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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표적증세? 구차하기 짝이 없는 증세 반대”

 

 

 

2015년 정년퇴임을 맞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인터뷰한 이준구 명예교수.      경향신문 자료

2015년 정년퇴임을 맞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인터뷰한 이준구 명예교수. 경향신문 자료

“표적증세니 세금폭탄이니…. ‘감세는 미덕, 증세는 악덕’이란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논리적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왕 증세하려면 장기적으로 최고소득세율 50%까지 올려야 합니다.” 

경제학계 권위자로 꼽히는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방침을 놓고 보수 일각의 반발이 일자 적극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증세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jkl123.com)에 올린 글에서 “법인세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자체가 투자에 영향을 줄 이유가 없다”며 반박했다. 앞서 이 교수는 10일에도 글을 올려 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부자증세는 커녕 미봉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2015년 정년 퇴임한 이 교수는 조세,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홈페이지 글을 통해 견해를 피력해왔다. 

이 교수는 “얼마전 이왕 증세를 하려면 최고소득세율을 50%까지 올리자는 제의를 한 바 있다”며 “정부가 내비친 안을 보면 5억 이상의 초고소득에 대한 세율을 고작 2% 포인트 올린다는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증세지만 벌써 ‘표적증세’니 ‘세금폭탄’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자신이 제시한 50%의 최고소득세율은 지금 바로 실천에 옮기라는 게 아니라 장기적 과제로 삼자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제안은) ‘감세는 미덕, 증세는 악덕’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향해 최고소득세율을 그 수준으로 높이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말해 보라고 도전장을 던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반대하는지 근거를 대라는 요구였다.

이 교수는 “그들은 최고소득세율을 그 수준으로 올릴 때 경제에 어떤 영향이 올 것인지 아무 논리적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반대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반면, 초대형기업에 대한 증세는 투자가 위축된다는 등의 명분을 찾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무엇보다 그는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의 본질은 기업 활동으로 발생한 이윤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거두는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 자체가 투자에 영향을 줄 이유가 없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5000억원 투자를 해서 미래 수익이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6000억원이 나오는 경우를 상정했다. 이때 수익률이 20%인데, 법인세율이 20%라면 투자계획에서 기대되는 순수익률은 16%로 떨어진다. 이 교수는 “당연히 투자계획은 실천에 옮겨진다. 순수익률이 0보다 큰 이상 투자하는 쪽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법인세율이 25%로 오르면? 이때 세후 순수익률은 15%로 낮아지지만 투자할 가치가 있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이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법인세율 그 자체와 투자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무지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실정이다. 보수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의 반대 논리는 바로 그런 무지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정년퇴임을 맞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인터뷰한 이준구 명예교수.   경향신문 자료

2015년 정년퇴임을 맞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인터뷰한 이준구 명예교수. 경향신문 자료

다만, 법인세율의 변화가 간접적으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이 교수는 봤다.

기업은 이윤 중 법인세를 내고 난 나머지를 주주에게 배당해 주거나 ‘사내유보’로 남겨둔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사내유보를 감소시켜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에선 투자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이 교수는 예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좋은 투자계획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 법인세율 인상에서 투자 부진의 이유를 찾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 측의 이런 상황 판단을 이 교수는 개가 ‘엉뚱한 나무를 올려다보며 짖는다(barking up the wrong tree)’는 영어표현에 빚댔다. 

또한 아일랜드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꿈꾸는 미국처럼 법인세율을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낮춘다면 투자에 가시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이 교수는 봤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투자 증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처럼 법인세율의 대폭 인하는 나름대로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법인세율 2, 3% 포인트 조정이 투자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3% 포인트 내렸을 때 투자의 홍수가 일어났는지 되물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인상의 오직 한 가지 영향은 이윤 중 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 이윤을 내는 기업이 법인세율 인상 때문에 갑자기 적자기업으로 변할 일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와 기업 비용 부담은 별개의 문제인데도 엉터리 논리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반대 측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세금폭탄’이라는 선동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보수야당 정치인을 보면서 우리 정치는 아직 멀었다는 좌절감이 밀려온다”고 밝혔다.

자료: 리얼미터

자료: 리얼미터

앞서 10일 이 교수는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내리는 미봉책보다는 아예 아주 높은 소득에 대해 지금보다 더 높은 최고소득세율을 신설하는 정공법을 쓰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1년에 가만히 앉아 몇 백억원씩 버는 재벌이나 부동산 부자들에게 50%의 세율이 부당하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1일 성인 남녀 507명에게 물어본 결과, 대기업·고소득자 증세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71.6%, 찬성하는 편 14.0%)’는 답변이 85.6%로 ‘반대한다(매우 반대 4.1%, 반대하는 편 5.9%)’는 응답(10.0%)을 앞섰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7241105001&code=920301#csidxc2bc58c497f26f0b24fa5b04379e6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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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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