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1.07 <중앙>, "참여재판 배심원 믿지 못할 이유 없다"더니...

<중앙>, "참여재판 배심원 믿지 못할 이유 없다"더니...

[取중眞담] 1년 전 '참여재판 강화' 응원했다가 지금은 바뀌어

13.11.07 13:46l최종 업데이트 13.11.07 14:01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관련 사진
지난 10월 25일 <중앙일보> 보도
ⓒ <중앙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조선일보>에 이어 <중앙일보>도 국민참여재판(아래 참여재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최근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잇따라 무죄 평결을 내린 게 화근이 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보도한 6건의 기사를 통해 "법리·팩트보다 배심원의 '감정적' 판단에 재판부가 휘둘린 것 아니냐", "참여재판에 붙이는 사건 종류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두 사건의 배심원 평결 결과를 비판했다.

지금은 참여재판에 칼날을 겨누는 모양새지만 약 1년 전만 해도 이 신문은 기획기사와 칼럼·사설을 동원해 해당 제도를 응원했었다.

'감성 재판' 우려? 1년 전에는 "배심원 판단 신뢰성 높아"

2012년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중앙일보>는 '국민참여재판 5년, 국민 법감정 해부'라는 기획보도를 3회에 걸쳐 지면에 실었다. 참여재판 현황 분석, 배심원·법조인 인터뷰, '그림자 배심원' 체험 등 다양한 기사를 통해 그야말로 5년간의 참여재판 흐름을 대 해부했다. 그러면서 판사·검사·변호사의 말을 빌려 "배심원 평결은 신뢰할 만했다", "배심원이 온정적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 "참여재판 대상 사건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건전한 상식의 배심원, 믿지 못할 이유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일반인 배심원들이 감정에 휩쓸려 정확한 법률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지닌 배심원'의 판단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게 참여재판 경험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참여재판을 담당했던 80명의 법관 설문조사에서 92.3%가 '배심원 평결에 동의했다'고 답했다면서 "배심원 만장일치 사건에서 내 결론과 배심원 판단이 달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설범식 부장판사의 말도 소개했다. 이 칼럼은 "본지가 지난 5년간의 참여재판 판결문 546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배심원 판단의 신뢰성은 매우 높았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글을 맺었다.

"사실 전문 법관에 의한 재판과 배심원이 참여한 재판 중 어느 쪽 결론이 더 옳은지를 딱 잘라 말하는 건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배심원 판단을 못 믿겠다는 시각은 틀렸다고 본다. 지난 2개월간 546건의 참여재판 판결문을 분석하고 수십 명의 법조인·배심원을 만나 취재한 결과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이다."

이랬던 <중앙일보>가 유독 최근 참여재판으로 진행된 두 사건에 대해서는 '배심원 평결이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배심원 판단을 못 믿겠다는 시각은 틀렸다고 본다"던 1년 전 보도와 달리, "'나꼼수' 무죄, 법리·팩트보다 감성 평결", "배심원 정치성향에 흔들릴 사건, 참여재판하는 게 맞나"라는 제목의 기사 등을 지면에 실었다.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사건을 참여재판으로 진행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말들도 전했다.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 존중해야 한다"면서... 안도현 재판 다른 잣대 들이대

기사 관련 사진
지난해 9월 7일자 <중앙일보> 기사
ⓒ <중앙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지금 이들은 "정치적"이고 "민감하다"는 이유만으로 앞서 보도해온 사실과 논리를 전부 뒤집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 대해 참여재판 배심원단은 1대8 또는 4대5로 유·무죄 의견이 갈렸다. 재판부는 죄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인 평결 내용을 존중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기획보도 때 "배심원과 법관의 양형 판단이 일치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배심원의 신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배심원단과 재판부의 판단이 어느 정도 일치한 이번 재판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

안도현 시인의 참여재판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그에 대해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그런데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7일 안 시인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허위사실 공포 혐의는 '무죄', 후보자 비방 혐의는 '유죄'를 선고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기획보도 때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은 사법부가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소개했다. "적어도 만장일치 평결에 대해선 기속력(강제력)을 줘야 한다"는 설범식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말도 전했다.

그런데도 안도현 시인 관련 참여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재판부가 평결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연기한 것을 사실상 옹호했다.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전 보도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Posted by 어니엘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