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너무나 뻔뻔하게…‘이쯤이면 상습범이죠?’

등록 :2015-04-15 16:52수정 :2015-04-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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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가 15일 오전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The) 친절한 기자들]
이완구 총리의 2015년 거짓말 퍼레이드 총정리
“3000만원 줬다” 성완종 회장 주장 시민들이 신뢰하는 이유
유세·스마트폰 ·언론외압·병역 ·재산 등 거듭된 거짓말 때문
‘양치기소년’ 낙인에 ‘사면초가’ 총리직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당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폭로됐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3000만원을 줬다는 직접적인 물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5일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대로라면, 성 전 회장과 성 전 회장 측근의 구체적인 진술,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 정도가 증거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 총리의 거듭되는 거짓말입니다. 시민들이 이 총리의 말보다 성 전 회장의 말을 더 신뢰하는 건 이 총리가 거듭 거짓말을 하면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 전 회장이 죽음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서 한 말이라는 점도 신뢰성을 높인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 총리의 거짓말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오전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짓말을 비판한 팻말을 든 채 질문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 “유세장에 한 두 번 간 적은 있으나 유세는 못했다”

이완구 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 섰습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당시 총리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셨나. 상당히 기여했으니까 지금 총리하고 있을 것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이 총리는 “혈액암으로 해서 2012년 1월 초순경에 병원에 입원해가지고 그해 말까지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서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12월 대선에도 관여하지 못했다.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도 “2012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직책이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총리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충청권에서 당 명단에는 아마 ‘명예 선대위원’ 이런 걸로 되어 있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선거에는 암 투병중이라서 유세장엔 한 두 번 간 적 있으나 유세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의원들마저 이 총리에게 2012년 대선 때의 역할을 거듭 질문한 까닭은 성 전 회장이 줬다고 주장하는 돈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그리고 이 의혹에 친박근혜계 인사로 국무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총리의 이 답변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이 총리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충남선대위 명예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와 함께 현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면서 직접 대선에 관여했습니다.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고, 유세도 못 했다”는 말은 거짓이었던 겁니다. 이 총리는 2012년 12월6일과 10일, 13일과 17일 등의 날짜에 선거 유세나 기자간담회 등으로 적극적인 선거 활동을 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이완구, 얼마나 급했길래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

2. “유세장에 서 있기만 했다”

이완구 총리(당시 전 충남지사)가 2012년 11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앞 유세에 함께 하고 있다. 천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하루 만에 거짓말이 들통났고, 동영상까지 공개됐지만 이 총리는 여전히 2012년 대선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합니다. 14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원 유세를 했던 사실 기억하지 못했나”는 질문에 이 총리는 이렇게 답합니다.

“(성 전 회장이) 대선 때 돈 줬다는 건데 저 정도 비중이면 중앙당에서 활동을 해야 한다. 중앙당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충청권 명예위원장으로 발표한 건데, 얼굴이 퉁퉁 부어서 활동 못한 거 알지 않느냐. 다만 12월에 유세장에 서 있기만 한 건데 그것을 대선에 관여했다고 할 수 없죠.”

이에 “어제는 유세를 못 했다고 답변하시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라고 답합니다.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한 사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개됐음에도 계속 거짓 해명을 한 겁니다.

3. “제가 쓰는 스마트폰 한 대다”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성 전 회장의) 구명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전방위적으로 구명활동한 것 같은데 총리께서도 문자나 전화 받은 적 없나?”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이 질의가 끝나면 의원님께 스마트폰 보여드리겠다. 제가 쓰는 스마트폰은 한 대다. 보여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4일 같은 자리에서는 “저는 전화기가 두 대다. 하나는 기사와 쓰는 것이고 하나는 스마트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하루만에 다른 사실을 말한 겁니다.

4.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별로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13년 12월 3일 당시 새누리당 세종시 지원 특위 위원장이었던 시절 의원 신분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2단계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 당시 1년 동안 함께 의정 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5월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6월까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JTBC가 입수한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를 보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20개월 동안 모두 23차례 만났습니다. 19대 국회의원으로 함께 의정 활동을 할 때도 만났지만,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한 뒤에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등지에서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이 총리는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3년 4월) 보궐 선거로 제가 (국회에) 돌아오니까 선진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해서 같은 당이 됐다”며 “성 전 회장의 선거법 문제와 함께 도당위원장 문제, 공천 문제 등 여러 차례 상의를 했고, 작년엔 제가 원내대표를 해서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나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 전 회장과는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다”며 “개인적 문제를 얘기할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직을 잃은 뒤에도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다”는 말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고, “개인적인 문제를 얘기할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는 말도 거짓 해명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5. “언론 외압한 적 없다”

이 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언론 외압 사과한 적 있죠?”라는 질문에 “언론 외압한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청문회 때 사과 한 번도 안했다 했죠? 언론 보도를 보면 사과만 30번 하셨다. 사과 자판기다. 인사청문회가 오래 전 일도 아니다”라는 말에 “그 사과의 의미는 포괄적 의미에서 국민에게 심려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이지 구체적인 개별 사건은 아니라는 말”이라고 답했습니다.

