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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정 전 장관 “노무현 대통령과 맞먹던 시절이 그립다”
등록 :2016-11-25 16:58수정 :2016-11-25 17:18
페북에 “다 같은 국민의 종, 맞먹으면 안되나요?”
국무회의때 노 전 대통령에 대들었던 일화 소개
현 국무위원들 박 대통령에 직언, 사표 촉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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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국무위원들 박 대통령에 직언, 사표 촉구도
2003년 9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임해양수산부차관으로 내정된 최락정 차관이 농림해양수산위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최낙정 전 해수부 장관의 글 전문
공직에 있는 후배들 요즈음 한마디로 참담할 것이다. 참 멋진 공직자로 달고 싶었던 선배가 검찰청사에 들어가면서 한 말처럼 "참담합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다시 기본으로 들어가자. 공직이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종이지 최고 권력자의 종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의 지시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공직에 나갈 자격이 없다. 왜 최고 권력자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가?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사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혹자는 공무원을 승진하기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고 한다. 영혼이 없다고들 한다. 영혼은 없다 하더라도 법과 양심은 있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 법과 양심을 지켜달라고 국민들은 열심히 벌어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법과 양심을 버린다면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다. 나의 개인적 욕망을 위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28년간 공무원생활하면서 상사와 많이 싸웠다. 어떤 일이든 내 생각과 일치되지 않으면 일단 토론을 했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면 서로 합당한 대안을 찾았다. 불법이면 한 마디로 최소한 난 감옥 가기 싫다며 하지 못한다고 했다. 물론 이제까지 좋은 상사를 만나 정무직까지 지냈다. 상사들은 대체로 내말은 들어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청와대의 지시라도 실무자가 목숨 걸고 반대한다며 다른 대안을 찾아달라고 반박하여 다른 대안을 찾기도 했다. 난 항상 사표 낼 각오를 하고 덤빈다. 그래서 후배들은 나에게 ‘싸움닭’ ‘단칼’이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그 때 공직은 박봉이니 사표내고 나오면 더 많이 벌 자신은 있었다. 그리고 맞벌이하니 최소한 생계는 집사람이 책임지겠지 하는 배수진도 쳤다. 노 무현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할 때 난 싸우면서 인정받았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이니 민원이 많았다. 그리고 초기에는 공직에 대한 불신도 커 공직이 폐쇄적이니 이렇게 많은 민원이 정치인에게 간다고 말하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민원처리는 그래도 특이했다. 일단 모든 것을 다 공개한다. 예를 들면 이 사안은 내 지역구의 잘 아는 사람의 민원임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민원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참모들과 같이 이 사안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한다. 그 때마다 나는 원래 강하게 나갔다. 목소리도 크고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늘 부딪히곤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난 많이 배우곤 했다. 공직자로 폐쇄된 마음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생각한 법과 양심에 어긋나면 난 내 의견을 가감없이 그대로 이야기했다. 이게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말씀드리는 것이 참된 공직자의 역할이요 부하직원의 도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결재권은 장관이다. 장관혼자 사인하면 문서가 정당히 생산되고 그 효력을 마친다. 이 경우 난 사인안 한다. 그리고 책임도 지지 않는 다. 이에 대한 책임 또한 장관 혼자 져야한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장관의 경우 서류가 날아오거나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그러나 노무현은 나의 진심을 읽는다. 실무자가 저렇게 반대하는 것을 보니 이 사안은 없는 것으로 하자고 생각을 바꾼다. 뒤로는 최 낙정이 고집 때문에 일 못해먹는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지만.... 노무현이 대통령되고 나도 어찌어찌하여 장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여려 사안을 놓고 독대도 하고 몇 장관들과 같이 회의도 했다. 내가 옛날 스타일 그대로 나가니 노대통령 한마디 했다. “너 장관되었다고 나하고 맞먹으려고 하네?” 나의 대답 “그래요 다 같은 국민의 종이고 한 끗발 차이인데 좀 맞먹으면 안 되나요?” 이런 대통령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그리고 엄청난 끗발 차이라는 것도 모르고 덤볐던 그 기개가 어디서 나왔을까? 부질없지만 내가 지금 장관이라면 “대통령님 내려오십시오. 국민이 저렇게 원하는 데....”라고 말할 것이다. 참 요즘 만나지도 못한다지. 그렇다면 나도 국무위원으로 더 이상 이런 대통령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며 사표 던지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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