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판' 선서거부에 허 찔려... 정회해야 했나 고민도
자존심 때문에 사과 안하는 박 대통령, 매듭 풀어야"[인터뷰] 신기남 국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

13.08.27 11:16l최종 업데이트 13.08.27 12:5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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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이끌었던 신기남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장 기억에 남는 증인으로 권은희 전 과장과 김용판 전 청장'을 꼽으며 "권은희 과장은 정말 옛날의 잔 다르크 같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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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장이 마치 법정 같았다. 야당은 검사고, 여당은 국선변호인이었다. 변호인 권력이 너무 세니까 피고로 불려나온 증인이나 당국자들이 오히려 고무돼 큰소리치는 장면도 있었다. 이건 국정조사(아래 국조)의 원래 자기 모습이 아니다. 증인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을 비판하는… 역대 이런 국조는 없었다."

국회 국정원 댓글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막을 내렸다. 무려 53일 만이다. 사상 최장, 사상 최초로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 그 국정조사를 이끌었던 신기남 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53일간의 국조를 '마치 법정 같았다'고 스케치했다.

김현, 진선미 두 의원의 제척 문제를 둘러싸고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던 국정원 국정조사를 끝낸 그는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53일간의 기록을 술술 풀어냈다. 기가 막힌 장면도 많았고, 도저히 못 봐주겠던 장면도 있었으며, 선배 정치인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게 나오는 초선 의원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선서거부 당시 "야당이 정회 요청을 안했어도 위원장 직권으로 해 버리고 선서거부가 얼마나 엄중한 문제인지 지적했어야 했나"하는 고민이 아직도 안 끝났다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나중에 고발하고 재판받게 할 수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초유의 일 앞에서 위원장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중계 TV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 당장 그만두자고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신 위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증인으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김용판 전 청장을 꼽았다. 그는 "권은희 과장은 정말 옛날의 잔 다르크 같았다"며 "13:1로 싸우면서도 꼿꼿하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말도 너무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권은희 과장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했다"며 "권은희 과장이야말로 이번 청문회의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의 제도적 보완점에 대해서는 증인소환의 강제구인권한, 조사권한 등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증인이나 기관의 오만함을 규제하는,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줄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남해박사(남재준 해임, 박근혜 사과)'에 대해서는 비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안 할 것"이나, "최소한 뭔가 표현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48%의 국민이 지난 대선이 잘못됐다고 규정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최고 지도자로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신기남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인터뷰] 신기남 국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이끌었던 신기남 위원장이 53일간의 국정조사를 정리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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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일간의 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소회가 어떤가.
"사상 최장 청문회였다. 솔직히 괜히 위원장 맡았다가 망신만 당하고 끝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연장까지 해가며 여기까지 왔다. 결과보고서만 채택 안했지 순서는 다한 셈이다. 결과보고서 채택까지 갔으면 좋았겠지만 여야 워낙 의견이 달라 그건 끝내 안 됐다. 여기까지 국조가 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촛불의 힘 같다. 광장, 촛불, 이런 것이 없었으면 극도로 나쁜 언론 환경에서 여기까지 올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떠들어도 언론에 안 나오면 국민이 알고 촛불에 합류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촛불이 집권세력에겐 위협이 됐던 모양이다. 돌고 돌아, 결국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 위원회 활동의 최대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정원에 대한 사상 최초의 청문회였다. 과거엔 꿈도 못 꾸던 거다. 나도 국회 정보위원장까지 지냈지만 철저히 비공개였고, 함부로 브리핑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직 국정원장을 끌어내 청문회장에 세웠다. 기세등등했던 전직 원장도 증인으로 불러 심문했고,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무슨 일을 했나 다 공개했다. 과거엔 정보기관이 불가침의 영역이었는데 이번엔 다 보여드렸다. 국정원 측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네, 수치네 말하지만 국민 앞에 국정원도 성역이 아님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성과였다.

경찰 디지털분석실의 CCTV 화면이 국민 앞에 상영됐다. 백 마디 말보다 그 화면 하나면 다 설명이 되는 거였다. 아마도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경찰이 사건을 어떻게 축소은폐했는지 다 알게 됐을 것이다. 국민들게 직접 보여드린다는 게 의미가 남다른 것이다. 국조위원들이 전현직 국정원장, 경찰청장, 증인들의 심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숱한 의혹에 대한 진실을 보여드리는 게 국조의 본령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조 역시 성과적이었다고 본다."

- 한계도 많지 않았나.
"보수언론이 너무 소극적이었다. 이번 국조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보수언론의 무관심이었다. 성과에 대해서는 보도를 안 하고, 어떤 당이 파토내고 퇴장했다, 싸우는 장면 계속 내보내고, 보수언론의 무관심과 비협조가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국조를 끝낸 뒤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앞으로 이런 국조가 일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조는 확대돼야 한다. 상설화돼야 한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게 아니라 국회 상임위에 국조를 상설화해야 한다."

