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대장, 대통령은 그저 실장, 터지는 복장"
고교생도 시국선언·대자보로 목소리 내... "까면 깔수록 나오는 양파 같은 정치판"
▲ 원광고 교내에 붙은 정부 비판 대자보 1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광고등학교 교내에 원광고 학생회 명의의 정부 비판 대자보가 걸려 있다. | |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과 그 비선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는 고등학생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서울 강남의 고3들도, 지방의 고교 학생회도 목소리를 냈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 100여 명은 지난 10월 28일 학교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제안한 정황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우롱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한겨레>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이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아무개씨는 "수능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현 사태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알리고자 했다"며 "지난 10월 29일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여건상 참석이 어려워 시국선언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은 근래 벌어지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고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 개헌까지 제안하였다. 헌법은 민주법치국가의 근본이고 가장 신성한 법으로 결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없다. 하물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며 최순실을 비호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광복 이후 4.19혁명,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의 민주법치 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하였다. 그런 박근혜에게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헌법을 그 가림판으로 쓰려 했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를 우롱하는 일이다. 국민과 국가를 희롱한 박근혜는 일국의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따라서 박근혜는 즉시 청와대에서 물러나 일반 국민의 일원으로서 신성한 법정에 서야 할 것이며, 스스로 올바른 결단을 내리지 않거나 내리지 못할 시에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가 마땅히 탄핵 소추하여 그 결단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국가와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무엇인지, 엄중한 법의 결의로써 그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박근혜가 사퇴하거나, 탄핵 될 때까지 현 상태에 깊은 관심으로 의사표명의 시도를 해야 한다.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를 위해서라도 국민을 희롱한 대가가 무엇인지, 좋은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 음모죄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듯이 박근혜 역시 일반 국민으로 돌아와 국가 기밀유포와 국가 및 국민을 저버린 책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고 성실히 속죄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무너진 자존심과 우리의 무너진 애국심을 다시금 세계만방에 우뚝 세울 수 있는 합당한 방도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훼손된 민주주의와 훼손된 법치주의를 다시금 온누리에 빛을 발하게 할 유일한 방도 일 것이다. 전국의 깨어있는 학생분들의 시국선언 동참을 촉구하며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에 ○○고 □□기 일단이 들끓는 마음으로 선언하였음."
"정치판은 난장, 최순실이 대장, 대통령은 그저 실장, 이 상황은 막장"
전북 익산시 원광고등학교 학생회는 1일 교내에 최순실 게이트를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그중 하나는 '장'음으로 각운을 살린 시인데, 적당히 리듬을 가미하면 훌륭한 랩 노래가 될 수준이다.
까면 깔수록 나오는 양파 같은 정치판
다시 한 번 실망하는 국민들!!
정치판은... 난장... 최순실이... 대장...
대통령은...그저 실장... 이 상황은... 막장...
이걸 보는 국민들의 터지는 복장...
정유라는 된장...
그녀의 비리 입학으로 인한 학생들의 울상...
이제 필요한 건 그들을 향한 곤장...
그들의 인성의 성장...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그들의 꼬장...
<원광고등학교 학생회 일동 올림>
"관심을 가져라, 적극적으로 분노하라"
경기도의 한 고교 1학년생은 지난 10월 28일 교내에 대자보를 붙여 '최순실 게이트'와 정치 상황에 대해 동료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학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학기 때 역사 시간에 배웠던 단군 시대가 아닙니다. 심지어 삼한에서도 제정 분리 사회가 운영됐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의 통치를 받으며 지내왔던 것입니까?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무당' 최순실?"이라고 물으면서 "만약, 정말 만약에 제가 지금까지 '무당'이 운영하는 국정의 지배를 받는 학생이었다면, 그 수치심은 감히 이루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슬프게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사들은 내가 지금까지 최순실 국정의 지배를 받아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의혹, 최씨의 이화여대 방문 뒤 정씨의 지도교수가 바뀐 일 등을 언급한 이 학생은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고,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가 새벽 2시까지 면학실에서 공부할 때 현 정권 실세의 딸내미는 무려 131일 동안 학교를 빠지고 이화여대에 입학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학생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십시오. 적극적으로 분노하십시오. 4.19 때도, 5.18 때도 고등학생들이 그 자리에 존재했습니다"라면서 "저는 그 격동의 시위 현장에서처럼 피켓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라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없다는 말을 저로서는 용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무엇이며, 지금의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놈의 특검(논의)은 왜 첫날부터 삐거덕대는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또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오는 4일 낮 12시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