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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윤석열…국가 위기 몰아넣고 야당 탓만

입력2024.12.06. 오전 5:02 
 
수정2024.12.06. 오전 7:56
 기사원문
 
 
비상계엄 사과 없이 침묵
경제·사회·외교 ‘총체적 혼란’에도
당위성 강조하며 김용현만 교체
내란 혐의 회피·탄핵 부결 노린 듯
“평화적 수습, 합법적 탄핵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적 혼란을 키우고 국민 삶에 큰 충격을 안긴 것은 물론, 한국 경제와 외교 관계 전반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드리웠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키우는 건 이 상황을 촉발한 윤 대통령이 자신의 그릇된 결정이 가져온 총체적 혼란상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야당과 반대 세력에 책임을 돌리며 자기 행동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를 수습하려면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나 국회의 탄핵소추 같은 법적·제도적 해결, 그것이 어렵다면 광장에 결집된 국민의 의지와 명령으로 혼돈의 시간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5일 기자들에게 “오늘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여당 중진 의원 등을 만난 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국민에게 사과하는 대국민 담화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을 그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가 사의를 밝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하고 후임 장관 후보자에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표결을 앞두고 김 전 장관을 정리하는 선에서 국헌 문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윤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본격적인 ‘여론전’에 착수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주의자로서 자유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대해 결단을 내린 것” “민주당에 경고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며 비상계엄의 당위성과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과 언론이 제기하는 ‘내란’ 혐의를 피해 가고 ‘정권 상실’ 위기감에 시달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방패 삼아 탄핵 위기를 돌파해보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길면 길어질수록 한국 정치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엔 민생과 경제, 대외관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경제계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조짐과 불안한 원-달러 환율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대외 신인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문제인데, 트럼프의 등장으로 대미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안정마저 확산되면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외교적 파장도 만만찮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공고한 한-미 동맹을 강조해왔지만, 4일(현지시각) 백악관과 국무부 등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심각한 오판”(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국가로부터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되는 등 국가 이미지 타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선진국이 한순간에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가 돼버렸다”며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한국과의 접촉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시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킨 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구하거나,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질서 있는 퇴각’ 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분노는 들끓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교착 상태에서 사회적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 평화적으로 혼란을 수습하려면 합법적 제도인 탄핵으로 상황을 풀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정치가 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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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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