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2.18 특검 물 건너 가는데 국정원 개혁입법?

특검 물 건너 가는데 국정원 개혁입법?
선거개입·인권침해·부패 원천차단해야"[인터뷰]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13.12.18 08:34l최종 업데이트 13.12.18 08:43l

 

기사 관련 사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무엇보다 정보위의 권한을 강화해서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권을 갖고 국내정보기관과 해외정보기관을 분리해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출소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몇몇 팟캐스트 라디오에 출연했지만 언론사 지면 인터뷰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특별히 피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는 간간히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는 정도로 대중과 소통했다. 그런 곽 전 교육감이 지난 12일 전화를 걸어왔다. 법학자로서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 16일 꽤 오랜만에 서울 종로구 경운동 그의 오피스텔에서 법학자로 돌아온 그와 마주하게 됐다. 최근 근황을 묻자 그는 주로 책을 읽고 강연을 다니며 간간히 SNS활동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다른 것은 빼고, 곧장 국정원 개혁특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관권선거는 극복한 줄 알았는데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행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렇게 명백한 걸 갖고 개인적 일탈이라는 억지와 거짓이 통할 수 있나 싶다"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이어 곽 전 교육감은 "진실과 거짓의 정말 거대한 싸움이 지난 1년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진실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언제든지 삐죽삐죽 자꾸 튀어나오게 돼 있다"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곽 전 교육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이 진실로 밝혀지거나 MB가 구속될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혹은 더 나아가 전-현 정권이 유착하고 소통한 증거가 나온다면 특검은 살아 있는 카드가 되겠지만 그런 일이 있기 전 여야타협으로 특검이 도입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의혹사건의 진실규명이 올바르게 돼야 그 다음 단계로 개혁의 방향이 나오는 건대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진실규명은 차치하고 개혁입법부터 서두르는 상황이 돼 순서가 꼬이고 뒤죽박죽이 돼 난감하다고 했다.

곽 전 교육감은 "어디에 무슨 병이 났는지 정확히 진단이 이뤄져야 처방도 분명히 되는건대 지금 어느 정도로 얼마나 병이 깊은 건지 정확히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약부터 쓰자는 꼴로 국정원 개혁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새로운 입법이 진행되는 마당에 무슨 특검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특위의 입법방향에 대해 비밀주의에 기반한 선거개입, 부당한 인권침해, 부패비리 문제를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회 정보위의 권한을 강화해서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권을 갖고 국내정보기관과 해외정보기관을 분리해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기사 관련 사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진실과 거짓의 정말 거대한 싸움이 지난 1년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진실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언제든지 삐죽삐죽 자꾸 튀어나오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국정원 대선 개입 특검 문제, 순서가 꼬였다"

-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가동 중인데 어떻게 보나.
"우리 사회가 관권선거는 극복한 줄 알았는데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행해졌다. 국정원이 2200만 개의 트윗이나 리트윗 활동을 했고, 군 사이버사령부는 2300만 개 이상의 사이버활동을 했다고 밝혀졌다. 여기에는 온라인커뮤니티와 포털에서의 활동은 포함된 게 아니다. 그러니 훨씬 더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위한 활동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거 아닌가.

이렇게 명백한 걸 갖고 개인적 일탈이라는 억지와 거짓이 통할 수 있나 싶다. 정말 거대한 싸움이 1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거짓과 진실의 싸움. 진실은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언젠가는 삐죽삐죽 자꾸 튀어나오게 돼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석열 여주지청장, 그리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모두 비슷하다. 이 진실의 행진이 멈추지 않아서 그나마 우리가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 것 같다."

- 법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 국정원 대선개입의혹사건의 진실규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쪽은 언제다 과반수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과반이 넘는다. 이게 시민의 뜻 아닌가 싶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도 이렇게 말해야 옳다. 지금의 국정원이 과거의 중앙정보부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정치개입 할 줄 몰랐다. 우리 아버지도 30~40년 뒤까지 중정의 후신이 정치개입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우리 아버지 때 시작했던 잘못된 유산, 확실히 바로잡겠다. 이렇게 적극적인 수사와 엄벌 의지를 밝히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처음에 그랬다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거다. 수사방해 행위가 이어지면서 도대체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이렇게 가고 있는 셈이다."

