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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야 혁신위 103일 고별 대담 “안철수 ‘혁신 실패’ 발언, 박 대통령식 어법···의원들 ‘정수 확대’ 논의 때 정말 비겁했다”
심혜리·조미덥 기자 grace@kyunghyang.com
‘영남 농사꾼’ 임미애 대변인(49)과 ‘호남 변호사’ 정채웅 대변인(51)이 지난 23일 103일간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를 마무리하면서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고별 대담 중간중간 정 대변인은 임 대변인 팔을 잡으며 “친노 본색 드러내지말라”며 웃었다. 임 대변인은 정 대변인에게 “호남 소외 좀 강조하지 말라”고 장난치듯 말했다.

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임 대변인은 서울에서 회의가 있을 때마다 1주일에 2~3번씩 안동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오전 5시30분 첫 차를 타기 위해선 의성에서 4시40분쯤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회의 후엔 밤 11시 막차를 타고 내려왔다. 마지막 날 혁신위 ‘뒤풀이’가 있다는 말을 듣자 임 대변인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엇 소 밥줘야 하는데”라는 것이었다. 남편도 서울에 올라와 소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도 회의가 있을 때마다 매번 KTX를 타고 상경해야 했다. 전체회의 외에도 소위원회 때문에 매주 3~4번은 올라와야 했다.

정 대변인 역시 오전 8시30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시30분 첫차나 6시 차를 타야 했다. 오전 4시30분에 기상했고 혁신위 활동을 하는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잤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교통비용으로만 500만원을 넘게 썼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한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채웅(왼쪽)·임미애 대변인이 경향신문에 혁신위 103일간의 숨은 이야기를 밝히고 있다. 강윤중 기자 kaja@kyunghyang.com



정채웅 대변인(이하 정)=(묻지 않았는데)혁신위원회 활동에 점수를 매기자면, 83점. 학점으로 따지면 B학점. 거의 당을 새로 만든 수준이라고 본다. 계파 청산, 기득권을 내려놓는 문제, 부정부패 척결, 지방분권,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천 제도, 새로운 인재 영입 등의 혁신과제를 선정한 것이다. 당헌·당규화해서 실천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것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실천이 중요하다.

우리 혁신안이 이렇게 많다. (혁신안 서류 페이지 넘기며) 내용이 굉장히 압축적으로 요약해놓은 건데 최고지도체제부터 하부 지역위원회의 대의원, 지역위원장 어떻게 뽑냐까지, 당 혁신방안을 나름 마련했고, 공천 룰 관련해 선출직평가위 구성과 운영, 평가 기준과 방법, 하위 20% 공천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천 기준과 방법을 정했고 결선투표제 도입하고, 비록 안심번호 문제가 있어서 한계가 있었지만. 이게 실천될 거냐는 그 다음 문제다. 혁신위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거까지 물어보면 점수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저는 적어도 B학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혁신위 활동이 종료했는데 그동안 당이 변화를 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아직도 단단한 벽 앞에 선 느낌인지 궁금하다.

임미애 대변인(이하 임)=전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100여일 활동을 통해 당의 민낯을 봤다. 처음엔 뭔가에 싸여진 듯한 느낌였는데 그동안 당내 계파 갈등이 치열했지 않느냐. 분당·신당 얘기 계속 나오고, 변화를 하려면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처음엔 당이 왜 이럴까. 내 생각보다 형편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조금은 가닥이 잡힌다, 가능성이 보인다는 생각을 좀 한다.

=저도 마찬가지로 혁신위 활동하면서 볼 것 안 볼 것 다 봤다. 왜 저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왜 당은 저런 사태에 침묵하나, 이해가 안 됐는데 활동하면서 하나하나 이해했다. 갈등 원인이 뭐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나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갖게 됐다. 그 내용이 혁신안에 부분적으로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1차·2차 중앙위, 여러 차례의 당무위에서 중앙위와 당무위원 태도를 보면서 우리당이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느꼈다. 최고위원과 혁신위원이 만나서 처음 대화했을 때는 꼭 ‘벽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벽에 대고 혼자 외치는 느낌이었다. 점령군 행세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서로 소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거다. 당무위에서 당무위원들의 태도나 발언들을 보면서 중앙위에서도. 당무위와 중앙위원들이 우리당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일부 중앙위원, 당무위원들이 반발하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혁신안에 동의했고, 당을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데 공감했다 생각한다.

2차 중앙위 때도 조경태 의원이 처음 이의를 제기하고 소란 후에 퇴장하고 그 후에 표결방법과 관련해 문병호 의원의 무기명 투표 문제제기가 있었고, 몇몇 의원이 동참했지만, 전체적인 의석 분포를 보기 위해 대다수가 기명투표하자고 손을 들었고, 무기명투표 반대하고 나간 사람은 처음엔 5~6명, 다 합쳐 20~30명 정도 됐던 거 같다. 퇴장 자체는 문제삼지 않았는데 다만 다수의 중앙위원이 현재 우리당이 처한 위기상황에 공감하고 뭔가 단결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아 이건 통과되겠다 생각했다. 물론 이제부터 문제다, 사실. 그런데 혁신위는 해산한다. 이제부터 혁신안을 실천하는 건 당의 의원들과 중앙위원, 당무위원들, 책임있는 사람들 몫이다.

-혁신안이 잘 실행될 수 있다고 보나.

