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한 거라곤 보수 영구집권 프로젝트뿐"

[진보당 해산과 진보정치①-1]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14.12.24 08:49l최종 업데이트 14.12.24 09:1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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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박근혜 정권은 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권은 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고, 창조경제라는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이를 실현할 실질적인 실력은 없다"라며 "그러니 자신의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념 갈등을 택한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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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단체는 이정희 당대표와 소속 의원을 비롯해 당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동시에 통일단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서슬 퍼런 공안정국의 서막이다.

정치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야권은 헌재의 결정을 한목소리로 비판했지만, 정당마다 온도의 차이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당과 더욱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진보정당들은 자신들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탄압을 불안해하면서 '종북'이라는 이념 공세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수세력의 지배 질서를 만들어가려는 중장기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정권이 "보수가 영구적으로 집권해 나갈 수 있는 정치체제를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는 일본의 상황과 연결된다.

김 교수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보수영구집권 프로젝트'를 비판하며 "헌재를 내세워 정당해산까지 간 것은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부분을 위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답은 정상화된 보수로 가는 것"이라며 "보수층 지지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 보수 지지층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에 법적 해석은 많이 다뤄졌지만 정치적 평가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정당해산심판청구부터 결정까지 과정을 어떻게 봤나?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념적 경직성이 굉장히 높은 정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대선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국정운영을 새로운 변화로 이끌어가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아니었다. 정당해산 청구에서 결정까지의 과정에서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박근혜 정권은 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고 보나?
"정권이 이념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국정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보수정권으로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지지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념 문제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정권은 군사쿠데타로 성립된 정권이었기 때문에 정당성이 약해 이후 국정운영을 '경제성장'으로 끌고 나갔다. 산업체제의 질서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개발독재로 나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고, 창조경제라는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이를 실현할 실질적인 실력은 없다. 그러니 자신의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념 갈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실제로 정당해산 결정 이후 하락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이탈했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효과를 얻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이전에 보수 지지층이 왜 이탈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집권 2년 동안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층에게도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 문제부터 대선 때 말했던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보수 지지층들은 '정윤회 문건' 파문 등으로 실망감이 커졌고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던 거다. 결국 지지층 이탈과 재인입은 박근혜 정권이 아무 비전이 없이 이념갈등만 일으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단정치, 국민전반에는 효과 없다"

- 이번 헌재의 결정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론은 그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 여론조사에도 정당해산이 필요한 것으로 답하는 층이 많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민주주의 후퇴라고 선언하기 이전에 사회경제적인 불평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괄시 등을 통해 민주주의는 이미 지체되고 있었다. 지체돼 있는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철회했다. 민주주의 감수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또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야권 전체 역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대중들이 보기에 자신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세력은 그저 정부운영에 관여하는 통치세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 일부분들끼리 싸우면서 민주주의 위기라고 소리치고 있다고 보는 거다. 정부, 국회, 정당과 헌법재판소 모두 국민에게 신뢰가 없기 때문에, 대중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권력기구들끼리 싸우고 있는 거라 판단한다.

정당해산 청구부터 해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는데, 만약 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이념적으로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고 다른 진보정당들과 연대해 협력했다면 새정치연합도 마냥 거리를 두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범야권이 신뢰할 만한 모습으로 지지를 얻어 수권 가능성을 보였다면 헌재의 결정이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후진' 결정문으로 무리하게 할 수는 없었다.

바로 이 수권능력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은 야권의 수권능력을 와해하려고 '종북'으로 공격했고, 또 야권연대를 '반민주', '정당정치 훼손'이라며 방해해 왔다. 박근혜 정권 스스로 자신들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거다. 야권이 결집하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야권이 선거 때만 연대하는 게 아니라 경제민주화, 폭넓게 민생의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념논쟁을 일으키는 것을 '분단정치'라고 평가한다. 박근혜 정권이 이러한 '분단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분단정치로 정의 내리기보다는 그걸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사실 북한을 향한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국방을 강화하고 반공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화적으로 협력관계를 가져가면서 경제발전의 활로를 찾는 전략적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다. 국민들의 의식이 그렇게 저급하지 않다. 하지만 보수 정치권이 자신들의 지지 세력만을 보고 가니까 자꾸 분단정치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 국민들의 의식이 그렇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고 '통일 대박'을 외친 것 아닌가? 국민들의 코드가 무엇인지 읽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성공단 문제가 심각했을 때 빨리 정상화 하라는 여론이 높았고, 조선일보도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NLL논란이 있었을 때도 국민들은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경제협력과 교류를 활성화 해 대륙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어느 정권을 떠나 일정하게 추진한 프로젝트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분단정치는 국민 전반에는 효과가 없다. 결국 보수층을 동원하기 위해 이념 갈등에 기대는 것이다."

"아버지는 군사독재, 박 대통령은 사회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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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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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국가보안법 등으로 공안정국이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후 박근혜 정권의 행보는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이념갈등을 계속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이게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됐다. 시민사회의 갈등을 심화시켜 나가는 거다. 결국 박 대통령이 주창했던 '국민통합, 국민행복'은 레토릭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영국 대처정부가 그랬다. 대처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지는 못했지만 노노갈등을 일으키는 등 복지체제를 지탱하던 시민사회의 결사를 와해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복지체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그것을 지향하는 세력들의 조직력을 와해시키고 있다. 지난해 전교조와 철도노조가 그랬고, 이번에는 정당까지 손봤다. 중장기적인 국가운영 비전은 없고, 보수진영의 결집만 있다. 사회 지배적인 질서를 우경적 질서로 만들어, 보수세력의 지배 질서를 만들어가려는 중장기적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이 군사독재였다면 박근혜 정권은 사회독재를 하려고 한다."

- 지난 2012년 총선부터 한국사회의 우경화, 즉 일본의 정치지형과 닮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계속됐다. 앞선 진단과 같이 우경화된 질서가 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보수 주도의 정치체제는 보수정치세력의 염원이다. 보수가 영구적으로 집권해 나갈 수 있는 질서와 정치체제를 만들고 싶어 했고, 일본의 자민당을 모범으로 삼아왔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 자민당은 복지를 해왔다는 점이다. 1990년대 경제가 힘들었던 시기를 견디고, 쓰나미를 맞고도 버티는 힘은 거기에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보수 장기집권이라는 목적만 살아 있다.

헌재를 내세워 정당해산까지 간 것은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부분을 위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민주공화국제는 특정세력에 의한 지배나 피지배가 아닌 견제를 통해 공존하는 것이다. 누가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배하고 있는가 봐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가 살고 보수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답은 정상화된 보수로 가는 거다. 영국 보수당의 대처는 본류가 아닌 이단아였다. 보수당의 본류는 약자를 먼저 보호하는 정치였다. 대선 당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파생된 국민의 아픔을 감싸 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선 첫 행보가 전태일 동상을 찾는 일이었다.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층 지지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2016년 총선에 들어가면 정권은 선거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온전한 통치의 시간은 2015년뿐이다. 정치지도자답게 전향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 비전속에 정치를 하면 보수는 더욱 강화된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만, 또 가능성이 낮은 일을 하는 게 정치인이다. 지금의 통치스타일을 계속한다면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김윤철 교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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