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6.08.15.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6.08.15.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나라 비하하는 신조어 확산” “때법문화 만연”
한국사회 모순 지칭 ‘헬조선’ 비판…국정난맥 성찰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자긍심 고취를 호소했다. 경제·안보 위기를 긍정의 에너지로 넘어서고, 주변국과는 물론 국내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 역시 국민들의 ‘단합’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현실에 대한 원인 규명과 성찰 대신 ‘할 수 있다’는 정신력만 강조한 것을 두고 야권은 “국민에게만 훈계하는 모습은 과거 정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돌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경축사에서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자부심, 한류문화 확산, 경제 발전,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자랑스러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신조어’를 직접 예시하진 않았지만, 자산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고착화돼 희망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 ‘헬조선’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대외경쟁력까지 실추되고 있다”,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연설에, 이런 상황에 대한 진단과 성찰은 빠져 있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할 수 있다’(4차례), ‘자신감’(4차례), ‘공동체 의식’(2차례), ‘자긍심’(1차례) 등 개인의 마음가짐을 해법인 양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 “포기와 좌절을 몰랐던 불굴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이뤄내자” 등 막연한 호소에 집중했다.

야권은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복고’(復古)였다.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 등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회상시킨다”며 “알파고 시대가 왔는데 바둑판과 바둑알은 그대로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했지만 오늘 경축사에서 그런 징후는 찾을 수 없다”, “지금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은 ‘나라 사랑’, ‘입 닫고 대동단결’이 아니라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기반성”이라고 지적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