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건 김정은 아닌 박근혜
대통령 폭주로 안보시스템 무너져"
핵도발을 한 것은 북한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후속과정에서 남한까지도 6자회담국들 사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검토 발언과 5자회담 제안 등에 대해 즉각즉각 반박하고 있다. 사드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험악한 표현까지 나왔다. 러시아도 5자회담안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2014년에 1억불 수준이던 북한과의 교역량을 10억불로 올리겠다고 어깃장을 놨다. 미국은 표현은 부드럽지만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현재의 6자회담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위안부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이 합의를 했는데, 오히려 아베 일본 총리가 우리 정부에게 합의를 이행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4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정세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고립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이유를 "박 대통령이 폭주하면서 현 정부의 안보위기 관리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결정과 5자회담 추진 제안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듣지 않고 혼자 폭주하다가 외교 참사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 인터뷰 내용은 남북관계전문 팟캐스트 <한통속>으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다음은 지난 27일 만난 김 단장과의 문답 요약.
- 우선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둘러싼 정부의 전체적인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6일 4차 핵실험이 벌어지기 며칠 전부터 한국국방연구원과 국군화생방사령부 등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계속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 갱도가 크고 깊다는 점에서 북한 제4차 핵실험 뿐아니라 제5차, 제6차 핵실험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북한이 핵실험 시기만 노리고 있으며, 수소폭탄, 핵융합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는 이미 다 나와 있었다.
그런데도 핵실험 이틀 전인 4일날 국방부 기자실에 온 한민구 국방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핵실험 정황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답했고, 연구기관들 전망에 대해서는 '이전 보도들을 종합해서 짜깁기 한 수준 아니냐'고 했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단순히 북한 핵실험을 몰랐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핵실험을 안 한다고 거꾸로 판단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보라는 게 뭔가, 1%의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고 주시하는 건데, 단호하게 '정황이 없다'고 얘기한 것은 핵실험 안 한다고 믿었다는 얘기다.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해야 하고, 8.25합의한 것도 그렇고, (김정은의 ) 지난 해 당창건 70주년 기념사에도, 올해 신년사에도 핵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핵실험을 안 한다고 믿은 것이다.
우리 위기관리 부처들이 북한에 대해 오만하고,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국과 중국도 몰랐다고 변명하기 바쁘다. 이런 정부는 다음에 정보관리에 또 실패한다."
"정부, 핵실험 안 할거라 믿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 있다"
- 정보 판단의 문제에 앞서,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 수준은 어떤 상태라고 보나.
"우리 군의 대북정보수집의 주력은 감청 등을 통해 신호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탐지범위는 주로 평양~원산 이남에 국한돼 있고, 그것도 망원경으로 쭉 훑는 방식 아니라 빨대로 특정지역만 보는 형식이다. 이런 정보공백을 미국이 메워줬다. 대북정부의 80%를 미국에 의존해왔다. 미국은 북한 전역에 걸친 다양하고 종합적인 영상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 국방정보국(DIA) 산하 주한미군 정보여단(501정보여단)에 파견돼 있던 350~400여 명의 정보분석관이 50여 명만 남기고 중동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되니 정보가 들어와도 분석할 사람이 없는 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과 2010년에 우리 합참의장이 미국 합참의장에게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는데, 미국 측은 답변이 없었다. 미군은 한국군에 제공하는 신호정보 시스템도 끊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정도 전에 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거다.
