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 다시 천막으로…“민주주의 밤, 길어질 것 같다”

등록 : 2013.09.16 21:42 수정 : 2013.09.16 22:39

 

김한길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16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과 3자회담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적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왼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 ‘불통’ 대통령 확인
투쟁전략 전면 재검토

장외투쟁 전면화도 거론
23일 의총서 대응방안 논의

“참!” “한마디로 웃기네.”

16일 오후 민주당의 긴급 의원총회. 노웅래 당 대표 비서실장이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야당의 요구를 전면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하자,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조롱 섞인 반응들을 보였다. 노 실장은 “국민 모두가 (국정원 국기문란 등을) 알고 있는데 청와대만 모른다는 게 소름 끼친다”고 박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했다. 회담 복장인 와이셔츠 차림으로 의원들 앞에 선 김한길 대표는 “민주주의의 밤이 길어질 것 같다. 저는 옷을 갈아입고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17일 환갑을 맞는 김 대표는 이날 밤 곧바로 서울광장 천막으로 돌아가 노숙투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23일 의총을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원외투쟁을 접고 정기국회에 집중할 최소한의 명분도 주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면적인 장외투쟁도 거론되는 등 정국이 상당 기간 얼어붙을 전망이다. “할 말을 하고 나오자”고 회담에 들어간 민주당은 ‘혹시나’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민심과 괴리된 대통령의 불통을 확인했다”는 분위기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의총 직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최고위는 대통령이 사실상 회담 결렬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격앙된 분위기였다. 투쟁전략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간 원내외 병행투쟁를 해온 대응수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도 “지금처럼 우리가 한쪽 발은 원내에 디디고, 다른 발은 천막투쟁에 걸치다 보니, 청와대와 여당도 저렇게 무시·무대응으로 나온다. 전면적 장외투쟁으로 갈지 말지를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민주당으로서는 청와대가 최소한이라도 변화할 여지가 없으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는데, 오늘 회담은 민주당에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국정감사, 예산 결산 등 완전한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 (국회를 가동해도) 현안이 시급한 일부 상임위원회 정도밖에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정국해법의 최고 수위였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답을 얻어내지 못한 만큼 장기전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의원들의 질문까지 받으며 회담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대표가 ‘따지고 요구할 건 다 하고 나왔다’는 점을 분명히해 의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7일 서울역에서 귀향인사를 하며, ‘추석 차례상 여론전’ 강화에도 나선다.

정치권 밖에서도 야당을 포용하지 못한 회담이었다는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준한 교수(인천대)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에 대해 총론적으로 ‘유감’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은 것은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서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악의 회담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진만 교수(덕성여대)는 “회담의 내용을 떠나, 회담을 하고도 정치권이 분열된 부분에 대해 추석민심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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