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퍼팅 교정에 6월부터는 스윙 개선 착수
내년 LPGA 투어 합류 전 각종 문제점 해결 복안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지금 스윙을 고치는 중이에요"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 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전인미답의 진기록을 세운 '메이저퀸'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아직 스윙을 고치는 중이다.
전인지는 올해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스윙은 완성된 게 아니라고 한다.
전인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년째를 맞는다. 신인 때 한국여자오픈, 2년차 때는 3승을 거둬 일찌감치 투어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아예 독주 태세다.
시즌 4승으로 다승 선두, 7억1천924만원으로 상금 1위다. 상금은 작년에 김효주(20·롯데)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 12억897만원 경신도 사정권이다.
특히 전인지는 올해 KLPGA투어에서 평균타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평균타수는 투어 선수의 기량을 가장 객관적으로 반영한다. 대개 평균타수 1위 선수는 상금왕을 차지한다고 보면 맞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평균타수 1위 박인비(27·KB금융)는 상금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 1위 조던 스피스 역시 평균타수 선두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의 올 시즌 평균 타수는 70.64타. 작년에는 71.29타로 6위였다. 4라운드 경기를 기준으로 2.6타를 줄였다는 뜻이다.
퍼트는 괄목할만하다. 지난해 전인지는 라운드마다 30.73개의 퍼트를 했다. KLPGA 투어에서 36위였지만 올해는 라운드당 29.61개로 1위에 올라 있다.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면 그린에서만 거의 5타 가까이 줄였다는 얘기다.
이런 놀라운 변신은 전인지가 '뛰어난 선수 가운데 한명'이 아닌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로 스윙과 퍼팅을 개선한 때문이다.
전인지는 스윙과 퍼팅의 문제점을 5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계속 대회에 출전해야 하기에 선뜻 교정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신인 때 한국여자오픈을 우승하고 작년에는 3승이나 올리면서 상금랭킹 4위를 차지하는 등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스윙과 퍼팅 교정이 절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인지는 올해부터 과감하게 스윙과 퍼팅의 문제점 개선에 착수했다.
퍼팅이 먼저였다. 계기는 4월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때였다.
전인지는 우승 스코어에 10타 뒤진 공동 41위에 그쳤다. 그런데 라운드당 퍼트 개수가 31.75개였다.
우승자 브리타니 린시컴의 라운드당 퍼트 개수는 27개에 그쳤다. 나흘 동안 그린에서만 19타가 차이났다.
2m 안팎 퍼트를 20개 가량 놓쳤다. 전인지를 지도하는 박원 골프아카데미 박원 원장에게 눈물이 쏙 빠질만큼 혼이 났다. 박 원장은 "LPGA투어에서 최고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먼저 퍼팅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면서 "당장 고치자"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놓친 쉬운 퍼트가 다 들어갔다면 거기서 우승했을 것"이라면서 "퍼팅을 고치지 않으면 LPGA 투어에 진출해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ANA인스퍼레이션이 열린 미션힐스 골프장은 그린이 빠르고 단단하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는 대부분 이런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 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 앞서 열린 기아클래식에서도 전인지는 라운드당 퍼트 개수가 30개였다.
전인지가 지닌 퍼팅의 문제점은 퍼트를 시작하는 동작이었다. 사격 선수가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에 문제가 있으면 정확한 격발이 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는 이런 문제점은 더 치명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필요성을 느끼곤 있었지만 절실하지는 않았던 퍼팅 교정에 피나게 매달린 결과 퍼팅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기록으로 나타났다.
US여자오픈이 열린 랭커스터 골프장은 미션힐스 못지않게 그린이 빨랐다. 전인지는 라운드당 퍼트 개수를 27개로 낮췄다. ANA인스퍼레이션 때 우승자 린시컴이 기록한 평균 퍼트 개수와 똑같았다.
퍼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6월부터 스윙 교정에도 착수했다.
전인지의 스윙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공이 목표보다 훨씬 왼쪽으로 감겨 날아가는 악성 훅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었다. 백스윙 때 톱에서 내려올 때 오른손이 엎어지면서 먼저 나오는 오랜 고질 때문이었다. 2013년 빗장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제대로 고치지 못한 채 투어를 뛰었다.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난 왼쪽 러프에 떨어진 게 이런 악성 훅의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전인지는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1타를 잃어 하마터면 연장전에 끌려 갈 뻔 했다.
전인지는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더는 스윙 교정을 미룰 수 없다고 느꼈다"면서 "아직 다 고치지는 못했지만 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몸에 익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전인지는 스윙할 때 70∼80%의 힘만 쓴다. 빗장뼈 골절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또 70∼80% 힘으로 부드럽게 스윙해도 비거리가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인지는 KLPGA투어에서 드라이브샷 비거리 8위(250.64야드)를 달리고 있다.
175㎝의 큰 키에 당당한 체격을 지닌 전인지는 스윙 아크가 큰 덕에 힘을 다 쓰지 않고도 장타를 날릴 수 있다. 박원 원장은 "차츰차츰 비거리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도 상위권에 꼽히는 장타력을 장착할 능력과 바탕은 있다는 뜻이다.
전인지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마스터스 등 올해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한다. 메이저대회 뿐 아니라 가을이면 아시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 가능하면 많이 출전한다는 계획이다.
스윙 교정과 투어 예습을 병행하는 셈이다.
내년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시차 적응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극복 등도 미리 경험할 만큼 경험해보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뛰어난 하드웨어에 승부처에서 느끼는 긴장감마저 즐긴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전인지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