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수요일 미스터리...'7시간 비밀'의 또다른 열쇠
[현장] 박주민 의원의 '추적자들' ... <그알> 이큰별 PD "대통령의 7시간, 뭘 했는지 보다..."
▲박주민 의원과 SBS 이큰별 PD.ⓒ 김윤정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공백을 추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을 연출한 이큰별 PD가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갑)과 함께 취재 후일담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큰별 PD는 2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이날 대담회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를 향한 시청자분들의 기대는 잘 알고 있지만, 현장 PD들은 수사권이 없다. 정보에 접근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취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수사권 없는 PD들, 지원군은 용감한 제보자들
그럼에도 <그알>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줄기세포 시술 의혹 등을 보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용기 있는 제보였다. 이 PD는 "제보를 받는다는 공고가 나간 뒤, 100건도 넘는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대부분의 제보는 새벽 2시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왔다"고 전했다. 발신자 제한 번호로 걸어왔음은 물론이다.
"용기 있는 시민들의 제보 덕분에 취재할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했죠. 하지만 크로스 체크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어요. 저희가 추가 취재를 요청하거나, 직접 만나자고 말씀드렸을 때, 거기까지는 거부하신 분들도 많았어요."
증언은 넘쳐났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당사자의 반응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알> 팀은 수차례 청와대를 통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모두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이 PD는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의혹 차원에 머문,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에 내보내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알> 팀이 보도한 줄기세포 시술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 판단해 방송에 내보냈지만, 확인된 시기는 2010년과 2011년께다. 줄기세포 시술 자체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세월호 7시간과 연관 짓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이 아직 의심을 품고 있는 정황 증거는 있다.
대통령의 황당 근무 패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보도했다.ⓒ SBS
방송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미용 시술이라면 주기성이 있었을 거라고 판단한 제작진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부터 현재까지 모든 공식 일정을 파악했다. 이 PD가 대통령의 근무 패턴에 대해 이야기하자 장내에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께서는 주5일 근무를 철저하게 지키셨어요. 만약 주말 근무를 하면 평일에 꼭 쉬셨고요, 해외 순방 이틀 전은 늘 공식 일정이 없었어요. 저희도 해외 출장 가면 가기 전이 제일 바쁘잖아요.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작진이 주목한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수요일이다. 대통령은 2014년 3월경부터 2014년 6월까지, 매주 수요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을 했을 거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의원 원장도 매주 수요일마다 휴진했다. 공교롭게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바로 그 날도, 수요일이었다.
제작진은 미용 시술 의혹 외에도, 대통령의 7시간을 두고 세간에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취재를 했단다. 그중에는 정윤회 관련 의혹도 있었다. 정윤회가 무속인 이아무개씨를 만났다며 증거로 제출한 휴대폰 발신 위치 정보가 알려준 장소는 이아무개씨의 집으로부터 1.4km 떨어진 곳이다. 청와대와도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휴대폰 발신 위치 정보만으로는 의혹이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윤회씨나 무속인 이씨를 만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만나진 못했어요. 다만 취재 과정에서 정윤회씨가 2016년 초까지도 현직 장관, 청와대 내부인 등에게 술접대 등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죠."
세간에 알려진 대로(최순실과 이혼 후 권력에서 멀어졌다는)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 PD는 "최순실이 전면에 떠오르면서 정윤회, 최순득이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2016년까지도 정윤회의 파워가 남아있었던 걸로 추정된다"면서 아직 다 풀지 못한 실마리를 언급했다.
소방관의 골든타임 5분... 청와대의 골든타임은?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이큰별 PD는 소방대원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긴급출동 심장이 뛴다>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심장이 뛴다>를 연출하면서, 소방관들이 골든타임 5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는지 지켜봤다고.
"7시간을 취재하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말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내에서 초기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참사 규모가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현장 소방관들은 골든 타임 5분이 지나면 인명피해가 2배가 늘어난다고 봐요. 그래서 그 5분을 지키기 위해 신발도 벗지 않고 대기하기도 하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은) 정말 그들의 수준이나 위기 대처 의식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해요."
'뭘 했느냐'보다 '뭘 안 했느냐'가 중요
이 PD는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그날 무얼 했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왜 이런 비극적 참사를 막을 수 없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다만,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없었다면, 무엇이 잘못됐고, 어긋났는지 철저히 조사해 파헤쳐야 하는데, 이 밝혀지지 않은 '7시간' 때문에 "모두가 계속 소모전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PD는 "많은 분들이 용기 있게 제보해주셨는데 아직 (7시간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이 시작됐으니 언론인, 정치인 등 모두가 관심을 두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남은 의혹이 많습니다. <그알>은 여섯 명의 PD들이 돌아가며 한 주씩 제작해요. 세월호는 여러 PD가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입니다. 세월호 인양 작업에 대한 방송도 후반 작업에 들어갔고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변호사로도 유명한 박주민 의원의 릴레이 대담 '추적자들-대통령의 7시간'은 2일 '1부-SBS의 추적자들'에 이어, 일요일인 4일, '2부-한겨레의 추적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국회의원 박주민과 함께하는 7시간 릴레이 대담 포스터.ⓒ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