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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또…“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등록 : 2014.05.01 21:58수정 : 2014.05.02 11:20

 

한차례 여론 질타 받고도
같은내용으로 언론에 반박

청와대가 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과 관련한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나서면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0여명의 실종자를 찾지도 못한 채 보름이 훌쩍 지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재난 컨트롤타워냐 아니냐’의 문제를 놓고 책임 회피성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실 컨트롤타워 명시 관련’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날 <문화일보>가 해양경찰청의 ‘해상 사고 대응 매뉴얼’ 내용을 인용해 ‘국가안보실이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협의 및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돼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 자료였다. 김장수 실장은 지난 23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혀,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국가안보실은 반박 자료를 통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3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난 업무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이 안전행정부에 부여됐다”, “지난해 8월 초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국무총리가 (재난 관련) 정책을 조정·심의하고, 안행부 장관이 대규모 재난을 총괄·조정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정보를 ‘종합·관리’할 뿐 ‘총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된 해양경찰청의 매뉴얼에 대해선 “2010년 10월에 작성된 것”이라며 “현재 안행부 주관으로 매뉴얼 등을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가고 있는 상태로, 해경 매뉴얼도 개정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내용이 아직 재난 대응 매뉴얼에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앞서 해양수산부의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도 재난 컨트롤타워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해경의 매뉴얼처럼 지난해 법 개정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설명과 태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종 기관으로서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을 내팽개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법 개정 이후 9개월이 지났는데 재난 대응의 핵심 기관인 해경과 해수부 등의 위기 대응 매뉴얼은 바뀐 법과 시스템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실무 매뉴얼을 바꾸지 않은 일선 부처나 기관에 책임을 돌려 이를 질책할 뿐, 스스로는 책임이 없는 ‘제3자’처럼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안보실은 매뉴얼 작성 감독 책임에 대해서도 ‘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장, 재난 분야는 안행부 장관의 조정 승인을 받아 확정토록 돼 있다’며, 매뉴얼 부실 책임도 안행부로 떠넘겼다.

 책임을 피하려고 바뀐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국가안보실 논리대로라면 국무총리는 재난 정책을 조정·심의해야 할 뿐 참사 현장에서 실무를 지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또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안행부 장관) 외에, 진도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맡고 있는 범부처사고대책본부(본부장 해양수산부 장관)는 재난 대응 체계상 설치 근거가 불분명한 조직이 된다. 무엇보다, 바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더라도 국가안보실은 ‘재난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업무를 수행’ 하도록 돼 있어,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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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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