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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치킨집 2년, 남은 건 빚과 이혼

3만6000개, 대한민국 대표 자영업, 은퇴자들의 무덤, 영원한 ‘을’(乙)…. 2015년 10월 ‘닭’이나 ‘자영업자’와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제목에 들어가는 용어들이다. ‘엄청 고생하겠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과연 치킨가게 사장의 삶은 어떨까. <머니위크>는 같은 지역에서 다른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 2명을 수소문해 이들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봤다.

이번에 섭외된 사장들은 국내 최대 치킨프랜차이즈 B사 가맹점주와 매장 영업에 강점을 둔 C사 가맹점주다. 평일인 지난 5~6일 이틀간 이들의 일상을 지켜본 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물론 치킨브랜드의 전략과 가게의 규모, 가게 운영방식에 따라 이들의 생활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매우 치열하고 힘들게 24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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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10월5일 오전 10시=펴지지 않는 손가락, 욱신거리는 무릎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B사 가맹점주 최상민씨(36·가명). 전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가게를 정리한 후 집에 도착해 대충 씻고 누우니 새벽 4시.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자꾸 떨어지는 가게매출 때문에 한숨을 쉬다 선잠을 잤다. 이렇게 잠을 제대로 못 이룬 것이 벌써 1년째다.

최씨는 3년 전 1억8000만원을 들여 서울 서대문에 B사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며 넉넉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그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당시 태어난 딸아이 때문. 더 많은 돈을 벌고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서 치킨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최씨는 후회막심이다. 아이와 언제 놀아줬는지, 아이가 눈을 뜬 모습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부부 사이도 멀어졌다. 직장에 다니는 부인과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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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10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최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후 한가지 습관이 몸에 배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다. 이유는 손가락과 무릎을 뜨거운 물에 담그지 않으면 잘 펴지지 않아서다. 손가락은 하루 종일 닭을 집게로 잡고 작업해서 그렇고 무릎은 6개월 전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하러 가다 사고가 난 후유증이다.

사워를 마치고 가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에 간간이 들어오는 배달주문을 받기 위해 서둘러 영업준비를 한다. 물론 혼자다. 정오. 전화벨이 울린다. 배달주문이다. 최씨는 닭을 튀기고 포장한 후 가게 전화기를 휴대폰으로 착신해놓고 배달을 나선다.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 가는 동안 한통의 배달전화를 받았다.

배달을 다녀오자마자 다시 닭을 튀기고 또 배달한다. 이렇게 오후 1시30분까지 판매한 닭은 총 4마리. 6만4000원의 매상을 올렸다. 최씨는 중국음식점에 짜장면 하나를 시켜 점심으로 때운 후 다시 영업준비를 한다.

오늘 준비해야 할 닭은 40마리. 체반(닭의 불필요한 부위와 기름 제거) 작업과 마리네이드(닭 밑간) 작업을 하고 소스정리를 마치니 오후 5시. 작업을 마치자마자 이틀 전에 주문한 식재료가 도착했다. 20kg짜리 닭 4박스와 15kg짜리 오일 3통, 소스 등 기타 부자재를 냉장고와 창고에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6시. 때마침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도착한다. 서둘러 아르바이트생의 밥을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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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머니투데이 DB

시급 7000원짜리 ‘알바님’. 걸핏하면 지각에 추가수당을 더 달라고 보채는 통에 최씨는 최대한 그의 비위를 맞춰준다. 그래야 올 겨울까지 알바님이 계속 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때는 배달 알바를 구하기 쉽지만 개학 후에는 알바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겨울에는 더 어렵다.

오후 7시. 본격적으로 배달주문이 들어온다. 15평 남짓 테이블 7개가 있는 조그만 홀에도 손님이 들어찬다. 알바생은 배달을 가고 가게엔 최씨 혼자. 그는 이때부터 1인3역을 해야 한다. 홀서빙을 하고 전화주문 접수와 카운터를 맡다가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이 된다. 온몸이 땀범벅. 하지만 쉴 틈이 없다.

