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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화여대 교수 240명 “박 대통령 즉시 사퇴” 시국선언


 

11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240명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국정 농단 관련자 엄벌, 대학 교육 정책 전면 혁신 등을 요구했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참상이 눈앞에서 전개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몇 개인이 상식을 넘어선 결속관계를 맺고 한 국가를 사유물처럼 주무른 것이 드러나면서 한 국가의 시스템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세세한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총체적 진실이 가려져 있을 수 있다. 사실 국가의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월호 사건 때부터 이미 분명하게 드러났던 일이다. 또한 현 정권은 민주주의, 남북 평화체제, 국민 전체의 복지라는 중요 과제에서 모두 퇴행을 거듭해 왔으며, 국민은 그간 쌓아온 성취가 눈앞에서 물거품이 되는 수모를 맛보아야 했다. 이에 대한 저항이 어떤 탄압과 마주쳤는지는 백남기 씨 사망 사건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퇴행과 억압이 국민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지난 총선의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가 짐작하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았던 현 정권의 부패, 부정, 무능과 관련된 구체적 사실이 지난 총선 후에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태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그간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나아가 지식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끼고 반성한다.
 

 

이화여대 교수들의 자괴와 반성은 사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육 현장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현재 이대는 정유라의 입학과 학사 관리 문제를 놓고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개인의 문제가 불거지기 오래 전부터 이화의 많은 구성원은 마치 정부의 시스템을 옮겨온 듯한 학교의 파행적 시스템에 주목해 왔다. 불통의 리더십으로 대학구성원의 의사는 무시한 채 대학의 상업화만을 추구한 최경희 전 총장을 선출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또 재임 기간 중에 올바로 견제하지 못한 것은 학내의 왜곡된 지배구조, 그리고 민주적이지 못한 사학 일반의 운영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재정지원을 미끼로 실시된 폭력적인 구조조정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인 무한 경쟁이 전개되었고, 이러한 연장선에서 치열한 업적 경쟁에 내몰린 대학 교수들은 진정한 대학의 역할과 의미를 정립하고 요구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포기하고 또 잃어버렸다. 현 상황에 가장 먼저 저항한 것은 부끄럽게도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의식하는 것 이상으로, 대학, 국가, 나아가 세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냈다. 

그러나 이화여대의 문제는 전근대적 운영 수준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국정을 농단한 세력은 이화여대의 학교 행정마저 농단했다. 장장 130년 간 한국 여성을 당당한 역사의 주체로 키워 온 이화여대의 빛나는 여정이 어처구니없는 헌정 파괴, 국기 문란과 국정 농단 세력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그저 참담할 뿐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엄청난 무능과 일탈로 인해 가장 크게 치명타를 입은 피해자이지만, 그와 동시에 교육기관으로서 당연히 한 점 의혹 없이 집행했어야 할 입시와 학사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여 학생들은 물론 국민 전체에게 크나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 준 가해자이기도 하다. 학자나 연구자이기에 앞서 교육자로서 이러한 잘못을 저지른 학교를 대신하여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또한, 환부를 도려냄과 더불어, 이화여대의 현 사태가 최경희 전 총장이나 몇몇 주변 교수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 속에서 배태되었다는 사실, 즉 현재의 학교 상황이 지적인 면에서나 시스템 면에서 그런 농단 세력이 자리 잡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나 국가의 대학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본질적인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우리 이화여대 교수들은 나라 전체의 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본다. 대한민국의 국기를 뒤흔든 현 사태는 몇몇 개인의 잘못을 넘어, 더 본질적인 구조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독재를 경험한 결과, 우리 사회의 곳곳은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고 비리로 가득 찬 네트워크를 통해 그 부와 권력을 서로 서로 나누고 보호하는 일부 최상층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목적도 불투명하게 급조된 재단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기부금을 요청받은 재벌기업이 그 요구를 들어준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반대급부를 기대한 연유인가? 검찰은 왜 자기조직조차 정화하지 못하고 국민의 불신을 받는가? 집권 여당은 이런 비선 조직의 실체를 밝혀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들의 충복이 되어주었는가? 야당은 왜 이런 위기의 순간에 정치적 손익을 먼저 계산하는가? 청와대는 물론,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어디에도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민의 공복을 찾기 힘들다. 바로 그런 진정한 공복의 부재, 시스템의 미비, 부와 권력의 끈끈한 유대가 최씨 일가의 농단이 가능했던 원인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 국민이 이 위기를 몇몇 개인과 집단의 처벌에서 끝내지 않고 국가 전체를 개조할 기회로 삼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 또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려 한다. 그런 노력에는 현재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도 동참해야 하는 바, 이 시점에서 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임질 것을 책임짐으로써 나라의 기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사퇴하라. 

