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MB-박근혜, KBS에 동굴같은 시절"

[팟짱 인터뷰 전문] 고민정 전 KBS아나운서

17.02.10 19:11l최종 업데이트 17.02.10 19:5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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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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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오마이TV <장윤선의 팟짱>'이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의 팟짱
■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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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장윤선 오마이TV 방송국장
■ 출연 : 고민정 전 KBS아나운서

아래는 10일 장윤선 오마이TV 방송국장과 고민정 전 KBS아나운서가 함께한 인터뷰 내용이다.

  김민정 전 KBS 아나운서
 김민정 전 KBS 아나운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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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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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범관계로 엮인 수많은 국정농단 사건들이 잇따라 보도될 때 역설적이게도 이 문제들을 가장 강도 높게 보도한 언론은 종편이었습니다. 또한 한겨레를 필두로 한 진보언론, 대안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기도 한 상황이기도 하죠. 정작 공권력을 감시해야할 공영방송, 공영언론은 무슨 역할을 했던 것이냐, 아무런 역할을 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광장에서 제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따지고 보면 MB정권에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어지기까지 나온 비판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최근 KBS를 떠나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에 결합한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진짜 방송인이 오니 저 같은 가짜 방송인은 기가 죽어요. (웃음)
"아니에요. 제가 더 긴장이 되고, 밖에서 큐 사인 소리가 듣는데 왜 이렇게 반갑기도 하면서 심장이 뛰기도 하고 그래 내가 있을 자리가 원래 마이크 앞이었나. 갑자기 들고 그래요." (웃음)

-팟짱이 첫 출연이신데요. 저희가 첫 출연하시는 분들에게 꼭 부탁드리는 게 있어요. 저희 방송이 추구하는 모토가 솔리대리티(solidarity). 연대거든요. 애청자 분들께 연대 인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방송으로 보여지는 것도 처음이어서 긴장이 되기도 하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은 많이 했지만 직접 부딪혀본지는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에, 100%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제가 회사에 있을 때부터 인터넷으로 참 많이 봤던 매체거든요. 공신력도 상당히 있다고 믿고 있고. 전 언론인이기도 하니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고, 스스로에게 재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댓글로 참여하고 계시는데요. '와 고민정 너무 예쁘다'.
"여기 조명이 예쁜 것 같아요."

-장 기자 빼고 고민정 씨가 팟짱 진행하면 안 돼요?
"안됩니다."

-'팟짱 출연자 중에 가장 예쁘다' 제가 지금까지 팟짱 3년여 진행하고 있는데, 제일 아름다우신 분이 스튜디오에 나오신 것 같습니다. 고민정 문재인 파이팅. 대박. 고민정 아나운서 반가워요. 실시간으로 댓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기가 상당하신데요?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주 토요일 날 문재인 전 대표의 북 콘서트를 진행하며 처음 발표가 됐는데 그날 그다음 날, 다음다음날까기도. 제 SNS 계정을 통해 수많은 댓글을 봤거든요. 고맙다. 감동이다. 파이팅이다. 메시지들이 참 많았는데. 예전 같았으면, 내가 좀 오늘 실시간 검색어도 나오고 인기가 올라가는구나 생각했을 텐데. 이번엔 참 마음이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굉장히 찡했어요. 제가 KBS를 나오게 된 그 마음은 절박함이었거든요. 세상이 바뀌어야한다는 절박함. 발표가 되기 전까지는 나의 절박함을 사람들이 얼마나 알아줄까. 난 사람들이 알아주는 절박함을 난 이만큼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는데.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나랑 다 똑같구나'. 저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절박함을, 그런 댓글로 표현해주신 것이지. 전 그래도 먼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이지. 댓글을 달아주신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저처럼 똑같이 뛰고 있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댓글창이 비판 댓글이 꼭 있더라고요. 오늘은 굉장히 정갈해요. (웃음) 곱다. 단아하다. 우아하다. 파이팅하세요. 응원합니다. KBS 잘 나오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막 나오고 있는데요. 정말 출연자에 따라서 실시간 댓글 반응이 바뀐다는 것도 재밌는 미디어 현상 같습니다.
"악플은 조금 있어도 전 괜찮습니다.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제가 14년 동안 아나운서 생활 하면서 악플도 물론 있었죠. 그걸 처음 겪었을 때는 상처받고. 왜 날 미워하지? 이유도 없이. 하면서 힘들어 했는데. 시간이 점점 느낀 거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으면 10% 정도는 세금을 낸다고 생각해야하지 않나. 그 정도의 악플은 세금이다. 생각하고 나니까 그렇게 상처되고 하진 않더라고요."

