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초반 프랜차이즈 구조개선에 나선 취지를 설명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고 도전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이 최종변론에서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 상식과 반하는 변론으로 이 부회장의 평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공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표현이 “새 정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고 그 의지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하며 “(이에 도전하면)공정위 등 행정부서가 가진 공권력을 엄정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반 프랜차이즈 문제에 집중한 것을 두고 “주변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구조 또는 두 개의 국가로 쪼개진 상황을 생각하면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빅뱅전략’은 굉장한 논란을 일으킨다”며 “모든 국민이 찬성할 수 있는 개혁과제, 일상의 불공정 문제를 먼저 접근해 개혁의 성과를 만드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 완성을 위해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행 법의 엄정한 집행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뇌물공여 사건 선고를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종변론을 두고 “문제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과 반하는 변론”이라며 “더 큰 문제는 그 변론으로 이 부회장 평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에 더 큰 비용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뇌물 공여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 이재용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려고 한 적도 없지만, 삼성의 주주들이나 우리 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도 않을 일”이라며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앞으로도 제출될 수 없음을 확신한다. 그러한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문.
김어준 : 우리 사회 을들이 비명을 지르는 건 공정위가 일을 제대로 안해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스튜디오에 직접 나오셨습니다.
김상조 : 안녕하십니까?
김어준 : 높으신분께서 직접. 위원장 되시기 전에 공정위원장 되시면 저희 방송에 꼭 먼저 나와달라고 부탁을 저희가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MBC를 먼저 출연하셔서 저희 같은 중소 방송사를 먼저 챙기셔야 할 공정위원장께서 대형 방송사부터 출연하시면 방송의 공정거래에 굉장히 나쁜 시그널을 줍니다.
김상조 : 제가 기업들에게서는 갑일지도 모르지만 언론이나 국회에서는 을이거든요 저도 눈치봐야 할때가 많습니다.
김어준 : 대형방송사부터 출연하면 안되는 거거든요. MBC 얼마나 큽니까? TBS 건물 달랑 하나에요 조그만 거.
김상조 : 그래도 김어준 총수의 영향력은 MBC 못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어준 : 먼저 오셨어야죠. 섭섭합니다.
김상조 : 예, 알겠습니다.
김어준 : 요즘 제가 언론을 보다 보면 공정위가 이렇게 힘이 센 곳이었나? 공정위가 뭐하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들 진짜 많았어요. 공정위가 뭐 하는 데입니까? 설명해 주십시오.
김상조 : 말 그대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조직의 책무로 하고 있는 기관이고요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김어준 :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벌벌 떠는 조직이 공정위 아닙니까?
김상조 : 미국 같은 데는 공영기업 분할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AT&T라고 장거리 전화를 독점하던 회사를 4개로 쪼개는.
김어준 : 독과점 때문에.
김상조 : 예, 그렇습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도 했었죠.
김어준 : 자본주의 사회인데 스스로 성장한 기업을 독과점이니까 분할해라 그런 적이 있었어요?
김상조 :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힘이 세고요.
김어준 : 그게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주의네요.
김상조 : 사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선진국 경쟁당국이 하고 있는 좁은 의미의 경쟁정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김어준 : 좁은 의미라 하면?
김상조 : 말 그대로 독점 또는 담합 이런 것을 규제하는 역할이고요 그래서 사실 언론보도에도 났습니다마는 세계경쟁당국을 평가하는 기관에서 우리나라 공정위를 최우수 경쟁당국으로 평가를 했고요.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위가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처럼 좁은 의미의 경쟁당국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개혁이나 또는 갑을관계를 개혁하는 부분이 공정위에 추가로 과제로 주어져있는 것이죠. 국민들은 아마 공정위하면 다른 나라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과제들보다는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해소 이런 쪽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공정위가 국민의 기대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공정위에 대해서 비판이 일부 있었던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어준 : 일부 아니고 많이 있었습니다.
