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잘못은 박근혜와 비교불가능할 정도로 중하다 [핫이슈]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사건
윤석열 비상계엄은
신체·언론·표현·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본질 훼손
국회·정당 활동 금지로
민주적 기본질서 부정
탄핵과 하야 외에 대안 있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는데 1년이 지나니 ‘윤상현 의리 있다’며 (선거에서) 표를 찍어 주더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로 당장은 욕을 들어도 차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닐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하고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은 비선 실세 최서원(최순실)과 국정을 논하고 그의 국정 개입을 허용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국민이 뽑아준 적도 없고, 법적 절차에 의해 임용되지 않은 제 3자가 국민 몰래 국정에 참여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나온 포고령 제1호를 보면 알 수 있다. 포고령은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했으며,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신체의 자유의 핵심을 훼손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짓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저지른 첫 번째 잘못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려 했다는 데 있다. 만약 이 같은 행위가 헌법 77조에 규정된 계엄의 요건(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을 충족했다면 일부라도 정당화할 수 있으나, 최근 국내외에는 그런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사태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잘못도 저질렀다. 포고령 제1호에는 국회와 정당 활동을 금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와 정당, 특히 국회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이다. 설사 합법적인 계엄 상황이라고 해도 국회의 기능을 정지할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계엄은 국회 문을 닫으려 했다. 이는 위헌이며 위법이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형법 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 91조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시 정지도 권능 행사 불가능에 포함된다)’을 국헌 문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계엄은 포고령에서 헌법기관인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고 분명히 규정했다. 국회에 계엄군도 들여보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계엄에 형법 91조가 정한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상식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란을 구성하는 폭동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이라고 했다. 나는 포고령 1호를 읽으면서 나와 동료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겠다는 공포를 느꼈다. 이런 위협을 느낀 사람이 많다면, 그리고 총기를 들고 국회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모습을 보면서 위협과 협박을 느꼈다면, 과연 폭동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잘못은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잘못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 ‘그때 이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 판단이다.
국방부는 9일 국군 통수권자는 여전히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시민의 기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훼손하고 내란 혐의를 받는 이에게 군 통수권을 맡겨도 되는가. 이게 문제의 본질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조기에 직무에서 물러나야 한다. 탄핵이든 하야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