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모습 화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치분야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치분야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적절한 답변으로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대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등의 질문에 때로는 정곡을 찌르고, 때로는 말문을 막는 답변을 했다. 핵심 질문과 답변을 영상과 녹취로 정리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최근에 MBC와 KBS 불공정 보도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잘 안 봅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도 좀 보십시오. 그래야 세상 돌아가고 문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고를 알 수 있습니다.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가 장악하는 방송, 현 사장이 운영하는 방송 어느 게 더 객관적이겠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꽤 오래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제 말씀에 답변이 아닌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중에 어느 게 객관적으로 될 수 있겠습니까. 언론노조가 장악한 방송이 객관적으로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누가 장악했느냐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만, 저는 보도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가는 알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공정한 보도를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00년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노무현 정부 때도 동북아 균형자 한다고 했는데 무슨 균형을 그때 잡았습니까. 한미 동맹만 망쳐놓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햇볕 정책도 동북아 균형자도 얻은 게 뭡니까. 핵과 미사일입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지난 9년 동안 햇볕정책이나 균형자론을 폐기한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걸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는 게 좀 뜻밖인데요. 제가 지나간 일을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현 정부는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습니까.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 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고, 결국 왕따 신세만 자초한 거 아닙니까.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 안보 전략인지 답변해보세요.”

이낙연 국무총리 “김성태 의원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이런 식으로 선심성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안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이낙연 국무총리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저희들도 불행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수혜자일 수 있겠습니까?”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총리께서는 지급 수십조씩이나 퍼붓고 있는 복지 예산을 늘릴 때라고 보십니까 안보 예산을 늘릴 때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안보 예산도 필요한 건 늘려야 되겠죠. 그리고 복지 예산 늘어난 것은 대부분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들이 공통으로 공약했던 사항들이 먼저 이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네, 총리 들어가십시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대법관 전원 일치 판결로 복역한 전 총리(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을 놓고 실세들이 법원을 공개적으로 성토해도 공식 입장 하나 내놓지 못하는 대법원이 무슨 삼권의 한 축이겠습니까. 한국은 의심의 여지 없는 제왕적 대통령 1인제입니다. 대통령 한 마디가 법이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권력의 맛은 도취적이어서 대통령의 언어는 남발됩니다. 만기친람은 필연입니다. 이런 제왕적 정치 문화 속에서 대통령이 자기 소신과 진영적 가치에 함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해서 겸허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도 총리처럼 국회에 출석해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벌이도록 개헌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총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개헌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 삼권분립이 무의미하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조금 전에 우리는 삼권분립을 체험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지명하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바로 인준을 받지 못한 사태가 있었지 않습니까. 삼권분립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