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 칼럼-박인비, 2013년보다 진화된 게임
성호준입력 : 2015-06-16 / 수정 : 2015-06-16 오전 8:59:00
코킹이 없어 보이는 박인비의 스윙. 그러나 다운스윙시 코킹을 만들고 강력하면서 안정적인 스피드를 만든다. 2013년 신들린 듯한 퍼트를 하면서 메이저 3연승을 했던 박인비는 올해는 훨씬 견고한 경기를 한다. 2년 전 보다 무서운 선수다. [골프파일] |
운동 선수가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줄 때 ‘신들린 듯’이라는 표현을 쓴다. 기독교 등 특정 종교인에게 거북할 수도 있으나 표현이 꼭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crazy'라고 쓰는데 신들린 듯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인간 내면에는 평소 자신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슈퍼맨이 있고 그게 가끔 나온다.
고도의 집중상태, 무아지경의 상태를 뜻하는 존(zone)과는 약간 다른 것이라고 본다. 훨씬 더 강렬하다. 앉아서 졸면서 TV를 보는 사람을 벌떡 일어서게 하는, 몸에 갑자기 소름을 돋게 하는, 아파트 곳곳에서 동시에 환호가 나오게 하는 강렬한 장면이 신들린 듯한 경기다. 신내림을 받아 작두를 타는 듯한, 인간의 의지 보다는 승리의 여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말한다. 그런 장면을 만드는 선수가 있다.
김세영이 그렇다. 신기(神氣)를 종종 보여준다.
올해 롯데 챔피언십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박인비는 20m 정도 되는 내리막 버디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딱 붙였다. 홀아웃하지 않고 마크를 했다. 챔피언 퍼트를 하겠다는 의도, 승리를 확신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세영이 칩샷을 그대로 넣어버렸다. 칩샷 거리는 7m 정도로 넣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내리막에 옆 경사도 있어 가능성은 희박했다. 김세영은 홀인 후 만세를 부르면서 클럽을 던졌는데 기자도 박인비의 우승 기사를 쓰다가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선도 있었다. 이 홀에서 김세영은 티샷을 안전하게 하이브리드로 했는데 티잉그라운드에서 300야드 정도 떨어진 물에 빠졌다. 김세영이 장타자이고, 페어웨이가 약간 내리막에 딱딱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었다. 신내림의 징조가 있었다. 김세영도 경기 후 “이해할 수 없이 공이 물에 빠진 후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그 다음 얘기는 다 안다. 김세영은 연장에서 샷 이글로 경기를 끝냈다. 개별 사건으로 보면 꼭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나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을 봐야 한다. 하이브리드로 300야드 칠 확률, 7m 내리막 칩샷을 홀에 집어넣을 확률, 154야드에서 홀인원 할 확률을 곱해야 한다.
김세영은 지난 1월 바하마에서 LPGA 첫 우승을 할 때도 최고 선수인 박인비를 한 조에서 들러리로 세웠다. 당시 김세영은 덤불에서 믿기지 않는 파세이브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김세영의 최고 명장면은 2013년 국내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일 것이다. 경기 중반 크게 뒤지다 이글과 홀인원 등을 천둥처럼 몰아쳐 유소연을 꺾었다. 믿을 수 없는 샷들이 거푸 나왔다. 그 때 골프팬들은 “대박”을 외친 후 전율할 때 약간 윗입술이 뒤집어지는 김세영의 매력을 알게 됐다. 또 김세영이 기적을 만드는 선수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골프는 심리전이다. 경주마도 함께 뛰었다가 자신을 이긴 말을 다시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박인비는 두 번 당했다. 김세영이 LPGA 투어에서 우승을 2번 할 때 박인비가 한 조에서 경기했다. 김세영 신내림의 극치였던 한화금융 클래식에 박인비는 나가지 않았지만 역시 잘 안다. 박인비와 가장 친한 유소연이 역전패 당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로서는 특히 롯데 챔피언십의 기억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에 김세영과의 만남이 부담됐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2위를 한 어니 엘스처럼 역전의 여왕 김세영에게 가장 많이 뒤집힌 선수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두고 두고 괴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박인비는 정면 승부를 했다. 3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그는 “김세영과는 사연이 있다. 세영이는 나와 함께 경기하면 우승을 했다. 두 번 우승할 때 내가 다 함께 있었다. 나는 세영이 앞에서 우승한 적이 없지만 알 수 없다. 항상 첫 번째가 있다. 아마 내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우승 경쟁을 할 때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상대는 좋은 선수인데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정도로 말한다. 박인비는 의외로 두 사람 간의 상세한 스토리를 얘기했고 속마음도 다 보여줬다. “세영이는 기적을 만드는 선수다”라는 말도 했다. 자신의 부담스러운 상황, 심리상태 등 카드를 다 보여줬다. 상당한 자신감이었다.
