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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107석? 여소야대가 진짜 목표"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인터뷰 전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
16.03.30 18:45
최종 업데이트 16.03.30 18:45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선거가 코앞에 다가 왔어요. 분주하실 것 같은데 지금 보면 언론에서 '야권 연대 때문에 선거가 안갯속이다'라는 평가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전략가 이철희의 눈에 비친 이번 선거 판세, 어떻게 보십니까?
"야당이 많이 불리하죠. 일반적으로 '새누리당이 180석, 심지어 200석이 넘는다'는 전망을 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런 전망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가 야권의 분열이거든요.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그때는 사실 통합진보당이 있긴 했습니다만, 여야 일대일 구도였잖아요. 그런데도, 160대 140석? 여권 성향인 무소속표까지 다 합쳐도 그 정도 구도였다고 보면 총선은 대체로 새누리당이나 보수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거든요.
이번 선거는 야당이 분열까지 해서 정말 심각할 정도로 야권이 불리한 건 분명한 사실 같고요. 야당끼리 경쟁하다 보니 여야 간 쟁점 형성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야당끼리 주도권 경쟁이라 할까요? 이런 걸 하다 보니까... 야당이 한 목소리로 여당을 공격하거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프레임이 잘 안착이 안 돼요. 야권 분열이 표가 나뉘는 것뿐 아니라 선거판 전체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과정을 보면 최근에 있었던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당인 파동, 경제 실정 등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심판 여론이 안 뜨는 이유는 뭘까요? 야권 분열이 가장 큰 이유일까요?
"그렇죠. 프레임은 아주 간명해야 하고, 더 좁히면 하나의 프레임으로 정립되면 유권자들이 인식하기도 좋고요. 이번에는 그렇게 잘 안 돼요. 당이 여러 개다 보니까, 야권이 분열돼있으니까. 제3당은 제2야당의 교체를 말하는 상황이잖아요. 선거 구도로만 보면 새누리당도 야당 심판론을 얘기하고, 제3당도 제1야당 교체론을 얘기하다 보니까 더불어민주당이 혼자고, 경쟁자가 둘인 1대2 구도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후보 구도는 일여다야인데, 정치 게임은 더불어민주당이 홀로 버티는 형국이라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거고요.
새누리당이 현재 산술로 보면, 당장 내일 선거가 이뤄지고, 지금 제시된 지지율로만 보면 (180석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죠. 정치학자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할 때와 투표장에서 찍을 때는 분명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다'. 그 점을 고려하면 우리 유권자들이 그렇게 일방적인 선거를 하실 거라 보지 않고요. '너는 하는 것 없이 국민만 믿고 있느냐?' 이런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믿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유권자에 대한 신뢰,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고. 그걸 전제로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바뀌어야 하나?' 고민을 하거든요. 지금 힘든 건 사실이고요. 야권이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찾지 못하는 중이라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했던 안철수 대표는 '당 대 당 야권 연대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후보자 간 연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앞문은 꽉 잠그고, 뒷문은 열어둔 상황인데요. 내부에서는 국민의당 전략가라 할 수 있는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제명까지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연대의 문을 꽉 닫은 상황이죠. 반대로 김종인 대표는 '저러면 곤란하다'고 하시다가 오늘은 태도를 바꾸신 것 같아요. 당 대 당 통합이 선거 끝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전술이라 보십니까?
"이대로 마냥 갈 수도 없죠. 연대만 가지고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문제인데, 워낙 안철수 대표가 '당 대 당 연대는 안 된다'고 하니 그런데도, '당 대 당 연대를 해봅시다'라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중앙당은 그런 입장인지 몰라도 선거구별로 현장을 들어가 보면 단일화가 후보자끼리가 아니라 지지층에서 그런 요구를 하시거든요. '공멸이지 않으냐', '힘을 합쳐봐라'는 요구가 나오니까 현장에 뛰는 국민의당 후보들도 단일화에 응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보면, 자발적인 개별적 단일화 흐름에 관해서는 중앙당에서 저지하면 안 되는데...
국민의당이 제명을 운운하면서 저지했는데 안철수 대표의 관훈클럽 토론을 보니까 그거는 철회한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야권 단일화를) 막지는 않겠다. 개별적으로는 막지 않겠다'고 한 건데 저희에게는 반가운 선언이라 보고요. 그렇다 해서 저희가 안철수 대표를 압박하듯이 '당 대 당 연대 해봅시다'라고 말할 수는 없고요. 국민의당이나 저희 당이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밑에서 올라오는 단일화의 바람을 양성화시키고, 독려해야지. 이걸 자꾸 막아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그 점에서 문을 열어 둘 거고요. '포괄적인 연대 논의는 해보자' 정도까지 우리는 생각합니다."
-4월 4일이 투표용지 인쇄 마감 일 아닙니까? 동네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후보 단일화) 마지노선을 4월 4일이라 하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 안에 포괄적 논의가 가능할까요?
"포괄적 논의라는 게 당 대 당으로 전체 후보를 놓고 하자는 게 아니고요. 어떤 수준이든 다양하게 해볼 수 있다는 거죠. 하나의 방식만 가지고 고집하지 말자는 거죠. 정의당하고 연대 문제가 또 있거든요. 김종인 대표나 정의당이 취했던 입장은 이거였습니다. '연대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혁신이 먼저고, 그다음에 연대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 때 선거 때만 되면 연대를 외치면서 군소정당을 압박하면서 제1야당의 지위를 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정의당에) 많잖아요.
일종의 그런 패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 때문에 '선혁신한 뒤 밑에서부터 단일화 요구가 올라오면 그때 연대 방안을 찾겠다'는 거라서 지금 그 시점이 된 거죠. 특히, 야권 지지층들이 불안해하거든요. '이러다 다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이 문제에 관해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요. '어떤 형태든 야권 단일화 문제는 창구를 열자'는 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포괄적 연대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언론에 드러나는 내용을 보면 야권 연대만 있고, 그 밖의 쟁점은 실종된 상황입니다. 오늘 아침 조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부 그 (야권 연대) 얘기만 하고 있거든요. 이걸 좀 뛰어넘는 차원의 선거 쟁점이 형성돼야 하는데 언제까지 (야권 연대를) 마무리하고, 장면을 바꿔야 할 것 아닙니까?
"선거 쟁점이라는 게 한 당만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시다시피 새누리당은 경제 문제에서 쟁점을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안보 프레임을 자꾸 가동해서 회피하려 하고, 야당 심판론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러면서 본인의 경제 무능이나 실패를 숨기려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 문제를 드러내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그걸 잣대로, '살림살이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로 투표해주십시오'라고 우리는 얘기하는 거고. 그러지 않으면 이 경제 상황이 그대로 가는 거잖아요? 그 손해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입잖아요.
저희가 하는 말씀이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 하는 거고요. 조금 더 나아가면 '투표가 경제'라는 얘기입니다. 투표를 통해 이걸 바로 잡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고요.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달라진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신문, 큰 신문들에서는 뉴스로 잘 등장하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 속에는 이미 스며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조금만 더 저희가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이것이 전체적인 프레임으로 작동할 거라 보고요. 일간지, 큰 신문이 만드는 프레임이 눈에 띄는 표층 프레임이라 본다면 유권자 마음에 들어가 있는 심층 프레임은 '경제 무능, 경제 실패'에 관한 심판 기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아침 신문만 들여다보다가 '이거 아닌가 보다'하고 우왕좌왕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권자와 국민을 신뢰하는 가운데 끝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경제 무능과 실패를 계속 얘기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만 할 거냐. 잘못한 걸 지적만 할 거냐'는 지적도 있어요. 우리도 우리의 대안이 있습니다. 그게 '더불어 경제'입니다. 강자나 승자나 부자가 독식하는,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나 홀로 경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경제 실패 심판하면서 더불어 경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상당히 패키지가 잘 만들어진 공약이라 끝까지 밀고 갈 겁니다."
-지도부에서는 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 안보 공세가 이렇게 심한데, 북한이 미사일 또 쐈는데 표심이 흔들릴 수 있으니 프레임 전환을 하자'. 기존 판을 흔들어서 다른 프레임으로 갔다가 또 왔다 갔다 해서 손에 잡히는 게 없어서 모든 게 다 실종됐던 것이 더불어민주당 과거 선거 행태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엔 어떠세요?
