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민주당, 대선불복 내걸기엔 아직 일러"
노무현재단서 강연... "박 대통령 '제2 새마을운동' 말도 안 돼'
13.10.24 14:49
최종 업데이트 13.10.24 14:55▲ 23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주의'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 |
ⓒ 노무현재단 |
"답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대선 불복을 내걸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건데 불복은 여기에 반하는 것이고, 그런 모습을 국민들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물론 요즘에 나오는 뉴스 보면 국민들도 대선에 문제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 불복 선언이 나오면 분명히 민심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한 참석자가 던진 질문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내놓은 대답이었다. 윤 전 장관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당의 의사로 발표되는 것과 의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발표되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2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주의' 강연을 통해 최근 현안들과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평가하면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회원과 관심있는 일반 시민 150여명이 함께 했다.
"박 대통령,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낮아서 그런 것 같다"
윤 전 장관은 강연 서두에서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가져야할 통치능력 여섯 가지를 강조했다. ▲비전제시 ▲정책구현 ▲제도관리 ▲인사 ▲외교 ▲북한관리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 태도'를 기본 소양으로 갖춰야 한다며,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고민하는 공인의식을 위해서는 먼저 공공성, 즉 국민 전체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날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이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노무현재단 |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CEO 마인드'만 강조하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국민과 전문가들이 반대한 4대강을 그렇게 밀어붙인 이유가 뭔가, 이 분은 공공성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과 과'를 동시에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 가슴에 평등이란 가치를 심어줬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다가 그 과정에서 권위 자체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소수의 참모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한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직인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했다.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현재 권위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데 민주주의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 것 같다"며 "민주공화국이 어떤 것인지, 공공성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볼 때 박 대통령은 어딘가 당당하지가 않습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뭔가 꼼수를 쓰는 것 같아 보여요. 사과 할 게 없으면 없다고 딱 부러지게 밝히면 되지, 뭐가 무서워서 미루고 미루다가 야당 대표를 만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권위적인 리더십 탓에 요즘 학자들은 박 대통령을 '선출된 군주'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면 국가도 국민도 불행해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입장에 있어야 하는데도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모습은 딱 '박정희 모델'이었다"며 "그러나 반공·성장주의가 먹히던 예전과 지금은 엄청나게 다르다, 얼마 전 말한 '제2 새마을 운동'도 그걸 통해 국민의식을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가 '밥그릇' 크기 결정한다"
윤 전 장관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자주 입어 익숙해진 옷 같은' 민주주의를 다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 23일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 |
ⓒ 노무현재단 |
그는 현재 민주당이 '민주주의 수호'를 걸고 장외 투쟁을 벌임에도 국민이 냉랭한 이유 또한 "더 이상 민주주의를 통해 팍팍한 삶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민주주의가 밥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밥그릇을 크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제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잘 돌아가는지,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정말 민주적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말미에서 윤 전 장관은 차기 대통령의 핵심적인 과제로 '관료사회의 공공성 회복'을 들었다. 국가정보원 등 다수 국가기관이 정권에 따라 파벌·정실인사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직자들의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정치도 하나의 상품인 만큼, 단지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투표하기보다 제대로 판단하고 또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가 우리 밥그릇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점, 나아가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꼭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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