대북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국방정보본부 상황을 보면 더 한심하다. 작년에 국방장관이 청와대 경호실의 준장을 국방정보본부의 부장(소장 직급)으로 가라고 인사명령을 했다. 청와대에 계속 있겠다고 안 갔다. 장관의 인사명령을 장군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그 자리가 공석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꾸고 북핵문제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핵실험 다음날인 7일 "수소폭탄이 아니고, 수소폭탄 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라고 해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결이 다른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려면 그 근거를 밝혔어야 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실험이라든지, 핵능력이 굉장히 진전된 것이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앞서 국방부 발표를 보면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는 국방부 분석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해버리니까 국정원 국방부 등 관련 기관들이 한동안 이번 핵실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하고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국방부가 관련 전문가 워크숍을 한 게 핵실험을 한 지 13일 지나서였다. 결론은 '심각한 사태'라고 나왔다. 진짜 심각한 것인지 아닌지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결정되고, 전문가들도 여기에 맞춰서 자신의 지식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렇게 정치화된 것이다.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4차 핵실험 국면의 성격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심각하다는 말 외에 심각한 근거는 없는 상황인 거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장관들 바보 만들고 대통령 결단만 칭송"
-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을 뺀 5자회담' 제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것도 그렇고 앞서 7일날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도 다 대통령 결정 하나로 다 이뤄진 것이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신중론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도 장관들이 국회에서 유엔 대북제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종합적인 정책 속에서 확성기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는 건데, 이것부터 해버렸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날 오후 3시에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기 전에 이미 장관들에게 '방송 재개하기로 했다. 대통령 뜻이다'라고 통보가 갔다. 그래서 한 장관이 집무실에서 새파랗게 질려서 몹시 굳은 얼굴로 NSC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고 한다. 바로 몇 시간 전에 국회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부와 통일부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먼저 결정하고 요식행위로 NSC회의를 소집한 거다. 국방부와 통일부 장관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대통령의 결단만 칭송하고 있다.
- 그렇게 보면 5자회담 제안 이후 양상도 비슷한 것 같다.
"원래 6자회담 무용론은 한국 정부 입장이 아니다. 몇 시간 뒤에 중국 외교부가 바로 반박하니까, 청와대 대변인과 외교부가 '6자회담 무용론이 아니라 '6자회담 틀 내 5자회담'이라고 말을 바꿔버렸다. 하루도 못 갔다. 이것도 박 대통령이 외교부 의견도 안 들어보고 혼자 폭주하다가 또 외교참사를 맞은 거다.
그럼 누가 대통령에게 확성기 방송 재개나 5자회담을 써 줬을까. 제가 듣기로는 청와대 안보실 내 공식조직이 아니다. 작년 11월 경으로 추정되는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의표명을 했더라. 8.25합의로 위상이 한참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정확한 사의표명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내 추정으로는 그도 대통령과 소통이 안 되는 거다. 결국 문고리 권력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외교안보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웃음거리가 된 이유들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 사전조율 없이 막 던져... 대중 관계 망쳐"
-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불과 6시간 만에 일축해 버리는 장면은 민망하기까지 했다.
"지금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환구시보 같은 관영매체는 사드 배치 문제, 북한제재 문제 등에 대해 즉각즉각 박 대통령을 콕 집어서 비판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이 중요하면 특사라도 보내서 물밑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그 다음에 조치를 내놔야 하는데, 그런 작업도 안하고 막 제안을 던지면서 중국과의 외교를 망쳐버렸다.
오바마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한 신년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안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주된 관심사는 남중국해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에 한마디도 못한다.
지난해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을 갖고 다룬다'는 합의가 나왔다. 이 정부는 한미 동맹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정상회담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석 달 뒤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4차 핵실험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외교를 보면, 자신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사랑을 받는 백설공주인 것처럼, 그래서 자기가 얘기만 하면 왕자님들이 다 들어줄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왜 이런가. 이런 판에 난데없이 아베 일본 총리가 나서서, 미국의 아시의 패권의 일부를 위임받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가 견제를 못하고 있다.
왜 한국이 오늘날 이렇게 됐나. 지금 고립되는 건 김정은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다.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내치에서 별 성과가 없음에도 외교안보쪽 점수로 40%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참 놀라운 일이다. 이름깨나 있는 전문가들과 언론이 실상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정치논리에 오염돼있다.