김상조 : 제가 지금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그렇게 평가하시면 제가 조직에서 영이 안 섭니다.
김어준 : 그런데 지금 공정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뿌듯할 것 같아요. 공정위 이렇게 주목받은 것도 처음이고 공정위원장 누구인지 기억 안 나거든요. 이제는 누군지 다 알고 하는 일에 대해 시민들의 박수도 많고 응원도 많고 힘이 나지 않습니까?
김상조 : 직원들 말씀 들어보면 한편으로 이렇게 주목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뿌듯하다라는 말씀도 하시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또 제가 과거 공정위가 국민 기대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내부혁신을 하자라고 얘기할 때는 나름 양면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어준 : 공정위원장님을 상대하기 쉬울 것은 같은 게 오늘 저희는 위원장님이니까 적어도 수행원 몇 명과 함께 대리운전 해서 오실 줄 알았더니 혼자 운전을 해 가지고 지하 4층에 혼자 어슬렁거리는 저희 작가들이 뛰어내려와서 주워왔어요.
김상조 : 그렇게 표현하시면 안 되고요
김어준 : 유명한 가방 있지 않습니까? 가방 들고 다 뜯어진 거. 바꾸시지도 못하죠, 이제?
김상조 : 제 처는 바꾸든지 아니면 칠을 새로 하든지 자꾸 야단을
김어준 : 위원장님보다 가방을 먼저 찍어요 사람들이. 작가들이 자기들 찍고 들고. 유명한 아이템 됐습니다.
김상조 : 저의 상징처럼 됐기 때문에 제가 공정위원장 하는 한은 못 바꿀 것 같습니다.
김어준 : 저희가 뜯어버릴까요? 새로 바꾸시게? 그리고 말을 조용조용 점잖게 서늘하게 하는 분은 처음이에요.
김상조 : 원래 그렇게 했는데요
김어준 : 웃으면서 너 죽을래? 이러시는 거잖아요?
김상조 : 그렇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김상조가 너무 말랑말랑해졌다’는 말도 많이 듣고 있지요.
김어준 : 그건 아마도 말랑해졌다기보다는 맨 처음에 재벌개혁을 시도할 줄 알았더니 그것은 시간을 좀 준다고 하고 프랜차이즈부터 시작하셨잖아요, 사실상? 역시 재벌은 어려운 건가? 말랑말랑한건가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왜 프렌차이즈부터 첫 번째 공정위 프로젝트가 된건지.
김상조 :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개혁의 전략과도 관련된 것인데요 크게 보면 두 가지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옛날에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전환 경험을 비춰본다면 러시아처럼 빅뱅전략으로 가장 핵심적인 과제부터 먼저하는 전략이 있을 수 있겠고.
김어준 : 삼성을 쾅 때린다든가.
김상조 : 또 하나는 중국의 전략처럼 주변에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그런 전략이 있을 수가 있는데 아마 빅뱅전략을 취한다면 재벌개혁을 가장 먼저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 구조라든지 또는 국민들의 어쩌면 두 개의 국가로 쪼개져있는 상황들을 생각한다면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빅뱅전략은 굉장히 큰 논란을 일으키고.
김어준 : 입법도 필요하죠?
김상조 : 그렇습니다. 사실은 재벌개혁 대부분의 수단은 입법을 통한 것인데 지금 국회를 통과할 법률이 과연 몇 개나 되겠느냐 하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을 수가 있고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모든 국민들이 찬성할 수 있는 개혁과제,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일상생활의 불공정문제를 먼저 접근해 개혁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아, 이것이 후퇴하지 않을 전진을 만들어 내는 길이다’라는 공감을 만들어 내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보다 현명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가 좀 더 신중한 전략을 택한 것이지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어준 : 개혁의 의지하면서 도전하지 마라고.
김상조 : 조금 과한 표현이긴 했는데요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새 정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고 그 의지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말이 잘못 나가서 공권력에 도전하지 말라고 표현하게 됐습니다.
김어준 : 도전하면 어떻게 됩니까?