"무례한 초선, 정치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 위원회 운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여야 극한 대립으로 운영에 차질이 많았다. 파행, 중단이 일쑤였다. 김현, 진선미 두 의원제척해야 한다면서 열흘간 일을 못했다. 여야 서로 막무가내였다. 여당의 배짱이 셌다. 안하면 그만이라는 식이었으니까. 야당은 이 국조를 꼭 해야 하니까 결국 야당이 여당에게 끌려가더라. 뒤이어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냐 비공개냐, 그걸로 또 파행.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국정원장도 안 나와 버렸다. 위원장에게 언질도 없었다. 이런 법이 어딨냐 질타했더니 오후에 내 개인전화로 전화를 했더라. 못 오면 못 온다고 통보라도 해야지 이게 뭐냐 했더니 남재준 원장이 죄송하다, 여의도 근처에 있었다 그랬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국민적 분노가 촛불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니까 여당도 증인채택에서 타협을 이루더라."

- 원세훈 전 원장, 김용판 전 청장은 채택됐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결국 불채택됐다. 이것은 어떻게 보나.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증인채택이 안 돼 공전될 때 이거 절단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국민 여론이 두 사람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압박을 하니까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도 방침을 바꿔서 특위위원들을 설득했던 모양이다. 동행명령에 응했다. 그런데 선서 거부를 해버렸다. 이것도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민주당의 양보로 진행은 됐다. 나중에 고발할 걸로 생각하고.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이건 여당이 끝까지 양보 안했다. 고비 고비마다 극한 대립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어서 청문회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위원장으로서 어느 한 편을 들 수가 없었다. 한쪽 편들면 상대방이 반발하고 트집 잡고 안 할까봐 조심조심 달래면서 하느라 냉가슴을 앓았다. 회의 중간에 말싸움하는 바람에 그거 중재하는 것도 어려웠다. 위원장 말을 안 듣는 것은 물론이고 대들기도 했다."

- 어떤 식이었나.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초선의원들은 정말 정치하는 방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맹렬하게 싸우는 것은 좋으나 내용을 갖고 싸워야지, 언행을 함부로 하면서, 동료의원은 물론이고 새카만 선배 정치인에게 무례하게 대들고 그러면 안 된다. 그랬더니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면서 더 소리를 지르더라. 내가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균형감각을 잃은, 자기 위치를 잃은 맹목적인 분노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이제 국회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된 초선 정치인들에게 말 그대로 싸움의 방법, 싸움의 기술을 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50여 일 그렇게 지내니 몸살이 왔다."

- 국정조사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권능으로 하는 건데, 여당이 증인의 변호인 역할을 자초해서 뭐랄까 이게 여야 국회의원들의 청문회였나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았나.
"여당 국조특위위원 입에서 국조 무용론이 나오는 걸 보고 저건 모순된 언행을 보이는 거다 그랬다. 이른바 국조무용론 여론을 일으키려고 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국조위원이라면 아무리 국조가 맘에 안 들어도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국조 무용론을 제기한다? 이건 좀 이상한 거다. 왜 저런 분들을 국조위원으로 배정했지? 새누리당 지도부가 상당히 원망스러웠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무슨 생각으로 국조에 반대했던 분들을 위원으로 보냈을까 일부러 그랬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기관보고 하는 당국자들, 청문회 핵심증인들에게 추궁을 해야 하는데 자꾸 국선변호인 역할을 하는 거다. 오히려 당국자나 증인들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을 비판하고… 이런 국조는 없었다. 마치 법정 같았다. 야당은 검사고, 여당은 변호인이었다. 변호인 권력이 너무 세니까 피고로 불려나온 당국자나 증인들이 오히려 고무돼서 큰소리치는 장면도 나왔던 거다. 이건 국조의 원래 자기 모습이 아니다."

- 이번 국조에서는 증인의 선거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헌법이 보호하는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과 국회 모독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위원장은 어떤 견해인가.
"법에 선서거부라는 권한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의 선서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까? 의문이다. 법적 문제를 떠나 청문회에 불려나온 증인이 선서를 거부한다? 역대 없었던 일이다. 국민 무시고 국회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변호인까지 딱 대동하고 나와서 법조문을 읽는데 기가 막혔다. 한동안 멍했다. 야당이 허를 찔린 거다.

법적으로는 나중에 고발하고 재판받게 할 수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초유의 일 앞에서 위원장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중계 TV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 당장 그만두자고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래서 여야 간사들을 쳐다봤는데 여당은 당연하다는 투였고, 야당 간사는 당황한 것 같았다. 박차고 나갈 거냐, 나중에 고발하기로 하고 갈 거냐, 정회선포 사항이냐 아니냐 고민하다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진행하면서 국민 앞에 신랄하게 보여주자고 한 거다. 그때 정회하고 걷어차고 나왔어야 했던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오던데…, 야당이 정회요청 안했어도 내가 해버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도 고민이 안 끝났다."