자신이 정책에 실패했다는 책임 추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책임자들, 엘리트들이 먼저 혼란이 빠지는 것을 엘리트패닉이라고 하는데, 지금 이게 우리 외교안보의 가장 큰 문제점 같다. 지금 박 대통령을 보면, 초조하고 뭐에 쫓기고 강박관념에 빠져서 부처 장관들, 수석, 안보실장 다 제치고 독주하고 있다. 이거는 패닉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확성기 재개나 5자회담 같은 설익은 대책들을 남발하는 거다. 중병걸린 환자가 조급한 마음에 몸에 좋다는 건 다 먹어 보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되면 병은 안 낫고 더 깊어지는 거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검토 발언과 5자회담 제안 등에 대해 즉각즉각 반박하고 있다. 사드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험악한 표현까지 나왔다. 러시아도 5자회담안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2014년에 1억불 수준이던 북한과의 교역량을 10억불로 올리겠다고 어깃장을 놨다. 미국은 표현은 부드럽지만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현재의 6자회담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위안부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이 합의를 했는데, 오히려 아베 일본 총리가 우리 정부에게 합의를 이행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4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정세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고립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이유를 "박 대통령이 폭주하면서 현 정부의 안보위기 관리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결정과 5자회담 추진 제안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듣지 않고 혼자 폭주하다가 외교 참사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 인터뷰 내용은 남북관계전문 팟캐스트 <한통속>으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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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단장.(자료사진) | |
ⓒ 권우성 |
다음은 지난 27일 만난 김 단장과의 문답 요약.
- 우선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둘러싼 정부의 전체적인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6일 4차 핵실험이 벌어지기 며칠 전부터 한국국방연구원과 국군화생방사령부 등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계속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 갱도가 크고 깊다는 점에서 북한 제4차 핵실험 뿐아니라 제5차, 제6차 핵실험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북한이 핵실험 시기만 노리고 있으며, 수소폭탄, 핵융합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는 이미 다 나와 있었다.
그런데도 핵실험 이틀 전인 4일날 국방부 기자실에 온 한민구 국방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핵실험 정황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답했고, 연구기관들 전망에 대해서는 '이전 보도들을 종합해서 짜깁기 한 수준 아니냐'고 했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단순히 북한 핵실험을 몰랐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핵실험을 안 한다고 거꾸로 판단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보라는 게 뭔가, 1%의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고 주시하는 건데, 단호하게 '정황이 없다'고 얘기한 것은 핵실험 안 한다고 믿었다는 얘기다.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해야 하고, 8.25합의한 것도 그렇고, (김정은의 ) 지난 해 당창건 70주년 기념사에도, 올해 신년사에도 핵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핵실험을 안 한다고 믿은 것이다.
우리 위기관리 부처들이 북한에 대해 오만하고,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국과 중국도 몰랐다고 변명하기 바쁘다. 이런 정부는 다음에 정보관리에 또 실패한다."
"정부, 핵실험 안 할거라 믿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 있다"
- 정보 판단의 문제에 앞서,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 수준은 어떤 상태라고 보나.
"우리 군의 대북정보수집의 주력은 감청 등을 통해 신호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탐지범위는 주로 평양~원산 이남에 국한돼 있고, 그것도 망원경으로 쭉 훑는 방식 아니라 빨대로 특정지역만 보는 형식이다. 이런 정보공백을 미국이 메워줬다. 대북정부의 80%를 미국에 의존해왔다. 미국은 북한 전역에 걸친 다양하고 종합적인 영상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 국방정보국(DIA) 산하 주한미군 정보여단(501정보여단)에 파견돼 있던 350~400여 명의 정보분석관이 50여 명만 남기고 중동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되니 정보가 들어와도 분석할 사람이 없는 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과 2010년에 우리 합참의장이 미국 합참의장에게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는데, 미국 측은 답변이 없었다. 미군은 한국군에 제공하는 신호정보 시스템도 끊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정도 전에 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거다.