김상조 :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부서가 갖고 있는 공권력을 엄정하게 행사할 겁니다.
김어준 : 아무 표정도 없이 이렇게.
김상조 :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되지만 현행 법률의 엄정한 집행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어준 : 이렇게 점잖게 서늘하게 까불면 죽는다는 말을 하시는 분은 처음 봤어요. 도전하지 마라. 그 청문회에 청문회를 처음 당해 보신 거잖아요? 시민단체에서는 보통 재벌들을 청문하는 거죠. 사회적으로
김상조 : 사실 작년 말에 국정농단 청문회 때 제가 진술인으로도 나갔었죠.
김어준 : 반대편에만 서 계시다가 청문을 당해 보셨잖아요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김상조 : 어느 의원님께서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정치인은 선거를 한 번 치르면 겸손해지고 공직자는 청문회를 한 번 경험하면 겸손해진다고 하던데요. 정말 많은 겸손을 배우게 됐습니다.
김어준 : 공정위원장이 되고 싶어서
김상조 : 아닙니다. 하여튼 제 나름대로는 20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갖고 살았다고 했는데 그게 굉장히 다른 분들의 시선에 의하면 알량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거죠.
김어준 : 그렇다기보다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을 정치적으로 문제 삼아서 억지를 부린 것 아니었습니까? 실제로 이건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반성하고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의 눈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었다 이게 아니라 진짜로 반성하신 것 있으세요?
김상조 : 제가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왜 잘못이 없었겠습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인정을 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도 여러 차례 드렸고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4당 구조 또는 정의당까지 합치면 5당으로 돼 있는 국회 구조에서 정책검증보다는 각 당의 입장이 앞서는 그런 청문회였다고 생각을 하고요. 솔직히 청문 과정에서 제가 의원님과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공정거래위원장이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라고 하는 것을 말씀 드릴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김어준 : 문제가 안 되는 걸 문제 삼은 정치적 수사에 화는 안나셨어요?
김상조 : 화를 낼 입장이 아니었죠.
김어준 : 끝나고 나서 ‘지들은 뭐’ 이런 생각 안 하셨어요?
김상조 : 유도하는 질문하지 마십시오. 저 조금 있다가 국회 가야 됩니다.
김어준 : 왜냐하면 심지어 부적격후보였고. 부적격후보였어요.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이 사람 절대 안 된다고 절대 안 되는 분으로 지목 당하신거죠.
김상조 :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비슷한 상황에 있었고요 아마 제가 사실은 좀 섭섭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국회보다는 오히려 대통령한테 섭섭함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경제부총리보다도 먼저 지명이 됐습니다.
김어준 : 먼저 매를 맞았다, 대표주자로?
김상조 : 그렇죠. 제가 국무총리 다음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였습니다.
김어준 : 이런거죠. 김상조 정도면 청문회 가서 맞을 게 없다. 대표주자로 가서 대표로 매를 맞되 김상조 위원장 정도면 쉽게 통과하겠지 하고서 대표선수로 내보낸 거죠.
김상조 : 검증 과정에서 몇 가지가 인정한 것도 있었고요. 대통령께서는 새 정부의 개혁 상징으로서 아마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저를 지명하신 것 같은데
김어준 : 왜 섭섭하십니까, 그게?
김상조 : 그러다보니까 집중포화를 받게 된거죠.
김어준 : 그러니까요. 쌤통이네요.
김상조 : 저도 사실은 지명을 받고 난 다음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는데요, 이거 경제부총리보다도 먼저 지명돼도 되나 이런 우려를 했고요 그 우려가 현실이 됐던 겁니다.
김어준 : 그런 의미였겠죠. 말씀하셨듯이 공정하지 않다는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김상조 : 예
김어준 :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되시고 나니까 시민단체장일 때하고 시장을 보는, 공정거래를 보는 시각하고 정보의 차이가 있습니까? 내가 잘 몰랐다든가
김상조 : 그건 아니에요. 사실 20년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여다 본 정부 부서가 공정위와 금융위였습니다.