=전 사실 되게 안심했다. 전 지속적으로 당 지도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분들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저도 그랬다.

=근데 중앙위에서 뒤를 돌아봤다. 전 우루루 나갈 줄 알았는데, 의원들 6명 나가고, 몇명은 화장실 갔다가 들어왔다. 저 정도 세력을 가진 분들이 그동안 이렇게 당을 흔들었나, 이런 생각을 했다. 며칠전 박수현 의원이 합동총회서 애기한 거 저 정말 공감한다. 지역에서 새정치연합으로 선거를 치르고 열악한 지역에서 선거 치르고 당 활동 하는 거 쉽지 않다. 그분들 묵묵히 지역에서 당을 위해 일하는데 끊임없이 당을 흔드는 사람들 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중앙위원들 보면서 이분들이 혁신안 다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 아니다, 특히 원외위원장들 불만 많았다. 그런데 만장일치 동의해준건 딱 하나다. 분열하면 안된다는 절박감. 현장에서 느끼는 당의위기에 대한 절박감을 현장에서 찬성으로 표현한거라 생각한다.

=저도 변화와 실천의 단초를 혁신위가 마련한 거 확실하다고 본다. 거기 앉은 사람들도 이견 있고, 이의 제기하고 싶지만 퇴장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근데 실천 옳긴 사람은 20명 밖에 안돼. 나머지 대다수는 혁신안 통과를 찬성했다.

=그런면에서 혁신위 광주 회의할 때….

=난 놀랐다니까!

=중앙위 먼저 소집하자고 했다. 혁신위가 최고위에 의해 수임된 기관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중앙위에서 그 권한 위임받아서 활동하는게 맞다고 혁신위원 일부가 했다. 근데 중앙위 성원이 되겠나. 당헌 개정으로 1차 중앙위 소집 요구했거든. 만약 그때 당헌 반영 아니라 혁신위 활동을 시작하는 초기부터 전권 위임받는 기관으로서 혁신위에 중앙위가 힘 실어주는 과정 거쳤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전 생각이 좀 다른데, 중앙위는 기본적으로 당헌·당규 개정 기구고, 혁신위는 혁신안 전권을 부여받은 임시기구다. 최고위가 전권을 위임했고,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통과되려면 중앙위가 소집돼야 하는데, 구체적 혁신안 없이 혁신안 실천 결의만으로 중앙위 소집은 명분이 없다.

=이게 저와 틀린 거다. 정 위원은 첨부터 그랬고, 전 중앙위 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전체적으로 결정은 혁신안 발표 후에 중앙위 하자고 했는데, 박우섭(혁신위원·인천 남구청장)이나 나나 당을 해본 사람은 중앙위가 원래 분기별로 소집되기로 돼 있다. 근데 그때까지 한번도 소집이 안 된거다.

=당무위가 분기별 아니야?

=아니다. 중앙위다.

=당헌·당규 없이 중앙위 소집하려면 최고위, 당무위를 거쳐야 하는데, 혁신위 전폭적 지지만을 위해서 중앙위 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다는게 우리 생각이었고.

=분기별로 하니까 해도 된다니까.

=박주선이 탈당했던데, 이미 그분도 오래전에 탈당해서 신당한다고 예고했던 사람인데, 새정치연합 몫으로 교문위원장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럼 교문위원장 그만둬야 하는 거 아냐?

=교문위원장 하려고 탈당 시기를 늦췄다 생각한다.

-박수현 의원이 개인사를 얘기하면서 ‘호남 민심이 위대하다지만 개인적 애통함과 비통함보다 위대하겠냐’고 말했다. 당에서 보니 의원들 호남 민심의 정체가 어떤 거라고 보는가.

=호남 민심은 이중적이다. 두가지 대립되는 양 측면이 있다. 각자 이해관계 따라 어느 한면이 강조되는 일이 많다.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으로부터 이반하기 시작한 계기를 알아야 한다. 전 광주 사니 잘 알지. 가장 핵심적인 건 지난 6·4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전략공천했다. 당시 광주시민은 대부분 경선하길 바랬다. 새정치연합과 민주통합당이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 됐다. 그 과정에서 아예 처음부터 새정치연합측 몫으로 전략공천하겠다고 선언을 했으면 모르는데, 그게 아니고 경선을 하겠다고 했고, 당사자인 윤장현 후보도 경선 임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전략공천을 했다. 특히 광주시 의원들이 성명서까지 내면서 전략공천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광주 민심이 새정연에 대해 중앙정치를 위해서 지역정치는 희생돼도 되냔 볼멘소리했다. 6·4선거 일주일 전만해도 강운태 당시 시장, 이용섭 의원이 윤장현 시장을 앞서고 있었다. 선거 일주일 전에도 앞섰는데 막상 선거에선 윤장현 시장이 압도적으로 이겼다. 왜냐면 당시 통합을 깰 순 없다는 호남민들의 바람이 들어있었다 생각한다. 일단 1차 지지를 했는데.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광주 민심을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또 했다. 권은희 현 의원 전략공천도 시민단체에서 많이 문제제기했었다. 그 이후 4·29 재·보궐 선거 때부터 광주 전남의 여론이 새정연으로부터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4·29 선거는 조영택 전 의원이 후보가 됐는데, 그게 광주시민 입장에서는 이미 조영택은 서구갑에서 의원했던 사람이고 전 서구청장 후보 공천 관해 광주시민이 어찌보면 지방선거에서 서구청장 후보 추천과정에서 광주시민들로부터 문제제기받은 사람인데. 서구갑에서 서구을로 옮기면서, 천정배가 무소속 나오고, 서구을 시민들은 천을 지지했다. 광주 서구을 시민이 천을 지지한 건 새정치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전 경고메시지로 지지했지, 천을 권력의 대안이나 호남의 중심으로 지지한 거라고 생각을 안해. 저 개인적으로는.