"이번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김종인 대표가 '경제 실패, 경제 무능함에 관한 심판 기조로 계속 갈 거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또 말씀하셨던 게 지금 (새누리당에) 강봉균 전 의원이 선대 위원장으로 나와 있잖아요. 과거에 이명박근혜 용어 썼는데 이게 사실상 와 닿는 내용이 됐어요. 그때는 별로 와 닿지 않았지만, 이명박 5년, 박근혜 3년이니까 이명박근혜 8년이잖아요. 경제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는데, 강봉균 전 의원은 거기와 무관한 사람이거든요. (새누리당이) 정책을 입안할 때 강봉균 전 의원에게 문의해보고, 도움받았으면 모르겠으나 정책은 자기들 마음대로 해놓고, 책임지기 싫으니까 무관한 사람을 앞세워서 마치 그 사람이 새누리당이나 이명박근혜 8년의 경제 정책을 대변하는 것처럼 하는 게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8년 동안 경제 정책을 책임졌던 사람이 나와서 말하는 게 맞잖아요. 최경환 전 부총리는 어디서 뭘 하고 있습니까? 정치에 올인하고, 진박 마케팅하잖아요. 어쨌든 (새누리당의) 그런 게 선거 때 비겁한 행태라 생각하고요.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고, 본인이 잘못했는지, 잘했는지는 쏙 빼놓고 야당만 공격하고. 그 공격에 강봉균 전 의원을 앞장세우는 것. 정치는 책임이잖아요? 실제로 일을 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강봉균 선대 위원장 뒤에 숨어 버렸어요. 이건 안 되죠. 저희는 '우리가 상대할 사람은 강봉균 선대 위원장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고, 최경환 부총리고. 그 당에서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해야죠. '경제 망친 사람은 어디 가고, 엉뚱한 사람을 앞장세우고 있느냐'고 (김종인 대표가) 아침에 지적하시더라고요."
-강봉균 전 의원이 'DJ(김대중)의 사람이다' 보도가 되니까. 유권자는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새누리당이 강봉균 전 의원을 'DJ 사람'이라고 말할 때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그렇게 보면 DJ라는 사람이 얼마나 넓게 사람을 썼는지 배워야죠. 그렇지 않아요? 강봉균이란 사람이 새누리당에 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면, 그런 사람조차도 사람을 넓게 써서 이 나라를 살리려 했던 것 아닌가. 그런 정신은 안 배우고, 자기 편리할 때만 가져다 써서 'DJ가 썼던 사람이니 너희가 비판하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죠. 본말을 이상하게 비틀어 쓰는 건 새누리당이 참 잘해요."
-'새누리당 180석', '200석'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 더불어민주당이 파악하기로는 각 당 몇 석 정도 예상하십니까?
"저희가 예상할 건 아니라 보고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특보를 오래 하시고, 유럽의 지성이라 불리시는 자크 아탈리라는 분의 인터뷰를 보다가 '정말 이거 맞는 말이다'라고 무릎을 친 게 무엇이냐면, '관중은 낙관할 수도, 비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는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지만 연구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도 그런 자세입니다. 판세를 낙관적으로 읽지는 않습니다만, 있는 그래도 봐야 하죠. '어떻게 하면 (선거를) 우리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만들 거냐', '흐름을 조정해볼 거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서. 253개 선거구별로 유불리를 따져 보진 않았어요. 언론 용어로 하면 대진표가 짜이고, 구도가 정돈되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워낙 이게 공천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그야말로 경제 심판, 경제 무능 심판을 위해 프레임이 작동하는 데 온 힘을 쓰는 게 사실이고요.
언론으로 드러나는 판세를 보니까 저희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많이 나와요. 실제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만, 수치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쏟아지는 여론조사가 대개 유선 전화 방식이거든요. 유선 전화 방식으로 하면 대체로 누구에게 유리한지 검증돼서 우리의 약세가 과장돼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잘 나가거나 우세에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형편이라서... 김종인 대표가 박하게 '110석'을 목표로 말씀하셨고, 총선을 지휘하는 정장선 본부장은 '130석'을 얘기했거든요. 이 언저리에서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고요. 저희 당 목표만 따져서는 안 되고요. 야권이 연대하고, 새누리당과 여야 간 차별성만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면, 여소야대가 더 큰 목표여야 한다고 보거든요. 야권 전체 파이가 커지고, 그 안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조금 더 많이 (의석을) 먹는 게 좋은 거지. 100석 안팎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우리가 (의석을) 더 먹는다는 게 제일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서... 크게 보면 야권 전체가 늘어나는 여소야대가 목표고요. 작게 보면 110석에서 130석 사이에서 보면 선전한 거라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07석에서 130석 정도 될 것 같고, 정의당이나 국민의당까지 하면 이 파이가 최소한 새누리당에게 과반 의석은 내주지 않는 판으로 가는 게 목표다'.
"저희 당도 잘못이 있지만, 야권 전체가 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야권 전체가 이기는 싸움을 고민해야지. 이 안에서 누가 많이 먹느냐 싸움을 하는 건 일반 유권자들이 볼 때는 '소탐대실'이라 생각할 거거든요. 저희 당도 반성해야 하고요. 국민의당도 반성해야 합니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일을 해야지.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더 가진다 해서 그게 꼭 제로섬으로 국민의당 의석이 줄어드는 건 아니거든요. 같이 풀릴 수 있거든요. 17대 총선 보면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같이 성장했고, 18대 때 같이 망했거든요. 같이 올라갈 방안을 연구하고, 그 길을 열어야 하거든요. 그게 연대로 나타나는 것이고, 조금 더 확장해보면 단일전선도 구축할 수 있거든요. 후보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그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는데, 워낙 감정의 앙금이 커서 그런지 잘 안 되는..."
-국민의당은 원내교섭 단체가 목표로 설정됐어요. 김한길 전 대표는 '의미 없다'고 불출마 선언하고 그랬는데 그 당 안에서는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가 한국 정치사 말할 때 17대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들어 왔잖아요? 의회 정치가 다루는 아젠다가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하죠. 노동 의식도 그때 많이 생겼으니까. 민주노동당처럼 자기 아젠다를 분명히 가진 정당인지, 아니면 과거 자민련처럼 40석 안팎의 세를 가지려 애쓰는 정치인지 국민의당이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고요. 민주노동당처럼 한다면 한국 정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겠습니다.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해버리면 한국 정치를 퇴행시키는 겁니다. 직설적으로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자민련을 통해 JP(김종필)가 대통령이 됐습니까? 충청이 더 좋아졌습니까? 아니거든요. 자민련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노선으로 가는 게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고. 그러면, 같이 사는 길을 찾자는 겁니다. 좋은 정당이 중요하고, 우선이지. 사람은 그다음 문제잖아요? 이게 선당후사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면 더불어민주당도 많이 노력해서 바꿔야 합니다만, 감히 제가 비평하자면 국민의당도 어떤 정당 모델로 갈 것인지, 어떤 길을 걸으실 건지 잘 선택해주십시오."
-(국민의당을) 지역 정당이라 부르기도 어렵잖아요?
"지역 정당이 될 우려가 있죠. 현재 기반이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서 그럴 수 있죠."
-그것도 유권자들이 불만이에요. '왜 호남에서만 야야 갈등이 심한 것이냐?'. 선거는 전국 판세로 치르는 건데, '영남이나 수도권 다 포기하고 호남만 먹으면 되는 거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호남 지지자들, 야권 지지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차적 원인은 국민의당에 있다고 봅니다. 그 책임은 두고두고 져야 한다고 보고요. 이 정당이 좋은 정당으로 가고,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가면 그 책임을 제대로 지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표현 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종인 대표는 1월 15일 기점으로 얘기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 시절의 정당을 문재인 당이라 하고, 김종인 대표 시절을 김종인 당이라 네이밍을 해본다면... 두 사람이 당의 주인이란 뜻은 아닙니다. 민주정당이고 공당이라서... 두 당이 색깔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정체성이 달라진 측면도 있고, 당 내부 문화도 많이 달라졌는데 그게 일종의 책임지는 과정이라 봅니다. 대표 한두 사람이 바뀐다 해서 그 당이 완전히 달라진다 볼 순 없지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당을 어떻게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걸 보면 많이 자제하고, 절제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희 당이 달라지는 모습에 관해서는 저는 감히 '잘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본의 아니게 야야 경쟁, 야권 내의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돼버리면 서로의 진정성이 퇴색돼버리거든요. 저희도 책임이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지도부를 자극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보고. 국민의당도 마찬가지고. '비례 의석 몇 개 더 얻기 위해서 후보 사퇴 시키면 안 된다'든지, '우리가 제1야당이니까 양보하라'는 자세. 작은 것 때문에 큰 판을 망치는 일을 범하지 않는 게 지금 우리가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 같습니다."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전체 253석 가운데 122석이 달린 선거인데요. 수도권 전략, 중요할 것 같아요.
"수도권이 122석이죠. 그중에 인천에서 2개를 양보해서. 다 먹어도 120개밖에 안 되는... 워낙 덩치가 커져 있고, 유권자 구성상 비중이 크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남아 있어서... 호남과 영남을 빼고 나면 의미 있게 경쟁해볼 수 있는 게 수도권이거든요. 특히, 저희는 경제 실패 문제, 경제 무능을 많이 부각하려 하고요. 민생, 주거부터 시작해서 온갖 아젠다와 과제가 엉망으로 돼 있잖아요. 살기 힘들잖아요. 얼마 전 뉴스 보니까 주거비 부담이 교육비 부담을 넘어설 정도로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잖아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유용한 도구이긴 한데, 통신비 부담을 늘려 놓은 것도 없잖아 있잖아요. 이래저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건 사실이고.
