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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 정말 '직'을 걸었나

'조건부 특검'도 얻지 못한 여야 4자회담... 박 대통령 인사강행에 숨은 의도는?

13.12.04 10:53l최종 업데이트 13.12.04 10:5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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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 나서는 여야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4자회담이 또 다시 성과없이 종료된 뒤 굳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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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예상대로였다. 3일 밤 공개된 여야 4자회담의 합의내용은 현 정국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확인 시켜 줬다. 여야 대변인은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마치 성과를 도출한 것처럼 말했지만 야당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고, 여당은 '윗분'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 따랐다. 그 결과 국민의 과반수가 지지하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은 언제일지 모를 추후 협의사항으로 남겨졌다.

4자회담 합의 소식을 전하는 양당 대변인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들은 '국정원 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위원장은 야당이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기로 했고 위원장은 여당이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번째로 내년도 예산안은 연내에 처리하기로 했다고, 마지막으로 '특검'은 추후 협의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후 협의에 대한 기대는 지금 이순간 야당도 여당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라는 막강한 카드를 가지고도 야당은 특검을 쟁취하지 못했다. 같은 선상에서 예산안이라는 막강한 카드를 가지고 여당은 야당에게 '특검'을 주지 못했다. 처음부터 언론에 소개된 4자회담의 '빅딜' 카드는 '여 특검 수용, 야 연내 예산안 처리'였다. 야당은 예산안 처리를 수용했다. 여당은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1차 회담 때 김한길 대표는 고성을 지르며 책상을 쳤다지만 드러난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1차, 2차 회담 직후 '결국 잘 될 것'이라고 했던 새누리당의 말처럼 돼 버렸다. 민주당이 그토록 주장하고, 안철수 의원도 주장하고, 시민단체, 종교단체에서 그토록 요구했던 '특검'은 후순위로 밀려 협의되지 못했다.

과연 '국정원 특위' 구성이라도 얻어낸 것을 4자회담의 성과로 봐야 하나? 지난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직후 새누리당의 공개된 입장은 이미 '특위 OK, 특검 NO'였다.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를 공전시켰던 민주당은, 11월 19일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론에 정말 어렵게 도달한 셈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민주당은 먼저 내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시민단체와 특검을 요구하는 일반 여론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특검은 민주당만의 요구사항이 아닌 정의당, 안철수 의원, 시민사회진영이 함께 구성한 '범야권 연석회의'에서 공식 주장한 요구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예견된 결과, 야당 대표는 진짜 '직'을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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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4시간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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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의 허무한 합의는 이미 지난 2일에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4자회담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놓고 민주당에서 강력 반대했던 문형표 복지부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해명하지 못했다. 야당의 '인준불가' 주장에는 명분과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를 뒤로 하고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언론에서는 이날의 임명을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정면돌파로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나 이는 난센스다. 직전 감사원장, 검찰총장은 원해서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감사원장은 언론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사퇴했다고 보도했고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을 둘러싼 망신주기 등으로 사퇴했다.

이들의 사퇴는 강요된 것이었다. 이 정부가 국정공백을 걱정했는지 의문이다. 복지부장관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뒀다. 그는 친박의 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임명강행에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고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 청와대도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이날의 '대놓고 국회 무시하기'의 진정한 의도는 어디에 있었는지 민주당은 고민했어야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 도입'과 '문형표 불가'를 강하게 주장했다. 전자는 새누리당, 후자는 청와대에게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렵게 개최된 여야 4자회담에서 특검을 논의하던 바로 그 순간,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정확하게는 회담 순간을 기다렸다가 임명을 강행했다. 그 임명의 의미는 단순하다. 청와대는 야당과 협상하지 않으니 새누리당도 새겨 듣도록!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현 시국을 제대로 지적했다. 심 의원은 3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수용은 안 된다는 것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과 황우여 대표에 대해서도 함부로 나서지 말라며 야당과 함께 찍어 누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이날의 임명강행을 비난했다.

그리고 3일에는 2차, 3차 '4자회담'이 연속해서 열렸다. 밤 늦게 개최된 4자회담은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형표 임명강행에서 보여준 '타협불가' 사인이 있었기에 만일 '특검'에도 합의한다면 그것은 결국 '조건부 특검'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합의 결과는 야당에게는 재앙이다. 조건부 특검도 얻어내지 못했다.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는 약속, 그것이 전부였다.

무력한 야당의 적나라한 현실, 미소짓는 안철수

이번 4자회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 주 '촛불'의 성난 목소리는 박근혜뿐 아니라 허무한 결과에 합의한 민주당에게도 향할 듯 싶다. 박근혜 정부에게서 그동안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한 김한길호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셀 것이다. 국회 보이콧, 노숙투쟁, 천막투쟁, 거리투쟁 등 구호만 화려했지 실상 얻어낸 것이 없었다. 심지어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엄중한 사태와 관련해 요구했던 '박근혜 사과'조차도 받지 못했다.

가장 집중했던 사안조차도 허무하게 내준 민주당은 무력한 제1야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나 홀로' 여론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신당의 깃발을 들려 하고 있다. 이번 특검 파문에서 안 의원은 자유롭다. 그는 계속해서 '특검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함으로써 독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준 것이 이번 합의의 의도치 않은 성과라고나 할까.

본질적인 질문 하나, 과연 김한길 대표는 '특검'을 진정으로 요구했던가. 상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세훈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채동욱, 역시 상관과 투쟁하면서 공소장을 변경한 윤석열만큼 민주당은, 김한길은 특검을 요구하며 투쟁했던가.

김 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결연하게 책상을 내리쳤지만 특검을 '추후협의' 사항으로 양보했다.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직'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특검을 지켜봤다. 이제 민주당 의원들이 아닌, 국민들에게 왜 추후에 협의하기로 했는지 설명해야 할 차례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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