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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과 SK, 아웃카운트 하나와 맞바꾼 양심

삼성과의 경기에서 '공없이 태그'... 비양심적 플레이 논란

15.07.10 08:32l최종 업데이트 15.07.10 08:5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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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SK 와이번스-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말 위기를 넘긴 SK 김광현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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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에이스 김광현이 뜻하지 않은 눈속임 플레이로 도마에 올랐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눈부신 역투도 한순간의 미숙한 대처로 빛이 바랬다.

김광현은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경기에 선발 등판해 7.2이닝간 10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1인 8회 2사 상황에서 교체되며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김광현의 투구보다 팬들의 시선이 몰린 장면은 따로 있었다. 양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말 2사 2루에서 삼성 박석민이 김광현을 상대로 내야에 뜨는 타구를 쳐냈다. 공이 3루쪽 다소 어정쩡한 위치에 떨어지면서 김광현과 1, 3루수까지 모두 타구를 처리하기 위하여 달려왔으나 잡지못하고 바운드가 됐다. 이 틈에 최형우가 홈까지 쇄도했으나 김광현이 재빨리 태그하면서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그대로 삼성의 공격이 끝나면서 공수교대가 이뤄졌다.

공없이 태그한 김광현... 심판과 삼성도 눈치 못 채

그런데 TV 중계로 잡힌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당시 타구가 바운드된 이후 김광현이 아니라 SK 1루수 브라운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장면이 잡혔다. 결국 김광현은 공없이 태그를 했던 것이고 최형우는 세이프가 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누구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김광현과 브라운의 동선이 겹친데다 동시에 공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심판은 순간적으로 누구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는지 보지 못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공을 잡으려는 타이밍에 바로 주자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김광현이 글러브를 뻗은 관성 그대로 얼떨결에 최형우를 태그하는 동작까지 워낙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주자 최형우나 삼성 벤치에서도 전혀 상황을 인지 못하고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을 정도였다.

만약 주심이 이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삼성의 선취점이 인정되고 2사 1루의 기회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날 삼성이 2-1로 역전승하며 이 장면이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내 아슬아슬한 1점차 승부였던 것을 감안하면 자칫 이 플레이 하나로 경기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기에 그저 가볍게 넘기기도 어려운 장면이다.

경기 후 김광현의 플레이는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팬들은 김광현의 거짓 태그가 명백한 기만행위이자 비매너 플레이라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눈속임 동작 어물쩡 넘어가버린 건 비양심적 행동

사실 김광현이 처음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말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장면이었고, 마음이 급하다보니 몸의 관성이 이끄는대로 본능적으로 태그 동작을 취한 것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무도 자신의 눈속임 동작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알자, 김광현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그대로 어물쩡 넘어가버렸다. 이는 명백히 양심을 속인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비단 김광현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공을 실제로 캐치했던 1루수 브라운이나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봤을 다른 SK 내야수들도 진실을 속이는 데 동참한 셈이다. 만일 SK가 이날 경기를 이겼더라면 이 눈속임 장면은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물론 김광현이나 SK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시만 해도 분명히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는 분위기였고 자연스럽게 공수교대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자칫 실점이나 팀의 승패와도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인지라, 누구든 SK 쪽에서 먼저 나서서 양심고백을 하기도 애매한 타이밍이었음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기계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축구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는 지난 2012년 나폴리에서 뛰던 시절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으나, 곧바로 주심과 직접 대화를 나눈 뒤 득점이 취소됐다. 클로제가 손을 사용하여 골을 넣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주심에게 먼저 고백했기 때문이다.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클로제의 솔직한 양심고백은 아군과 상대팀에게 모두 박수를 받았다. 결과지상주의가 판치는 승부의 세계에서 클로제의 행동은 지금도 종목을 넘어서 페어플레이의 본보기로 회자되고 있다.

김광현 정도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이자 팬들의 시랑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로서 좀 더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와 맞바꾼 대가로 김광현과 SK는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꼴이 됐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수는 있는 법이지만 너무나 아쉬운 대처가 아닐 수 없었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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