두번에 걸친 전략공천에서 광주시민 민의를 물어보는 어떤 절차도 없었다. 4·29 재·보궐에선 경선이란 명목하에 이미 지역 유권자로부터 심판받은 사람을 공천했다. 광주시민의 의사가 연거푸 무시되면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중앙정치를 위해서 호남을 희생했다는 섭섭한 마음이 있는 거다.

또 한편으로는 호남은 새정치연합으로 출마하면 당선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기득권에 안주하고, 변화와 혁신에 대해 저항하는 호남 의원들에 대한 반발감도 상당하다. 그런 복합적 감정이다. 호남지역 현역 의원에 대해선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언제까지 중앙정치에 우리가 희생돼야 하냐는 ‘호남소외론’의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 박주선, 천정배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호남소외론 강조하면서 신당을 추진하는 거 같다.

-영남 입장에선 어떻나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이 활동하는 것 정말 어렵다. 제가 여기 와서 느낀 게 영남에서 하려면 당원을 모아야 돼 그래야 호남처럼 큰소리를 쳐본다. 의원 없다고 당원 없다고 찬밥도 이런 찬밥이 없다. 영남은 호남 의원 볼때 ‘당신들은 참 좋은 조건에서 뛰고 있다’.

=맞는 말이죠.

=제가 광주 갔을 때 시민 만났는데, 광주 분위기 보고 놀랐다. 우리는 (영남에서) 노란 리본을 달면 빨갱이다. 노란 리본 달고 어디 다니는 것도 불안한데, 광주 가니 온통 노란 깃발이었다. 여기가 우리나라 아닌가 생각했다. 이런 자유로운 상황이 오기까진 80년 광주부터 숱한 사람들 피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해. 그런 얘기가 우릴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우린 우리 지역에서 정치적 자유 확보하기 위해 희생과 댓가 치렀나 볼때 광주는 그걸 누릴만한 권리가 있다 생각을 했어. 전 그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그만큼의 역량이 됐다면, 이제 좀 베풀어야 되는 거다. 그보다 상황이 열악한 지역을 포용해야 해. 그게 광주의 정신이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광주·호남 정치인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들이 많다. 혁신안 문제제기 주로 호남 의원들(이다). 평범한 국민 입장에서 보면, 광주의 피로 인해 저 사람들이 그만큼의 자유가 있다면 이제 그걸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나누려는게 광주의 정신이 아닌가.

=광주시민들은 나누려고 하는데, 광주 정치인들이 문제지, 그걸 아셔야 돼.

=그래요(ㅎㅎㅎ).

=전체 권리당원의 절반이 있는 게 호남이다. 선거철엔 증가하는데 60% 정도 된대. 호남엔 일체 지원이 없어. 영남엔 당비 내려보내줘도 호남엔 중앙지원 당비가 없다.

=이걸 너무나 강조해. 너무 강조하지마(ㅎㅎㅎ).

=선거 때만 되면 90% 가까이 지지하고 총선 때도 60~70% 지지를 했다. 20년 넘게 전폭적 지지를 했는데,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게 뭐냐. 정권교체 가능성도 많지 않은 거 같고. 정권교체 가능성 보이면 계속 희생하겠는데 문재인 대표로 정권교체 가능하겠냐. 단합과 통합으로 당을 이끌면서 총선 승리 모습 보여야는데 그게 안보이거든. 그니까 불만이 느는 거지. 우리가 해줄만큼 해줬는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뭐냐는 게 호남소외론이다. 호남 의원들이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걸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호남 의원들은 공천만 받으면 다 당선된다. 이렇게 좋은 지역이 어딨냐. 어떻게 하면 공천을 받을 것이냐에만 초점을 둔다. 중앙정치서 역량을 발휘하고 전국적 인물 돼 지지도 향상시켜야겠다 하기보다 어떻게 공천받을 수 있나. 그럼 지역구 조직 확대하고, 구 의원 자기사람으로 심어놓고 챙기는 거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기반만 마련하면 되니, 정치 범위가 협소해졌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당선이 됐다 안됐다 하면 중앙정치 개선 위해 노력을 한다. 호남은 중앙정치 잘되고 안되고는 상관이 없다.

오해살까봐 말 안했는데 호남정치는 큰 정치를 안한다. 중앙에서 친노패권이 작동해 우리가 큰 정치할 수 없다고 한다. 이건 잘못이다. 수도권 경기·인천 의원들은 중앙정치 환경이 좋아지고 새정치 지지도 확장돼야만 다음 당선 가능성 열리니 중앙정치 잘되도록 노력하고, 뭔가 잘하려고 뛰는게 보인다. 그리고 당을 위해 나름대로 희생하고 헌신하려는게 느껴지는게 호남 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다음에 공천받을 수 있나, 줄을 잘 서야 하고, 지역조직 잘 추리고 구의원 시의원 자기사람 심고, 하니 중앙의제 문제제기 않고. (열을 내며 큰 소리 냄) 큰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호남 정치인들이 큰 정치 했냐 이거다. 호남 소외론 일리 있는데, 큰 정치 않는 구조에 순응하면서 어떻게 공천받을지에 매몰돼 온게 호남 정치인의 현주소야. 이게 틀렸나.