-전 이런 얘기 참 신선합니다. 악플은 세금이다. 유명세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거든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악플 다는거야"하며 생각하는데. '진짜 멋진 커리어 우먼 고민정', 이런 댓글이 달릴 만 하다 생각이 듭니다.
2004년 공채 아나운서 30기로 입사하셨어요. 노무현 정부 때였어요. 당시 정연주 사장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처음 뽑은 아나운서란 이야기 들었습니다. 2004년의 KBS, 2017년의 KBS.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방송은, 언론은, 시민들의 마이크 역할을 합니다. 시민들 속에 있을 때 언론이 편안함을 느낀다면 잘하는 거고. 시민들 속에 있는데 불편하고, 밀려나고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면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2004년 제가 입사했을 KBS가 당시엔 정권에 대한 비판 많이 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이게 어느 정도의 것인지 몰랐죠. 그런데 2017년 이 시점이 되고 나니까 그때를 회상하기도 해요. 선후배들이. 그때가 참 좋았었지. 하면서. 그때 자유로움을 왜 더 활용하지 못했을까. 아쉬움도 이야기도 하고요. 지나고 나니까 아쉬운 거고. 좋았던 기억을 잊지 않다는 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분명히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블라인드 테스트는 처음 시도된 제도로 알고 있거든요. KBS에서. 면접을 볼 때 그 사람을 태어난 학교, 지역, 아버지 인맥 등 모든 걸 화이트로 지워서 면접을 했거든요. 이 사람이 어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면접관이. 그러니까 그 능력만을 보고 판단했던 거죠. 결과적으로 저희 동기들 가운데 소위 명문대 출신 친구들보다 전국 각지 출신의 동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허리가 돼서 KBS를 이끌어오기도 했고. 블라인드 테스트가 정연주 사장이 나가고 나서 점점 축소되고 변화되고 바뀌고 하면서 지방, 전 지방대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전 경희대 출신이지만 수원에 있는 국제캠퍼스를 나왔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계속 나와줘야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지 못했다는 것. 과연 청년들에게 일자리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는가. 그렇지 않은 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들어왔듯이,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게 제도화 되고 시스템화 된다면. 나같은 대학생들이 이런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당시에 정연주 사장님과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요. 절대로 전화하지 마시라. 장관님들 국회의원님들 전화하시면 제가 그 친구 떨어뜨리겠다. 인사에 누구 뽑아라 한다고 뽑을 수도 없고 뽑아서도 안 된다. 이런 판단 하셨는데 그런데도 전화하시는 분들이 있었데요. 정말 떨어졌나 봐요.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난리 쳤다는데. 그런 전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하셨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하니까 정말 창조적인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분들이 역할도 굉장히 많이 했다는 평가도 들었는데. 소위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분위기가 바뀌고 블랙리스트 파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그때부터 KBS 동료는 시련이 시작됐고. 저도 개인적으로 시련이 시작돼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전 처음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둘이 사는 게 재밌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안 되겠다. 견디기 힘들다. 이럴 땐 가족이다 해서 아이를 낳자. 이렇게 해서 첫째를 낳았습니다. 그렇게 5년을 버텼는데,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더라고요. 그래서 또 가족이다. 둘째를 낳고."

-그럼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이 아이 선물을 해준 겁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는 참 고맙더라고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절 9년의 시간은 특히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던 PD, 기자, 아나운서에겐 동굴과 같은 시간이었고요. 저희 방송인들은 지원서를 낼 때 연봉이 얼마인지 생각하며 언론인으로서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약한 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이런 사명감을 갖고 언론사에 지원서를 내는 건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발휘낼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는 자존감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는 거죠. 어떤 친구들은 그런 이야기하더라고요. 일반 직장인 친구들은 난 네가 걱정하는 게 이해가 안 돼. 월급 따박따박 들어오고. 일 없으면 좋잖아. 일도 안하고. 뭐가 그렇게 힘들어? 하던데 전 그건 언론인들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셔서 하는 이야기고, 저희는 일이 없으면 없을수록 자괴감이 들고, 내가 뭐 하러 여기 있나, 내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별 생각을 다하게 되더군요. 그게 1~2년에 끝났으면 좋겠는데 9년이라는 너무나 긴 시간 동안 겪어왔어야 됐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가끔씩 옛날 대학생 때 혈기왕성 때 만났던 친구들 만나서, KBS 왜 그래 이야기 들으면. 아 맞어.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데 나는 무슨 역할하고 있나. 하면서 술 마시고. 그런 시기가 9년 있었던 거죠."