그걸 가장 심하게 체감하는 곳이 수도권이지 않을까 싶고. 수도권은 청년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취업이 안 되니까 서울로, 서울로 옮겨 오긴 하는데, 서울도 흡수할 여력이 없다 보니까... 경제 프레임으로 가려는 게 수도권과 연동된 문제라서 딱히 '수도권 대책이 무엇이냐'라 물으면 수도권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 따로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희는 경제 프레임으로 선거 치르려 하고, 이제는 '유권자들이 어느 지역 출신이냐'. 삶의 문제와 상관없는 이슈에 판단하지 말고 직접 내 문제, 내 지갑 문제, 살림살이 문제를 가지고 정치를 평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거로 승부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인 파동이 오래갈 것이다. 30시간 넘길 것이다' 전망이 많았지만, 25시간에 그쳤는데요. '수도권 민심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략 때문에 이 정도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인데요. 어떻게 보세요?
"김무성 대표도 끌고 가기 어려웠던 점도 있겠죠. 다른 당 대표에 관해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합니다. 평론가 때는 막 해도 되는데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고, 당직을 맡고 있어서 조심해야 할 대목이 많습니다. 정치가 타협이라는 걸 보여준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당을 이끌어 가는 대표로서는 리더십이 손상된 것 같고요. 새누리당한테 아쉬운 점은 어쨌든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만큼은 탈 박근혜 선거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앞장세워서 선거를 하고 있어서. 총선이란 계기를 통해서 대선 주자가 등장하고, 당의 리더가 누구인지 보여 줘야 하는데 그게 희석되는 결과로 총선을 치르고 있는 거라서...
저희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었을 때 경험해봤잖아요? 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새누리당은 다음 대선이나 포스트 박근혜 시점에서 상당한 혼란이 올 거다. 대가 없는 행위는 없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전망이 있어서 걱정하지만, 제가 걱정한다 해서 진짜 걱정으로 (새누리당이) 받아 주겠습니까? (웃음) 개인적인 바람은 하나입니다. 저 당에 개혁적인 인사가 많이 들어가서 새누리당이 수구, 꼴통 정당이 아니란 소리를 듣길 바라는 점이 있고요. 그런 점에서 유승민이나 이런 분이 선거에서 살아남으면 좋겠어요."
-'이번 선거 뒤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새누리당이) 친박 당, 보수 우익 당, 박근혜 당으로 된다면, 유승민부터 넓은 보수 개혁 정당 이런 것들로 더불어민주당이 가는 건 어떠냐?', '국민의당은 모호해서 어떤 건지 입장을 정해야 할 것 같고. 제일 왼쪽에 정의당이 있으면 4당 체제로 가는 것도 한국 정치 발전에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3당 합당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인들끼리 자신들의 대선 욕망 때문에 이합집산했던 정치에 국민이 많이 짜증 내고, 신물 나 하잖아요. 그래서 인위적인 정계 개편은 좋지 않다는 게 평소 지론이고요. 선거를 통해서 나타나는 게 (정계 개편의) 가장 좋은 방식이고, 최소한 유권자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한두 명의 정치 리더들이 좌지우지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보거든요.
개인적으로 정계 개편은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사람은 그렇게 해서 클 수도 있지만, 정당이 망가지거든요. 정당을 온전하게 만들려면 정계 개편이나 이합집산도 신중해야 하고요.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후딱 정당 만들고, 후딱 없애고. 단기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보고. 야권의 혼란도 그런 측면이 있거든요. 성실한 정당이 존재했다면 이렇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총선 이후 정계 개편에 관해서는 어떤 전망이나 분석도 안 가지고 있습니다만, 평소 소신을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학자들은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대권 욕심 때문에 신 3당 합당이 될 수도 있다'. 정의화 의장이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나서서 또 다른 차원에서 이합집산이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결례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유승민 의원은 공천 배제됐잖아요? 버림받은 것 아닙니까? 버림받은 분들이 야권에 투신해서 '더 좋은 정당을 만들어 봅시다'라는 건 정계 개편이라 보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이라 볼 수 있고. 어떤 정당이 (그 사람을) 밀어낸 거잖아요. 국민이 '너 다시 정치해라. 재선시켜준다' 그러면 다시 (그 정당으로) 돌아가는 게 좋은 모양새냐? 아니면 새롭게 활로를 찾는 게 좋은 모양새냐? 저는 후자라고도 봅니다. 정치인 몇 사람이 모여서, 대권 주자 반열에 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이렇게 해보자' 하는 건 안 좋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온라인 입당으로 10만 명 당원이 몰려 왔고, 새로운 인물을 인재 영입해서 바람을 잘 일으키다가 비례 공천 문제로 완전히 곤두박질을 쳤다'. 이번 비례 공천, 개인적으로 평가하세요?
"저도 (비례대표 후보) 그중 한 사람이라 곤혹스럽긴 하지만, 일반 유권자 눈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죠. 정치 평론하는 사람이나 정치를 아는 사람이 보면 '공천 과정에서 여러 파동이 생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지 몰라도, 유권자나 지지층은 한심하기 짝이 없죠. '어떻게 저렇게 (공천을) 하냐'고 보는 게 맞는다고 보고요. 책임도 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두 사람이 지는 게 아니라 이 당을 이끌어 왔거나 책임 있는 당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을 저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잘못했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 설 수는 없으니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보는 거고요. 선거 끝나고 나서도 유권자분들이 그 점은 매섭게 추궁하실 거라 보고요. 더 맞고, 덜 맞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다 회초리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책임의 중심에 김종인 대표가 있다고 보십니까?
"당 대표니까. 파동이라 그러셨잖아요. 그런 파동을 일으킨 데 얼마큼 원인을 제공했느냐를 따지는 건 아니고.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끝나 봐야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할 문제고. 당 대표로서 큰 책임을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과거 문재인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무한책임'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리더의 책임이 큰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김종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이 져야 할 책임은 아니겠죠."
-앞서 <한겨레> 보도가 화제가 됐어요. '칸막이 공천은 대표의 뜻이 아니고 핵심 비대위원 몇 명이 추천하다 생긴 문제였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없어져 버렸어요. 어떻게 된 거냐?
"칸막이라 표현하죠. 저는 비대위 비공개, 공천 관련 회의할 때는 배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잘은 모릅니다. 나중에 전해 듣고, 확인한 바에 의하면 '비대위원이 끼워 넣기 해서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같이 있는 자리에서 얘기를 들어 봤는데... 칸막이 문제는 제가 아는 한 실무적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지. 비대위원이나 당 대표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아니었어요. 처음에 중앙위가 투표하게 돼 있는 걸 보면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사회, 외교·안보 등. 카테고리 안에서 투표하게 하는... 일종의 칸막이였잖아요. 그 칸막이만 살아남고, 분야별은 사라지니까 이상한 형태가 돼 버린 것이지. '비대위원이 꾀를 내서 자기 사람 심기 위해 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한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가 취재해봤더니 당 실무자라 하면 '당 조직국 소속으로 공천관리위원회에 파견된 실무자였다'까지 취재가 됐는데... (웃음) 그러면 한 명으로 압축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런 '실무자들의 판단으로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반문도 있더라고요.
"그런 아이디어가 실행 단계로 들어간 것은 지도부가 승인했으니 실행으로 간 거죠. 제가 드렸던 말씀은 그와 완전히 무관하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발상을 그렇게 한 게 지도부고 비대위원이냐'는 아니란 말이고요. 중앙위원회 가서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서 (결과가) 뒤집힌 거란 말이에요. 중앙위 주장은 '당헌에 보면 중앙위가 순위 투표로 결정하게 해놨는데, 우리의 결정권을 당신들이 편법으로 제한을 가하냐' 였거든요. 10명 묶고 그 안에서 투표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선택권 침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거라서. '선택권 침해이기는 하나 저희가 불가피하게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는 사전 설명을 대표나 비대위가 해야 했는데 그게 지도부가 져야 할 책임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비대위가 줄사퇴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결국 책임지는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저도 비례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이라 원래 제 직책이라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지도부에 가서 '이 상황을 이렇게 수습해야 합니다'라고 안을 내고, 설명해드려야 할 처지인데. 블록이 따로 지정돼 있으니 답답하더라고요. 지도부가 따로 나와서 설명을 당당하게 하고, 잘못된 건 인정하고 수습해야 하는데 못하더라고요. 먼 발치에서 보면서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비례대표와 무관한 사람들이 나서서 조언하긴 했지만, 제가 보기엔 답답해 보였고. 그 얘기만 하면 면피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크게 보면 당의 당직자로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이 있는 거죠."
-중앙위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C 그룹에 있던 김현권 농어민부위원장이 1위를 했어요. 이철희 실장님께서 2위를 하셨더라고요. 중앙위원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두 분 모두 2분짜리 짤막한 연설을 인상적이고, 잘했다'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김현권 농어민부위장의 1등을 어떻게 보세요?