15일 열린 여자 PGA 챔피언십 3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김세영이 사실상 2온을 했다가 4퍼트로 보기를 했는데 기분이 별로 나빠 보이지 않았다. 김세영은 쫓아가는 것이 편한 선수다. 김세영은 “이 자리가 편하기 때문에 현재 순위에 만족한다”고 했고 실제 그래 보였다.
4라운드 김세영은 5번홀부터 8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했다. 역전의 여왕이 한 타 차까지 따라 붙었다. 박인비가 흔들렸다면 김세영의 기적들이 다시 스물스물 나왔을 것 같다.
그러나 박인비는 싱가폴에서 리디아 고가 추격할 때 그랬던 것처럼 우직하게 버텼다. 표정으로 보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을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김세영은 흔들리지 않는 박인비를 더 이상 밀지 못했다. 박인비가 9번 홀 약 2.5m 버디를 넣자 김세영은 1m 거리에서 3퍼트로 더블 보기를 했다. 4타 차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신들린듯한 경기는 폭발력이 있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 안정성과 폭발성을 다 가졌던 타이거 우즈형의 경기력이 가장 좋지만 두 가지중 하나를 택한다면 안정성이 좋다.
박인비도 신들린 듯한 경기를 할 때가 있었다. 김세영처럼 홀인원이나 샷이글이 아니라 그린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2013년 스테이시 루이스의 표현으로 하면 “박인비는 그린 아무데서나 퍼트를 막 넣었다”.
불가사의한 퍼트였다. 먼 거리에 거리에 경사도 심하고 바람과 습기도 있는데 잔디 상태도 일정하지 않다면 쉽지 않다. 챔피언조가 경기할 때는 앞 선수들과 캐디들이 밟고 다녀 그린은 스파이크 자국투성이다.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슈퍼 컴퓨터로 계산해도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넣어야 할지 계산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박인비는 그런 걸 쑥 넣었다. 한 번 이라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쑥쑥 집어넣었다. 갤러리들은 샷이글에 환호하지만 선수들은 안다. 그런 퍼트가 얼마나 어려운지. 박인비는 당연하다는 듯 표정 없이 손 한 번 들고 말았다. 경쟁자들은 샷이글, 홀인원을 맞은 것처럼 아프다. 그 때 박인비는 메이저 3연속 우승을 했다.
지금은 다른 경기를 한다. 박인비는 신들린 듯한 경기가 별로 없다. 눈이 확 떠지게 하는 샷이나 퍼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별로 없다. 먼 곳에서 퍼트를 별로 하지 않는다. 2013년 당시 박인비의 롱게임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정상급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린적중률이 2위였다. 박인비는 “2년 전에 비해 300% 좋아졌다”고 했다. 박인비가 2년 전처럼 신기의 퍼트를 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 퍼트 능력은 정상급이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롱게임이 매우 안정된 지금이 2년 전 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로서의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세계 넘버 원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세계랭킹 1위를 다시 찾게 되면서 조금씩은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의 경우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순전히 실력으로 우승을 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여자 PGA 챔피언십이 열린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은 벤 호건이 마지막 공식 라운드를 한 곳이다. 전성기를 훨씬 지나서였지만 그 완벽주의자가 78타를 친 어려운 골프장이다.