대북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국방정보본부 상황을 보면 더 한심하다. 작년에 국방장관이 청와대 경호실의 준장을 국방정보본부의 부장(소장 직급)으로 가라고 인사명령을 했다. 청와대에 계속 있겠다고 안 갔다. 장관의 인사명령을 장군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그 자리가 공석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꾸고 북핵문제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핵실험 다음날인 7일 "수소폭탄이 아니고, 수소폭탄 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라고 해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결이 다른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려면 그 근거를 밝혔어야 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실험이라든지, 핵능력이 굉장히 진전된 것이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앞서 국방부 발표를 보면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는 국방부 분석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해버리니까 국정원 국방부 등 관련 기관들이 한동안 이번 핵실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하고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국방부가 관련 전문가 워크숍을 한 게 핵실험을 한 지 13일 지나서였다. 결론은 '심각한 사태'라고 나왔다. 진짜 심각한 것인지 아닌지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결정되고, 전문가들도 여기에 맞춰서 자신의 지식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렇게 정치화된 것이다.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4차 핵실험 국면의 성격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심각하다는 말 외에 심각한 근거는 없는 상황인 거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장관들 바보 만들고 대통령 결단만 칭송"
▲ 이애란 노래 '백세시대' 포함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해 '8.25 합의' 이후 5개월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지난 8일 정오에 전면재개 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을 뺀 5자회담' 제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것도 그렇고 앞서 7일날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도 다 대통령 결정 하나로 다 이뤄진 것이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신중론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도 장관들이 국회에서 유엔 대북제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종합적인 정책 속에서 확성기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는 건데, 이것부터 해버렸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날 오후 3시에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기 전에 이미 장관들에게 '방송 재개하기로 했다. 대통령 뜻이다'라고 통보가 갔다. 그래서 한 장관이 집무실에서 새파랗게 질려서 몹시 굳은 얼굴로 NSC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고 한다. 바로 몇 시간 전에 국회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부와 통일부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먼저 결정하고 요식행위로 NSC회의를 소집한 거다. 국방부와 통일부 장관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대통령의 결단만 칭송하고 있다.
- 그렇게 보면 5자회담 제안 이후 양상도 비슷한 것 같다.
"원래 6자회담 무용론은 한국 정부 입장이 아니다. 몇 시간 뒤에 중국 외교부가 바로 반박하니까, 청와대 대변인과 외교부가 '6자회담 무용론이 아니라 '6자회담 틀 내 5자회담'이라고 말을 바꿔버렸다. 하루도 못 갔다. 이것도 박 대통령이 외교부 의견도 안 들어보고 혼자 폭주하다가 또 외교참사를 맞은 거다.
그럼 누가 대통령에게 확성기 방송 재개나 5자회담을 써 줬을까. 제가 듣기로는 청와대 안보실 내 공식조직이 아니다. 작년 11월 경으로 추정되는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의표명을 했더라. 8.25합의로 위상이 한참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정확한 사의표명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내 추정으로는 그도 대통령과 소통이 안 되는 거다. 결국 문고리 권력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외교안보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웃음거리가 된 이유들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 사전조율 없이 막 던져... 대중 관계 망쳐"
▲ 김종대 단장.(자료사진) | |
ⓒ 권우성 |
-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불과 6시간 만에 일축해 버리는 장면은 민망하기까지 했다.
"지금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환구시보 같은 관영매체는 사드 배치 문제, 북한제재 문제 등에 대해 즉각즉각 박 대통령을 콕 집어서 비판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이 중요하면 특사라도 보내서 물밑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그 다음에 조치를 내놔야 하는데, 그런 작업도 안하고 막 제안을 던지면서 중국과의 외교를 망쳐버렸다.
오바마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한 신년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안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주된 관심사는 남중국해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에 한마디도 못한다.
지난해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을 갖고 다룬다'는 합의가 나왔다. 이 정부는 한미 동맹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정상회담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석 달 뒤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4차 핵실험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외교를 보면, 자신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사랑을 받는 백설공주인 것처럼, 그래서 자기가 얘기만 하면 왕자님들이 다 들어줄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왜 이런가. 이런 판에 난데없이 아베 일본 총리가 나서서, 미국의 아시의 패권의 일부를 위임받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가 견제를 못하고 있다.
왜 한국이 오늘날 이렇게 됐나. 지금 고립되는 건 김정은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다.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내치에서 별 성과가 없음에도 외교안보쪽 점수로 40%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참 놀라운 일이다. 이름깨나 있는 전문가들과 언론이 실상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정치논리에 오염돼있다.
자신이 정책에 실패했다는 책임 추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책임자들, 엘리트들이 먼저 혼란이 빠지는 것을 엘리트패닉이라고 하는데, 지금 이게 우리 외교안보의 가장 큰 문제점 같다. 지금 박 대통령을 보면, 초조하고 뭐에 쫓기고 강박관념에 빠져서 부처 장관들, 수석, 안보실장 다 제치고 독주하고 있다. 이거는 패닉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확성기 재개나 5자회담 같은 설익은 대책들을 남발하는 거다. 중병걸린 환자가 조급한 마음에 몸에 좋다는 건 다 먹어 보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되면 병은 안 낫고 더 깊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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