-KBS 사원행동 조직이 됐던 때가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가요? 거세가 갈등했습니다. 사장 문제, 이사회 문제 고비마다 노동조합과 KBS 사측이 갈등을 해왔는데요. 지난 9년 내내 싸웠다. 이렇게 봐야 됩니까.
"정말 지난한 싸움이었고. 정말 싸울 때마다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있잖아 하면서 동료를 보며 힘을 내고 다시 한 번 소매를 걷어붙이곤 했었는데. 그래도 사장 선임 구조라든지 이런 시스템들이 바뀌지 않는 것들을 보면서, 싸워도 안되는 게 아냐? 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아 바뀐 게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언론인들도 세상이 바뀔 것이다. 바뀐다는 것이 어떤 정치세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든 국민이 바꿔나가고 있고, 국민들이란 곧 우리 자신을 이야기하는 거니깐. 거기에 대한 기대감, 용기가 많이 있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처음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나서 그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는데. 저희가 88사태라고 하거든요. 2008년 8월 8일에 사복경찰들이 회사 안으로 진입했어요. 저는 정말 그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리는데. 왜냐하면 학교 때 선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학내는 경찰, 군인은 못 들어오는 곳이라는 이야기 들었는데. 여긴 언론이잖아요. 일반 시민들도 KBS 로비는 들어올 수 있지만 사원증 찍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일반 시민들조차 엄격하게 인적사항들을 적고 허락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만큼 성역이 돼있는 곳이 언론사인데 그곳에 낯선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와 있었고, 그 사람들이 경찰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저는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 분노했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핍박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때 많은 동료들이 들고 일어났었고요. 결국 그게 지금 새노조가 탄생한 계기고요."

-제가 그때 KBS에 있었습니다. 제가 미디어 담당 기자라서요. 그때 정연주 사장이 전화하셨어요. 그때 정연주 사장이 전화왔어요. 지금 병력이 얼마나 들어왔나? (웃음) 이 분도 기자 출신이니까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영등포 경찰서에 확인해서 알려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대단히 세게 붙었던, 그리고 사실 방송국은요, 저희는 자유롭게 스튜디오같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방송하고 있지만 KBS, MBC, SBS 출입절차가 굉장히 까다롭죠. 또 방송시설은요. 전쟁나도 보호되는 시설이에요. 국민들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야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기관보호를 하는데, 그곳에 사복경찰이 들이닥쳤다는 것은 KBS사원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을 하고 계시는데, 최근 언론노조 KBS노조가 파업 결의를 했어요. 이제 파업하게 된 건가요?
"글쎄요. 이젠 제가 직원이 아니라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80%의 찬성으로 파업 결정이 난 걸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사표수리가 된 게 1월 23일이거든요. 그 전까지는 회사를 다녔으니까요. 그때까지 상황만 봤을 때 KBS가 그야말로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먼저 풀어야 될 것인가. 물론 여러 국민들께서 바라보시는 KBS의 문제점.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 광장에 나와도 우리가 진짜 겪고 있는 것을 찍지 않는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렇다고 그 안의 모든 기자, PD가 이상하진 않거든요. 다들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 조직의 시스템이, 제가 기자가 아니라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데스크가 판단하잖아요. 국장, 본부장, 사장까지 현재 고대영 사장은 기자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말단 막내 기자가 자기 의견대로 자기가 본 대로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그래서 결국엔 인력구조가 자체가 바뀌어야 되는 건데. 국장, 본부장도요. 바뀐다는 게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인으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그 사람이 수장이 되는지.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이 나라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를요. 방송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런 것들을 바꿔내야 1선의 기자, PD 또 아나운서들이 진실을 보도할 수 있게끔 될 수 있는데. 지금은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 제도 자체가. 공정한 사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MBC도 물론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지금 노조에서도 그렇고 늘 이야기해 왔던 것이 방송법 개정이 우리에겐 풀어야할 숙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쪽에 더 집중해서 파업을 추진하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이를 테면 KBS보도되는 구조가, 오마이뉴스는 현장기자가 본 대로, 들은 대로 그대로 나가는데, KBS는 현장기자가 이런 판단을 하고 기사를 올리면 데스크가 '야 다른 방향 없어', '다른 방향 취재해봐' 하며 기사를 바꿔서 전혀 다른 논조의 보도가 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1선의 PD, 기자들을 만나보면 자기들 토요일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거든요. 노조에서 파업지침이 있거나, 이런 것들이 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하거든요. 하지만 KBS뉴스는 그렇게 나오고 있지 않고 있죠. 왜 그런 것일까. 그런 현상만 놓고 봐도 그들 생각이 이상해서, 겉으로는 촛불촛불하면서 속으로는 반대하는 기사쓰고.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뜻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구조 내에 있다보니,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런 걸 제대로 데스킹 해줄 수 있는 허리에 있어야 할 선배들, 임원진, 이런 분들이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KBS뉴스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KBS가 노조가 두 개지 않습니까. KBS노조, KBS새노조. 이건 이명박 정부때 사원행동이 바뀐 것인데요. 이 양대노조가 둘 다 파업을 결의한 거예요. 그래서 이슈가 언론부역자 청산. 공정방송사수를 위한 파업이다. 이렇게 돼있는데요. 언론부역자는 누굴 이야기 하는 겁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데스킹을 해야 하는 자리. 프로그램을 마지막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죠."