=맞아. 호남이 누린만큼 베푸는 좀 더 큰 정치를 해야 된다.

=호남이 지역 근거 독점 체제라서 자기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당연히 자기 지역에 매몰되는 측면이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정치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을 장담할 수 없으니 대의명분을 세울려 하는데 호남은 그런 측면이 약하다.

-그래서 지금 천정배 의원이 신당 추진했을 건데, 개혁적 민생실용 표방하는데, 3당으로서 제1야당 견제할지.

=천정배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진보의 부족을 얘기했던 분이다. 국보법 폐지에서 찬양고무죄 불고지죄만이라도 페지하자는 여야안에 대해 전면폐지해야 한다고 해서 국보법 폐지 무시됐지.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논쟁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지금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범중도개혁정당 말씀하시는데, 아무래도 호남 기반 신당 추진하니까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신당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임 대변인 쳐다보며) 내가 항상하는 말인데 토달지 마세요(ㅎㅎ). 천정배 신당, 박준영 신당, 오늘까지 박주선 신당이 있어. 제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신당 성공하려면 4가지 조건 필요하다.

첫째,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어야한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안철수도 신당 못하고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국민승리21 정몽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권후보에서 사라지는 순간 신당은 성공할 수 없다. 근데 천정배는 광주에서 새정치연합 견제용으로 지지한 거지 대권후보로 지지한게 아냐. 세 신당 중 어느 당도 대권후보가 없다.

둘째, 새정치와 노선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대의적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근데 그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중도개혁세력이라 하는데.

셋째, 자기 정체성에 상응하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가 신당으로 가지 못한 게 결국 인물 영입에 실패해서 그렇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하는데, 새 인물이 아니라 수준이 떨어지거나 공천탈락자들, 또는 정치권 주변에 있는 준급 수준 사람들이 결합하면서 파급력을 갖지 못한다. 불투명한 정치환경에서 쉽게 신당행을 택하진 않을 거다.

넷째, 3김 시대엔 보스가 자금 마련하는데 지금은 국고보조금으로 운영한다. 당이 독자생존하려면 전국적 지지 받아서 득표가 10%, 20% 돼야 국고보조금 일부 받는다. 근데 과연 천정배 신당이 전국적 당이 될 것인가. 아직까진 호남지역 신당으로 머물러 있지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원포인트 야당으로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친박연대는 박근혜라는 대선후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귀했고. 성공으로 가기까진 멀고먼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이젠 토 안달아~!

-혁신위 깨지겠다 할 정도로 치열하게 격론 거친 안이 있나.

=격론은 있는데 깨진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어.

=와해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감정이 격해진 적은 없었다. 격론은 공천 관련해 국민공천에 100대 0으로. 전 아직 동의가 안된다. 여기(정 대변인)는 동의하신 분이고(ㅎㅎㅎ). 당이 강화돼야 하는데 정작 공천에선 당원 목소리 배제하는 게 맞냐고 의견 갈렸고, 굉장히 긴 시간 토론을 거쳤다.

=혁신위 내부에서 격론을 벌여서 깨질 위기가 벌어진 쟁점은 없었다. 왜냐면 아무리 서로간에 격론을 벌여도 혁신위가 새정치의 마지막 보루고 당을 살릴 수 있는 구명보트 같은 것, 혁신위원이 다 그걸 자각하고 사명감이 있었다.

=이게 왜 그랬냐면, 그 전 혁신위는 당에 관계된 사람 물어보면, 다 각자 이해와 요구를 갖고 혁신위에 참여했다. 근데 저희 구성원 보면 자기가 욕심을 차려햐 할 꿍꿍이 가진 사람이 없다. 그러니 논쟁은 치열하게, 서로 합의되면 동의할 수 있는.

-그 전엔 계파 수장이 했었지.

=네, 그런 이해관계가 없잖아.

=저번엔 정파 이해관계 갖고 들어왔다고 하더라. 물론 우원식, 최인호, 박우섭은 (이해관계) 있을 수 있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분들이다. 지역위원장이고, 을지로위원장이고 구청장이라서. 이주한도 당직자로 나름 인정받고 합리적 객관적인 생각 갖고 있고.

다만 지도체제 변경이 제일 먼저 논쟁 부딪혀. 계파갈등의 제도적 근거인 최고위원제 폐지해서 대표성 범위 분명히 한 체제를 도입하자, 그리고 언제 도입할 거냐, 이게 쟁점이었고, 두번째가 사무총장제 폐지였다. 세번째는 공천룰과 관련해서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의 하위 20%를 할거냐. 20% 할거냐, 30%, 10%, 아니면 그냥 참고용으로만 쓸거냐. 그것도 참 논쟁이 많았다. 또 하나는 압축을 할거냐, 결선투표를 할거냐도 논란됐다. 임 대변인 말씀처럼 국민공천 100% 하는 걸로 굉장히 갈등 겪었지. 당원 민주주의 강화하는 혁신안을 계속 발표했는데 막상 가장 중요한 의원 후보 선출하는데 당원이 관여 못하면 논리적 모순 아니냐. 맞죠. 격론 끝에 안심번호 이중투표 방지 못한다는 문제 때문에 도입되면 100, 안되면 7:3으로 결론났는데. 안심번호 도입해도 8대2로 할지 7대3으로 했지 격론있었다. 근데 사심 없고 위기의식, 사명감 있어서 다른 건 없었어.