김어준 : 그럼 다음엔 금융위원장하시는 겁니까?
김상조 : 그런 말씀 하지 마시고요. 따라서 제가 아주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하는 중요한 업무들에 대해서는 사실은 대부분은 알고 있었고요 그리고 실제로 그것의 역사, 20년의 역사도 대부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 이것은 나도 몰랐다’라는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적어도 익숙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고요. 다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을 개혁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는 다른 입장이니까 시민단체는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만 하면 됐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은 그 대안를 실현하고 집행하는 일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김어준 : 결과로 평가받게 되겠죠.
김상조 : 그렇습니다. 지금 두 달 정도 됐는데요 취임한 지, 지금까지는 목소리만으로도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성과를 내야 됩니다.
김어준 : 예측 가능한 재벌개혁이란 표현을 쓰셨어요. 빅뱅처럼 누가 뭘 어떻게 하는지 모르게 갑자기 뒤통수 때리듯이 빵 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재벌개혁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물론 프랜차이즈 문제도 관심이 있습니다. 왜냐면 프랜차이즈 사장 정도 되면 ‘병’ 정도 되거든요. 그 위에 대기업이 있고 그리고 프렌차이즈가 있고 자기는 병 정도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을, 병 관계 정도를 정리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김상조 : 갑에 해당하는 재벌개혁에 대해서 제가 일반 국민들이 저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말을 하고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은 한 10년 전부터 2008년 크라이시스가 터질 때부터 사실은 글로도 여러 차례.
김어준 : 크라이시스요? 위기요?
김상조 : 위기. 죄송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제가 글로도 많이 썼던건데 흔히 우리나라의 재벌하면 30개 그룹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 재벌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이 됐고요.
김어준 : 재벌 내에서도 양극화가 있어요?
김상조 : 예. 30대 재벌 자산의 절반을 4대 그룹이 차지합니다. 30개 그룹이 아니라 사실 4개 그룹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최상위 4개 그룹을 빼고 나머지 중견 하위 그룹의 경우 개혁보다는 구조조정이 우선 과제입니다. 과거 한국경제가 성장했던 그 모델이 유효성을 가지지 않으면서 상당 수 그룹이 잠재 내지는 현실적으로는 부실 상황을 보이고 있고요.
김어준 : 4대 그룹에 안 들어가는, 우리가 흔히 재벌이라고 부르는 곳들은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나보네요.
김상조 :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4대 그룹 이하만 따진다면 3개 중 1개는 진지한 구조조정 아주 진지한 구조조정 작업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가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흔히 공정거래법이 지금까지
김어준 : 만약에 재벌들, 예를 들어서 4대 그룹에 들어가지 않는 30대 재벌들이 그런 얘기 했으면 엄살이라고 했을 거예요. 위원장님이 얘기하니까 진짜 위기는 맞나 보네요.
김상조 : 그렇습니다. 올해 들어와서 예상보다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상황이 조금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게 과연 이렇게 계속 경기가 회복될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신 것 아니겠습니까? 경기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한다면 잠재됐던 부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그룹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공정거래법이 접근했던 것처럼 5조 이상이면 60개 그룹 10조 이상이면 30개 그룹 전부를 하나의 개혁대상으로 정해 놓고 동일한 수단을 적용하는 그런 방식으로 가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를 하다보면 규제 기준은 중간쯤에 설정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제대로 규제를 해야 될 상위그룹한테는 효과가 없는 거고 하위그룹한테는 어려운 규제가 되는 그런 악순환 속에서 규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계속 후퇴하게 되는 악순환을 보였던 게 과거 정부의 재벌개혁 실패원인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개혁은 상위 그룹에 집중해서 엄정하게 법집행을 하게 하고 대신 좀 더 넓은 범위의 기업지배구조는 상법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주주권행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 좀 더 광범위하게 접근을 하자는게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김어준 : 그렇군요. 재벌이라고 다 묶어서 하면 안 된다 거기도 양극화가 벌어졌다
김상조 : 그렇습니다. 단순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뿐만이 아니라 재벌 그룹들도 이제 같은 재벌이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어준 : 그래요? 명칭도 달리 해야겠습니다. 4대 그룹하고 나머지 대기업들 이런 식으로
김상조 :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김어준 : 위원장님이 워딩을 만들어 주셔야.
