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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8년 전 발언을 잊으셨나요?

[取중眞담] "뺨 때리면 참아야 하나?"라던 발언 되돌아봐야

13.12.04 08:14l최종 업데이트 13.12.04 09:1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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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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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이런 식으로 다른 법도 날치기 통과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야당이 해 볼 도리가 없다."

원내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는 정부·여당의 독주에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했지만, 정부·여당은 민생을 강조하며 새해 예산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야당 대표는 "국회에 복귀하는 것은 항복"이라며 극한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12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정부·여당이 꿈쩍하지 않자,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에도 불참했다.

결국, 이듬해 1월 정부·여당의 퇴로 확보에 한나라당은 국회에 등원할 명분을 갖게 됐다.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이 그 분기점이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당 편을 들면서 국회는 정상화됐다. 장외투쟁 동력이 떨어져 가던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는 안도감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8년 뒤 여야가 바뀌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은 대여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퇴로를 막고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2일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 4인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넸다. 야당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8년 전 기억을 잃어버린 박 대통령의 독선 정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박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원한다면, 8년 전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 답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여당의 민생법안 처리 요구에 "민생문제를 핑계 대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서 국정 책임진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한심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8년 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여당이 뺨 때리면 참아야 하나?"

8년 전 야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난 2005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노무현 정부의 4대 개혁법안은 진보·보수세력의 극단적인 이념대립을 불러왔다. 사학운영의 공공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학교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를 사학재단 이사진에 포함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사학법 개정안 역시 큰 논란이 있었다. 2004년 10월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사학법 개정안으로 발의한 뒤, 1년 넘게 여야 협의가 계속됐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2005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학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물리적 저지에 나섰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민주·민주노동당 의원들과의 공조 속에서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여야 의원·보좌진들과 거센 몸싸움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효"를 외쳤다.

같은 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은 사학 투명성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반미, 친북의 이념을 주입하는 것"이라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날치기 폭력 통과는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한 "국회의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악법 날치기를 못 막은 것을 깊이 사죄하며, 지금부터 나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 반대 투쟁을 시작한다"면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13일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12월 30일 결국 예산안 처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으나 (여당이) 뺨을 때리고 나서 발길질하고 이제는 '너 죽어라' 하면서까지 나서는데 우리가 맞아 죽을 때까지 참아야 하느냐"며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뿌리까지 뽑아버릴 엄청난 법을 '날치기' 통과한 정권에 대해서 '그래도 우리가 맞아 죽겠습니다' 하면서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한 "(상황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우리가 들어갈 거였으면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지금 들어간다는 것은 항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 정국에 지지율 하락세... 박 대통령 8년 전 자신의 발언 되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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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장 수여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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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의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이 현재의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이 처한 상황과 꼭 닮았다.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한 후 정국은 얼어붙었다.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김한길 대표는 12월 대여 투쟁의 결과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강대강 대치 정국은 파국을 낳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야당에 국회 일정 복귀의 명분을 주면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2005년 1월 한나라당은 김한길(열린우리당)·이재오(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을 명분삼아 국회에 복귀했다. 박근혜 대표의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한길·이재오 원내대표를 불러 밥을 먹으면서 김 대표에게 야당 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꽉 막힌 정국이 해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이 같은 일화를 전하면서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는 대통령이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대치 정국의 향방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6년의 노 대통령처럼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면, 대치국면이 풀릴 수 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2일 "대화나 타협 중시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들어서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전혀 여지를 안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4선 의원 역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야당의 뒤통수를 쳤다. 이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무시는 물론이고 여당지도부에 대한 무시이고, 최소한의 의회에 대한 예의와 금도를 깬 참으로 무도한 정권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와 같은 무도한 정권의 실상에 대해서 심판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리서치뷰가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 휴대전화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정례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5.7%였다. 10일 전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와 비교해 7.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어찌 보면 독단적인 정치와 이에 따른 여야 대치가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여야 대치가 극심할수록 정부·여당의 독선이 도드라지고, 국민은 그 책임을 정부·여당에 묻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정국 정상화를 바란다면, 그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8년 전 자신의 모습에서 그 길을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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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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