=여담인데, 저희 최태욱 위원님이 여러 차례 당 혁신위 활동을 했다. 그런데 회의할 때 그렇게 말씀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한번은 맥주 하는 자리에서 물어봤다. 왜 별로 말이 없는지. 이분 말이 옛날 혁신위에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저 말을 할 땐 무슨 의도로 하는지 파악해야 했는데, 지금은 혁신위원들이 실컷 자고 일어나서 들어봐도 결론이 옳은 방향으로 나서 믿음이 간다고 해서. 그 얘기가 상징적으로 기억에 남아. 혁신위가 팀웍도 좋고.

-처음엔 서로 색깔이 너무 뚜렷해 격론이 예상됐다.

=맞아.

-아까 문재인으로 될수 있을까 하는 민심 있다고 했는데, 혁신위와 당 대표는 긴장관계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문 대표 역할 어떻게 보셨는지. 긍정적인 점도 있었겠지만 서운하거나 부족한 점 있었을텐데.

=서운한 건 많았어.

=혁신위와 문 대표는 별 관계가 없었다. 듣고자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제가 아는데, 최초 혁신위 구성댔을 때 혁신위가 친노 부대라는 오해 있었다. 혁신위원도 그런 언론보도 있고,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서 굉장히 주의했다. 내부적으론 회의 내용 보안 강조하고 대외적으론 일체 문 대표 측이나 친노계열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소통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혁신안 마련했고, 그 후에 공천제도 관련해 의원이 이해관계라서 의원들 설문하고 의견 수렴하고, 최고위원회로부터 전권 위임 받아서 혁신안 마련하기 때문에 보고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사전에 문 대표나 최고위원 측과 소통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 건 있다. 혁신위가 대표 처음 만났을 때, 국회의원 식당에서 상견례. 전날 사무총장 인선 관련 고성이 오갔다는 다음 날. 그때 당 대표를 처음 가까이 봤다. 그때 느낀 당 대표 모습은 굉장히 지쳐 보였고,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라 보기엔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분 리더십에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두번재 볼 땐 첫번째 당무위원회 때였다. 정청래 의원 징계 건에 대해 갑자기 안건으로 상정됐다. 전 그때 당 대표 모습 보면서 많이 실망됐다. 저 안건이 저 자리에서 올라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윤리심판원이 정치적 판단으로 징계 결정했고, 불만 갖고 있다 해도 윤리심판원 결정 존중해줘야 한다 생각한다. 당무위원들이 문제제기할 수 있지만 그건 그걸로 끝이어야 하는데 안건으로 상정하는 거 보면서 실망스러웠다. 당무위에서 국민의 눈으로 봐야 하는데, 이 자리에 국민이 없구나 생각 들었다. 국민이 있다면 저런 얘기가 안건으로 상정되는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후 두어번 더 보면서 느끼는 당 대표는 대단히 안정화됐다. 제가 처음 느낀 불안함이 지금은 많이 안정됐고, 이젠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로서 갖춰진 거 같다.

=(팔을 잡으며) 친노로서 본색 드러내지마(ㅎㅎ).

-문 대표 재신임 철회했는데, 이후에 문 대표 안착했다는 측면도 있고, 봉합이라 더 터질 거라고하는 의견도 있는데.

=아직은 안전한 안착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문 대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안 실천이다. 혁신안 실천 과정 속에서 의지와 지도력 발휘하고 리더십 확보해야 한다. 혁신안 실천의 핵심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조속히 활동 들어가야(한다). 초창기 모습과 달리 문 대표가 분명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리더십의 상당한 변화는 있었다 생각한다. 이번 재신임 철회 이후 현재 체제를 안착된 체제로 보느냐에선, 혁신안이 실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니다. 혁신안 실천과정에 저항이 있을 것이다. 이의제기나 반대파를 얼마나 포용하고 통합해가며 혁신안 실천하느냐, 그 실천과정을 봐야만 문 대표 체제 안착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안이 내년 총선 의석수에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보나.

=당연하지. 혁신안은 이제 당헌·당규화되고 실천 시작이다. 하루 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상당한 시일 거치면서 서서히 나타난다.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 혁신안 마련한 공천 룰이 실천된다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천 관련 혁신안 보면 알겠지만 역대 어느 정당도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룰을 만들어본 적 없다 생각한다. 제대로 작동된다면 혁신위가 긴 시간 열정 쏟아 당 살리려는 노력이 빛을 보지 않겠나 생각한다.

=사실 선출직공직자는 정치적 심판을 받는 지위에 있어서 평가란 말 자체가 이상하게 들렸다. 국회의원이 광역, 기초(단체)장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심판을 받는데 누가 우릴 심판하냐는 의식 있는데 2·8 전당대회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만 하기로 하고 아무 것도 없었어. 혁신위가 맨땅에 헤딩해서 만든 게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이다. 한국 정당체제에서 이렇게 체계적으론 처음 하는 거다. 하위 20% 공천배제도 유례가 없다. 평가는 무능력한 하위자를 가리는데 목적이 있다. 이게 제대로 실시되면 하위 20% 공천배제 되면 빈 공간에 정치신인이 진입할 수 있다. 인재영입이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게 무능력자 20%를 잘라내고 빈 공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하위 20% 배제가 굉장한 의미 있다 생각한다. 누구든 경선 뛰게 하고 결선투표제 도입한 것도 의미 있다 생각한다.