"집단지성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누군가에게 그날 현장 발표 나고 나서 '일등이 아닌 이등이라 안 서운하다'면 거짓말일 텐데, '내가 일등하는 것보다 농민 운동하시던 분이 일등하는게 이 당의 모양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저는 방송인 내지는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저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안 보실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이 볼 때는 '저 친구는 방송 나와서 평론가로 바른말 했던 인물'인데 대중성을 갖추고 있을진 몰라도 어떤 직능이나 지역을 대표하진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농민을 대표하는 분이 C 그룹에서 뚫고 올라와서 기적적으로 1등을 한 거는 우리 당에서도 필요한 드라마였고, 모양새도 훨씬 더 잘 됐다고 봐요. 표 숫자는 공개 안 했어요. '1, 2, 3등 큰 차이 없었다'고 해서... (비례대표 3순위 후보인) 이수혁 전 대사도 현장에서 호응을 많이 받았단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픈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박경미 교수의 제자 논문 표절, 학계에서도 비판이 높고요. '학문적 범죄 행위'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고요. 다만, '해명된 사안이 과하게 알려졌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고.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박경미 교수가 학계에서 평이 나쁘지 않다. 제자들과 사이도 돈독하고, 자신을 앞세우기보단 남을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라 기자들도 처음에는 논문 표절로만 봤는데 나중에 그 사람 전체를 보니 수긍하는 점도 많다더라'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일부 유권자나 지지층에게 우리 당이 상처를 드린 게 있지만, '부끄러운 선택'이라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저와도 일면식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먼저 인사를 청하는 걸 보고... 쉽지 않거든요. 특히, 여자 교수인 분이 먼저 인사하는 걸 보고 속으로 '이분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을 숙이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박경미 교수를) 조금 더 보시고, 실력이 있는 건 분명하고요. 과장돼서 알려진 게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 내부에 있는 뉴파티위원회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당의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갑질, 막말 이런 문제로 경선에서 탈락하신 분들이 꽤 많은데요. (뉴파티위원회가) 성과를 봤다고 보십니까?
"처음에 문재인 전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서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는데요.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제안했던 게 '뉴파티 운동을 해보자', 좋은 정당을 만들자는 말씀이잖아요? '뉴파티위원회를 만들어서 이철희 소장같이 젊은 이런 사람이 그런 운동을 당 내부에서 하면 어떠냐'고 하셔서 '좋습니다'하고 시작한 거에요. 제가 위원장 할 때는 뭘 막 해보려고 했는데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면서 뉴파티위원장을 내놓고, 전략기획본부장에 충실해지려 했고요. 묘하게 그 타이밍이 공천 과정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뉴파티위원회 사람들도 공천받아야 할 사람이 있으니 시간적 제약이 있었죠.
그 이후로 활동이 잘 안 보였던 건 사실입니다. 이 특위는 생길 때부터 6개월 한시적인 조직이었지만, 이 당이 가야 할 길이 멀거든요. 구조적 방향이 '뉴파티'라 하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선까지, 대선 이후까지 계속돼서 (더불어민주당이) 괜찮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해서... 총선까지 하는 거로는 성에 안 차고요. 고작 그거 하려고 '뉴파티'란 이름을 내걸었냐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저희가 (뉴파티 운동을) 길게 할 거고, 저도 뉴파티 운동에 가담할 거라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지켜 봐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운동은 당내에서 계속되는 겁니까?
"계속해야죠. 뭔가 뜻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고 나면, 으레 그랬듯이 똑같은 모습으로 전락하거나 이런 게 많았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저는 애를 쓰려 합니다. 그게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저와 같이 뉴파티 운동을 하려 했던 사람들, 일종의 도원결의 했던 사람들이. 만약에, 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분들과 손잡고 당내 개혁이라 그럴까요? 혁신운동을 계속해야죠? 그래서 뉴파티가 되면 그때는 저희가 후배들에게 물려주든 그런 생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이슈로 선거 치른다' 해주셨는데 '소득 불평등', '양극화 해소'가 핵심 쟁점이 되겠죠?
"큰 얘기만 해서는 잘 안 돼서... 손에 잡히는 쟁점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해서든 (쟁점으로) 만들어 보려 애를 쓰는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잖아요? 자꾸 피해가려는 게 있어서... 피해 가는 사람을 붙들고, 쟁점을 만드는 게 실례이긴 합니다만... 아직 저희가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어서요."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속상한 남자? (웃음)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시 박영선 의원과 이철희 소장 간의 대화. 그것도 대화록 파문입니까? (웃음)
"제 팬카페에 제 생각을 드라이하게 올려놨습니다만, 당시에는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제가 뜻밖에 멘탈이 안 강하다는 걸 당해보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니 심리적으로 안정되긴 했습니다만, 당시에는 힘들었던 상황이에요.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벗어난 것에 관해서 '(이철희가) 배후다', '책임이 있다'고 그러니 억울했고요. 주변 사람은 '당이 져야 할 짐을 눈에 띄는 당신이 진 거로 생각하라'고도 하고, 그렇다면 그것도 제 역할이라면 감당하는 게 좋겠다고 봤는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략기획본부는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닙니다. 저희 선대위 조직은 정세분석본부, 전략기획본부가 따로 편재돼 있었고요. 공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곳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하고요. 실무적으로 서포트해줘야 할 게 있잖아요. 그걸 정세분석본부해서 해서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고요. 비대위 회의를 하더라도 '공천 관련 회의는 비대위 빼고 다 나가라'고 합니다. 저희 같은 사람은 들을 기회도 없었고. 크게 보면 저는 후보자 중 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공관위나 (공천) 의사 결정하는 일에 기웃거리는 게 제 배짱으로는 안 맞아요. 사람들이 '쟤, 왜 자꾸 그러냐'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의식적으로 멀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당일 박영선 비대위원과 대화를 나눈 건 전후 맥락을 연결하면 간단합니다. 저는 전략기획본부라서 당의 행위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그날 아침에 정청래 의원을 포함한 컷오프가 발표된 거잖아요. 이후 언론 반응, 기자들한테 계속 전화를 받거나 현장에서 기자들과 대화로 알게 되는데 이 친구들이 반응을 쭉 전달해주는 게 있습니다. 더불어 경제 콘서트 브리핑 시간이 30분 지연되면서 그 반응으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거였어요. 주변에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대표도 있었고 그랬거든요.
'썩 반응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박영선 의원은 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냐면, 'SNS 반응이 안 좋은 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그런 점을 비대위에 내가 얘기했다'고 한 거에요. 제가 질문한 것과 답이 다르게 나온 거에요. 저는 오프라인에서 현장 나와 있는 기자들 이야기를 전한 거였는데... 다시 얘기했어요. '여기 나온 종이신문 기자들은 다른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비판적인 것 같다'고 했더니 박영선 의원이 정색하면서 '절대 그런 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정반대로 이해가 돼서. 박영선 의원도 억울해했어요. 나중에 정청래 의원과도 통화해서 오해를 풀었다고 하던데... 이게 한번 알려지니까. 이동형 작가도 제가 사적으로 친한 사이거든요. 저 친구가 의도적으로 저를 오해했다고 보지 않아서.
다만, 이 과정에서 제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리고, 질문 없이 답변만 하고 해석하다 보니까 오해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치인이 돼 가는 과정이고, 성장통이라 생각하지만, 많이 아팠던 건 사실이고요. 또, 박영선 의원도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본의 아니게 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누구를 좋아하는 것도 좋고, 누구를 싫어하는 것도 좋은데. 비판할 때는 그 사람이 한 일을 가지고 비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받아야 할 비판은 당연히 져야 하지만, 아닌 거는 잘 분별해주셨으면 하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거 아니더라도 앞으로 저 비판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테니까 조금 아껴 두셨다가 비판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확대 재생산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였나요? 유시민 전 장관이 직접 사과하는 방송도 나온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정치할 때 '열심히 일하는데 지나가는 시민이 수고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건네주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주 혹독한 정치 수업을 치르셨어요? 앞으로, 어떤 정치인 하고 싶으세요?
"'그 아메리카노 얻어먹는 정치인 되고 싶다'는 얘기는... 사실 그 표현을 처음 들은 건 전북대 강준만 교수 인터뷰할 때 들었거든요. 참, 와 닿았어요. 강준만 교수가 그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유권자로서) '정치인이 잘하고 있으면 툭 치면서 '수고한다' 그러고 아메리카노 한잔 사주고 싶은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나도 저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걸 처음 생각했어요. 그걸 입당의 변에 썼는데요.
박수만 받을 수는 없겠죠. 박수만 받으려 하면 그것도 문제일 겁니다. 일을 하다 보면 욕을 먹을 수 있는 거고, 정치라는 게 누군가를 대변해야 한다면 모두를 대변하지 못하니까. 내가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비판받는 건 감수해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판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합당한 비판이면 듣고, 나랑 상관없는 비판이면 담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합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많이 알아보고, 커피 한잔 사주고 가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고요.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 와중에 지방 가면 커피 사주시는 분도 있어요. (웃음) '요즘 마음고생 많이 하죠?'하고 어깨 툭 치고 가시는 분들 보면 다른 말보다 그런 행동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고,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철드는 것 같아요. 정치 철이 드는 것 같아요. 일찍 대가를 치르고...(웃음)"
-끝으로, 유권자들께 꼭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실 것 같아요.
"식상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투표해주십시오. 누구를 찍든 투표장에 나와 주시면 좋겠고요. 저희 당은 '투표가 경제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표하지 않고, 물러서면 누군가가 이기게 됩니다. 그 누군가 이기는 사람은 그게 민심인 줄 알고, 독주하고, 민생 실패를 이어갈 겁니다. 제가 어디서 그런 말을 했었는데 서민의 경제 주권을 분명하게 집권자에게 확인해주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고요. 투표장에 나가시면 털린 지갑,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끝>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선거가 코앞에 다가 왔어요. 분주하실 것 같은데 지금 보면 언론에서 '야권 연대 때문에 선거가 안갯속이다'라는 평가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전략가 이철희의 눈에 비친 이번 선거 판세, 어떻게 보십니까?
