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 논란’ 문답풀이]
- 기초연금만 떼내어서 보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길수록 손해’ 맞다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안은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공약 포기 후폭풍은 더 거세지고 있고, 난수표처럼 복잡한 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쟁점이 있고, 나에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문답으로 풀어본다. 경제개혁연대·민주노총·참여연대 등 20여개 단체가 모인 ‘2014년 정부예산안공동대응모임’의 대표자들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복지공약 파기를 규탄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가입기간 길면 총급여 는다?
낸 돈 돌려받는 게 국민연금… 기초연금은 별도로 계산해야
정부는 두 가지 합쳐서 계산
▲ 지금보다 기초연금 더 받는다?
현 노령연금 10만원이지만 2028년 20만원 ‘2배’ 늘어
장기 가입자에 불리한 구조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기초연금 도입계획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입기간이 길면 총급여액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득과 재산 수준이 유사한데 국민연금 가입기간만 차이가 나는 ㄱ씨와 ㄴ씨가 있다면, 2028년 기준으로 가입기간이 20년에 이른 ㄱ씨는 기초연금을 월 10만원가량 받지만 가입기간이 10년인 ㄴ씨는 월 20만원 정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때문에 연간 약 120만원의 돈을 덜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을 보면, ㄱ씨는 ㄴ씨보다 10년 동안 보험료를 더 냈으므로 당연히 국민연금 수급액은 더 많다. 즉,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액과 기초연금액을 합해서 계산한 뒤 “오래 가입할수록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액은 자신이 낸 것을 돌려받는 차원이고, 기초연금은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연금만 떼내어 비교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고려대 김원섭 교수)이다. 기초연금을 놓고 비교하면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보는 것이 맞다. 기초연금 20만원 공약을 못 지켜 10만~20만원 사이에서 차등지급 받는 부분을 국민연금과 묶어서 현재보다 공적연금을 더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착시’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지금(기초노령연금)보다’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했다고 말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했느냐의 차이다. 내년 7월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시킨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10만~20만원 사이 차등지급이다.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10만원 수준인 기초노령연금액보다는 많다.
하지만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하는 기초연금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변형한 것이다. 현행법은 10만원 수준인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부터 20만원으로 올리게 돼 있다. 15년 후에는 모두 소득하위 70% 수급자는 2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많을수록 20만원보다 적게 받도록 설계돼 있다. 예컨대 2028년 이후 가입자를 기준으로 수령액을 계산할 때 가입기간 16년을 넘으면 20만원에서 점점 깎이고, 3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원만 받게 된다. 즉, 정부 기초연금안은 앞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 청·장년층에게는 오히려 불리해지는 게 맞다.”
-왜 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기준선이 서서히 달라지는가. 내년엔 국민연금 가입기간 12년부터 기초연금 수급액이 20만원에서 줄기 시작해 가입기간 20년이 되면 최소 1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기준선이 점점 변하다가 2028년 이후 가입자부터는 깎이는 기간이 15년, 10만원을 받는 기간이 30년으로 바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점차 낮아지고 국민연금 수급액 중 소득재분배(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 부분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준선 변화가 시작된다. 정부안은 결국 국민연금 수급액 중 ‘소득재분배 부분’의 금액이 많아지면 기초연금을 덜 받도록 설계한 것이다. 소득재분배 부분을 기초연금액과 연동하는 계산식은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하는 5년주기로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기초연금안은 언제부터 시행되며 전체 노인 가운데 얼마나 20만원을 받나.
“정부 계획에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내년에 20만원을 받는 사람은 전체 노인(2012년 말 기준 598만명)의 59%인 353만명이다. 20만명은 15만~20만원을 받고 18만명은 10만~15만원을 받는다.”
-기초연금 수급 기준인 소득하위 70%는 어떻게 되나.
“노인 1인가구일 때 소득인정액이 월 83만원, 2인가구일 때는 월 132만8000원이면 받을 수 있다. 지금의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과 같다. 소득인정액이란 소득(근로소득은 월 45만원 공제)과 공시지가 등 재산가액의 합에 5%를 곱하고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뜻한다. 현재 소득이 전혀 없는 노인 부부가구가 공시지가 4억6000만원 미만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야 소득하위 70%에 들어간다. 노인 1인가구일 때는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3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소득상위 30%와 소득하위 70%는 실질적인 소득수준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기준인가.
“실제 소득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로 전체 노인의 소득을 추정해 일렬로 세운 다음 ‘기준선’을 만든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정부에서 조사가 불가능하며,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자녀나 다른 가족 명의로 돌려놓은 노인들도 소득인정액을 저평가받아 실제 부자인데도 기초노령연금을 타갈 수 있다.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의 분석 결과 2011년 소득상위 10%에 해당하는 노인가구의 15.9%가 기초노령연금을 받아갔다.”
-향후 어떤 절차가 남았나.
“정부는 11월 말까지 정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법안 통과가 돼야 예정대로 7월 시행이 순조롭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 통과될 수도 있고, 수정·변경되거나 통과가 유보될 수도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