=실천이 중요하지. 실천만 되면 아주 획기적이야. 지역에 가면 국회의원, 지방의원 뽑을 때 시험봤음 좋겠다는 얘기 많이 한다. 그만큼 자질 검증 안 된 사람을 당이 무분별하게 추천해서 되는 경우 많다. 정당이 공천에 책임지는 첫번째 자세다.

-혁신위 논란 비판 중 억울했던 것 있는지. 현직의원들도 비판 목소리 냈는데.

=안그래도 우리가 아까 위원들과 얘기했는데, 정 대변인은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 실패했다고 얘기했을 때라고 했어. 또 하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하고 의석수 증원 얘기했을 때 얼마나 두드려 맞았는지 몰라. 주제 넘다. 니네가 뭔데. 의원들 질타 받았는데 그때 정말 억울하다.

=전 최고위 폐지한다고 얘기했을 때 당 대표에게 독재권 부여하는 거냐고 언론에서 썼을 때 정말 혁신안이 너무 오해되는 거 같아 참. 기자들이 이렇게 써도 되는 거냐 생각(했다). 최고위가 대표하는 내용과 범위가 불분명해. 물론 전 당원을 대표하지만. 부문 세대 계층을 대표하는…. 현재의 지역구를 줄일 수 없다면 의원수를 늘린다는 하나의 예시였는데, 지금도 의원정수를 늘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국회 없애는 게 맞지. 매일 권력투쟁이나 하고. 그러나 증원하는게 맞다.

=전 이런 면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선 의원들이 비겁했다고 봐. 국민 정서 몰라서 그렇게 얘기한 거 아니다. 뻔히 알면서 권역별 비례 제안했을 땐, 의원정수만 갖고 왜 그런 얘기했냐고 뒤에 숨었는데 정말 비겁하다.

=전 정말 억울했던 게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인재영입 3가지 얘기한 것인데. (목소리 높아짐) 그게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했던 말이야. 안이 말하는 낡은 진보가 80·90년대 운동권적 사고방식, 민주화운동 출신 정치인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거라면 이미 그런 생각 갖고 있는 사람은 없죠. 과거 민주화운동세력 전면 퇴진을 의미한다면 그건 잘못됐다 생각(한다). 그 세대는 자기 역할 다했다고 생각한다. DJ, 참여정부 탄생시켰지. 자기가 생각하는 창조적 기업가만 진보인지 잘 모르겠다. 변화하지 않고 예전 가치에 매였다면 척결돼야지. 민주화운동 세력 물러나라는 세대청산을 의미한다면 전 반대한다. 두번째 부패청산, 우리가 계속 얘기해온 것이다. 기소만 돼도 당직 박탈, 정치검찰에 의해 상시적으로 야당 탄압을 받는 야당 입장에선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소만 되면 공천신청 못하게 하는게 맞는지. 법정에서 다퉈서 무죄 판결 받으면 상관없지만, 열심히 다퉈 유죄 판결 받으면 일정제한 받는게 맞겠지만. 기소만 해도 제약하는 건 야당 입장서 고려해야 한다. 그거 빼고 나머진 다 있다. 안철수 의원이 말한 내용 다 있어. 그리고 인재영입 당연히 해야지. 정치신인이 진출할 공간을 마련해 줘야지. 그래서 하위 20% 공천 배제하고 정치신인 가산점 두고, 결선투표 도입하자는 거 아니냐. 너무너무 억울한거다.

-안 의원은 혁신위가 국민 체감할만한 큰 인적쇄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걸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혹시 아세요? 인적쇄신을 누구 물러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잖아. 안 의원 말하는게 뭔지 아는데 그걸 구체적 구현하는 과정을 우린 그리는데. 인적쇄신 어떻게 할 지 혁신위가 준비한 건데, 내년 총선 앞두고 실천해나갈 상황인데, 단정적으로 실패했다 얘기하시면 한번이라도 저분이 혁신안을 읽어보셨나 생각을 할 수 박에 없어. 정치는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책임있는 정치인이면 구체적인 플랜도 갖고 있어야돼. 그런 면에선 안 의원 발언이 좀 아쉬웠다.

=안 의원 발언이 가장 화가 났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 않고 국민의 원초적인 정치혐오 감정에 의존한 인기영합주의적 발언이라 생각한다. 왜 안철수 의원은 정치를 반정치로 말하는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한 적이 있어. 내가 위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용할 때, 내장돼 있는 여러 어플에 프로그램 원리나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만든 사람이나 알지. 그러나 스마트폰 만드는 사람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스마트폰 안정성 떨어지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정치는 생각과 이해관계 달리하는 집단을 조정통합하면서 발전하는 갈등 통합과정이다. 정치인에게는 권력투쟁이 숙명이다. 근데 국민들은 자기 생업이 중요하다. 국민이 공천룰 모르고 지도체제 모르는 건 맞다. 근데 지도체제 잘 돼야 국민의 이해관계가 정치에 잘 반영되는 거고, 공천룰 잘 돼야 인재 영입된다. 이건 정치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주장한 게 안이 말한 3가지다. 근데 구체적 대안 없이 말하면 안된다. 자긴 정치인 아니고 어디 성직자인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자긴 부패하고 낡은 정치인보단 한단계 위에서 오로지 국민들 이익만 생각하는 것처럼. 나한테 말하(지말)고 국민에게 말하라고. 그게 박근혜 (대통령) 어법이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잘 작동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의 프로그램 안정성을 높여야 돼. 하지만 그걸 아는 일반인들은 없듯이 정치인에게는 공정한 게임룰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걸 하지 않겠다면 정치인이 아니다.