"야당이 많이 불리하죠. 일반적으로 '새누리당이 180석, 심지어 200석이 넘는다'는 전망을 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런 전망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가 야권의 분열이거든요.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그때는 사실 통합진보당이 있긴 했습니다만, 여야 일대일 구도였잖아요. 그런데도, 160대 140석? 여권 성향인 무소속표까지 다 합쳐도 그 정도 구도였다고 보면 총선은 대체로 새누리당이나 보수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거든요.
이번 선거는 야당이 분열까지 해서 정말 심각할 정도로 야권이 불리한 건 분명한 사실 같고요. 야당끼리 경쟁하다 보니 여야 간 쟁점 형성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야당끼리 주도권 경쟁이라 할까요? 이런 걸 하다 보니까... 야당이 한 목소리로 여당을 공격하거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프레임이 잘 안착이 안 돼요. 야권 분열이 표가 나뉘는 것뿐 아니라 선거판 전체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과정을 보면 최근에 있었던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당인 파동, 경제 실정 등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심판 여론이 안 뜨는 이유는 뭘까요? 야권 분열이 가장 큰 이유일까요?
"그렇죠. 프레임은 아주 간명해야 하고, 더 좁히면 하나의 프레임으로 정립되면 유권자들이 인식하기도 좋고요. 이번에는 그렇게 잘 안 돼요. 당이 여러 개다 보니까, 야권이 분열돼있으니까. 제3당은 제2야당의 교체를 말하는 상황이잖아요. 선거 구도로만 보면 새누리당도 야당 심판론을 얘기하고, 제3당도 제1야당 교체론을 얘기하다 보니까 더불어민주당이 혼자고, 경쟁자가 둘인 1대2 구도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후보 구도는 일여다야인데, 정치 게임은 더불어민주당이 홀로 버티는 형국이라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거고요.
새누리당이 현재 산술로 보면, 당장 내일 선거가 이뤄지고, 지금 제시된 지지율로만 보면 (180석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죠. 정치학자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할 때와 투표장에서 찍을 때는 분명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다'. 그 점을 고려하면 우리 유권자들이 그렇게 일방적인 선거를 하실 거라 보지 않고요. '너는 하는 것 없이 국민만 믿고 있느냐?' 이런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믿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유권자에 대한 신뢰,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고. 그걸 전제로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바뀌어야 하나?' 고민을 하거든요. 지금 힘든 건 사실이고요. 야권이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찾지 못하는 중이라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했던 안철수 대표는 '당 대 당 야권 연대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후보자 간 연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앞문은 꽉 잠그고, 뒷문은 열어둔 상황인데요. 내부에서는 국민의당 전략가라 할 수 있는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제명까지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연대의 문을 꽉 닫은 상황이죠. 반대로 김종인 대표는 '저러면 곤란하다'고 하시다가 오늘은 태도를 바꾸신 것 같아요. 당 대 당 통합이 선거 끝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전술이라 보십니까?
"이대로 마냥 갈 수도 없죠. 연대만 가지고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문제인데, 워낙 안철수 대표가 '당 대 당 연대는 안 된다'고 하니 그런데도, '당 대 당 연대를 해봅시다'라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중앙당은 그런 입장인지 몰라도 선거구별로 현장을 들어가 보면 단일화가 후보자끼리가 아니라 지지층에서 그런 요구를 하시거든요. '공멸이지 않으냐', '힘을 합쳐봐라'는 요구가 나오니까 현장에 뛰는 국민의당 후보들도 단일화에 응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보면, 자발적인 개별적 단일화 흐름에 관해서는 중앙당에서 저지하면 안 되는데...
국민의당이 제명을 운운하면서 저지했는데 안철수 대표의 관훈클럽 토론을 보니까 그거는 철회한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야권 단일화를) 막지는 않겠다. 개별적으로는 막지 않겠다'고 한 건데 저희에게는 반가운 선언이라 보고요. 그렇다 해서 저희가 안철수 대표를 압박하듯이 '당 대 당 연대 해봅시다'라고 말할 수는 없고요. 국민의당이나 저희 당이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밑에서 올라오는 단일화의 바람을 양성화시키고, 독려해야지. 이걸 자꾸 막아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그 점에서 문을 열어 둘 거고요. '포괄적인 연대 논의는 해보자' 정도까지 우리는 생각합니다."
-4월 4일이 투표용지 인쇄 마감 일 아닙니까? 동네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후보 단일화) 마지노선을 4월 4일이라 하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 안에 포괄적 논의가 가능할까요?
"포괄적 논의라는 게 당 대 당으로 전체 후보를 놓고 하자는 게 아니고요. 어떤 수준이든 다양하게 해볼 수 있다는 거죠. 하나의 방식만 가지고 고집하지 말자는 거죠. 정의당하고 연대 문제가 또 있거든요. 김종인 대표나 정의당이 취했던 입장은 이거였습니다. '연대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혁신이 먼저고, 그다음에 연대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 때 선거 때만 되면 연대를 외치면서 군소정당을 압박하면서 제1야당의 지위를 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정의당에) 많잖아요.
일종의 그런 패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 때문에 '선혁신한 뒤 밑에서부터 단일화 요구가 올라오면 그때 연대 방안을 찾겠다'는 거라서 지금 그 시점이 된 거죠. 특히, 야권 지지층들이 불안해하거든요. '이러다 다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이 문제에 관해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요. '어떤 형태든 야권 단일화 문제는 창구를 열자'는 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포괄적 연대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언론에 드러나는 내용을 보면 야권 연대만 있고, 그 밖의 쟁점은 실종된 상황입니다. 오늘 아침 조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부 그 (야권 연대) 얘기만 하고 있거든요. 이걸 좀 뛰어넘는 차원의 선거 쟁점이 형성돼야 하는데 언제까지 (야권 연대를) 마무리하고, 장면을 바꿔야 할 것 아닙니까?
"선거 쟁점이라는 게 한 당만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시다시피 새누리당은 경제 문제에서 쟁점을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안보 프레임을 자꾸 가동해서 회피하려 하고, 야당 심판론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러면서 본인의 경제 무능이나 실패를 숨기려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 문제를 드러내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그걸 잣대로, '살림살이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로 투표해주십시오'라고 우리는 얘기하는 거고. 그러지 않으면 이 경제 상황이 그대로 가는 거잖아요? 그 손해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입잖아요.
저희가 하는 말씀이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 하는 거고요. 조금 더 나아가면 '투표가 경제'라는 얘기입니다. 투표를 통해 이걸 바로 잡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고요.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달라진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신문, 큰 신문들에서는 뉴스로 잘 등장하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 속에는 이미 스며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조금만 더 저희가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이것이 전체적인 프레임으로 작동할 거라 보고요. 일간지, 큰 신문이 만드는 프레임이 눈에 띄는 표층 프레임이라 본다면 유권자 마음에 들어가 있는 심층 프레임은 '경제 무능, 경제 실패'에 관한 심판 기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아침 신문만 들여다보다가 '이거 아닌가 보다'하고 우왕좌왕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권자와 국민을 신뢰하는 가운데 끝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경제 무능과 실패를 계속 얘기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만 할 거냐. 잘못한 걸 지적만 할 거냐'는 지적도 있어요. 우리도 우리의 대안이 있습니다. 그게 '더불어 경제'입니다. 강자나 승자나 부자가 독식하는,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나 홀로 경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경제 실패 심판하면서 더불어 경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상당히 패키지가 잘 만들어진 공약이라 끝까지 밀고 갈 겁니다."
-지도부에서는 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 안보 공세가 이렇게 심한데, 북한이 미사일 또 쐈는데 표심이 흔들릴 수 있으니 프레임 전환을 하자'. 기존 판을 흔들어서 다른 프레임으로 갔다가 또 왔다 갔다 해서 손에 잡히는 게 없어서 모든 게 다 실종됐던 것이 더불어민주당 과거 선거 행태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엔 어떠세요?
"이번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김종인 대표가 '경제 실패, 경제 무능함에 관한 심판 기조로 계속 갈 거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또 말씀하셨던 게 지금 (새누리당에) 강봉균 전 의원이 선대 위원장으로 나와 있잖아요. 과거에 이명박근혜 용어 썼는데 이게 사실상 와 닿는 내용이 됐어요. 그때는 별로 와 닿지 않았지만, 이명박 5년, 박근혜 3년이니까 이명박근혜 8년이잖아요. 경제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는데, 강봉균 전 의원은 거기와 무관한 사람이거든요. (새누리당이) 정책을 입안할 때 강봉균 전 의원에게 문의해보고, 도움받았으면 모르겠으나 정책은 자기들 마음대로 해놓고, 책임지기 싫으니까 무관한 사람을 앞세워서 마치 그 사람이 새누리당이나 이명박근혜 8년의 경제 정책을 대변하는 것처럼 하는 게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8년 동안 경제 정책을 책임졌던 사람이 나와서 말하는 게 맞잖아요. 최경환 전 부총리는 어디서 뭘 하고 있습니까? 정치에 올인하고, 진박 마케팅하잖아요. 어쨌든 (새누리당의) 그런 게 선거 때 비겁한 행태라 생각하고요.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고, 본인이 잘못했는지, 잘했는지는 쏙 빼놓고 야당만 공격하고. 그 공격에 강봉균 전 의원을 앞장세우는 것. 정치는 책임이잖아요? 실제로 일을 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강봉균 선대 위원장 뒤에 숨어 버렸어요. 이건 안 되죠. 저희는 '우리가 상대할 사람은 강봉균 선대 위원장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고, 최경환 부총리고. 그 당에서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해야죠. '경제 망친 사람은 어디 가고, 엉뚱한 사람을 앞장세우고 있느냐'고 (김종인 대표가) 아침에 지적하시더라고요."