-고대영 사장 포함되니까?
"당연하죠."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언론인들을 이번 기회에 청산하자는 말씀인데요. 말씀대로 방송법 개정이 국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고, 야당의원들도 방송법 개정을 핵심입법으로 꼽고 있는데요. 핵심이 뭔가요? 사장만 제대로 뽑으면 된다. 이게 끝입니까. 아니면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요?
"방금 말씀하신 사장 선임 구조가 중요하고요. 지금 이사회 구성은 여당 7명, 야당이 4명 11명이잖아요. 그 중 절반 찬성이면 선임이 되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정권의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7대6의 구조거든요. 여7 야6  여기에 특별다수제라고 해서 2/3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 선임이 통과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누가 여당이든지 상관하지 않고, 야당의 승인을 받아야만 KBS 사장이 선임이 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거죠. 그래서 이게 어느 한 쪽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고 치우치는 게 아니라. 어떤 정권이 들어오든 상관하지 않고. 특히나 공영방송 KBS라면. 그야말로 가운데 지킬 수 있는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하는데 그것을 실행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이사회 구성인 거죠. 그게 실행이 돼야 본부장 선임, 국장 선임, 그 밑에 부장. 모든 인사가 결정이 되기 때문에 사장 선임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집권여당 입맛에 맞는 사장 선임구조가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거죠."

-정치적으로 보면 지금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고, 또 국회선진화법을 만드니까 모든 것을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해놨기 때문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KBS도 이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이를 테면 정권교체 이후 그런 쪽으로 발목 잡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 그런 검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그건 낙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물론 문재인 대표께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고, 대선 출마하는 분 지지율 분포를 보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뀌는 것 아니거든요. 투표함 열 때까지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문재인 캠프에 함께하게 됐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이 그런 질문하시더라고요. 대세이기 때문에 간 게 아니냐. 대세로 만들어 주신 건 너무나 감사하지만 저는 끝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지지율을 받을 것인지. 이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지역구도가 확고하게 돼있었는데 지난 총선을 통해 전국정당으로 민주당이 거듭나기도 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대통령도 어느 한 지역에서만 인정받고, 어느 세대에서만 지지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부분의 세대들에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돼야 혼란한 정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기자, PD들도 촛불집회 참석한다. 벌써 100일 지났습니다.
"아휴. 정말 그렇더라고요."

-이 사이 공영언론 무슨 일 했냐. 오히려 JTBC 손석희 사장이 '열일'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세요.
"배가 아프기도 하고요. 그런데 더 큰 마음은 저도 JTBC를 매일같이 봅니다."

-네 KBS 아나운서가 JTBC뉴스룸을 매일 봐요?
"심지어 저희 아이들은 JTBC 나오는 기자 이름 다 알아요. KBS를 알고, 저 사람 만나고 싶다고 하면 내가 바로 만나게 해줄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런데 비단 이건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많은, 특히 저 또래의 젊은 세대들이 JTBC뉴스룸을 보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요. 너무나 감사하고. 그런 방송을 해서 감사하고. 없었더라면 과연 이만큼 끌어올 수 있었을까. 게다가 손석희 선배는 아나운서 선배시잖아요. 아나운서의 새로운 모델이 돼주신 거죠. 그런 선배가 없으셨으니까. 전체 뉴스를 진행하고 이끌어감은 물론이고 전국 여론 흐름까지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민의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것이죠. 그런 날카로운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 그게 또 아나운서 선배라는 점. 그게 너무 자랑스럽고, 어디 가서 사람들이 뉴스룸, 손석희 이런 이야기하면, 우리 아나운서 선배. 이런 이야기를 꼭해요. 한 번도 만나 뵙진 못했거든요. 그런데도 왠지 손석희 선배님은, 하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만큼 제가 자랑스러워서."