-86그룹 공개편지…, 당시 어떤 피드백 받았는지, 당내 반응 어땠는지.

=제가 혁신위 활동하면서 아까 점수 몇점 주냐고 할 때, 이런 안들로 보면 후한 점수 준다고 하는데, 전 좀 아쉬웠다고 했잖아. 제가 처음 활동할 때는 저와 같은 시대 활동한 당내 86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당 어려운 상황에서 혁신위 활동하면 당내에 맞장구 쳐주는 그룹 있어야잖아. 당내에 혁신 동력이 만들어져야 혁신이 성공한다. 그 동력이 있다면 그래도 486정치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100여일 혁신위 활동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단 한번도 그들의 목소리 들을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이동학 의원이 말할 때 이인영 의원이 마치 피해가는 듯이 말하는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도 의견 못받았나.

=한 두어명 의원으로부터 얘기는 들었다. 근데 뭐랄까. 이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처한 어려움 얘기 들었던 거지, 혁신안에 대해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한번도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이 사람들로부터 답을 듣지 못하고, 혁신안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데 아쉬움이 있다.

정=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86그룹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지, 그 점에 있어 반성해야 해. 어떠 의미에선 86그룹이 존재하는가. 소멸한 거아닌가.

=그룹으로 존재하는 건 아닌거 같다.

=젊은피 수혈할 때 86그룹 경향성으로 존재했어. 분명히. 현재는 민주화운동 세대로서 특성을 가진 86그룹은 소멸했다, 전 그렇게 본다.

-임 대변인은 혁신위 활동하면서 당의 민낯을 봤다고 했고, 정 대변인은 볼거 안볼거 다 봤다고 했는데. 당에 가장 절망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제가 사실 화가 났을 땐 며칠전에 문 대표가 재신임 걸겠다고 얘기하신 거하고, 그리고 중진들 모였다. 그리고 혁신위가 급하게 성명서 발표하면서 어떻게든 위기상황 극복하려고 많은 사람들 애를 쓰고 있는데, 그때 중진들과 이종걸 원내가 회의하는 자리에서 이종걸 발언이 나왔다. 의총 소집 맘대로 못하고 의견 소집해보겠다 하고 문 대표가 강고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보도 봤을때 굉장히 답답했다. 이렇게까지 치달아야 하나. 이순간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 분란을 어떻게 조정하고 당의 화합 위해 한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자기역할 해줘야 하는데,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생각 많이 했다. 그래서 그날 밤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86세대 정치인이 아무도 말을 안해. 그래서 장문의 문자를 제가 아는 의원들에게 뿌렸다. 그때 정말 실망했어. 10명 넘게 보냈는데 3명 정도 답이 왔다. 제가 계파 뒤에 숨어서 도대체 뭐하고 있냐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새벽 2시쯤 보냈다. 잠이 안와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의총 소집해야지. 본인에게 권한 없으면 누구에게 있겠나.

=전 그런 순간이 워낙 많았으니까. 몇가지 예만 들자면 혁신위가 권역별 비례대표 연동제를 당론 채택해서 관철시켜라 했을때, 이종걸이 자기는 390명 이라 얘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세비도 절반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국민들 반대 여론이 나오니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시면서 그 발언을 책임지기 위한 구체적인 결단력 있는 행동 보이지 않을때 힘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이 모두 혁신위에 책임이 넘어왔을 때. 사실 의원정수 늘리는게 맞다. 국민들의 즉자적인 정치혐오에 의존한 거다. 국민들 의사로 포장돼 있지만 의원들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한다. 다수 현역들은 의원수 늘리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냐 난리난다고 하는데, 적극적인 개척 자세가 아냐. 국민 설득 위해 적극 나서는 의원이 한명도 없더라.

=그걸 볼때 국회의원 정말 비겁하다 생각했다.

=의원들 다 알고 있거든. 2대1로 하려면 정수 늘려야한다는 거 다 알고 있거든. 혹시나 자기 표 떨어질까봐, 공격의 타깃 될까봐 어떤 의원도 반론 제기 안하는 거 보면서, 제가 정치를 모르는 건지, 제가 틀릴 수도 있어요. 의원들 중에서도 누구도 용기있게 전면적으로 문제제기하면서 의제로 설정하려 노력하신 분이 없더라. 절망을 느꼈다. 그때가 안철수 의원 다음으로 힘들었다.

-오늘 아침자 칼럼에 이철희 소장이 혁신와 통합이 양존하기 힘들다. 혁신을 하면 통합이 안되고, 통합이 되면 혁신이 어렵다고 했는데.