-강봉균 전 의원이 'DJ(김대중)의 사람이다' 보도가 되니까. 유권자는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새누리당이 강봉균 전 의원을 'DJ 사람'이라고 말할 때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그렇게 보면 DJ라는 사람이 얼마나 넓게 사람을 썼는지 배워야죠. 그렇지 않아요? 강봉균이란 사람이 새누리당에 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면, 그런 사람조차도 사람을 넓게 써서 이 나라를 살리려 했던 것 아닌가. 그런 정신은 안 배우고, 자기 편리할 때만 가져다 써서 'DJ가 썼던 사람이니 너희가 비판하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죠. 본말을 이상하게 비틀어 쓰는 건 새누리당이 참 잘해요."
-'새누리당 180석', '200석'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 더불어민주당이 파악하기로는 각 당 몇 석 정도 예상하십니까?
"저희가 예상할 건 아니라 보고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특보를 오래 하시고, 유럽의 지성이라 불리시는 자크 아탈리라는 분의 인터뷰를 보다가 '정말 이거 맞는 말이다'라고 무릎을 친 게 무엇이냐면, '관중은 낙관할 수도, 비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는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지만 연구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도 그런 자세입니다. 판세를 낙관적으로 읽지는 않습니다만, 있는 그래도 봐야 하죠. '어떻게 하면 (선거를) 우리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만들 거냐', '흐름을 조정해볼 거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서. 253개 선거구별로 유불리를 따져 보진 않았어요. 언론 용어로 하면 대진표가 짜이고, 구도가 정돈되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워낙 이게 공천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그야말로 경제 심판, 경제 무능 심판을 위해 프레임이 작동하는 데 온 힘을 쓰는 게 사실이고요.
언론으로 드러나는 판세를 보니까 저희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많이 나와요. 실제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만, 수치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쏟아지는 여론조사가 대개 유선 전화 방식이거든요. 유선 전화 방식으로 하면 대체로 누구에게 유리한지 검증돼서 우리의 약세가 과장돼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잘 나가거나 우세에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형편이라서... 김종인 대표가 박하게 '110석'을 목표로 말씀하셨고, 총선을 지휘하는 정장선 본부장은 '130석'을 얘기했거든요. 이 언저리에서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고요. 저희 당 목표만 따져서는 안 되고요. 야권이 연대하고, 새누리당과 여야 간 차별성만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면, 여소야대가 더 큰 목표여야 한다고 보거든요. 야권 전체 파이가 커지고, 그 안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조금 더 많이 (의석을) 먹는 게 좋은 거지. 100석 안팎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우리가 (의석을) 더 먹는다는 게 제일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서... 크게 보면 야권 전체가 늘어나는 여소야대가 목표고요. 작게 보면 110석에서 130석 사이에서 보면 선전한 거라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07석에서 130석 정도 될 것 같고, 정의당이나 국민의당까지 하면 이 파이가 최소한 새누리당에게 과반 의석은 내주지 않는 판으로 가는 게 목표다'.
"저희 당도 잘못이 있지만, 야권 전체가 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야권 전체가 이기는 싸움을 고민해야지. 이 안에서 누가 많이 먹느냐 싸움을 하는 건 일반 유권자들이 볼 때는 '소탐대실'이라 생각할 거거든요. 저희 당도 반성해야 하고요. 국민의당도 반성해야 합니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일을 해야지.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더 가진다 해서 그게 꼭 제로섬으로 국민의당 의석이 줄어드는 건 아니거든요. 같이 풀릴 수 있거든요. 17대 총선 보면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같이 성장했고, 18대 때 같이 망했거든요. 같이 올라갈 방안을 연구하고, 그 길을 열어야 하거든요. 그게 연대로 나타나는 것이고, 조금 더 확장해보면 단일전선도 구축할 수 있거든요. 후보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그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는데, 워낙 감정의 앙금이 커서 그런지 잘 안 되는..."
-국민의당은 원내교섭 단체가 목표로 설정됐어요. 김한길 전 대표는 '의미 없다'고 불출마 선언하고 그랬는데 그 당 안에서는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가 한국 정치사 말할 때 17대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들어 왔잖아요? 의회 정치가 다루는 아젠다가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하죠. 노동 의식도 그때 많이 생겼으니까. 민주노동당처럼 자기 아젠다를 분명히 가진 정당인지, 아니면 과거 자민련처럼 40석 안팎의 세를 가지려 애쓰는 정치인지 국민의당이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고요. 민주노동당처럼 한다면 한국 정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겠습니다.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해버리면 한국 정치를 퇴행시키는 겁니다. 직설적으로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자민련을 통해 JP(김종필)가 대통령이 됐습니까? 충청이 더 좋아졌습니까? 아니거든요. 자민련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노선으로 가는 게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고. 그러면, 같이 사는 길을 찾자는 겁니다. 좋은 정당이 중요하고, 우선이지. 사람은 그다음 문제잖아요? 이게 선당후사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면 더불어민주당도 많이 노력해서 바꿔야 합니다만, 감히 제가 비평하자면 국민의당도 어떤 정당 모델로 갈 것인지, 어떤 길을 걸으실 건지 잘 선택해주십시오."
-(국민의당을) 지역 정당이라 부르기도 어렵잖아요?
"지역 정당이 될 우려가 있죠. 현재 기반이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서 그럴 수 있죠."
-그것도 유권자들이 불만이에요. '왜 호남에서만 야야 갈등이 심한 것이냐?'. 선거는 전국 판세로 치르는 건데, '영남이나 수도권 다 포기하고 호남만 먹으면 되는 거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호남 지지자들, 야권 지지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차적 원인은 국민의당에 있다고 봅니다. 그 책임은 두고두고 져야 한다고 보고요. 이 정당이 좋은 정당으로 가고,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가면 그 책임을 제대로 지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표현 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종인 대표는 1월 15일 기점으로 얘기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 시절의 정당을 문재인 당이라 하고, 김종인 대표 시절을 김종인 당이라 네이밍을 해본다면... 두 사람이 당의 주인이란 뜻은 아닙니다. 민주정당이고 공당이라서... 두 당이 색깔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정체성이 달라진 측면도 있고, 당 내부 문화도 많이 달라졌는데 그게 일종의 책임지는 과정이라 봅니다. 대표 한두 사람이 바뀐다 해서 그 당이 완전히 달라진다 볼 순 없지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당을 어떻게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걸 보면 많이 자제하고, 절제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희 당이 달라지는 모습에 관해서는 저는 감히 '잘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본의 아니게 야야 경쟁, 야권 내의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돼버리면 서로의 진정성이 퇴색돼버리거든요. 저희도 책임이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지도부를 자극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보고. 국민의당도 마찬가지고. '비례 의석 몇 개 더 얻기 위해서 후보 사퇴 시키면 안 된다'든지, '우리가 제1야당이니까 양보하라'는 자세. 작은 것 때문에 큰 판을 망치는 일을 범하지 않는 게 지금 우리가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 같습니다."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전체 253석 가운데 122석이 달린 선거인데요. 수도권 전략, 중요할 것 같아요.
"수도권이 122석이죠. 그중에 인천에서 2개를 양보해서. 다 먹어도 120개밖에 안 되는... 워낙 덩치가 커져 있고, 유권자 구성상 비중이 크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남아 있어서... 호남과 영남을 빼고 나면 의미 있게 경쟁해볼 수 있는 게 수도권이거든요. 특히, 저희는 경제 실패 문제, 경제 무능을 많이 부각하려 하고요. 민생, 주거부터 시작해서 온갖 아젠다와 과제가 엉망으로 돼 있잖아요. 살기 힘들잖아요. 얼마 전 뉴스 보니까 주거비 부담이 교육비 부담을 넘어설 정도로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잖아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유용한 도구이긴 한데, 통신비 부담을 늘려 놓은 것도 없잖아 있잖아요. 이래저래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건 사실이고.
