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대변인님께

요즘 많이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하루도 쉬지않고 나오는 의혹들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진실성 없어 보이는 말을 해명이라고 하시는 걸 보면,

말벌집 채집보다 훨씬 더 힘든 극한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발기부전제라는 걸 세상이 다 아는 마당에

비아그라를 고산병치료제로 속여야 하고,

잠이 보약”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등등

대통령이 한 말을 안했다고 우겨야 하니 말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만든 그 해명들을

국민들은 전혀 믿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거짓말이라는 것도 상대가 믿기를 바라고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죄다 거짓말이라는 걸 들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기생충을 많이 상대하다보니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을 좀 아는데요,

걸려도 괜찮은 것들은 좀 인정하시길 바랍니다.

예컨대 길라임이란 닉네임을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건 루머고,

해당 병원 간호사가 만들었다고 해명한 적 있지요?

일개 간호사가 감히 대통령의 닉네임을 만든다는 건 상상이 안가고,

대통령께선 드라마 매니아로 알려져 있으니

직접 만들었을 확률이 더 높지 않습니까?

전 길라임을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욕먹을 이유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드라마가 하나 뜨면 다들 그런 식으로 닉네임을 만들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인정을 안하고 거짓말을 해버리면,

대변인님이 하는 모든 말을 안믿을 거 아닙니까?

 

 

소설가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거기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자질구레한 모든 요소가 사실적이면, 거짓된 결론을 사람들은 저절로 믿게 된다.” (73)

큰 거짓말을 위해선 자질구레한 것들은 진실이어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비아그라라든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같은 말은 철저히 거짓해명을 하더라도

잠이 보약이라든지 길라임같은 것들은 과감히 인정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그래도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진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이렇게 신뢰가 쌓인 뒤 대변인님이

대통령은 세월호의 7시간 동안 프로포폴에 취해 있었다라고 말하면

다들 믿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약간 불리한 사실들은 그대로 인정해 주시거나,

굳이 해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청와대에 새로 만든 팩트체크’, 그것도 당장 없애세요.

다들 구라체크로 아는데 거기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뭐가 있나요?


앞으로 사소한 의혹엔 이렇게 대응해 달라고 예를 듭니다.

-길라임 작명; 대통령님이 지은 게 맞습니다. 대통령님이 드라마 매니아거든요. 한번 꽂히면 관저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본다니까요. 문화를 사랑하는 분이신 거죠.

-비아그라 구입; 대통령님 주변에 죄다 나이든 사람들밖에 없잖아요. 더 묻는 건 사생활 때문에 안됩니다. ,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게 맞아요.

-잠이 보약이란 발언에 대해;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그럼 뭐합니까? 참고로 대통령님은 자신이 잠자는 관저의 공주인 줄 알아요.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에 대해; 대통령님은 돈을 뜯고 나면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이제 김영재 원장님께 한 말씀만 드릴게요.

원장님은 세월호 당일에 골프치러 갔다고 하면서 하이패스 기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프로포폴을 쓴 기록이 공개되니까 장모님한테 썼다고 했습니다.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고 하니까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했고요.

증거를 들이대면 또 다른 말로 둘러대는 것,

이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프로포롤을 썼는데 10-20분만에 모든 걸 다 끝낼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장모님이 왜 굳이 휴진하고 골프 가는 사위를 붙잡고

다른 날 해도 되는 시술을 했을지 더욱 의심이 갑니다.

장모님이 간 적이 없다고 부인하시면 또 다른 사람을 언급하겠지요?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차움병원 원장은 의료인은 거짓말을 안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의료인이 상대적으로 거짓말을 안하는 건 사실일 겁니다.

거짓말은 필요한 사람이 하는 건데, 의료인에겐 거짓말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보세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차움병원 병원장 (내부 제보자에 의해 거짓말인 게 탄로났죠),

그리고 김영재 원장님까지, 막상 일이 터지자 관련된 모든 의료인들이 거짓말을 하죠.

 

 

지금 국민들이 제일 알고 싶은 건 박대통령의 7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게 참 희한합니다.

그날의 진실이 뭐든지간에 이미 대통령은 사실상 끝난 분이거든요.

김무성을 보세요. 침몰하는 배라고 생각하니 잽싸게 탈출하지 않습니까?

사정이 이렇다면, 국민들의 궁금증이나 속시원하게 풀어주십시오.

진실을 알 위치에 있는 의료인이 침묵함으로써

국민들이 화병으로 쓰러지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최순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의리 지키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

혹시 원장님도 박대통령한테 받을 게 더 많아서 거짓말로 감싸주는 건가요.

부탁드립니다.

이미 땅에 떨어진 의료인의 긍지를 원장님이라도 좀 지켜 주십시오.

후배 의료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