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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뜬 쪽으로 고개 돌리는 게 법”…이재명식 인사에 달뜬 관가

정치바BAR_신형철의 잼있는 대통령실

신형철기자
  • 수정 2025-07-14 14:21
  • 등록 2025-07-14 14:05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며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의 관례를 허물었다. 관가의 정치적인 분위기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인선을 보며 전해준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윤석열 정부 때부터 대통령실에 파견돼 와있는 늘공(직업공무원)들에게 잔류 의사를 물었습니다. 전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고위 관료들을 ‘OOO정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한직으로 보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최고위급인 장관부터 대통령실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연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파격 인사 기조는 장관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을 이끌어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어 차관급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유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장차관들이 국무회의에서 형식적인 보고를 할 때 두 분은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해와 막힘 없이 보고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참고해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의 빛 한줄기를 발견했기 때문일까요. 침묵만 흐르던 국무회의의 분위기는 이후 사뭇 달라졌다고 합니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대통령실이 직접 선발하는 정무직 공무원들과 달리 직업공무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처의 인사발령에 따라 대통령실로 파견됩니다. 정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권이 끝나면 이들은 전 정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주요 보직이 아닌 자리로 인사발령이 나는 것은 물론, 몇 년 동안이나 무보직으로 연수와 대기 상태를 반복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 정부 인사로 낙인찍혀 한직에 내몰릴 것으로 생각했던 공무원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은 최고 책임자가 쓰기 나름’이라는 자신의 인사 철학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영혼이 없다, 해바라기다 얘기하는데 사실 그렇게 비난하면 안 된다. 직업공무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 국민의 주권 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의무다. 결국 최종인사권자,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어쩌면 비난받는 그들도 억울할 것이다. 지위에 따라서 하는 것인데. 공직사회, 특히 직업공무원들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되어 있다.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자기 뜻과 크게 상관없이 그가 일한 정권의 이름을 따 ‘OOO 라인’으로 분류됐습니다. 그 공무원의 정치 성향이 실제로 어떤지와 상관 없이 그 정부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근무연을 형성해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부처 내에서도 사실상 ‘여야가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용인술이 공직사회의 정치화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관가에서 나옵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이 대통령이 관례를 허물면서 이런 정치적인 분위기도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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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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