리디아 고는 우승 스코어가 10언더파가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 박인비의 19언더파는 그 두배까지 갔다. 56홀 동안 보기를 하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박인비는 매우 안정적이다. 전성기 안니카 소렌스탐의 모습도 보인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에서 유난히 강하다. LPGA 15승 중 메이저에서 6승을 했으니 40%다. 최근 12경기 중 5경기에서 우승해서 42%를 혼자 가져갔다. 박인비가 매우 견고한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메이저 우승의 가능성은 크다. 메이저 7승을 한 카리 웹 바로 뒤에 있다. 메이저 10승을 한 소렌스탐도 아주 멀지는 않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고도의 집중상태, 무아지경의 상태를 뜻하는 존(zone)과는 약간 다른 것이라고 본다. 훨씬 더 강렬하다. 앉아서 졸면서 TV를 보는 사람을 벌떡 일어서게 하는, 몸에 갑자기 소름을 돋게 하는, 아파트 곳곳에서 동시에 환호가 나오게 하는 강렬한 장면이 신들린 듯한 경기다. 신내림을 받아 작두를 타는 듯한, 인간의 의지 보다는 승리의 여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말한다. 그런 장면을 만드는 선수가 있다.
김세영이 그렇다. 신기(神氣)를 종종 보여준다.
올해 롯데 챔피언십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박인비는 20m 정도 되는 내리막 버디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딱 붙였다. 홀아웃하지 않고 마크를 했다. 챔피언 퍼트를 하겠다는 의도, 승리를 확신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세영이 칩샷을 그대로 넣어버렸다. 칩샷 거리는 7m 정도로 넣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내리막에 옆 경사도 있어 가능성은 희박했다. 김세영은 홀인 후 만세를 부르면서 클럽을 던졌는데 기자도 박인비의 우승 기사를 쓰다가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선도 있었다. 이 홀에서 김세영은 티샷을 안전하게 하이브리드로 했는데 티잉그라운드에서 300야드 정도 떨어진 물에 빠졌다. 김세영이 장타자이고, 페어웨이가 약간 내리막에 딱딱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었다. 신내림의 징조가 있었다. 김세영도 경기 후 “이해할 수 없이 공이 물에 빠진 후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그 다음 얘기는 다 안다. 김세영은 연장에서 샷 이글로 경기를 끝냈다. 개별 사건으로 보면 꼭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나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을 봐야 한다. 하이브리드로 300야드 칠 확률, 7m 내리막 칩샷을 홀에 집어넣을 확률, 154야드에서 홀인원 할 확률을 곱해야 한다.
김세영은 지난 1월 바하마에서 LPGA 첫 우승을 할 때도 최고 선수인 박인비를 한 조에서 들러리로 세웠다. 당시 김세영은 덤불에서 믿기지 않는 파세이브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김세영의 최고 명장면은 2013년 국내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일 것이다. 경기 중반 크게 뒤지다 이글과 홀인원 등을 천둥처럼 몰아쳐 유소연을 꺾었다. 믿을 수 없는 샷들이 거푸 나왔다. 그 때 골프팬들은 “대박”을 외친 후 전율할 때 약간 윗입술이 뒤집어지는 김세영의 매력을 알게 됐다. 또 김세영이 기적을 만드는 선수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골프는 심리전이다. 경주마도 함께 뛰었다가 자신을 이긴 말을 다시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박인비는 두 번 당했다. 김세영이 LPGA 투어에서 우승을 2번 할 때 박인비가 한 조에서 경기했다. 김세영 신내림의 극치였던 한화금융 클래식에 박인비는 나가지 않았지만 역시 잘 안다. 박인비와 가장 친한 유소연이 역전패 당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로서는 특히 롯데 챔피언십의 기억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에 김세영과의 만남이 부담됐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2위를 한 어니 엘스처럼 역전의 여왕 김세영에게 가장 많이 뒤집힌 선수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두고 두고 괴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박인비는 정면 승부를 했다. 3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그는 “김세영과는 사연이 있다. 세영이는 나와 함께 경기하면 우승을 했다. 두 번 우승할 때 내가 다 함께 있었다. 나는 세영이 앞에서 우승한 적이 없지만 알 수 없다. 항상 첫 번째가 있다. 아마 내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우승 경쟁을 할 때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상대는 좋은 선수인데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정도로 말한다. 박인비는 의외로 두 사람 간의 상세한 스토리를 얘기했고 속마음도 다 보여줬다. “세영이는 기적을 만드는 선수다”라는 말도 했다. 자신의 부담스러운 상황, 심리상태 등 카드를 다 보여줬다. 상당한 자신감이었다.