김상조 : 예를 하나 들어보면요 사실 우리의 재벌규제 정책과 비슷한 수단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이 정책의 대상으로 하는 그룹, 재벌을 몇 개로 지정했는지 아십니까? 딱 6개밖에 안 됩니다.
김어준 : 재벌이 6개밖에 없다?
김상조 : 일본의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법률에서 이렇게 강하게 규제를 하는 그룹으로 지정했던 게 6개밖에 안되거든요.
김어준 : 100대 그룹 10대 재벌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겠군요 이제는
김상조 : 일본기업이 한국보다 얼마나 크다는 것은 다들 아실테니까 그런 것에 비해서 본다면 사실 이런 경제력 집중 억제와 같은 강한 규제는 좀 더 좁은 범위를 설정해서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성공의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김어준 : 설득되고 있어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기 때문에 그런건지
김상조 : 제가 총수님을 설득하고 있으면 비교적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설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림그룹, 닭고기생산 1위업체죠. 하림그룹을 사실상 첫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가셨잖아요. 왜 여기가 중요합니까?
김상조 : 사실 이것도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건데요. 사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에 업무 계획으로 45개 민간재벌, 즉 총수가 있는 45개 그룹을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이미 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제가 취임할 즈음에 서면실태조사가 대충 마무리된 상황이었고요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그 결과를 받아서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서면조사만으로는 현실을 알기 어려우니까 현장조사를 나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현장조사를 나갈 수 있는 서면조사결과가 제가 딱 취임하면서 제 손에 쥐어 진겁니다. 그러면서 대상이 되는 그룹들이 여러 개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몇 개의 그룹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는 조사하고 있다 이런 말씀은 절대 드릴 수 없습니다. 이런 개별기업에 대한 언제까지나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데요. 하림의 경우는 이미 언론보도가 된 상황이고 일감몰아주기 부분과 함께.
김어준 : 일감몰아주기가 왜 나쁜지 설명해 주십시오.
김상조 : 이건 재벌의 부와 경영권의 승계와 관련된 문제인데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옛날에는 공익재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물타기 증자를 하는 게 1세대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논란이 되는 이재용 부회장 등등의 전환사채라든지 주식과 연계되는 회사채를 이용하는 그런 방식이 2단계였고 일감몰아주기가 부의 편법승계의 3단계쯤 해당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그룹이다 보니까 그룹 계열사의 물량만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일감을 마련할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이 꽤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류라든지 계열사들의 전산관리 이런 것들은 수십개의 계열사가 있는 그 정도라면 그룹계열사의 물량만으로도 충분한 정도의 회사경영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회사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 회사의 주식을 총수일가가 다 한겁니다. 그래서 계열사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발생하는 어떤 수익을 계열사 또는 계열사 주주들이 아니라 총수일가가 가져간다는 것이 일감몰아주기의 본질인데요.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부와 경영권의 편법승계의 씨앗이 된다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김어준 : 그 돈으로 또 자기주식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김상조 : 그리고 대를 이어서 승계를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두 번째. 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일감몰아주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영역이 작은 중소기업들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영역이에요.
김어준 : 그게 어떤 의미죠?
김상조 : 골목상권, 대형마트, 물류, 또는 건물관리, 또는 전산관리 이런 쪽이 사실은 중소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이 해야 할 영역인데 여기에 총수일가가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가 딱 들어가 버리면 생태계가 황폐해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한 때 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의 전산학과가 공대에서는 가장 인기학과였습니다. 지금은 가장 인기없는 학과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졸업해봐야 재벌 계열사 하청업체 직원, 비정규직 직원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된 것이죠.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제대로 된 전산관리 회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다 구멍가게 역할밖에 안 되니까요.