그걸 가장 심하게 체감하는 곳이 수도권이지 않을까 싶고. 수도권은 청년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취업이 안 되니까 서울로, 서울로 옮겨 오긴 하는데, 서울도 흡수할 여력이 없다 보니까... 경제 프레임으로 가려는 게 수도권과 연동된 문제라서 딱히 '수도권 대책이 무엇이냐'라 물으면 수도권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 따로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희는 경제 프레임으로 선거 치르려 하고, 이제는 '유권자들이 어느 지역 출신이냐'. 삶의 문제와 상관없는 이슈에 판단하지 말고 직접 내 문제, 내 지갑 문제, 살림살이 문제를 가지고 정치를 평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거로 승부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인 파동이 오래갈 것이다. 30시간 넘길 것이다' 전망이 많았지만, 25시간에 그쳤는데요. '수도권 민심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략 때문에 이 정도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인데요. 어떻게 보세요?
"김무성 대표도 끌고 가기 어려웠던 점도 있겠죠. 다른 당 대표에 관해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합니다. 평론가 때는 막 해도 되는데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고, 당직을 맡고 있어서 조심해야 할 대목이 많습니다. 정치가 타협이라는 걸 보여준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당을 이끌어 가는 대표로서는 리더십이 손상된 것 같고요. 새누리당한테 아쉬운 점은 어쨌든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만큼은 탈 박근혜 선거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앞장세워서 선거를 하고 있어서. 총선이란 계기를 통해서 대선 주자가 등장하고, 당의 리더가 누구인지 보여 줘야 하는데 그게 희석되는 결과로 총선을 치르고 있는 거라서...
저희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었을 때 경험해봤잖아요? 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새누리당은 다음 대선이나 포스트 박근혜 시점에서 상당한 혼란이 올 거다. 대가 없는 행위는 없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전망이 있어서 걱정하지만, 제가 걱정한다 해서 진짜 걱정으로 (새누리당이) 받아 주겠습니까? (웃음) 개인적인 바람은 하나입니다. 저 당에 개혁적인 인사가 많이 들어가서 새누리당이 수구, 꼴통 정당이 아니란 소리를 듣길 바라는 점이 있고요. 그런 점에서 유승민이나 이런 분이 선거에서 살아남으면 좋겠어요."
-'이번 선거 뒤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새누리당이) 친박 당, 보수 우익 당, 박근혜 당으로 된다면, 유승민부터 넓은 보수 개혁 정당 이런 것들로 더불어민주당이 가는 건 어떠냐?', '국민의당은 모호해서 어떤 건지 입장을 정해야 할 것 같고. 제일 왼쪽에 정의당이 있으면 4당 체제로 가는 것도 한국 정치 발전에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3당 합당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인들끼리 자신들의 대선 욕망 때문에 이합집산했던 정치에 국민이 많이 짜증 내고, 신물 나 하잖아요. 그래서 인위적인 정계 개편은 좋지 않다는 게 평소 지론이고요. 선거를 통해서 나타나는 게 (정계 개편의) 가장 좋은 방식이고, 최소한 유권자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한두 명의 정치 리더들이 좌지우지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보거든요.
개인적으로 정계 개편은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사람은 그렇게 해서 클 수도 있지만, 정당이 망가지거든요. 정당을 온전하게 만들려면 정계 개편이나 이합집산도 신중해야 하고요.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후딱 정당 만들고, 후딱 없애고. 단기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보고. 야권의 혼란도 그런 측면이 있거든요. 성실한 정당이 존재했다면 이렇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총선 이후 정계 개편에 관해서는 어떤 전망이나 분석도 안 가지고 있습니다만, 평소 소신을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학자들은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대권 욕심 때문에 신 3당 합당이 될 수도 있다'. 정의화 의장이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나서서 또 다른 차원에서 이합집산이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결례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유승민 의원은 공천 배제됐잖아요? 버림받은 것 아닙니까? 버림받은 분들이 야권에 투신해서 '더 좋은 정당을 만들어 봅시다'라는 건 정계 개편이라 보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이라 볼 수 있고. 어떤 정당이 (그 사람을) 밀어낸 거잖아요. 국민이 '너 다시 정치해라. 재선시켜준다' 그러면 다시 (그 정당으로) 돌아가는 게 좋은 모양새냐? 아니면 새롭게 활로를 찾는 게 좋은 모양새냐? 저는 후자라고도 봅니다. 정치인 몇 사람이 모여서, 대권 주자 반열에 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이렇게 해보자' 하는 건 안 좋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온라인 입당으로 10만 명 당원이 몰려 왔고, 새로운 인물을 인재 영입해서 바람을 잘 일으키다가 비례 공천 문제로 완전히 곤두박질을 쳤다'. 이번 비례 공천, 개인적으로 평가하세요?
"저도 (비례대표 후보) 그중 한 사람이라 곤혹스럽긴 하지만, 일반 유권자 눈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죠. 정치 평론하는 사람이나 정치를 아는 사람이 보면 '공천 과정에서 여러 파동이 생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지 몰라도, 유권자나 지지층은 한심하기 짝이 없죠. '어떻게 저렇게 (공천을) 하냐'고 보는 게 맞는다고 보고요. 책임도 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두 사람이 지는 게 아니라 이 당을 이끌어 왔거나 책임 있는 당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을 저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잘못했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 설 수는 없으니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보는 거고요. 선거 끝나고 나서도 유권자분들이 그 점은 매섭게 추궁하실 거라 보고요. 더 맞고, 덜 맞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다 회초리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책임의 중심에 김종인 대표가 있다고 보십니까?
"당 대표니까. 파동이라 그러셨잖아요. 그런 파동을 일으킨 데 얼마큼 원인을 제공했느냐를 따지는 건 아니고.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끝나 봐야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할 문제고. 당 대표로서 큰 책임을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과거 문재인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무한책임'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리더의 책임이 큰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김종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이 져야 할 책임은 아니겠죠."
-앞서 <한겨레> 보도가 화제가 됐어요. '칸막이 공천은 대표의 뜻이 아니고 핵심 비대위원 몇 명이 추천하다 생긴 문제였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없어져 버렸어요. 어떻게 된 거냐?
"칸막이라 표현하죠. 저는 비대위 비공개, 공천 관련 회의할 때는 배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잘은 모릅니다. 나중에 전해 듣고, 확인한 바에 의하면 '비대위원이 끼워 넣기 해서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같이 있는 자리에서 얘기를 들어 봤는데... 칸막이 문제는 제가 아는 한 실무적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지. 비대위원이나 당 대표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아니었어요. 처음에 중앙위가 투표하게 돼 있는 걸 보면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사회, 외교·안보 등. 카테고리 안에서 투표하게 하는... 일종의 칸막이였잖아요. 그 칸막이만 살아남고, 분야별은 사라지니까 이상한 형태가 돼 버린 것이지. '비대위원이 꾀를 내서 자기 사람 심기 위해 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한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가 취재해봤더니 당 실무자라 하면 '당 조직국 소속으로 공천관리위원회에 파견된 실무자였다'까지 취재가 됐는데... (웃음) 그러면 한 명으로 압축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런 '실무자들의 판단으로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반문도 있더라고요.
"그런 아이디어가 실행 단계로 들어간 것은 지도부가 승인했으니 실행으로 간 거죠. 제가 드렸던 말씀은 그와 완전히 무관하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발상을 그렇게 한 게 지도부고 비대위원이냐'는 아니란 말이고요. 중앙위원회 가서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서 (결과가) 뒤집힌 거란 말이에요. 중앙위 주장은 '당헌에 보면 중앙위가 순위 투표로 결정하게 해놨는데, 우리의 결정권을 당신들이 편법으로 제한을 가하냐' 였거든요. 10명 묶고 그 안에서 투표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선택권 침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거라서. '선택권 침해이기는 하나 저희가 불가피하게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는 사전 설명을 대표나 비대위가 해야 했는데 그게 지도부가 져야 할 책임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비대위가 줄사퇴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결국 책임지는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저도 비례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이라 원래 제 직책이라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지도부에 가서 '이 상황을 이렇게 수습해야 합니다'라고 안을 내고, 설명해드려야 할 처지인데. 블록이 따로 지정돼 있으니 답답하더라고요. 지도부가 따로 나와서 설명을 당당하게 하고, 잘못된 건 인정하고 수습해야 하는데 못하더라고요. 먼 발치에서 보면서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비례대표와 무관한 사람들이 나서서 조언하긴 했지만, 제가 보기엔 답답해 보였고. 그 얘기만 하면 면피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크게 보면 당의 당직자로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이 있는 거죠."
-중앙위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C 그룹에 있던 김현권 농어민부위원장이 1위를 했어요. 이철희 실장님께서 2위를 하셨더라고요. 중앙위원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두 분 모두 2분짜리 짤막한 연설을 인상적이고, 잘했다'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김현권 농어민부위장의 1등을 어떻게 보세요?
