규정 최고속도이고, 뒤차는 과속상태이므로 정상적인 통행이 아니니 앞차가 양보해야 할 의무는 없어 보입니다. 앞지를 때 안전한 속도를 지키지 않으면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맥락을 같이 하는 법은 더 있습니다. 같은 법 제 22조(앞지르기 금지의 시기 및 장소)는 앞차를 앞지르지 못하는 두 가지 상황을 정했습니다. 첫번째 “앞차의 좌측에 다른 차가 앞차와 나란히 가고 있는 경우”와 두번째 “앞차가 다른 차를 앞지르고 있거나 앞지르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앞차의 양보를 요구하는 뒤차는 두 번째 경우를 위반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앞차에 바짝 붙어 비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면 제19조 안전거리 확보 등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게 됩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경찰은 더욱 현실적인 다툼 상황에 대한 해석도 내놨습니다. 앞차가 1차로에서 법정 최고속도에 도달한 상태로 계속 주행하는 지정차로 위반 차라도, 뒤따르는 과속 차량에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답입니다. 위법 차량끼리 권리를 다투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고, 과속 차량이 차로 양보를 요구하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1차로 앞차의 양보의무를 주장하는 데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운전자들이 다 같이 ‘유연성’을 발휘하면 전체적인 교통 흐름이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고속도로 1차로 비워놓는다면 일정 수준 교통량 이상일 때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3개 차선이 있다면 그중 1개 차로는 추월차선이므로 실제 주행 차로는 2개 차로밖에 되지 않습니다. 좀 더 쾌적한 주행을 위해 자연스럽게 1차로로 몰리게 되면 모든 차로가 주행차선으로 변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1차로에서라도 될 수 있으면 차량이 빨리 빠지는 게 교통흐름에 유리하다는 견해입니다. 그렇지만 현행법상 분명히 속도제한이 있고 안전문제와 직결됐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에 아직 일러 보입니다.
경찰청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현행 지정차로제를 단순화해 운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정 시행규칙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갈등의 본질은 실제 도로 상황에서 도로교통법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모든 상황을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서로 배려해야 하며 경찰은 더 정교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다소 식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고속도로 1차로 지속 주행은 속도, 양보 의무 등과 무관하게 엄연히 지정차로 위반임을 운전자 모두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