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찌라시' 결론 수순밟기
'박근혜 가이드라인' 이후 옴짝달싹 못 하는 검찰 수사
곽재훈 기자 2014.12.10 13:43:38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10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정 씨에 대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의 진위를 가리는 수사가 막판으로 접어들었다. 사실상 '해당 문건은 찌라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해당 보도에 대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했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VIP 측근 동향' 문건 내용의 골자는, 정 씨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 또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비서관·행정관들과 회동을 갖고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흑막이라는 것이다.
해당 비서관·행정관들과 정 씨가 이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문건에 담긴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한 축이 됐다. 검찰에서 이 명예훼손 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다.
해당 비서관·행정관들과 정 씨가 이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문건에 담긴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한 축이 됐다. 검찰에서 이 명예훼손 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다.
일부 언론에서 문건 내용의 진위보다 더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 '문건 유출 경위'는 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하고 있다. 이 부분 수사와 관련해서는,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들고 나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보관하던 문건이 다른 경찰관들에 의해 언론 등에 유출된 것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제보자 박동열 "박관천에게 찌라시에서 들은 얘기 해줬다"
검찰 관계자 또는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VIP 측근 동향' 문건은 출처가 불분명해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문건을 작성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 경정 2명만이 '신빙성 있는 내용'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문건을 직접 작성한 박 경정에게 해당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이날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인에게 듣거나 찌라시에서 본 얘기를 박 경정에게 해줬을 뿐'이라고 했다. 박 전 청장은 "'정윤회 씨가 가끔 청와대 사람들을 만난다'는 얘기는 박 경정에게 했으나 그 다음 단계부터는 박 경정이 완전히 소설을 썼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의 진술이 서로 달라 대질조사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청장은 "박 경정에게 '강원도에 있는 정 씨가 가끔씩 오토바이를 타고 와 청와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 장소는 성수대교 남단에 있는 식당'이라는 얘기를 해준 것은 맞다"면서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 모임의 참석자도 아니고 실체도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이정현 의원 관련 내용의 출처도 찌라시이며, 김덕중 전 국세청장 관련 내용은 십상시 모임이 아니라 국세청 고위간부에게서 나온 말인데 잘못 전달됐다고 그는 말했다.
박 전 청장은 "박 경정이 검찰 조사에서 '형님, 조 비서관이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을 때 비서실장 교체설에 대해 형님이 많은 얘기를 해 주지 않았습니까?' 하더라"며 "그래서 내가 '찌라시에서 봤다. 당시 찌라시에 다 나오던 얘기 아니냐. 내가 언제 정윤회 씨를 만났다고 했느냐'고 반박했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자주 만났다는 <세계일보> 보도(☞관련기사 : '정윤회 문건' 정보 제공자는 안봉근?)에 대해서는 "청와대로 들어간 이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靑 가이드라인 그대로…조응천은 왜 '6할 이상' 주장했나?
핵심 관계자인 박 전 청장이 이같이 진술함에 따라 △박 경정이 박 전 청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라도 했거나, △박 전 청장 외에 다른 제보자로부터도 문건 내용을 들었다고 하지 않는 한 'VIP 측근 동향' 문건은 '찌라시에 근거를 둔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검찰 소환에 응한 정윤회 씨에 대해 검찰은 십상시 모임이 실제 있었는지, 세칭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비서진들과 접촉이 있었는지 물을 예정이지만 정 씨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박 대통령 및 청와대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가)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 정윤회 "불장난 춤춘 사람 다 드러날 것")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박 전 청장과 정 씨의 진술에만 따라 문건의 원 출처를 찌라시로 규정하기에는 걸리는 점이 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고 한 부분이다. (☞관련기사 : 정윤회 전화 안 받으니 이재만이 받으라 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지검 공안부장도 지냈고, 국정원 근무 경력도 있다. 박 경정 역시 대기업 등의 범죄를 전담할 목적으로 경찰청 본청에 2010년 신설된 지능범죄수사대 대장을 지내는 등 수사 경력을 인정받는 경찰관이다. 박 경정은 지난해 초 있었던, 사상 초유의 국세청 본청 압수수색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같은 이력으로 볼 때, 박 전 청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대로 '찌라시에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다'고 박 경정에게 말했다면, 이들이 이를 토대로 김기춘 실장에게까지 올릴 보고서를 만들고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까지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출처는 찌라시', '루머'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진술을 감히 누가 할 수 있겠냐고 하고 있다. 박 전 청장의 진술에 대한 의혹 제기이자, 박 대통령이 내린 가이드라인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검찰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신문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출처를 '찌라시'라고 지목한 가운데, 누구보다 권력의 풍향을 잘 아는 박 전 청장이 검찰 조사에서 다른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녹취나 사진이 있지 않은 한 대통령 말대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