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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오바마가 골프를 즐기는 건 ‘이것’ 때문
    • 입력2015.02.09 (10:49)
    • 겨울 같지 않은 날씨. 토요일은 10도 안팍, 일요일은 15도 안팍이다. 백악관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쾌청할대로 쾌청한 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골프채를 잡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인 8일, 마이클 조던의 스승인 미국 농구계의 전설적 영웅, 딘 스미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사를 발표한 후 곧바로 에드워드 군 골프장으로 향했다. 올해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박차고 나와 골프장으로 직행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는 기피대상 1호다. 휴일 당번을 맡은 풀(pool)기자는 아까운 휴일 낮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개별 취재와 별도로 휴일이든 평일이든 상관없이 1년 365일 대표 취재를 하는 풀(pool) 기자단을 두고 있는 데, 오바마 대통령의 바깥 출입이 없을 경우 통상 휴일에는 점심 이전에 백악관 공보실로부터 일정이 없다는 통고를 받고(call the lid) 풀 기자 업무에서 해방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골프가 있을 경우 골프장으로 오고 가는데 1시간, 골프하는 동안 대기하는 데 5시간 안팍, 모두 6시간 이상을 사실상 허비해야 하는 것이다. 8일 풀 기자를 맡은 뉴욕 타임스 쥴리 데이비스 기자는 ‘12시 29분 목적지를 모른 채 백악관을 출발해서 12시 53분 도착해보니 앤드루스 군 골프장이고 17시 22분 골프장을 출발해서 17시 35분 백악관으로 돌아왔는데 대통령은 보지 못했고 대통령도 자신의 검은 색 SUV 차창 밖으로 내다봤을지 모를 눈부시게 황홀한 일몰이 전부였다’(a ride that was unremarkable except for the blindingly gorgeous sunset POTUS would have seen if he were looking out the window of his black SUV) 라고, 애처로운 시 아닌 시 한편을 동료기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처럼 안타깝게도 골프장으로 안내받은 풀 기자들은 대부분 골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고 초반 몇 년 동안은 골프하는 모습을 언론에도 공개하는 등 꽤 개방적이었다. 왼손잡이 스윙, 길지 않은 드라이버 거리, 신통치 않은 퍼팅 모습들은 대부분 초반에 찍힌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런 골프 실력이 아니라 대통령의 골프 횟수를 놓고 말들이 많아지자 지금처럼 외부 공개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많이 들이면서 오바마 대통령 그림자도 보기 힘들게 되면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입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기간 골프를 친 횟수는 200회를 넘는다. 베테랑 백악관 출입기자인 CBS 라디오 마크 놀러가 계산해서 동료기자들에게 제공한 숫자는 지난해 말(12월 31일)까지 모두 214번 골프장을 다녀왔다고 전하고 있다. 평균 1년에 36번, 한달에 3번 꼴로 골프장을 다녀온 셈인데 지난해에는 더 많아져서 1년 동안 54번 골프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며 한해를 마감했다. 하와이에서는 2주일의 휴가기간 10번 이상 골프장을 찾았고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귀임하기 전날인 1월 2일에 2015년 자신의 시즌을 개막하는 첫 타를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 치는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이미 소개한대로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하는 공화당 지지자 등은 더욱 비판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치는 횟수를 꼬박 꼬박 계산해서 '골프만 치는 대통령(the golfer in chief)'으로 낙인 찍는 인터넷 싸이트도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 치는 언저리에 발생한 사건 사고 등과 비교하며 골프에 빠져 국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격렬하게 비판하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마사스 빈여드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던 오바마 대통령이 IS가 미국인을 처형하자 이를 비난하는 회견을 한후 다시 골프장으로 직행해서 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잦은 골프장 행차를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취미를 옹호했다. 대통령직 수행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골프장을 자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옹호론이다.

      오바마 대통령 골프는 특징이 있다. 우선은 골프를 함께 치는 멤버가 거의 매번 같다는 것이다. 8일 동반 플레이어를 한 마이크(Mike Brush), 죠(Joe Paulsen), 마빈(Marvin Nicholson)은 단골 파트너다. 모두 백악관에서 일하는 행정관들이다.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골프 동반자였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여름 휴가지인 마서드 빈여드에서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한 김용 월드 뱅크 총재와 플레이를 하기도 했고 지난 겨울 하와이에서는 마침 그곳에서 휴가중이던 말레이시아 총리와 동반 플레이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한때는 공화당 지도부와 골프장 회합을 하기도 했고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 데릭 지터 등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하기도 했지만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어떻게 보면 소박한 골프 동반자가 오마바 대통령의 잦은 골프장 행에 대한 비판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주 찾는 골프장이 백악관에서 2 ~ 3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군 골프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에드워드 공군기지 골프장이나 포트 밸보와 골프장은 군인과 군속은 물론 일반인들의 출입도 많은 비교적 저렴한 서민형 골프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 왜 골프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운동을 자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갖는 자연스런 의문이다. 결론은 역시 감각으로 정치했던 부시 전 대통령의 판단이 맞다는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책임에 분명하다. 지난해 골프장 찾는 횟수가 늘었던 것은 생애 첫 80타를 기록할만큼 골프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웃자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또 하나는 체력단련이다. 골프를 체력 단련을 위한 운동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좋지도 않은 같은 골프장을 그처럼 자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골프장을 자주 찾으면서도 이 때문에 업무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하긴 미국 대통령 전기작가들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8년 동안 800회,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8년 동안 1,200회 골프장을 찾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횟수다. 오바마 대통령 관련 숫자에 밝은 CBS 마크 놀러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말까지 214번 골프장을 가는 동안 국민들과의 공개 토론장에도 75번 행차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해서 그냥 자기 말만 하고 끝낸 일방통행식 연설이 아니라 각본 없이 질의응답이 이어진 국민과의 대화만 계산한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장 행차는 어떻게 보면 부지런한 대통령의 상징이자 부지런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도 골프장을 자주 찾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샷을 하는 중간 중간 아니면 멋진 나이스 샷이 나온 후에라도 좋은 기분을 살려서, 갈수록 위중해지는 한반도 문제에도 시원하고 나이스한 해결책을 찾아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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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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