"집단지성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누군가에게 그날 현장 발표 나고 나서 '일등이 아닌 이등이라 안 서운하다'면 거짓말일 텐데, '내가 일등하는 것보다 농민 운동하시던 분이 일등하는게 이 당의 모양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저는 방송인 내지는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저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안 보실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이 볼 때는 '저 친구는 방송 나와서 평론가로 바른말 했던 인물'인데 대중성을 갖추고 있을진 몰라도 어떤 직능이나 지역을 대표하진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농민을 대표하는 분이 C 그룹에서 뚫고 올라와서 기적적으로 1등을 한 거는 우리 당에서도 필요한 드라마였고, 모양새도 훨씬 더 잘 됐다고 봐요. 표 숫자는 공개 안 했어요. '1, 2, 3등 큰 차이 없었다'고 해서... (비례대표 3순위 후보인) 이수혁 전 대사도 현장에서 호응을 많이 받았단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픈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박경미 교수의 제자 논문 표절, 학계에서도 비판이 높고요. '학문적 범죄 행위'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고요. 다만, '해명된 사안이 과하게 알려졌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고.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박경미 교수가 학계에서 평이 나쁘지 않다. 제자들과 사이도 돈독하고, 자신을 앞세우기보단 남을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라 기자들도 처음에는 논문 표절로만 봤는데 나중에 그 사람 전체를 보니 수긍하는 점도 많다더라'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일부 유권자나 지지층에게 우리 당이 상처를 드린 게 있지만, '부끄러운 선택'이라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저와도 일면식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먼저 인사를 청하는 걸 보고... 쉽지 않거든요. 특히, 여자 교수인 분이 먼저 인사하는 걸 보고 속으로 '이분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을 숙이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박경미 교수를) 조금 더 보시고, 실력이 있는 건 분명하고요. 과장돼서 알려진 게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 내부에 있는 뉴파티위원회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당의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갑질, 막말 이런 문제로 경선에서 탈락하신 분들이 꽤 많은데요. (뉴파티위원회가) 성과를 봤다고 보십니까?
"처음에 문재인 전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서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는데요.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제안했던 게 '뉴파티 운동을 해보자', 좋은 정당을 만들자는 말씀이잖아요? '뉴파티위원회를 만들어서 이철희 소장같이 젊은 이런 사람이 그런 운동을 당 내부에서 하면 어떠냐'고 하셔서 '좋습니다'하고 시작한 거에요. 제가 위원장 할 때는 뭘 막 해보려고 했는데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면서 뉴파티위원장을 내놓고, 전략기획본부장에 충실해지려 했고요. 묘하게 그 타이밍이 공천 과정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뉴파티위원회 사람들도 공천받아야 할 사람이 있으니 시간적 제약이 있었죠.
그 이후로 활동이 잘 안 보였던 건 사실입니다. 이 특위는 생길 때부터 6개월 한시적인 조직이었지만, 이 당이 가야 할 길이 멀거든요. 구조적 방향이 '뉴파티'라 하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선까지, 대선 이후까지 계속돼서 (더불어민주당이) 괜찮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해서... 총선까지 하는 거로는 성에 안 차고요. 고작 그거 하려고 '뉴파티'란 이름을 내걸었냐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저희가 (뉴파티 운동을) 길게 할 거고, 저도 뉴파티 운동에 가담할 거라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지켜 봐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운동은 당내에서 계속되는 겁니까?
"계속해야죠. 뭔가 뜻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고 나면, 으레 그랬듯이 똑같은 모습으로 전락하거나 이런 게 많았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저는 애를 쓰려 합니다. 그게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저와 같이 뉴파티 운동을 하려 했던 사람들, 일종의 도원결의 했던 사람들이. 만약에, 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분들과 손잡고 당내 개혁이라 그럴까요? 혁신운동을 계속해야죠? 그래서 뉴파티가 되면 그때는 저희가 후배들에게 물려주든 그런 생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이슈로 선거 치른다' 해주셨는데 '소득 불평등', '양극화 해소'가 핵심 쟁점이 되겠죠?
"큰 얘기만 해서는 잘 안 돼서... 손에 잡히는 쟁점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해서든 (쟁점으로) 만들어 보려 애를 쓰는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잖아요? 자꾸 피해가려는 게 있어서... 피해 가는 사람을 붙들고, 쟁점을 만드는 게 실례이긴 합니다만... 아직 저희가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어서요."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속상한 남자? (웃음)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시 박영선 의원과 이철희 소장 간의 대화. 그것도 대화록 파문입니까? (웃음)
"제 팬카페에 제 생각을 드라이하게 올려놨습니다만, 당시에는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제가 뜻밖에 멘탈이 안 강하다는 걸 당해보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니 심리적으로 안정되긴 했습니다만, 당시에는 힘들었던 상황이에요.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벗어난 것에 관해서 '(이철희가) 배후다', '책임이 있다'고 그러니 억울했고요. 주변 사람은 '당이 져야 할 짐을 눈에 띄는 당신이 진 거로 생각하라'고도 하고, 그렇다면 그것도 제 역할이라면 감당하는 게 좋겠다고 봤는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략기획본부는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닙니다. 저희 선대위 조직은 정세분석본부, 전략기획본부가 따로 편재돼 있었고요. 공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곳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하고요. 실무적으로 서포트해줘야 할 게 있잖아요. 그걸 정세분석본부해서 해서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고요. 비대위 회의를 하더라도 '공천 관련 회의는 비대위 빼고 다 나가라'고 합니다. 저희 같은 사람은 들을 기회도 없었고. 크게 보면 저는 후보자 중 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공관위나 (공천) 의사 결정하는 일에 기웃거리는 게 제 배짱으로는 안 맞아요. 사람들이 '쟤, 왜 자꾸 그러냐'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의식적으로 멀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당일 박영선 비대위원과 대화를 나눈 건 전후 맥락을 연결하면 간단합니다. 저는 전략기획본부라서 당의 행위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그날 아침에 정청래 의원을 포함한 컷오프가 발표된 거잖아요. 이후 언론 반응, 기자들한테 계속 전화를 받거나 현장에서 기자들과 대화로 알게 되는데 이 친구들이 반응을 쭉 전달해주는 게 있습니다. 더불어 경제 콘서트 브리핑 시간이 30분 지연되면서 그 반응으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거였어요. 주변에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대표도 있었고 그랬거든요.
'썩 반응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박영선 의원은 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냐면, 'SNS 반응이 안 좋은 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그런 점을 비대위에 내가 얘기했다'고 한 거에요. 제가 질문한 것과 답이 다르게 나온 거에요. 저는 오프라인에서 현장 나와 있는 기자들 이야기를 전한 거였는데... 다시 얘기했어요. '여기 나온 종이신문 기자들은 다른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비판적인 것 같다'고 했더니 박영선 의원이 정색하면서 '절대 그런 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정반대로 이해가 돼서. 박영선 의원도 억울해했어요. 나중에 정청래 의원과도 통화해서 오해를 풀었다고 하던데... 이게 한번 알려지니까. 이동형 작가도 제가 사적으로 친한 사이거든요. 저 친구가 의도적으로 저를 오해했다고 보지 않아서.
다만, 이 과정에서 제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리고, 질문 없이 답변만 하고 해석하다 보니까 오해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치인이 돼 가는 과정이고, 성장통이라 생각하지만, 많이 아팠던 건 사실이고요. 또, 박영선 의원도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본의 아니게 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누구를 좋아하는 것도 좋고, 누구를 싫어하는 것도 좋은데. 비판할 때는 그 사람이 한 일을 가지고 비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받아야 할 비판은 당연히 져야 하지만, 아닌 거는 잘 분별해주셨으면 하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거 아니더라도 앞으로 저 비판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테니까 조금 아껴 두셨다가 비판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확대 재생산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였나요? 유시민 전 장관이 직접 사과하는 방송도 나온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정치할 때 '열심히 일하는데 지나가는 시민이 수고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건네주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주 혹독한 정치 수업을 치르셨어요? 앞으로, 어떤 정치인 하고 싶으세요?
"'그 아메리카노 얻어먹는 정치인 되고 싶다'는 얘기는... 사실 그 표현을 처음 들은 건 전북대 강준만 교수 인터뷰할 때 들었거든요. 참, 와 닿았어요. 강준만 교수가 그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유권자로서) '정치인이 잘하고 있으면 툭 치면서 '수고한다' 그러고 아메리카노 한잔 사주고 싶은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나도 저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걸 처음 생각했어요. 그걸 입당의 변에 썼는데요.
박수만 받을 수는 없겠죠. 박수만 받으려 하면 그것도 문제일 겁니다. 일을 하다 보면 욕을 먹을 수 있는 거고, 정치라는 게 누군가를 대변해야 한다면 모두를 대변하지 못하니까. 내가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비판받는 건 감수해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판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합당한 비판이면 듣고, 나랑 상관없는 비판이면 담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합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많이 알아보고, 커피 한잔 사주고 가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고요.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 와중에 지방 가면 커피 사주시는 분도 있어요. (웃음) '요즘 마음고생 많이 하죠?'하고 어깨 툭 치고 가시는 분들 보면 다른 말보다 그런 행동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고,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철드는 것 같아요. 정치 철이 드는 것 같아요. 일찍 대가를 치르고...(웃음)"
-끝으로, 유권자들께 꼭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실 것 같아요.
"식상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투표해주십시오. 누구를 찍든 투표장에 나와 주시면 좋겠고요. 저희 당은 '투표가 경제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표하지 않고, 물러서면 누군가가 이기게 됩니다. 그 누군가 이기는 사람은 그게 민심인 줄 알고, 독주하고, 민생 실패를 이어갈 겁니다. 제가 어디서 그런 말을 했었는데 서민의 경제 주권을 분명하게 집권자에게 확인해주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고요. 투표장에 나가시면 털린 지갑,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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