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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때 돌아온 17m는 항로일까 아닐까
- 입력2015.01.22 (11:38)
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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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당시 대한항공 비행기가 움직인 17m의 길은 항로일까, 아닐까.
지난 19일 첫 공판이 시작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형사 재판의 최대 쟁점은 항로(航路)의 개념이었다.
검찰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적용한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은 항공보안법상 42조에 규정된 '항공기 항로 변경죄'다. 이 죄를 재판부가 인정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벌금 선고가 불가능한 중한 범죄다.
이 때문인지 첫 공판부터 변호인들은 항로변경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적극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지상으로 비행기가 다닌 길은 ‘항로’가 아니라며 조 전 부사장의 행위는 검찰이 기소한 항로변경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항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법에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엔 대한항공까지 나서 변호인의 주장을 거들었다.
대한항공 측은 '땅콩회항' 당시 후진하던 비행기 모습이 담긴 공항 CCTV 영상까지 공개하며 검찰을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비행기가 엔진시동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토잉카(견인차)에 의해 단 17m를 이동했다 돌아왔다. 항로를 바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비행기는 주기장과 유도로를 거쳐 활주로에 이르고, 활주로에서 이륙해 200m까지 날아오른 시점부터 통상 항로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운항(in flight)’의 경우 항공기 문이 닫히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하지만, 항로(airway)는 비행기가 날아올라 200m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 조종사들도 반박하는 조현아 변호인측 주장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반박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항로'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인 측 주장은 항로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사이트에는 ‘07사번 부기장’이라는 이름으로 변호인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글이 최근 올라왔다.
이 글은 변호인과 대한항공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항공법 2조 19항(실제로는 21항)에는 '항공로'에 대한 개념정의가 나와 있다.
즉 법에는 ‘항공로란 국토교통부장관이 항공기의 항행에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이라고 나와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했건, 아직 땅 위에 머물러 있건 간에 비행기가 움직였다면 항로로 볼 수 있다는 검찰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고도 200m 이상’ 요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도 200m 이상의 관제구역’이라는 말이 쓰이긴 하지만, 이는 관제사들이 관제하기 위한 구역이라는 의미고, 항공보안법상 항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만일 지상 200m 이상 만을 항로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모순이 생긴다는 게 조종사들의 반박이다.
즉 비행기가 200m까지 날기 전에 이뤄지는 PUSH BACK(토잉카가 비행기를 미는 것), TAXI(엔진을 켜고 지상 활주를 하는 것), TAKE OFF(이륙), CLIMB(상승) 같은 비행기 이동의 모든 단계가 항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조종사는 “이 구간들이 항로에 들어가지 않으며 , 그 구간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하이재킹을 당했다면,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성립되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사례도 들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글에도 “대부분의 항로 변경 (Deviation)은 공중 (In the air)에서 이루어지나, 23%는 지상 (on the ground)에서 이루어진다"라고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항로를 지상의 구간의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조종사는 “ 주기장 내에서 겨우 17m 후진했다가 제자리로 돌아 왔으니 항로 변경이 아니다는 주장은 법을 아는 변호사들이 할 말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1m를 했건, 10km를 했건 달라지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이글을 쓴 이유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대한항공이 싫어서가 아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기 때문”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 글에 대해 다른 대한항공 조종사들도 댓글을 달아 호응했다.
필명이 ‘법치주의’인 조종사는 “앞으로는 주기장이나 유도로에서는 도로교통법을 따르시면 됩니다”고 냉소했다.
필명이 ‘hijaker’라는 조종사는 “short final은 항로가 아니라구요? 그럼 이착륙시 초기에는 항로가 아닌 무슨 길로 여태 다닌거지? ”라고 적었다.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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