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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공권력 남용...박근혜 정부의 막장 드라마

민주노총 강제진입 했으나 수배자 없어... '공권력 남용' 지탄

13.12.22 22:32l최종 업데이트 13.12.23 11:0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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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한 경찰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던 중 거세게 저항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뿌린 물을 맞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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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다 때려잡고 안녕하십니까"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22일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항의시위를 벌이던 집회 참가자중 한명이 "박근혜 정권 노동자들 다 때려잡고 안녕하십니까"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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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전 11시 5분]

그야말로 경찰의 '대망신'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14일째 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기 위해 5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했지만 완전히 '헛다리'만 짚은 꼴이 됐다. 경찰이 민주노총 내에 있는 걸로 파악한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미 건물을 빠져 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만을 근거로 대규모 진입작전을 펼친 경찰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과 경찰권을 넘어서는 위법행위를 벌였다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노조 지도부 검거로 철도노조의 파업을 끊겠다고 나선 정부도 대화 없이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 '불통정부'를 증명한 셈이 됐다.

노동자 상징하는 민주노총에 공권력 투입은 정권의 무모함

22일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진입준비를 시작한 것은 오전 8시 20분쯤. 보통 경찰의 진압작전은 새벽녘 일출시간에 맞춰 진행돼왔지만 이번에는 날이 완전히 밝은 다음에야 시작됐다. 방송사에서 생중계로 현장을 내보냈고, 수많은 기자들이 있었지만 유리창을 깨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캡사이신(휴대용 최루액)을 뿌리는 등 강제진입에 거침이 없었다. 체포영장만으로 사유재산에 강제로 진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법집행이 정당하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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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깨고 진입하는 경찰병력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어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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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남아 있던 조합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했지만 경찰들과 물리적으로 큰 충돌을 만들지 않았다. 애초 좁은 나선형 계단에서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양측 모두 인명피해가 예상됐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비폭력으로 저항하면서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올라간 건물 13층과 15층의 민주노총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남은 곳은 민주노총 위원장실과 행정조직인 사무총국이 있는 14층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사무실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마지막 저지선을 만들었다.

그때 철도노조 지도부가 사무실에 남아 있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하루 종일 난리를 친 이곳 민주노총 건물에 철도노조 수배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제 경찰과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철도노조 또한 "파업 지도부는 민주노총에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찰은 있지도 않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겠다면 언론사 건물의 문을 부수고, 민주노총 설립 18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강제진입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정권과 맞서는 투쟁을 숱하게 펼쳐왔지만 본부 건물에 경찰이 진입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 2009년 총파업으로 수배된 금속노조 위원장 등을 체포하기 위해 강제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다. 몇 달 동안 민주노총 건물 주변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정도였다. 비록 강성노조, 정규직노조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민주노총이 가지는 사회적 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8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양대노총으로 불린다. 국가의 노동자를 대변하는 '내셔널센터'이자, 국제노동기구(ILO)의 회원이기도 하다.

체포영장만으로 도 넘은 공권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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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수색 위해 문 부수는 경찰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회의실 문을 망치로 부수고 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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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민주노총의 상징성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번 경찰의 강제진입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만으로는 사유재산인 언론사 건물에 강제로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날 경찰청을 방문했던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결과, 경찰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결국 경찰 스스로도 법적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입을 강행한 것이다. 법률가들은 이러한 경찰의 행위가 경찰권을 넘어선 공권력의 남용이자,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인권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주의 연구법학회 등 법률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첫째로,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경찰이 민주노총 진입의 근거로 밝힌 형사소송법 제216조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구속영장과 달리 체포영장은 피의자 수색을 목적으로 주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이 잠겨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의 문을 부수고 들어간 행위 자체가 위법적인 건조물 침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체포영장의 권한을 넘어선 집행에 저항한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한 것도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게 법률단체들의 주장이다. 경찰의 행위 자체가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고, 따라서 그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이에 항의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모르면 함부로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게 하고 있다, 이건 직권남용을 넘어서 공권력의 오남용"이라며 "경찰의 행위는 건조물 침입, 재산권 침해, 기물손괴, 통행의 자유 방해 등의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변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철도노조 파업의 적법성과 이날 경찰의 진입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경찰 차원에서 결정 못 할 일, 최고 권력층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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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부수고 수색하는 경찰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회의실 문을 망치로 부수고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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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입주 건물 봉쇄한 경찰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22일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집입작전 도중 파손한 유리문쪽에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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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왜 경찰이 이렇게 무리한 강제진입을 시도했냐는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의 필요성을 알고 있던 경찰이 체포영장만으로 사고 발생의 위험이 예상되는 강제진입을 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이번 강제진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은 취임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강 청장이 취임사로 "불법시위 적극 법집행"을 강조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취임 바로 직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사회안전비서관이었던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무모한 강제진압을 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식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은 "수서KTX 분할을 밀어 붙인 건 코레일이 아닌 국토부였다"라며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민주노총에 대한 도발은, 경찰 차원의 판단으로 할 수 없는 일이고 최고 권력층에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파업을 향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고, 무리를 해서라도 이번 파업을 와해시키고, 민주노총의 상징성을 파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은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던진 승부수였다. 대낮에 도심 한가운데서 경찰이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대규모 작전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철도노조가 민영화 저지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한 지난 9일부터 정부의 태도는 강경일변도였다. 첫날 4000여 명으로 시작해 7000여 명이 직위해제됐고, 즉각적인 체포영장 발부, 해고와 징계, 70여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파업에 대처하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럼에도 철도노조의 파업대오는 무너지지 않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 남은 건 물리력뿐이었다.

경찰의 이번 민주노총 강제진입으로 박근혜 정부가 얻은 건 별로 없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끌려 나오는 장면에 '불법파업에 대한 법집행의 원칙'을 강조하고 싶었을 테지만 그림 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또 장기화되는 철도파업도 어떻게든 와해시켜 보려 했지만 오히려 노조의 단결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스스로 부정해온 '불통의 정부'라는 이름이다.

철도노조는 파업복귀의 조건으로 국토부가 추진 중의 수서KTX 법인의 사업면허 발급을 중단을 제시했다. 수서KTX의 운행은 2016년으로 미뤄졌고, 그 사이 국민적인 민영화 우려를 대화로 불식시킨 후에 면허 발급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도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법제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토부와 코레일에서 작성한 철도사업 계획에 여전히 민영화 가능성을 담은 내용이 밝혀졌지만 끝까지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만 말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일절 대화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 지휘관들 대화에서 정부의 심리 상태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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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둘러싼 경찰병력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를 둘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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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수색이 종료된 오후 8시 5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벌어진 경찰의 '뻘짓'은 이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귀를 막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그 대가는 쓰다. 민주노총은 28일 100만 국민대회를 조직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막으려다 노동계 전반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 여기에 강제진입의 적법성 논란도 가중될 것이다.

이날 철도노조 조합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철수하는 경찰 지휘관들의 대화에서 현 정부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된 거야? 뭐? 그럼 어떻게 해야 돼?"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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