-이를 테면 정치도, 언론도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공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세상을 바꾸는 꼭 정치인만 아니라 언론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 가령 고민정의 인생에 손석희 모델이 있을 수 있고요, 어떤 정치인의 모델이 있을 수 있는데. 손석희 모델보다 정치 모델을 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제가 그 안에 있었을 때 해낼 수 있는 총량이 있겠죠. 그것과 밖으로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총량. 어떤 게 더 많은지를 계산 많이 해봤습니다. 만약 KBS 안에 있었더라면 새노조도 그렇고, 파업을 하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에 열심히 참가하면서 그랬겠죠. 그랬을 때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될까. 제가 조금 더 안정적인 돈과 명예를 버리고 나오면 사람들은 걱정을 해주세요. 뭐 먹고 살려고 그러냐. 글쎄요. 저는 시인 남편을 택한 것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별로 크게 개의치 않거든요. 어떻게든 먹고 살게 돼있다. 이게 워낙 강해서. 이것보단 내가 어디에 있을 때 더 많은 쓰임이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지금 밖에 나와서 받는, 그리고 내가 사람들에게 쓰여질 수 있는 용도와 총량이 더 많다면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작년 말쯤에 MBC 이용마 기자 선배가 한 인터뷰를 봤는데. 지금 현재 언론사의 상황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다르지 않다. 바깥에서의 도움이 없이는 이것을 깨부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KBS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KBS가 싫어서, KBS에서 도저히 제대로 된 세상으로 바꿀 서 없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피와 땀을 흘려가며 투쟁하는 선배들이 있습니다. 안에서면 계란을 쪼는 게 아니라, 줄탁동시라고 하지 않습니까. 밖에서도 어미닭이 쪼아줘야 계란이 깨지게 돼있죠. 제가 밖에서 금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나가는 게 더 맞지 않겠느냐 해서 나왔죠."

-좋은 정부가 생겨서 KBS가 공정보도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글쎄요. 그건 찾아줘야 일단 제가 가는 것이고요. 방송을 하고 싶은 욕심은 늘 있습니다. 제 피에는 아나운서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질문을 드려야할 것 같고. 진행해야할 것 같고, 시간조절 해야할 것 같고, 하는 본능이 있는데. 늘 방송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너무 어려운 시기에 큰 결심을 하고 나와서. 제 인생의 타임테이블은 선거가 끝나는 그날까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이후에 제가 어디에 갈지, 무엇을 할지. 그런 생각을 나누기 시작하면 저의 에너지가 분산될 것 같아서. 난 그때까지만 산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 허가될 때 많은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저 오래가지 못한다', '조만간 망할 거다'했었는데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고, 오히려 공영방송이 종편의 프로그램들을 페러디하거나 따라가는 현상도 보입니다. 종편의 역할 굉장히 커졌고. 또 손석희 사장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는 전형을 만들었어요. 앞으로 종편의 역할이 커지면 공영방송은 오히려 그 역할을 잃어가게 되는 게 아니냐. 특히 MBC는 공영방송 아니지 않냐. 사영화, 민영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시장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 부분은 시청자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인데, 제발 KBS와 MBC를 버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KBS가 갖고 있는 인프라와 축적된 것들이 굉장하거든요. JTBC가 크게 활약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 이뤄낸 것이고요. KBS에는 자유가 주어져있기 때문에 갖고 있는 보석을 발휘 못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걸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버리기엔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어요.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잘 다듬고 깎으면 예쁜 보석을 만들 수 있는데 이걸 그냥 버린다. 이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MBC의 막내 기자들이 영상을 만들었죠. MBC 막내기자들이 영상을 만들었죠. 저희 꾸짖어주십쇼. 그것이 저희들에게 힘입니다. 그 이야기는 버리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인 것 같아요. KBS도 마찬가지고. 지금 JTBC가 해주는 역할이 여기서 끝나고 KBS, MBC는 계속 마치 정권에 부역하는 듯한 방송을 하는 게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고요. 분명 제 자리를 찾아와야 되고요. 그 안에는 저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훨씬 더 좋은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종편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믿어주셨으면. 버리지 말았으면. 질책은 해주시고.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제가 KBS 홍보실에서 나온 것 같아요." (웃음)