극단적이며 부정한 방식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을 가장 가까이 두고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개혁을 주장하면서,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성과에 따른 퇴출이 불가피함을 역설한 바 있다. 박대통령이야말로 성과의 부진 자체를 따질 수 없을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일개 노동자가 성과에 따라 퇴출될 필요가 있다면 이런 거대한 물의를 일으킨 대통령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음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2. 국정 농단의 모든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하라. 

우리는 문제의 본질이 구조적인 데 있음을 알지만, 그런 구조를 구성하고 이용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들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농단의 주역들인 최씨 및 관련 가족은 물론, 대통령 자신, 재벌, 검찰, 국회의원 등은 조사를 받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며, 이들의 조사는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이 아니라 별도의 제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3. 교육부는 대학 교육 정책을 전면 혁신하라. 

교육부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이데올로기에 대학을 몰아가는 차원을 넘어서, 전근대적인 대학 구조조정방안을 강압적으로 실시하고,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의 자율적인 자기개혁역량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 국정 농단 세력이 대학 행정까지 농단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정책을 재검토하고 혁신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이화여대의 입시 및 학사 비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교육부 자체도 이와 관련된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오랜 기간 농성할 때 교정에 내걸었던 현수막에는 이런 글이 있다. “왜 부끄러움은 학생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이렇게 바꾸어서 묻고 싶다.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어야만 하는가?”국민은 먼저 부끄러움을 느끼고 먼저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길을 찾고 있다. 지난 11월 5일의 광화문 시위가 그 증거이다. 이제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들이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할 때다. 

2016년 11월 10일 


 

이화여대 교수 (가나다순) 

명단: 

 

강동민, 강미선, 강병철, 강신환, 강애란, 강제원, 강진옥, 강태경, 고광석, 고수영, 곽혜선, 권복규, 권종범, 권진숙, 권태상, 김경미, 김광현, 김남시, 김대호, 김도훈, 김동욱, 김동하, 김명준, 김미현, 김병진, 김보민, 김상준, 김성현, 김성호, 김성훈, 김수연, 김수인, 김수자, 김수진, 김애령, 김연수, 김영미, 김옥빈, 김은실, 김정우, 김찬주, 김혜령, 김혜숙, 김혜순, 남양희, 남원우, 남종국, 노상호, 노선숙, 노충래, 도현심, 마재신, 문형철, 민병원, 박경미, 박귀천, 박병천, 박선희, 박성연, 박성희, 박소정, 박승호, 박윤정, 박인원, 박준범, 박중기, 박지은, 박지형, 박진병, 박진선, 박찬길, 박통희, 박현애, 배재현, 배하석, 백소영, 백은미, 백준걸, 서석효, 서윤석, 서주현, 설경옥, 성순희, 손형진, 송영빈, 송은주, 송종우, 송태현, 송호신, 신나나, 신나영, 신동해, 신상규, 신승호, 신지선, 신하윤, 신형순, 신희섭, 심현보, 안선희, 안영호, 안재윤, 안지영, 안창림, 안현의, 양옥경, 양인상, 양종만, 양현혜, 양희동, 엄정애, 여운승, 여창열, 오만숙, 오송윤, 오영찬, 우용상, 우정원, 위대현, 유성경, 유성진, 윤석주, 윤석현, 윤정구, 윤하나, 윤혜린, 이강만, 이건정, 이건호, 이경림, 이공주복, 이광호, 이규성, 이대기, 이동환, 이선영, 이수안, 이숙진, 이승아, 이승연, 이승윤, 이승준, 이영민, 이옥주, 이윤경, 이윤희, 이은애, 이은용, 이일화, 이재경(여성학과), 이재경(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종국, 이주아, 이주희, 이준서, 이지애, 이지은, 이진, 이찬웅, 이필두, 이한새, 이형숙, 이혜성, 이혜용, 이화영, 임규연, 임동훈, 임미연, 임석원, 임혜숙, 장남수, 장남원, 장승환, 장원경, 장윤재, 장정은, 장한업, 전길자, 전동호, 전상범, 전주성, 정끝별, 정문종, 정병문, 정병준, 정익중, 정종우, 정준모, 정지영, 정최경희, 정하연, 정혜욱, 정혜원, 정호영, 정희성, 조기숙, 조수영, 조순경, 조영주, 조영진, 조인호, 조혜란, 주혜선, 지홍민, 진세정, 차미희, 창동신, 채현경, 천혜정, 최강신, 최경규, 최경실, 최미경, 최민식, 최선영, 최성만, 최원자, 최유진, 최재남, 최정희, 최지영, 최지향, 최진석, 최형용, 하은희, 한미경, 한민주, 한세영, 한자경, 한종인, 함동주, 허라금, 허민숙, 홍근, 홍석표, 홍용희, 홍지연, 황성주, 황은숙, 황준호 (이상 240명)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11645001&code=940100#csidxc19770bc8f88412a820b2ed4efbb68f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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