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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과 기계적 중립에 빠져
새누리 멱살도 못잡는 안철수"
▲ 지난해까지 안철수 의원의 '정치 과외교사'로 활동했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중도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싸우지 않는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 |
ⓒ 남소연 |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손잡은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창당을 앞둔 가운데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당원들의 의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며 무공천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칫 계파 간 논쟁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안 의원이 새 정치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거기에 민주당이 전격 동의하면서 성사됐다. 이에 따라 이번 6.4 지방선거를 '약속' 대 '거짓' 프레임으로 치른다는 전략적 목표가 수립됐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강행하면서 야권만 피해보는 상황이 된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문제에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야권의 기초선거는 새누리당에 상당수 의석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야권이 전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기초단체장 226곳과 기초의원 2898명(지역구 2519명, 비례대표 379명) 중 과반도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 그 자체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62.7% 수준으로 정권심판론도 먹히지 않아 야권에 위기가 증폭되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안철수 의원의 '정치 과외교사'로 활동했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중도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싸우지 않는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싸우지 않는 안철수, 새 정치와 거리 멀다"
몇몇 언론에 안 의원의 과외교사로 알려지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이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한 바 없는 고 교수는 더 이상 침묵하고 있는 것도 지식인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닌 것 같다며 지난 21일 서울 공릉동 서울과기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과외교사' 출신 지식인이 안 의원의 정치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교수는 "소위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자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중도노선의 실체가 무엇이냐"며 "새 정치가 뭘까 한참 찾다보면 나오는 건 딱 한 가지, 싸우지 말자 이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교수는 "이건 진정한 중도가 아니다"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자고 했으면 그동안 공천권을 휘두르며 풀뿌리 정치를 훼손했던 세력과 맞붙어 싸워야 하는데 안 의원은 싸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원 교수는 "정당공천 폐지는 어떤 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안 의원이 정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하겠다는 뜻과 의지가 있다면 새누리당을 합의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전략적 복안을 가지고 그들의 멱살을 잡든, 새누리 당사에 드러눕든 해야 한다. 실행능력을 보여줘야 새 정치"라고 일갈했다.
▲ 거리로 나선 안철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들과 함께 1월 2일 서울 명동에서 '펼쳐라! 새정치, 응답하라! 국민추진위' 거리 설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새정치'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오랫만에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안 의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국민과 함께 라면"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
ⓒ 남소연 |
그는 "안 의원은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며 "안 의원의 새 정치는 구두선에 그친 측면이 많다. 거짓과 싸우지 않는 새 정치의 약속이란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번복하는 것은 더 웃기는 일이 된다고 비판했다. 고 교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며 "단체장이나 기초의원 몇 개 더 건지겠다고 번복하면 신당 사령탑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게 되고 그러면 지방선거는 더 최악이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당공천 폐지를 그대로 밀고가야 최소한 선거벽보에 거짓세력을 심판하자는 표식이라도 걸 수 있게 된다"며 "이제 와서 기초공천제 폐지를 번복하지 말고 끝까지 새누리당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고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안철수 의원이 야당의 간판으로 치르는 선거인만큼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안 의원이 싸우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결과가 참혹하면 그의 정치생명이 위독함은 물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안이한지 모르겠다"고 답답증을 토로했다.
"안철수의 '싸우지 말자'는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중도"
고 교수는 안 의원이 한국정치의 본질적 문제를 진영논리, 증오의 정치로 보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실제 한국사회에 이념갈등 같은 게 있긴 하다"며 "그런데 이게 진짜 이념갈등일까? 단순한 색깔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색깔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정치적 이득을 챙긴 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라며 "야권과 진보진영은 색깔론 때문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했고 지금도 피해를 당하고 있다, 야권과 진보진영은 이제야 겨우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담론으로 이념과 가치노선을 정립해가고 있는 정도인데, 이 상황에서 양쪽을 기계적 중립의 잣대로 등가를 매기는 건 정치와 역사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 안철수 의원의 '정치 과외교사'로 활동했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21일 서울 공릉동 서울과기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그는 "중도노선의 실체가 무엇이냐"며 "새 정치가 뭘까 한참 찾다보면 나오는 건 딱 한 가지, 싸우지 말자 이것뿐"이라고 지적했다. | |
ⓒ 남소연 |
<안철수의 생각>과 청춘콘서트를 통해 드러났던 안 의원의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에 대해서도 고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였다. 그는 "안철수 의원은 단 한 번도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취한 적이 없다"며 "최장집 교수를 영입하는 등 과거 그런 지향을 나름대로 검토한 적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행동으로 보여줬던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고 교수는 또 "지금까지의 안 의원의 정치 흐름을 보면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에서 아예 더 멀어진 것으로 이해한다"며 "안 의원의 '그냥 싸우지 말자' 식의 중도주의 노선은 중도 중에서도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중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신당을 창당하면서 약속 대 거짓의 구도를 짰으면 거짓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안 의원이 싸우지 않는 것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실용노선과 거의 흡사하며 당시 열린우리당의 실용노선이 당을 어떻게 침몰시켰는지 반드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안 의원과 김한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거짓 대 약속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의원이 자꾸 내부에서만 6·15, 10·4, 4·19, 5·18 등으로 분란을 만드는데, 그러지 말고 새누리당과 싸워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철수-김한길 리더십은 곧장 회의의 대상이 될 것이며 신당은 네 탓 공방을 하면서 지리멸렬한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지층은 더 흩어질 것이고 야권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현재의 야권에는 미리 그 상황을 대비하는 집단이 생겨나야 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거짓과 싸우는 일 외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하겠다고 했으니 진짜로 공천권을 시민과 국민에게 돌려주는 공천혁명프로젝트를 지방선거에서부터 실제로 가동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부터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혁신적 처방안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공천혁명 없는 정치혁신, 새 정치는 공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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