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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지식인 729명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8월 23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대선개입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6차 부산시국대회"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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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지식인 729명이 "우리는 이 촛불을 내릴 수 없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5일 '민주주의를 바라는 부산 지식인 선언 모임'은 시국선언문과 참여자 명단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교수(대표 황호선 부경대 교수), 문화예술인(대표 이청산 부산민예총 이사장), 약사(대표 성일호 부산약사회 고문), 변호사(대표 이호철 부산민변 대표), 의사 등이 참여했다.

지식인들은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구와 정당의 불법적 대선 개입에 대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솔직한 인정,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른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별개로 대통령 사과와 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식인들은 '현 국정원장 즉각 교체, 국정원 전면 개편, 민주주의와 법치 훼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하면서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촛불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은 "이번 촛불은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다수인 국회가 거부하고 청와대와 다수 언론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결코 촛불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대해, 지식인들은 "내란음모 혐의가 있다면 누구라도 철저히 수사하고 정확한 증거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라"며 "동시에 국정원의 잘못도 명백히 가려내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이것이 절대 다수 국민들의 상식적 판단일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진정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어떤 작전을 쓰더라도 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서면 태화쥬디스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민주당 부산시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민주주의를 바라는 부산 지식인 선언
"우리는 이 촛불을 내릴 수 없다"

사상 초유의 폭염 속에서도, 대다수 언론의 의도적 외면 속에서도, 국민의 관심을 돌려 보려는 숱한 시도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의를 염원하는 촛불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다. 정상회담기록을 새누리당에 유출하여 대선에 이용케 하고 국가 공무원과 국가 장비를 동원하여 여론을 왜곡하려 했던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그를 위한 경찰청장의 수사 축소·은폐와 허위 발표, 국정원장의 국가기밀문서 불법 공개 등 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의혹들에 의해 촉발된 촛불은 그나마 국회의 국정조사에 일말의 기대를 걸며 열심히 지켜보았었다.

그러나 뻔뻔한 논리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검찰이 밝혀낸 사실조차 전면 부인하거나 기억에 없다고 버티는 증인들, 그 증인들의 변호인 역할까지 하며 정상회담기록 대선 이용 혐의자들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등 사사건건 국조를 방해한 새누리당, 엄청난 압력을 각오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관에게 지역주의나 들이대는 한심한 국회의원,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기에는 역량이 모자란 야당 등에 의한 국정조사 결과는 성난 민심의 촛불에 기름을 퍼붓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보수 언론들은 이 사안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관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초강경으로 대응했고 억지 논리 사용을 불사했으며 터뜨릴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터뜨려 이를 뭉개려 하였다. 검찰 장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지적은 곧 대선 불복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 야당과 국민들을 협박하였다.

선거의 공정성 여부를 밝히고 문제가 있으면 다음을 위해서라도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이 어째서 곧바로 대선 불복이 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부정선거가 있었더라도 이제 끝났으니 선거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적어도 그에 대한 반성과 조치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후의 선거에서도 관권을 동원한 부정선거는 계속 시도될 것이고 이 땅에서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기면 모든 것이 덮어지는 사회가 어떻게 신뢰와 원칙이 통하는 세상, 후손에게 부끄럼 없이 물려줄 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 촛불을 뭉개려고만 하지만 사실상 이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촛불이다. 국민의 절반이 정통성이 없다고 믿는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드러난 전 정권과 현 정권 초기의 잘못을 과감히 인정하고 최소한의 단죄와 솔직한 사과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서는 것만이 현 정부가 민심을 얻어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논란에 빠지지 않고 정책으로 승부를 내고 싶어 하는 대통령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은 더 이상 유체이탈하여 남의 말 하듯 몇 마디 하고 넘어 갈 사안이 아니다. 직접 나서라. 정권의 초기 1년이 이렇게 지나버리고 그 후유증이 4년간 계속된다면 그 결과가 어떤 대통령으로 남는 것인지 전임자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구와 정당의 불법적 대선개입 사실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검찰이 다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데 협조하라. 대통령은 현 국정원장을 즉각 교체하고 국정원을 전면 개혁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의 훼손에 대해 국정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촛불을 내릴 수가 없다. 이 촛불은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다수인 국회가 거부하고 청와대와 다수 언론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재 국정원이 주도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도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약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내란음모 혐의가 있다면 누구라도 철저히 수사하고 정확한 증거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라. 동시에 국정원의 잘못도 명백히 가려내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하라. 이것이 절대 다수 국민들의 상식적 판단일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이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진정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어떤 작전을 쓰더라도 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를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민주주의를 바라는 부산 지식인 선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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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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