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목사, "박 대통령이 안 바뀌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68)는 17일 비선권력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 스타일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날 경향신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안 바뀌면 나라가 불행해 진다. 그러면 앞으로 3년은 또 어떻게 하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 목사는 “정윤회씨와의 관계는 박 대통령이 정치 생활 시작부터 평생 지고가는 운명과도 같은 무거운 그림자이자 짐”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동력 회복을 위해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 “역사적·정치적·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인 목사와의 일문일답.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 국정운영을 총평해달라.

“박 대통령 반대자들까지 믿었던 것이 ‘박근혜는 한 말은 지킨다’였다. 지난 2년을 보면 많은 약속이 안 지켜지고 있다. 경제민주주의는 없어졌고, 100% 대한민국을 말했지만 국론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졌다. ‘명박산성’보다 두터운 소통장벽이 생겼다.”

-정부 출범 후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2년 허송세월했다. 첫 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희한한 인사로 다 갔다. 감동적 인사, 의표를 찌르는 인사가 없었다. 깜깜이 인사다. 둘째 해는 세월호 참사로 다 갔다. 이는 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처음에 유족 만나 눈물 흘리며 했던 약속들만 지켰어도 오래 안갔다.”

-비선권력 국정농단 의혹이 임기 3년차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건 처리를 잘못하면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레임덕’이라 하는데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너무 불행하다. 국민이 불행해진다. 통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은 법적 책임을 떠나 정치적으로 한 없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을 이렇게 혼란하게 하고 대통령을 잘못 모신 데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이번 의혹의 본질이 뭔가.

“정윤회 문건 사건은 지금 비롯된 건 아니다. 가깝게는 정권 출범부터 태동됐고, 더 거슬러 가면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최씨(최태민 목사) 가문과의 끈질긴 악연이다. 박 대통령이 평생 지고 갈 무거운 짐인 것 같다. 본질은 유출보다도 (비선 실세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루머가 나올 수밖에 없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랬구나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현실, 이것을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 영역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현재 통치 스타일을 왜 바꿔야 하나.

“여당 의원들이 왜 공개적으로 (국정 비판하는) 말을 못하겠나. 무서워서 아니냐. 내가 언론에 몇 마디 하면 지인들이 걱정하는 전화를 한다. 그렇게 말해도 되느냐고. 이건 내가 유신시대 때나 듣던 얘기다. 뭔지 모르겠지만 사회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긴급조치는 없지만 사람들이 그 시대(유신시대)를 사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는 게 아니냐.”

-여당은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여당 대표도 개헌 얘기하다가 쑥 들어가는데 누가 바른 말 하겠나.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각하’를 말하면서 유신 때로 회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또 여당 내 수구 세력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제1야당에 ‘종북숙주’ 등 몰상식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통탄했다.”

-박근혜 정부가 잘한 건 없나.

“허허. 참 생각이 잘 안난다. 외국 다니며 품위 있는 옷을 입은 건 잘하신 것 같다.”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이전 정권에서 대형 게이트가 있을 때는 임기 중 자식을 감옥에 보내고도 국정동력을 잃었다. 박 대통령은 그보다 더 센 조치를 해야 동력을 찾을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율 40%를 말하는 데 지지의 내용이 중요하다. 이 나라 지식인, 전문가들이 얼마나 지지하는가. 겉껍데기 지지라면 힘을 받쳐주는 세력이라 볼 수 없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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