-애청자 분들께서 충분히 진심을 이해하실 것 같다 싶어요.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비판도 있었지만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왔어요.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고, 시청률도 높고. 결국 방송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가 화답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내부구성원들이 뭔가 더 적극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시청자들이 시청률이 따라오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동안 참 안 싸웠다. 문화방송도 너무 직장인화 된 거 아냐. 언론인이라기에 너무 안 싸우는 것 아냐. 그렇다고 매번 싸우냐. 이런 고민. 답답증이 있을 줄로 압니다. 직장인화 되는 것에 대한 경계. 이런 것도 있으신가요? KBS 공영방송 종사자들이요.
"그래서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란 생각이 드는 거죠. 한 번도 이명박, 박근혜 연장선상의 5년이 더 펼쳐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언론인도 사람이라, 자꾸 둔해지고 나도 모르게 자기검열 하게 되면, 그냥 편해지는 게 좋고. 뭐 하러 머리 아프게 새로운 거 하려고해. 그냥 시키는 거 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살게 될 수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KBS노조도 파업결정을 한 것 같고요."

-지금의 변화, 사실은 혁명기죠. 언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적폐청산욕구가 컸던 이유가 잇습니다. 언론부역자란 이야기도 해방 이후에나 나왔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역사를 뒤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특히 공영방송 언론인들은 시청자분들의 많은 지지가 있어야 안에서도 강하게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수한 정치인이 많았는데, 왜 문재인 입니까.
"사람들은 문재인의 품성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지난 총선 때 영입된 분들 이야기가, 그 눈빛을 보면 허락할 수밖에 없다. 저도 만나보니 역시 그렇긴 하시더라고요."

-문재인 대표가 먼저 만나자고 하셨어요.
"그렇죠. 먼저 집에 찾아가서 만나주십사. 이건 아니었고요. (웃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만나뵀는데."

-내외분을 같이 만나신 겁니까.
"네네. 글쎄요. 왜 그러신진 모르겠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요?
"왜냐면 저희 부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직업도 다르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같았어요. 물론 조금씩 이견은 있습니다. 그래서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었지 큰 틀은 같았거든요. 그렇다보니 사람을 만날 때도 밥 먹고, 술 먹고 할 때는 각자 사람이 있지만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이상하게, 희한하게 공통으로 알게 되더라고요."

-동지네요. (웃음)
"네. 캠프에서 처음 남편에게 전화가 왔었고요. 아마 저를 걱정했었던 것 같아요. 고민정은 KBS를 떠나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럼 당장 경제생활이 걱정이잖아요. 너 회사 그만둬. 그런데 아무 것도 책임져 줄 수 없어, 라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쿠션. 스리쿠션이라고 하나요. 그래서 이야기가 들어왔죠. 그래서 문재인 대표가 만나자고 했을 때도 이야기를 나누고. 왜냐면 저보다 11년을 더 살았기 때문에 11년만큼의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요. 늘 어려운 결정을 내야할 때는 항상, 꼭 이야기를 하거든요. 토론을 하고. 그래서 대표님도 기왕이면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같이 오라고 하셔서 만나 뵀었죠."