=일면적으론 혁신과 통합이 대립하는 측면 있다. 통합은 다양한 입장 가진 세력 하나로 묶어서 전진하는 측면이 있고, 혁신은 과거의 낡은 체제 기득권 타파 측면 있으니. 또 한편으로는 혁신과 통합은 진정으로 대립관계를 청산할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상호 융합하는 측면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혁신해도 극히 일부세력만 찬성하고, 일부세력의 혁신이고 사분오열되면 이론적으로 맞는 혁신이라도 통합을 이뤄내서 전진할 수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아니다. 다양한 세력 묶어서 전진할 수 있는 것만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본다. 그 밑바탕은 국민의 지지 아니겠나. 대립 측면이 있지만 사소한 건 서로 양보하고 극복해가야 한다 생각. 인위적인 인적쇄신은 저흰 잘 모르고.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일시적인 봉합이라 생각(한다).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어려워진 건 늘 선거때마다 통합이란 이유로 어정쩡하게 혁신하지 못해서다. 재신임 관련해선 혁신의 책임 실천해야 한다는 걸 분명해 했단 측면이 있고. 혁신의 어정쩡한 포지션을 가져오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들 있는데, 이 시기에 혁신의 고삐 늦춘다면 그래서 통합을 선택한다면 그건 진정한 통합 아니다. 이후에 우리에게 더 큰 어려움 가져올 수 있다. 진정한 혁신을 통해서만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

-두분 다 100일 활동 끝내고 (6월12일 시작)생업으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지낼 계획이 있는지.

=저야 변호사고 변론 업무를 해야죠. 사무실 신경 그동안 못썼는데 해얄 거 같고. 인류학 관심 많은데 읽지 못한 책도 읽고 (당 활동은) 글쎄 현재로선 뭐.

=당활동에 참여할 생각은 없고, 100일동안 세상구경 참 잘했다. 첨예하게 이해관계 대립하는 곳을 촌에 살면서 잘 보기 어렵지 여의도 정치에 늘 불만 만았는데.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전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된 일을 했다. 우리 지역이 사회적 경제 뿌리가 전혀 없는 곳이라 관심있는 사람 모아 공부도 하고, 모범적인 곳 견학도 하고, 학습동아리 운영하는데, 우리지역 사회적 경제 확산 위해 더 일을 해보고 싶다.

=저도 100여일 활동하면서 중앙정치의 핵심과 원리를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거 같다. 중앙정치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볼 수 없는 많은 자료에 접근하고,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현실정치가 외곽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른가.

=네. 이론과 현실 많이 다른 것 같다.

=좋은 정치인 되기 위해선 혁신위 활동 전에는 전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분노한 것에 대해 실천할 용기 있어야 한다 생각했어. 근데 100일간 활동 속에 플러스 된게 있다면 균형감각을 갖추는 게 참 필요하구나 느꼈다. 여긴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는 공간이거든. 공천에 관해 청년, 여성, 을지로, 농민, 지역의 입장이 다 어우려져서 부딪히는 곳이 여기였다. 회의를 하면서 균형감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갈등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꼈다.

=맞는 말이다. 사물은 다양한 측면 존재한다. 위에서 볼때, 옆에서 볼때 다르고. 사물이 가진 원래적인 다양성을 볼 줄 알고, 현재 어떤 점이 주요하게 부각되는가,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자기 입장 갖는게 중요하다 느낀다. 아름다운 건 필요한 만큼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도 필요한만큼 각 부분이 자기 역할 할 때 진정한 역할 아닌가.

-뒷풀이는 좀 하시나

=응. (오후)4시에 뒷풀이한다고 해서 소 밥줘야 하는데 걱정야. 남편도 서울 오는데.

-김상곤 위원장도 고생했죠?

=우리가 첨예 대립할 때 한번에 정리하는 힘이 있다.

=가닥을 치시는 분이다. 김상곤 리더십이 집단지성을 도출하기 위한 백가쟁명식 리더십이다. 이거 꼭 써줘. 혁신위 말을 막지 않고 다 듣는다. 처음엔 중구난방이 되는데 대화하다보면 가닥 쳐지고 쟁점 형성. 그걸로 논쟁 토론해서 안을 도출하는 식이다.

=누가 대화 주도하냐고 묻는 분들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정말 혁신위원 모두가 주도했고. 나름 엔분의 일 역할 충실했다. 조국이 스타니까 배치해서 역할 수행하게 한 것일뿐이다.

-가장 강경한 분과 온건한 분은 있잖아.

=가장 강경한 분이 정채웅, 가장 온건한 분이 조국 교수였다. 하위 20%도 가장 강경했어.

=대부분 쟁점에서 조국 교수와 전 달랐다. 조국은 돌다리도 부딪히고 가자는 쪽이고 전 이번 기회에 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칙대로 밀어부쳐야 한단 입장이었다. 저도 고려해야 할 현실의 요소가 많고 이야길 들어보면 그게 맞는 거야. 저도 많이 느꼈다. 사람 생각은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대외적으론 조국이 강경한 걸로 알려져.

=(손사래치며) 아냐. 제일 온건하다. 자기 역할을 잘 하시는 거다. 박우섭이나 정채웅이 강경파고.

=박우섭 위원도 상당한 내공 있고 강경파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이동학 위원 괜찮나 위축됐을텐데.

=관점도 좋고 훌륭하다. 새정치 큰 재목이라 생각하고 크게 성장 기대한다. 겪어보시면 알 것이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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