- 국정원 개혁특위가 가동되고 있는데 특검은 어떻게 될 걸로 보나.
"특검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은 지난 대선개입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이 돼야 그것에 기초해 분명하게 진행되는 건대 국정원법 개혁이 예산안과 연계되면서 더 이상 특검에 대해 말하기도 곤란해진 상황이 된 것 같다. 제대로 된 개혁입법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사실상 특검을 포기한 거라면 개혁입법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 특검으로 진실규명을 하고 규명된 진실을 기반으로 개혁법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 순서가 좀 꼬였다고 보나.
"특검이 워낙 쟁점이 되고 쉽게 타결되지 않으니까 결국 특검은 계속협의사항으로 놔두고 특위만 받는 형식을 택했던 것 같다. 특위 활동기한은 내년 2월말로 돼 있으나 연말에 1차 입법을 하겠다는 건대, 이미 연말 예산처리 일정이 다 잡혔다. 그러니 남은 기간 국정원법개정안을 뚝딱 통과시켜야 한다. 보통 헌법을 경성이라고 한다. 고치기 매우 어려운 법안이다. 그런 경성법안 중 하나가 국정원법이다.

엄청난 계기가 주어지기 전에는 좀체 바꾸기 어렵다. 경성 법률일수록 입법과정이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미 통과시킬 내용도 10여 개 항으로 합의를 봤다. 다만, 구체안에서는 다 쟁점화 되고 있다. 그대로 입법이 돼도 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온 나라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뒤흔들리고 있는데 여전히 정치권은 밀당(밀고 당기기)하며 속수무책이다. 이걸 내년까지 계속 끌고 갈 수만은 없다. 시민들도 지루하다. 또 다른 차원의 정치불신을 낳고 있다."

- 특검은 된다고 보나.
"특검의 목표는 진실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 진실에 맞는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법처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기초해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거고 그것이 입법 활동이다. 그런데 지금 진실규명이 된 뒤에 해야 할 후속조치를 먼저 하는 꼴이 됐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국정원 개혁입법까지 된 마당에 무슨 특검이냐 할 것이다. 사실상 특검의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특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직도 삐죽삐죽 나올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이 진실로 밝혀지거나 MB가 구속될 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거기서 나아가 전-현 정권이 유착하고 소통한 증거가 나온다면 특검은 살아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여야타협으로 특검 도입은 물 건너갔다고 본다.

무엇보다 진실규명이 된 뒤에 제도개혁이 뒤따르는 것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진실규명이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입법부터 서두르는 모양새가 됐다. 이렇게 가면 국정원 개혁입법 다 된 뒤에 특검합시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기사 관련 사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이번 국정원개혁특위가 제도개혁으로 꼭 따내야 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보다 우선 왜 비밀정보기관이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정치개입 근절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실제 비밀정보기관의 문제는 정치개입, 무분별한 인권침해, 부패비리가 있다. 그것의 토대는 바로 비밀주의다. 나랏돈으로 나랏일을 하면서 비밀에 부친다. 심지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도 안 알려준다.

국회 정보위원들에게는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데도 비공개한다. 감사원도 지난 52년간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딱 세 번밖에 안 했다. 지난 대선 불법적인 개입을 해놓고도 국회 정보위에 와서는 아무 일 없던 듯이 보고했던 것 아닌가. 중앙선관위도 문제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 합쳐 도합 4500만 개 이상의 사이버 불법이 저질러졌는데 전혀 역할을 못했다. 그러니 이게 무슨 헌법기관인가."

