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대공수사국 ‘SRI(특별정보요청)’ 따라 이 영사에게 거짓 확인서 지시

정제혁·이효상 기자 jhjung@kyunghyang.com
ㆍ이 영사 검찰서 진술… 주요 SRI 고위급 결재 필요, 윗선 개입 가능성 높아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철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 영사가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명의의 위조문서에 ‘진본’이라는 거짓 영사확인서를 작성한 것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의 ‘특별정보요청’(Special Requirement for Information·SRI)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주요 특별정보요청의 경우 대공수사국 팀장이나 단장, 국장의 결재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간첩사건 증거조작에도 대공수사국 팀장 이상의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7일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인 이 영사는 지난해 8월 선양 총영사관에 영사로 부임한 뒤에도 공식적인 영사업무 외에 특별정보요청 등 대공수사국의 지휘에 따라 정보활동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식당 연결 통로를 검찰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이 영사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지난해 12월 대공수사국 소속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의 요청에 따라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문서에 대한 영사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사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이 문서에 대해 ‘진본’이라는 거짓 확인서를 작성했고, 이 확인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국과 검찰을 거쳐 법원에 참고자료로 제출됐다.

대공수사국 김 과장이 이 영사에게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특별정보요청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은 해외에 영사로 나가는 경우 공식적인 영사업무 외에 대공수사국의 지휘를 받아 비공식적인 정보활동도 한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소속된 영사의 비공식적인 정보활동 중 핵심은 대공수사국의 특별정보요청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특별정보요청을 한 쪽은 영사의 답변내용을 평가근무평정에 반영하기 때문에 요청을 받은 쪽은 최대한 성실하게 답신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영사는 싼허변방검사참 명의 위조문서에 ‘진본’이라는 거짓 확인서를 작성한 것 외에 역시 위조로 드러난 간첩사건 당사자 유우성씨의 북·중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입수·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영사의 이 모든 활동은 대공수사국의 특별정보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사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국정원이 터트린 첫 간첩사건인 데다,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활동을 하며 탈북자 정보를 북에 넘겼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국정원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 영사는 이번 증거조작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지목된 김 과장과 동일한 직급인 4급(과장) 상당으로 파악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공수사국의 특별정보요청은 영사의 동급자나 하급자도 요청할 수 있지만 주요 특별정보요청은 상부의 결재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 영사의 거짓 확인서 작성 등이 특별정보요청에 따른 것이고, 이는 김 과장의 윗선인 대공수사국 팀장 이상의 결재를 거쳤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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