15일 열린 여자 PGA 챔피언십 3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김세영이 사실상 2온을 했다가 4퍼트로 보기를 했는데 기분이 별로 나빠 보이지 않았다. 김세영은 쫓아가는 것이 편한 선수다. 김세영은 “이 자리가 편하기 때문에 현재 순위에 만족한다”고 했고 실제 그래 보였다.
4라운드 김세영은 5번홀부터 8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했다. 역전의 여왕이 한 타 차까지 따라 붙었다. 박인비가 흔들렸다면 김세영의 기적들이 다시 스물스물 나왔을 것 같다.
그러나 박인비는 싱가폴에서 리디아 고가 추격할 때 그랬던 것처럼 우직하게 버텼다. 표정으로 보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을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김세영은 흔들리지 않는 박인비를 더 이상 밀지 못했다. 박인비가 9번 홀 약 2.5m 버디를 넣자 김세영은 1m 거리에서 3퍼트로 더블 보기를 했다. 4타 차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신들린듯한 경기는 폭발력이 있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 안정성과 폭발성을 다 가졌던 타이거 우즈형의 경기력이 가장 좋지만 두 가지중 하나를 택한다면 안정성이 좋다.
박인비도 신들린 듯한 경기를 할 때가 있었다. 김세영처럼 홀인원이나 샷이글이 아니라 그린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2013년 스테이시 루이스의 표현으로 하면 “박인비는 그린 아무데서나 퍼트를 막 넣었다”.
불가사의한 퍼트였다. 먼 거리에 거리에 경사도 심하고 바람과 습기도 있는데 잔디 상태도 일정하지 않다면 쉽지 않다. 챔피언조가 경기할 때는 앞 선수들과 캐디들이 밟고 다녀 그린은 스파이크 자국투성이다.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슈퍼 컴퓨터로 계산해도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넣어야 할지 계산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박인비는 그런 걸 쑥 넣었다. 한 번 이라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쑥쑥 집어넣었다. 갤러리들은 샷이글에 환호하지만 선수들은 안다. 그런 퍼트가 얼마나 어려운지. 박인비는 당연하다는 듯 표정 없이 손 한 번 들고 말았다. 경쟁자들은 샷이글, 홀인원을 맞은 것처럼 아프다. 그 때 박인비는 메이저 3연속 우승을 했다.
지금은 다른 경기를 한다. 박인비는 신들린 듯한 경기가 별로 없다. 눈이 확 떠지게 하는 샷이나 퍼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별로 없다. 먼 곳에서 퍼트를 별로 하지 않는다. 2013년 당시 박인비의 롱게임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정상급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린적중률이 2위였다. 박인비는 “2년 전에 비해 300% 좋아졌다”고 했다. 박인비가 2년 전처럼 신기의 퍼트를 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 퍼트 능력은 정상급이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롱게임이 매우 안정된 지금이 2년 전 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로서의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세계 넘버 원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세계랭킹 1위를 다시 찾게 되면서 조금씩은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의 경우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순전히 실력으로 우승을 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여자 PGA 챔피언십이 열린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은 벤 호건이 마지막 공식 라운드를 한 곳이다. 전성기를 훨씬 지나서였지만 그 완벽주의자가 78타를 친 어려운 골프장이다.
리디아 고는 우승 스코어가 10언더파가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 박인비의 19언더파는 그 두배까지 갔다. 56홀 동안 보기를 하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박인비는 매우 안정적이다. 전성기 안니카 소렌스탐의 모습도 보인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에서 유난히 강하다. LPGA 15승 중 메이저에서 6승을 했으니 40%다. 최근 12경기 중 5경기에서 우승해서 42%를 혼자 가져갔다. 박인비가 매우 견고한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메이저 우승의 가능성은 크다. 메이저 7승을 한 카리 웹 바로 뒤에 있다. 메이저 10승을 한 소렌스탐도 아주 멀지는 않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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