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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 박근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게릴라칼럼] 법원 결정을 통해 본 전교조 합법노조 유지의 의미와 과제13.11.14 15:47
최종 업데이트 13.11.14 15:47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법원의 결정으로 10월 24일 박근혜 정권의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 아래 노동부)가 전교조의 9명 해직교사들을 문제 삼아 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은 정지돼, 전교조는 관련 소송의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특히 이번 법원의 결정은 이어질 관련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이 사건의 본안 소송에 대한 심리가 12월 24일 예정돼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전교조가 지난 10월 2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노동조합법 제9조 제2항에 대한 위헌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근혜 정부와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둘러싼 법정 공방 대회전 1차전은 적어도 전교조 승리, 박근혜 정부 패배로 정리될 수 있다. 왜 그런지 판결문을 통해 살펴보자.
전교조의 주장 대부분 수용한 재판부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및 효력정지신청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자 10월 24일 오후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과 변호인단이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취소 및 효력정지신청'을 하고 있다. | |
ⓒ 권우성 |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사실상 전교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판단이 다른 것은 효력을 정지시키는 기점을 전교조는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를 요구한 데 반해, 재판부는 1심 판결 시까지로 제한을 둔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정부측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법원 결정만 보자면 대통령과 노동부·교과부 장관은 대망신을 당한 셈이다.
우선 법원은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노동위원회 쟁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노동조합의 명칭 사용, 노동조합 전임자 근무,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노동운동을 위한 집단행동 등을 할 수 없어서 노동조합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므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전교조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우려 및 긴급한 필요' 주장을 인정한 내용이다.
두 번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서도 재판부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언론들이 법외노조 통보로 인하여 공공복리가 침해된다는 전교조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판결문을 오독한 결과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전교조가 아니라 피신청인인 노동부다. 노동부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중지시키면 복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거꾸로 법외노조 효력 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어 법적안정성을 해하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점"을 들어 공공복리의 침해가 일어난다며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분 '본안 청구의 승소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아무리 회복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본안 소송에서 전교조가 이길 가능성이 없으면 법원이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이 때 회복불가능한 피해는 패소하는 당사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불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노동부 승소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가처분과 본안 소송은 별개다. 가처분이 인용되고도 본안 소송에서 기각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되었을 경우 본안 소송에서도 인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재판의 성격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사건 승소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서 재판부는 전교조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고, 노동부의 주장은 대부분 배척했다. 먼저, 문제가 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집행명령이기 때문에 모법의 위임 규정이 필요없다'는 노동부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집행명령인지 위임명령인지 명확하지 않다(즉, 시행령의 법적근거가 미약하다)"고 밝히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노조법 제2조의 문헌에 비추어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곧바로 법외노조로 보아야 한다"는 노동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노조법의 입법 목적, 취지 및 내용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할 경우에만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교원노조의 특수성과 교원노조법의 입법 목적, 연혁 등에 비추어 볼 때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를 달리 해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도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배척했다.
이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노조 해산명령을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된 경우에만 노조 해산명령을 할 수 있다는 대법 판례와 같은 맥락이다.
비록 본안 소송에 앞선 가처분 신청이기는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노동부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 없는 결정이다. 이래저래 노동부만 민망한 상황에 놓였다.
전교조 합법노조 지위 유지...국회에 던져진 과제는?
▲ 교육부·고용노동부장관, 전교조 '법외노조' 발표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과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10월 24일 오후 과천 고용노동부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어, 해직자 노조 가입 규약 시정을 거부한 전교조의 법적지위가 상실되어 '법외노조'가 되었음을 발표하고 있다. | |
ⓒ 권우성 |
승소를 자신하며 노동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호기롭게 진행한 법외노조 통보는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있자마자 전교조 전임자 복귀 명령, 사무실 회수, 조합비 수납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던 서울교육청 등 정부입장에 동조했던 시도교육청도 망신살이 뻗치기는 마찬가지다.
이후 전교조 관련 소송은 소송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대한 위헌 소송이 이 사건 소송의 하이라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법원 결정은 우리 사회에 과제도 던져줬다. 재판부는 해고자 노조 가입 규정에 대한 시정명령의 적법함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정당한 시정명령이라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로 보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서 확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를 본안 소송에서 다투어 보자는 것이다.
법원의 이런 잠정적인 판결은 법적 미비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는 곧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부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 권고와 ILO, OECD 등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춰 노조의 가입 자격을 노조에서 정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법외노조 통보 조항을 삭제하든지, 아니면 법익의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중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오롯이 전교조와 입법부인 국회의 몫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교조는 이번 판결 이후 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펼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한명숙 의원, 심상정 의원 등이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새누리당 역시 환노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문제점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으므로 시급하게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 공권력 남용 제동 걸릴까
이번 판결은 전교조와 입법부에만 과제를 던진 게 아니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는 반성하라는 더 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적어도 방하남 장관과 서남수 장관은 전교조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공권력은 저항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권력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정의없는 국가는 강도떼와 같다"고 했다. 그만큼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할 때는 정의로운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전 정부가 전교조에 남용한 공권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일제고사와 정당 소액 후원, 그리고 교사 시국선언 등을 이유로 40명이 넘는 교사들을 집단으로 해고해 학교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법원에서 대부분 승소하여 학교로 돌아갔다. 이로 인한 수십억원의 임금과 변호사비 등을 국민 혈세로 물어줬고, 행정력 낭비와 국민 분열 등 사회적 낭비 또한 막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이주호 장관 등 이명박 정부 어느 누구도 전교조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누구하나 책임 지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역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헌소지 때문에 감히 이명박 정부도 못한 일이었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막가파식 공권력 남용은 일단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권력은 결코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고'식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부에게 공권력 행사에 신중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 법원 결정이 있자마자, 전교조 대선개입도 수사하겠다고 압수수색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와 마찬가지로 국정원과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에 대한 물타기를 위한 공권력의 사적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는 행동들이다.
어떻게 노조 활동과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의 조직적 선거개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처리할 수 있을지 그 창의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정지 판결로 망신을 당한 박근혜 정부가 계속 공권력을 남용할지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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