-만나보니 끌리던가요? (웃음)
"네. (웃음) 참 멋있게 나이 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비디오만 봤을 때. 나도 저렇게 늙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비주얼이 되시죠. 비주얼이. (웃음)
"되시죠. (웃음) 그 분은 어쨌든 대세를 이루고 있는 그야말로 엄청난 정치인인데. 전 뭐 제가 9시 뉴스를 진행하길 했습니까. 열린음악회를 했습니까. KBS에서 간판프로그램 진행을 안했거든요. 일개 아나운서인데. 딱 만나 뵀을 때 정치인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아 당혹스러웠어요. 제가 방송하면서 수많은 정재계 사람을 만나잖아요. 인터뷰 때문에. 딱 악수만 해봐도 압니다. 저 사람이 내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이 분은 처음 만났을 때 인상도 그렇지만, 한두 시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내 이 시대의 어른 같은 느낌. 존경할 만한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 받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이란 사람이 좋아서 이 길을 택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 또한 제가 결정할 수 있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굉장히 혼란스런 시국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인수위 없이 국정을 운영해야하는 상황에서, 이 수습을 잘해낼 수 있는 사람. 결국 준비된 사람이 해야되는 것이거든요. 국정운영 경험도 필요하고요.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운영 경험이 있고, 지난 총선에서 전국정단 만들어 낸 능력도 있고요. 지금도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매주 포럼을 갖고 정책을 발표하고 계시거든요. 이런 걸 봤을 때 이런 준비된 사람이 해야 이 혼란들을 수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정했는데. 어떤 분은 사람이 좋아 결정했습니까, 혹은 능력이 좋아 결정했습니까. 이분법적으로 물어보는데, 너무 대답하기 어렵더라고요.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거예요. 한편으로 씁쓸했던 게. 어쩌면 그 둘을 갖춘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문 대표를 지난 총선 때 13일간 쫓아다니며 보도했었어요. 저도 정치인을 많이 만나봐서 악수만 해보면 딱 안다, 그 느낌을 알죠. 문재인 대표는 굉장히 디테일에 강한 분이예요. 무슨 이야기냐면,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높은 사람보다 아랫사람을 늘 챙겨요. 늘 잘 살펴서, 저 사람이 진짜 헌신하는가 아닌가, 그것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전 후배랑 다니면 대게 정치인들은 선배기자, 사장부터 챙깁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유념해서 보면 항상 아래서 카메라잡고, 바닥을 뛰는, 현장 뛰는 기자를 먼저 챙기더라고요. 그래서 '저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말씀을 하시니까 기억나네요.
"저도 그걸 느끼는데 지난 토요일 발표가 되고 나서 언론사 출연할 일이 있으면 수행처럼 따라다녔는데. 카메라 뒤로 수많은 스텝이 있거든요. 카메라를 잡고 계신 감독님들이 연배가 있으신 선배들인데, 밑으로 가면 갓 대학에서 졸업한 혹은 대학생인 친구들이 있잖아요. 대표님은 늘 그런 친구들 좀 어렵고 쑥스러우니까, 괜히 뭐하는 척을 해요. 꼭 찾아가셔서 인사하시더라고요. 들어갈 때도 그렇고 나갈 때도 그렇고. 로비의 경비하시는 분들이나 이런 분들 놓치지 않고. 아무리 사장이 앞에 있어도 일단 경비하시는 분이 옆에 계시면 먼저 인사하고 사장에게 가시더라고요."

-다 표라고 그러시는 거죠? 이야기하면 "맞습니다"라고 호쾌하게 이야기하셔야하는데 그까진 안 되신 것 같더라고요.
문재인 후보께서 캠프 안에서 자리 보장을 안 하셔서 논쟁과 논란이 된 바가 있는 거로 취재 결과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자리를 보장받으셨어요?
"일단 캠프가 발족이 안됐기 때문에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까지 잘 모르겠는데요. 만약에 대표께서 저를 만났을 때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그럼 괜찮아질 겁니다. 라고 이야기했거나 자리 보장을 해주신다는 제안했다면 전 절대 그 손을 잡지 않았을 거예요. 그건 삶을 사는 가치관인데요. 나름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어요. 남편과 저의 러브스토리를 본 뉴욕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작가가 두 사람을 모델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작품을 보내왔어요.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그래도 만나보자해서 만났는데.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가 전 그런 부유한 예술가가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모델료를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에 작품을 만들면 그중 하나를 작게 해서 드리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딱 듣는 순간. 저와 남편은. '그래 이 사람이야'. 만약 이 사람이 돈을 주겠다고 하면, 인지도를 돈을 사서, 작품에 반영해서 그걸로 판매하겠다고 읽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게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그 작가와 죽마고우같은 관계를 맺고 계시는데. 대표님이 또 그런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이 사람이라면 정말 믿어도 되고, 나의 인생을 걸어볼만한 사람이구나. 자리를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정 아나운서도 참 특이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게의 경우는 정치를 하는데 한 자리를 약속해야 하든가 말든가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도와 달라 그럼 되겠어?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만약에 그랬다면 난 안했다고 하니까. 고민정 아나운서도 내공이 보통은 아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수많은 방송인, 방송기자 출신들이 정치를 합니다. 여러 모델들이 있죠. 어떤 정치를 하고 싶으세요? 고민정 아나운서는 우리 역사에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까.
"제 이름 앞에 정치인 단어가 붙는 건 어색하고요. 저는 늘 정치를? 내가? 늘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널 그렇게 안 봐. 라고요. 다시 한 번 고민을 해봤죠. 정치라는 게 뭘까. 여의도에서 이뤄지는 그걸 말한다면 난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어떤 학교에 보내야할지. 내가 어떤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얼마나 쓰고, 시장에 갔을 때 어떤 고기를 어떤 걸 살지. 이런 것도 모두 정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를 고민정이 하는 게 아니냐고 하면 맞습니다. 좁은 의미의 여의도 정치를 말씀하신다면 아닌 것 같고요."

