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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1 '빚' 절반 탕감해준다는 정부의 제안,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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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40대 후반인 A씨는 일용직이다. 지금껏 모아둔 재산은 전혀 없는 데다, 현재 보증금 없는 월세 방에 살고 있다. 일용직으로 한 달 꼬박 일해 손에 쥐는 돈은 100~120만 원 수준. 이렇듯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빚. IMF가 터지면서 사업에 실패한 그는 4개 금융회사에서 총 7000만 원(원금 기준)의 빚이 남았고 지금까지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3월 29일 생활이 어려워서, 큰 목돈이 필요해서, 피치 못한 사정으로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는 것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은 출범 초기 신용대출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주고 대학생 학자금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물론 고금리로 받은 대출을 낮은 금리 대출로 전환해준다는 등 빚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으로 들릴 만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홍보했다.

그렇게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지 1년, 과연 국민들은 빚에서 자유로워져 행복을 찾았을까?

앞서 사례에 등장한 A씨는 IMF 때 사진 자판기 사업과 통신사업 등을 하다가 실패했다. 사업 실패로 가지고 있던 논과 밭, 집을 경매로 다 날렸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업 실패가 준 시련은 혹독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처분했지만, 그러고도 7000만 원이라는 빚이 좌절에 빠진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채무독촉에 시달렸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어 빚을 갚는다는 생각조차 못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살던 그에게 지난해,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정부가 채무를 오래 연체한 사람들의 빚을 일부분 탕감해주고 나머지만 이자 없이 갚게 해준다는 소식이었다.

국민행복기금 소식에 기뻐했던 그가 실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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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균 소득 40만 원도 안 되는 채무자들에게 한 달에 5~10만 원씩 내라고 하는 곳의 이름이 국민행복기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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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만 원인 원금과 15년여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불어난 이자 탓에 빚을 갚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A씨는 원금의 절반과 이자를 면제해주고 나머지 원금의 절반을 10년에 걸쳐 나눠 갚으면 된다는 소리에 희망을 품었다. 비록 일용직으로 한 달에 100~120만 원을 버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조금씩 아껴서 생활하면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지긋지긋한 빚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A씨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지난해 4월 23일 가까운 농협을 찾아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고 지원 승인이 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차에 국민행복기금으로부터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그의 신청이 승인됐고 약정서에 사인을 해 우편으로 되돌려 보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뭔가 좀 이상했다. A씨는 모든 채무가 포함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의 채무 중 N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5000만 원과 S은행에서 대출받은 1500만 원이 누락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론 N은행과 S보증보험에 진 채무 350여만 원만 국민행복기금 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이었다.

N보증기금 채무와 S은행의 채무가 빠진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은 A씨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다시 실망에 빠졌고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을 신청할 필요조차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우편물도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국민행복기금에서 같은 내용으로 우편물이 왔지만, 그는 이번에도 우편물을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말, 난데없이 법원등기를 받았다. 국민행복기금에서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이다. A씨는 너무나 놀랐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를 위한 곳 아니었나? 내가 국민행복기금 승인 약정서에 사인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내 채권자가 국민행복기금이 되어있고 지급명령을 신청 할 수가 있지?"

게다가 지난 4일에서야 N은행과 S보증보험의 채무가 국민행복기금으로 양도되었다는 양도 통지서를 받았다.

출범 1주년, 25만여 명 채무조정 지원했다지만...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행복기금 출범 1주년 성과 및 행사 개최 계획'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까지 25만여 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고 당초 목표 대비 3.8배를 초과달성했다'고 한다. 총 채무원금 1.8조 원 중 0.9조 원을 감면(51.8%)하였고, 1인당 평균 573만 원이 감면되었다고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짧은 기간에 놀랄 만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행복기금 조정 대상자의 연평균 소득은 456만 원이고 평균 채무는 1108만 원, 평균 연체기간도 6년 2개월이나 된다. 또 60대 이상 고령층 대상자가 전체의 10%로 이전의 한마음, 희망모아 등 다른 채무조정 프로그램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국민행복기금은 이들의 채권을 채권사들에게서 채무원금의 3%~5%에 사온 뒤 채무자로부터 원금의 50%를 받아낸다. 예를 들어 B라는 사람이 C은행에 1000만 원의 채무가 있다면 국민행복기금은 채권 금액의 3~5%인 30~50만 원에 채권을 사와, 원금의 50%를 감면한 500만 원을 채무자로부터 10년간 받아내는 것이다. 일부에선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지만, 어떤 부분이 더 도덕적 해이인지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월평균 소득 40만 원도 안 되는 채무자들에게 한 달에 5~10만 원씩 내라고 하는 곳의 이름이 국민행복기금이라니... 결국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한 이들은 10년 동안 채무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한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는 것이 오히려 짐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빚을 갚으라니...

또 앞서 언급한 A씨처럼 국민행복기금 조정대상자가 돼도 국민행복기금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외대상 채무가 너무 많아, 결국 개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다.

결국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을 하기로 한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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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행복기금 홈페이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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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민행복기금 운영기관인 캠코의 권영대 서민금융총괄부장은 지난 4일 <SBS 한수진의 전망대>와 한 인터뷰에서 "4200여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지원 대상 채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그러면서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채권과 또 협약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행복 기구가 매각을 하지 않은 채권은 지원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이러한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의 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그렇다고 해도 약정을 거부하거나 연체를 하는 이들에게 법적으로 소송까지 하는 건 도에 지나친 추심행위와 법적 조치로 채무자를 우롱하며 부실채권을 사들여서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 채권사들이나 대부업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채무자들 또한 감면 해준다는 이야기에 본인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국민행복기금을 무조건 신청하는 건 위험하다. 채무상담 등을 통해 보다 더 객관적으로 본인의 상황을 파악한 뒤 공적 채무조정제도인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등의 제도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빚 때문에 재산도 다 날리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10여년 동안 시달리던 A씨. 그는 아주 잠시 국민행복기금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민생연대와 상담을 한 뒤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을 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조인숙 기자는 민생연대 상담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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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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