- 중앙선관위 역할이 미진했다는 건가.
"사실 중앙선관위는 괘씸하다. 지금까지 이번 일로 중앙선관위가 사과성명 한 번 낸 일 있나? 국정원에 유감 성명 한 번 냈나? 헌법기관인데도 그런 일조차 안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대선의 선거관리는 아주 잘못됐다. 이건 국회 정보위의 실패고 중앙선관위의 실패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해야 한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에 강력한 유감표명을 하고 책임 있는 행정부의 통제가 이뤄져야 맞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 아래서 중앙선관위 등의 독립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나.
"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쉽게 내려놓는지 모르겠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자기 권한과 책무가 있다. 원칙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통치자들이 통치를 잘하도록 하려면 깨어 있는 시민인 우리가 통치자들이 통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통치자들이 자기 멋대로 하지 못하고 시민의 뜻에 맞게 통치한다는 얘기다. 절대로 통치자들이 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촛불시민 덕 아닌가."

- 국정원 개혁 중 가장 중심적 내용인 국내파트와 대공수사권, 그리고 민간영역에 대한 정보원(IO)의 상시출입 등이 폐지돼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민주당의 요구안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사실상 국회, 정당, 언론사의 IO 상시출입만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이게 개혁일까.
"정치개입 근절은 후진국형 과제다. 인권침해와 부패비리 방지는 선진국형 목표다. 정치개입도 근절되지 않는 나라에서 인권침해와 부패비리가 얼마나 더 많겠나. 김충식 전 동아일보 기자(현 방통위 상임위원)가 쓴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62년 중앙정보부가 탄생한 이래 현재까지 100% 정치개입의 역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권침해를 수반한다.

대공, 대북과 아무 상관없는 정적들을 엿듣고 엿보고 미행한다. 프락치를 계속 만들고 돈으로 매수한다. 그런 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부패비리에 가담하거나 저지른다. 이게 3박자로 완전히 같이 간다. 통제받지 않는 정보기관의 병폐 그 뿌리는 비밀주의다.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가 이걸 허용하는 정치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국정원은 분명 다른 국가기관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국정원의 셀프개혁안이 사이비인 이유

- 국정원이 A3 3쪽 분량의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 정보위가 정보기관에 대해 샅샅이 알게 하지 않으면 그건 사이비 개혁이다. 이번 국정원의 셀프개혁안이 사이비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국회의 권한을 조금도 강화시키지 못했다. 마치 문제가 정치개입 하나인 것처럼 하고 있는데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개입 금지는 이미 법조문에 나와 있고 각호로 규정해 금지, 처벌하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법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문제는 정치개입만이 아니라 아까 말한 3종세트(선거개입, 인권침해, 부패비리)가 비밀주의에 비례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런 요소들을 원천 차단 하는 식으로 돼야 한다."

- 국정원에 대한 통제장치가 상당히 허약한 수준인데 외국은 어떤가.
"한국의 국정원이 세계에서 가장 권한이 집중된 정보기관이다. 외부감시 및 통제가 가장 없다. 권한은 제일 세고 통제는 가장 약하다. 국정원의 권한이 센 이유는 국내정보기관과 국외정보기관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모두 분리돼 있다. 구소련이 과거 KGB로 통일했지만 지금은 구별해놓았다. 캐나다 호주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이게 하나로 뭉쳐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정보기관들이 그랬다. 전체주의 정권에서는 그랬다. 우리가 민주국가라면 이걸 분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분리하자고 하면 테러와 국제조직범죄 때문에 합쳐야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민주주의 비용으로 봐야 한다. 분리하지 않으면 비밀정보기관은 괴물이 된다."

- 비밀정보기관의 통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되는 곳은 어디인가.
"의회통제를 가장 강력히 실시하는 데가 미국이다. 캐나다는 의회보다 전문가 기구에 의한 통제를 강력히 발전시켰다.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우리는 미국모델이 맞지 않나 싶다. 국회 정보위를 강화하는 게 현실적 대안 아닌가 싶다. 민주당이 이번에 국정원 개혁안을 내면서 국내정보기관과 해외정보기능을 분리하자고 했는데 국내정보기관은 안행부 산하로, 해외정보기관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산하에 두면 된다. 외교안보통일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인식하면 가능한 일이다. 두 기능을 통합하고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과하다."
Posted by 어니엘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