-그럼 뭘 하실 거예요?
"일단 정치를 바꾸는 게 우선순위고요. 왜냐면 제 생활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생활, 워킹맘으로서의 생활, 아내로서의 생활, 집을 전세든 매매든 간에 시민의 한 명으로 겪었던 부당함, 불편함 등. 저 혼자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고 바뀌지 않더라고요. 시스템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고 이 세상이 바뀌어야 제 삶도 윤택해질 수 있더라고요. 한편으론 난 어떻게든 견뎌갈 수 있겠어.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전 아이들에게 많은 걸 물려줄 수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럼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건 뭔가. 나 같은 사람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게 이 세상밖에 없는 사람이거든요. 기왕이면 이 세상을 억지로, 억지로 살아내야 하고, 견뎌내야 하고 짓밟히고 혹은 남을 짓밟으면서 견뎌야하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정말 살고 싶은 세상,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역할을 지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자신감도 있고. 그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이지.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 정치를 잘 모르고요. 또 전 취재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나 PD도 아니고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을 좋게 바꾸고 싶다는, 보통 시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온 거죠."

-전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인터뷰하면 재벌가 며느리, 반 연예인이란 생각을 많이 하시잖아요. 일반인 시각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런 아나운서만 있는 게 아니구나. 세상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고, 물려줄 것인가. 고민하는, 고민의 차원에서 문재인 캠프를 찾았다고 하니까 더 재밌어지네요.
캠프 대변인을 맡으셨는데요.
"아직은 정확하게 못 들었는데요. 그러든가요?" (웃음)

-그런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아닌 거군요. (웃음)
"아마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지겠죠."

-그럼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고요. 일반 시민들에게 정치라는 영역은 참 어려운 영역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아 머리 아퍼', '몰라도 괜찮아'라는 분들 많으신데. 전 그런 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쉽게 설명해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아나운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과 시청자들 양쪽을 다 만나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를 하시는 분들과 시청자들, 시민들과의 중간역할, 소통이 잘되게 하는 선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활약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제가 처음 정치부 갔을 때 한 정치인이 악수를 청하시며 "웰 컴 투 정글" 하시더라고요. (웃음) 정치부에 가면 일이 정말 많아요. 아침회의부터, 뭐 이렇게 수가 복잡하냐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정치판은 음모도, 험담도, 이런 뜻이 아닌데 와전돼서 왜곡이 언론지면에 도배질되고, 온갖 일을 겪게 된다. 앞에서 '악플은 세금이다'하셔서 잘 견디실 것 같은데. 예컨대 정치 환경의 변화,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고민정 아나운서가 그 역할 굉장히 잘할 것 같은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고. 왜 정치인은 늘 딱딱해야하고. 저도 지금 옷이 다른 방송에 나갈 때는 원피스도 입고했는데, 왠지 자켓을 입어야할 것 같고. 사실 이런 것도 깨야하는데. 정치가 일부 사람들의 딱딱한 무엇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깊이 관여돼 있는 게 정치거든요. 모두가 다함께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정치가 돼야하지 않을까. 환경이 어렵다. 정글이라는 것. 저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글이 아닌 곳이 지금 없다고 생각해요. 언론사도 정글이었고요. 자기가 있는 직장들, 각자가 모두가 정글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헬조선이죠. (웃음)
"그게 참 가슴이 아픈데,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 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문재인 대표께서 그런 말씀 자주 하시는데, 어렵고 복잡하고 음모가 판치는 곳에서는 간단합니다. 원칙을 지키면 해결되지 않을까. 전 옆에서 지켜보며 그런 부분 많이 배우기도 해요."

-중대한 결심을 하셨는데요, 앞으로 고민정 아나운서의 길에 함께하거나 질책해주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하시죠.
"댓글을 들으면서 진짜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게, 예쁘다는 이야기만 많아서 그거로 해서는 안 되는데. 그래 내가 더 많이 공부하고, 이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겠구나 하는 역할이 들었어요. 지켜봐주시고요. 이 사람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늘 질책해주시고. 늘 열려 있으니까요.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적합한 역할이 주어질 겁니다. 거창한 거 기대하지 않습니다' 같은 의견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지난 3년간 팟짱을 진해하며 최고의 미인, 모시고 말씀 들어봤고요. 종종 출연하시고, 답답한 것도 토로하시고, 좋은 일 있으면 홍보도 하시고요. 어쨌든 문재인 캠프가 활력 넘치고 즐거운 새로운 일터가 되길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방송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보세요

오마이뉴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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