시곗바늘을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때로 돌려보겠습니다. 기사 검색 한 번만 해보면 확인되는 거짓말이 드러납니다. 이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2월10일 오전 청문회에서 ‘언론 외압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궁에 “제가 한 나라의 국무총리 지명자”라며 발언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문제의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이 총리는 기자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자리에서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라고 말했습니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언론인들) 당해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냐 이거…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이 ’언론 외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음성파일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오전 답변이 거짓말로 확인되자, 이 총리는 “기억하기 어려워 답변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습니다. (▶관련 기사 : 이완구, 왜곡된 언론관·청문회 거짓말 파장)

6. “1971년 홍성에서, 1975년에는 대전에서 병역 신체검사 받았다”

이완구 총리후보자가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기대 급여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완구 총리는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언론에 의해 병역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경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직접 엑스레이 사진을 2개 흔들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지요. “1971년 첫 신체검사는 대학생 때 가서 1965년에 찍은 엑스레이까지 가져갔는데, 어린 대학생이라 거부당했다. 당시 홍성이란 시골에서 신검 받아 엑스레이 기계가 없어서 못했고, 다행히 1975년에 대전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 역시 거짓말임이 드러납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월10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총리 후보자의 병역 기록표를 공개합니다. 기록표에는 이 총리의 첫 신검 장소가 홍성이 아니라 ‘수군병’, 즉 수도육군병원으로 나옵니다. 수도육군병원은 최첨단 시설이 갖춰진 신체검사 장소로 서울 둔촌동에 있습니다. 엑스레이는 당연히 정상 판정이 나왔지요.

반면 1975년 신체검사에서는 이 총리의 고향인 홍성의 홍주국민학교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정상이었던 엑스레이 결과가 이 총리의 고향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을 정도로 바뀐 겁니다. 이 총리는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홍성군청 사무관으로 발령받았고, 1975년에는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지냈습니다. 1981년부터는 홍성경찰서 서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요.

그러자 이 총리는 또 사과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이 사건은 40년 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1964년 다리가 불편해 엑스레이를 찍었다. 지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병역 관계 신검 관계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제가 60살이 된 2009년에도 똑같은 엑스레이를 보라매병원에서 찍었다. 불과 6년 전에도 저의 부주상골이라는 부위에 문제가 있어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거짓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지요. 더불어 "지난 청문회 때 사과 한 번도 안했다"는 말도 거짓임이 거듭 확인됩니다.

7. “재산신고 5억원 누락 정정신고로 바로잡았다”

뿐만 아닙니다. 인사청문회 이튿날인 2월11일 이 총리가 2002~2003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전세로 지낼 당시 전세보증금 5억원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 총리는 당시 자유민주연합 소속 16대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이 총리는 2002년 재산변동 내역을 신고하게 되는 2003년 재산신고에도 이 돈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2003년 전세금을 돌려받고 난 뒤 이듬해 재산공개 때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 총리는 당시 “실무자 착오로 신고를 누락해 국회사무처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아 나중에 정정했다”며 “(청문회를 진행하는 곳이) 국회이니 관련 기록을 바로 찾아보면 나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3~2004년 이 총리의 재산신고와 관련해 정정된 내용이 없었던 겁니다. 진 의원이 이 총리 쪽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 총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해명을 한 겁니다. (▶관련 기사 : 재산 신고 누락 거짓 해명?…이완구 또 의혹 추가 )

8. 거짓말 총리는 과연 계속 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이 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출직 정치인이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가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사퇴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어쩌면 이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법 기관의 제도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이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거취나 법적 처벌 등의 책임을 응당 지는 것이 순서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8명의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 가운데 1순위로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이 총리는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그것은 성 전 회장이 주장한 불법 정치자금 수뢰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 의식일 겁니다. 올해가 겨우 넉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적어도 예닐곱번이나 거짓말을 이어가면서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이 총리에게 국가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들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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