김어준 : 왜 이렇게 쉽게 설명하시지,
김상조 : 일감 몰아주기는 단순히 부와 경영권의 편법승계를 차단한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이른바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복원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재벌개혁 중에서 이런 순환출자문제나 금산분리문제도 중요하지만 제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단기적으로 집중한 게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김어준 : 그런 거군요. 저는 그냥 대기업끼리 자기들 일감몰아주는 거가 불공정할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 그렇게까지 최우선인가 했더니 실제로는 서민들로부터 돈을 뽑아내 재벌 3세들이 자기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들을 만들어 낸 거네요.
김상조 : MRO라는 예를 한번 들어보면 될 것 같은데요. 큰 그룹, 몇 십만명이 일하는 그룹이니 거기서 사용하는 사무용기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볼펜 이런 것들이요. 옛날에는 주변 문방구에서 직접 샀습니다. 근데 그걸 조달하는 계열사를 하나 세운 거예요. 주변에 문방구들이 다 망하는 거죠.
김어준 : 지금 문자가 엄청 쏟아지고 있어요. ‘우리 상조 하고 싶은 거 다 해.’ 확 이해가 돼버렸어요. 아무래도 교수님으로 돌아가셔야 될 것 같은데.
김상조 : 그래서 저는 어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년할 때까지 공무원 할 생각은 없습니다.
김어준 : 그러면 혹시 곁가지 질문인데, 위원장님 다음에 다른 공직도 하실 생각 있으세요?
김상조 : 그런 내일을 알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입니다.
김어준 : 상황이 되면 하실 수도 있다는 이런 출마선언 아닙니까?
김상조 : 저를 죽이시는 발언이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제 목표는 공정거래위원장 임기 3년을 채우는 겁니다.
김어준 : 임기를 다 못한 적이 있습니까?
김상조 : 아마 지금까지 공겅정거래위원장 중에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신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김어준 : 한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시간이 왜이렇게 빨리가나. 다음에 한번 더 나와주세요. 1시간 뽑아놓을 테니까.
김상조 : 공정하게 다른 방송사를 다 돈 다음에 오겠습니다.
김어준 : 다 돈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첫 번째 방송은 저희 방송으로 해 주시죠.
김상조 : 그 부분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아마 다 돌려면 제 임기 3년은 다 지나갈 겁니다.
김어준 : 다시는 안 나오신다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그러면 거기로 갈 수도 있어요. 바쁘시면. 출장인터뷰. 이번에 마지막 질문인데요. 더 할 게 많은데 이걸 바로 질문 드려야겠네요. 2분 내에 답변해 주십시오.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 증인으로 출석하셨습니다. 물론 공직자시니까 그리고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니까 다는 말씀하실 수 없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여기서 무죄를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상조 : 핵심적인 혐의인 뇌물죄에 대해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김어준 :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김상조 : 제가 말했던 것 같은데요,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가능성은 반반인데.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가능성이 아니라 보시기에 죄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거는 그냥
김상조 : 자유로운 신분이었으면 명확하게 답변을 드렸을텐데요, 지금 공정거래위원장 더더군다나 공직자로서 증인으로까지 나간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운데 다만 마지막 결심에서 변호인 측이 내세운 변론의 내용은 제가 보기에는 문제가 굉장히 많았다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말이 안 되죠.
김상조 : ‘승계작업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은
김어준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시잖아요. 승계작업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예 원인무효를 만들어 버린거죠. 그런 작업이 없었는데 어떻게
김상조 : 그 부분은 우리나라 국민의 상식과 반하는 어떤 변론이었는데요. 그것 자체보다는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변론을 함으로써 저는 이재용 부회장의 평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에는 더 큰 비용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어준 : 너무 아쉽네요 이렇게 보내내야 하다니.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