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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여론 의식 무리한 투입…‘한주호 준위 사망’ 사고 되풀이

등록 : 2014.05.06 19:53수정 : 2014.05.06 22:38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숨진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가족들이 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한국병원에서 이씨의 주검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목포/뉴시스

잠수사 2차 인명피해

초동대처 실패로 여론 악화하자
정부, 잠수병 등 17명 치료에도
안전대책 ‘뒷전’ 대체요원 투입만
이씨, 현장적응 못한 채 첫 잠수

대기공간에 전문의료진조차 없어
동료들이 먼저 인공호흡 실시
사망사고 뒤에야 의사 투입키로

세월호 침몰 해역에 투입돼 수색 작업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의 죽음은 4년 전 천안함 침몰 사고 때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숨진 한주호(당시 53살) 준위의 사례와 여러모로 닮았다. ‘사고 초동대처 실패→여론 악화→무리한 수색·구조 작업→2차 인명피해’라는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잠수 안전 규정을 넘나드는 수색이 장기화하며 기존 잠수요원들의 피로가 극에 달하고 부상자도 발생하자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씨와 같은 ‘대체 잠수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씨는 안타깝게도 첫 잠수에서 목숨을 잃었다.

2010년에도 사고 닷새가 되도록 수색·구조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잠수를 반복하던 35년 경력의 해군 특수전여단(UDT) 한주호 준위가 저체온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숨졌다. 한 준위가 순직할 때에도 침몰한 선박 속의 실종자를 빨리 꺼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강도 높은 수색 작업이 진행됐었다.

천안함과 세월호 모두 정부가 재난 상황을 초기에 수습하지 못한 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수색·구조를 ‘감행’하게 되고, 결국 추가 인명피해라는 후진적 결과로 이어졌다.

5일 진도에 도착한 이씨는 6일 오전 곧바로 잠수에 들어갔다. 이씨가 사용한 공기 공급장치 호스는 주변에 설치된 유도줄 등과 복잡하게 꼬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세월호 수색에 참여했던 한 민간 잠수요원은 “새로 투입되는 잠수사들이 현장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4~5일은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적응 기간’은 없었다. 사고 해역에 투입된 25년 경력의 민간 잠수요원은 “30m 수심에서 최대 27분 정도 일할 수 있는데, 지상에 올라와서는 최소한 2~3시간은 쉬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다이빙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새로 투입된 대체 인원과는) 손발이 맞지 않아 사고가 나게 된다”고 했다.

‘경고음’은 이미 울리고 있었다. 지금껏 잠수병 등으로 치료를 받은 잠수요원만 17명에 이른다. 하지만 잠수요원을 위한 추가 안전 대책은 없이 대체 요원 투입이 고작이었다. 사고 초기에 구조·수색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자원봉사 잠수사들은 해경과 마찰을 빚다 철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적정한 수의 작업 인력을 체계적으로 투입했다면 이처럼 쫓기는 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잠수요원들이 대기하고 쉬는 바지선에는 전문 의료진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머구리’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바지선은 민간 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의 리베로호뿐이다. 이씨는 이날 오전 6시23분 리베로호로 끌어올려졌고, 동료들이 곧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인근 청해진함에서 대기하던 해군 군의관은 8분이 지난 6시31분에야 리베로호에 도착했다. 이송을 위해 헬기에 태워진 시각은 6시44분이다. 대책본부는 이씨가 숨진 뒤에야 민간 잠수사들이 있는 바지선에 1급 응급구조사 2명을 배치했다. 사고 뒤 줄을 잇는 ‘뒷북 대책’의 하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씨 사망 사고 뒤 “잠수사들의 휴식 시간을 철저히 점검하는 등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 수색 작업에 차질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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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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