이 피크시간이 아니면 매출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2시간여가 흘러 오후 9시. 이제부터는 전화주문도 뜸하다. 20~30분 단위로 들어오는 배달주문과 2차로 맥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을 받는다. 마땅히 앉을 데가 없어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간간히 쉰다. 카운터는 알바생이 차지하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

저녁 11시. 알바생 퇴근시간. 이때부터 최씨는 배달업무까지 1인4역을 맡는다. 이렇게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처음 1년 동안에는 자정에 문을 닫았지만 주변에 계속해서 생겨나는 치킨가게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최씨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골목에 치킨가게는 총 3개. 하지만 현재는 각종 프랜차이즈 치킨매장이 들어차 10곳이 넘게 운영 중이다. 오늘도 최씨는 집에 도착해 누운 시간이 새벽 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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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6일 오후 3시=치열한 경쟁에 적자… 결국 부인과 이혼

얼마 전 부인과 이혼한 C사 가맹점주 박민우씨(52·가명). 박씨는 최씨보다 1년 늦게 이곳으로 왔다. 즉, 가게를 오픈한 지 2년차다. 중견기업에 다니다 3년 전 명예퇴직한 후 노년을 대비하기 위해 시작했다. 퇴직금과 예금, 그리고 약간의 대출을 받아 총 3억7000만원을 투자해 48평짜리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박씨는 약 6개월 전부터 가게를 팔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홀 매출로만 버티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가게를 오픈한 직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달 300만원 이상 적자가 났다. 찾아오는 손님이 줄었지만 이 넓은 가게를 혼자 볼 수도 없는 노릇.

이에 부인이 가게에 나와 돕기 시작했다. 박씨는 주방을 보고 부인이 알바생 한명과 함께 홀서빙을 시작한 것. 본사에 도움을 청해 시식행사를 비롯한 전단작업, 할인행사 등 가게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좀처럼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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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정확히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씨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처음부터 치킨 장사를 극구 만류했던 아내와 매일 싸웠다. 급기야 부인과 별거에 들어가 2개월 전 홀아비가 됐다. 지긋지긋한 가게를 내놨지만 평수가 크고 투자한 금액이 많아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씨의 일과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손님이 많지 않기에 몸은 그다지 피곤하지 않지만 머리가 아프다. 어제 새벽 5시까지 단골손님들과 술을 마셨기 때문. 솔직히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삶이 너무 무기력하다. 어쨌든 가게를 팔기 위해서라도 가게를 계속 열어야 하기에 오후 4시에 출근한다.

출근 후 박씨의 첫 일과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식자재를 보내달라고 애원하다가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본사는 식자재를 못 보낸다고 통보했다. 물대(물류대금) 미납금이 500만원이 넘자 본사에서 물류를 막아 장사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인근 매장에 전화를 걸어 약간의 닭과 재료를 빌렸다.

그러는 사이 두 시간이 흘러 오후 6시다. 빨리 준비해야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이라도 받을 수 있다. 부지런히 영업준비를 하던 도중 알바생이 출근했다. 대학교 2학년인 이 여학생 알바는 참 착하다. 가게 사정이 어려운 것을 알고 월급이 좀 밀려도 이해해주고 가게가 바쁜 것 같으면 이것저것 잘 도와준다. 박씨는 이런 알바생이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알바생이 도와줘 다행히 영업준비를 저녁 7시 전에 마쳤다. 하지만 손님이 오지 않는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다. ‘내가 이 가게만 창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답답한 마음에 맥주 한잔을 들이켠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오후 11시. 박씨의 가게가 그나마 바빠질 시간이 다가왔다. 가게가 조용한 까닭에 동네 단골들이 2차 장소로 이 가게를 자주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골이 반갑지만은 않다. 장사가 안돼 어떻게든 단골로 삼으려고 이것저것 퍼주던 손님들이어서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거기에 매일 술까지 권해 장사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박씨는 이미 가게로부터 마음이 떠난 터라 그냥 술자리에 합류한다.

알바생이 이것저것 준비해주고 자정쯤 퇴근했다. 박씨는 이후 찾아온 단골손님들과 한데 어울려 술을 마신다. 어느덧 새벽 2시. 그래도 오늘은 단골이 빨리 갔다. 박씨는 술에 취했지만 청소하고 가게를 정리한다. 내일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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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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