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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계파 패권 때문에 탈당", 문 "민주당 쪼갠 건 안철수"

마지막 TV토론에서 2년 동안 못했던 말 꺼낸 문재인과 안철수

17.05.03 00:31l최종 업데이트 17.05.03 00:36l
 
 마지막 대선토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공방을 벌이는 모습
 마지막 대선토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공방을 벌이는 모습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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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서로 활짝 웃으면 함께 찍은 사진이 많지 않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안 후보가 사퇴하며 문 후보로 단일화 된 이후 몇몇 유세 현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 외에 다른 사진은 찾기 어렵다. 이후 신당 창당을 추진하던 안 후보가 민주당과 통합하며 두 후보는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함께 카메라 앞에 설 일은 드물었다.

반면 서로 냉랭한 모습의 사진은 꽤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7월 안 후보는 재보선 참패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 2월 문 후보는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문 후보는 대표 취임 두 달 만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책임론에 시달렸다. 문 후보는 '당 혁신'을 내세워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이후 두 후보는 그해 12월 안 후보가 탈당하기까지 당 혁신을 놓고 수차례 반목을 거듭했다.

결국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두 사람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져 총선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분열세력으로,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패권세력으로 공격했다. 두 사람의 직접적인 공방보다 각 당 차원에서 벌어진 다툼이었다. 서로 견제하고 비판했지만 2년 전 당이 갈라지는 사건에 책임을 놓고 두 후보가 맞붙을 일은 없었다. 서로를 직접 거론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문 "국민의당은 안철수당 아닌가", 안 "문 후보 돕던 대표들 다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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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TV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당시 사건을 놓고 처음 감정이 드러나는 공방을 벌였다. 2년 가까이 흘러 대선 후보 토론회에 마주 서서 마음속에 있던 얘기를 적나라하게 꺼내 든 것이다. 짧은 논쟁이었지만 날이 서 있는 말들이 오고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분열의 책임을,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패권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먼저 안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가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적폐라고 본다"라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권세력이 집권하면)5년 내내 정말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정말로 중요한 미래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라며 "앞으로 10년 간 우리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다, 정말 잘하지 않으면 추락하고 망하기 직전까지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말이었다. 이에 문 후보는 패권세력의 폐해를 묻는 질문에 "공감한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당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계파 패권주의 (폐해를) 말 할 수 있나?"라고 역공을 펼쳤다. 이어 "(안 후보가) 국민의당 창업주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자체가 안 후보의 패권으로 만들어진 당이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나와 손학규 전 대표, 최근 김종인 전 대표까지 문 후보를 도왔던 전직 당대표들이 모두 당에서 나왔다"라며 "정치인들에게 탈당은 정말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다. 그분들 모두 계파 패권주의 때문에 나왔다고 한다"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문 후보는 "당을 쪼갠 분은 안 후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곧장 "당을 쪼갠 건 문 후보라고 생각한다"라고 맞섰다. 두 후보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한 부분이다.

이어 안 후보가 "오늘 이야기 할 건 이런 얘기가 아니다. 어떻게 국민들을 제대로 통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게 주제"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또 다시 "당 쪼갠 사람은 안 후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안 후보는 "당에 계파 패권주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겠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우리 당은 지금 똘똘 뭉쳐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안 후보의 공세가 계속됐다. 그는 민주당의 통합정부추진위원회와 관련해 "국민적 통합이라기보다 당내 계파통합을 위한 위원회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통합이라는 것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지, 정치권끼리 손잡는 건 통합이라고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대표가 국민의당 공동정부추진위원장을 맡아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과 공동정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겨냥한 말이다.

2015년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악수하는 문재인-안철수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주제로 2017 한국포럼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문재인-안철수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주제로 2017 한국포럼이 열린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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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이번 공방은 당시 안 후보의 탈당과 창당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문 후보는 2015년 4.29재보궐 선거 지역구 4곳에서 모두 패한 후 주승용 당시 최고위원(현 국민의당 원내대표)을 중심으로 한 소위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에게 사퇴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문 후보가 취임한지 2달여 만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되지 않자 문 후보는 7월부터 당 혁신을 약속하고 이를 위한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혁신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했던 사람이 안 후보였다. 당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만나 혁신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고 안 후보가 수락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음날 안 후보는 혁신위원장을 맡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혁신위원장을 맡은 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두 달여에 걸쳐 계파주의 청산, 시스템 공천을 주요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놓았다. 이후 김상곤 혁신안은 당의 조직강화특위, 중앙위원회 등을 거쳐 당헌당규에 명시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의 혁신안을 비판하며 자신의 혁신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당시 김 위원장의 혁신안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낡은 진보 청산', '부정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이라는 자신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당의 인재영입위원장, 수권비전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역할을 맡아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안을 실행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를 거부했다. 그 사이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혁신안 통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문 후보는 이를 '재신임' 카드를 통해 돌파했다.

이후 안 후보가 자신의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이어가자 문 후보는 소위 '문안박연대(문재인, 안철수, 박원순)'라는 공동지도체제 구성을 다시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수락했지만 안 후보는 다시 거부했다. 거꾸로 안 후보는 사실상 문 후보의 대표직 사퇴를 전재로 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다시 열자는 주장이었다.

문 후보는 당시 당밖에 있던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민주당 상임고문까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전당대회'는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혁신전대가 수용되지 않으면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시사했다. 문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안 후보의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탈당을 선택했고, 이어 호남을 중심으로 한 '반문(반문재인)' 의원들이 안 후보 쪽에 합류하며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처럼 사실상 문 후보가 당대표가 된 이후부터 두 후보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지난 2012년 대선에 함께 출마한 순간부터 평행선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또 이날 토론회의 공방은 두 후보가 달리는 선이 앞으로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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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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