권은희와 김용판, 서로 다르게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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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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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적인 증인은 누구였나.
"권은희 전 과장과 김용판 전 청장이다. 권은희 전 과장은 내가 신문에서만 봤던 분인데, 정말 옛날의 잔 다르크 같았다. 13:1로 싸웠다. 다 잡아떼는데 유일하게 권은희 증인만 꼿꼿했다. 조직인인데 얼마나 회유와 압박을 당했겠나. 사실 야당 의원들은 권은희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면서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제대로 진술했지만 몇 달새 조직 안에서 그를 회유했을 텐데 청문회 나와서 뭐라고 할까, 상당히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사람을 믿자, 이러곤 증인채택했지만 내심 불안해했다는 거다. 그런데 권은희씨가 첫마디부터 또렷하게, 말도 어쩜 그렇게 잘하던지 놀랐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했다. 권은희씨야말로 이번 청문회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반면, 김용판씨, 내가 아주 감탄했다. 그렇게 당당한 사람 처음 봤다. 아주 확신에 차 있었고, 오히려 의원들을 훈계하려고 했다. 심지어 묻지도 않은 말을 증인이 막 하려고 했다. 세상에 그런 증인이 어딨나. 오히려 원세훈씨는 상당히 유연하고 부드럽더라. 실은 원씨는 내 대학 동기다. 대학 시절 그는 상당히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날 나는 청문회장에서 원씨를 보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했다. 국정원장이 됐다고 했을 때, 그 조용하던 친구가 출세했네 했는데, 이렇게 또….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참. 끝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그와 악수는 했다."

- 이번 국조의 제도적 미비점이 드러나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증인소환이 제일 중요한데, 강제권이 하나도 없다. 안 나오면 그냥 고발밖에 못한다. 청문회 증인은 2/3 연서로 고발이나 할 수 있지만 기관보고 증인은 여야 의결이 있어야 고발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고발도 제대로 못하는 거다. 동행명령도 강제구인권이 없다. 안 오면 끝. 못 부른다. 심지어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로 안 나오고 불출석하고, 선거거부에 증언거부에, 끄떡 하면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냐. 국회가 우습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사법부의 검사는 강제수사권이 있는데 입법부의 국회는 그런 게 없다. 국회가 무력하다. 증인이나 기관의 오만함을 규제하는,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줄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하다. 조사권이 없으니까 국회의원들이 맨 제보에만 의존한다. 이거 다 바꿔야 하는데 여당이 안 할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되는 거다. 국민의 입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 민주당은 3주째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정조사가 끝났으니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반대로 '남해박사(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어떻게 생각하나.
"병행투쟁이 당론이다. 강경파는 원내투쟁은 접고 오로지 시민과 더불어 강한 원외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도부나 온건, 다선의원들은 장외투쟁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원외투쟁을 계속해야 할 때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장외투쟁을 끝낼 수는 없다. 다만 정기국회는 시작해야 한다. 결산국회는 아직 시간이 있지만 9월 중순엔 국정감사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통령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너무 민심과 동떨어진 거다. 그러니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로 들어올 수는 없는 거다."

- 민주당이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동의하나?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은 이해하지만 찬성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삭발, 단식, 이런 거 남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건 시민단체들의 몫이다.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127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또 지난 대선에서 48%의 표를 갖고 있는,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집단을 너무 그렇게 극단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가 민주당 왜 단식 안 하냐 썼던데 그걸 기사까지 쓸 일인가. 오버 아닌가 생각된다. 민주당이 뭘 하든 자꾸 야당 역할 못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상당히 억울하다. 비판을 위한 비판일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텐데 그도 이제 환갑이다. 걱정이다. 하도 강한 모습이 없다고 하니까 혼자라도 감수하겠다고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을 전부 광장에 묶어두면 국회의원 에너지가 낭비되는 거다. 국회의원들이 에너지를 충전시킬 기회를 주기 위해 자기가 뒤집어 쓰고 가는 것 같은데 오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냉철하게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게 좋지, 비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사과한다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안 할 거다. 그래도 뭔가 표현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마 대통령의 자존심 때문에 사과 안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48%의 국민이 지난 대선이 잘못됐다 규정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최고 지도자로서 어울리지 않는다. 유감 표명이라도 하고 제도개선에 나서야지, 지금 이렇게 계속 가겠다는 거냐? 국정원이나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잘못이다. 이 기회에 고치는 게 지도자의 의무다. 국정원 책임지는 사람도 바꿔야 한다."

- 안철수 의원이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10월 재보선에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왜 안 의원은 민주당에게 각을 세울까?
"지금 그로서는 당연한 메시지 아닌가. 홀로 서서 어느 정도를 지지를 얻고 전망이 서야 자기 힘도 세지고 야권연대의 주도권도 쥐게 되는 거다. 그런데 벌써부터 연대 말하면 스스로 힘 없다는 걸 입증하는 거니까 10월 재보선에서는 한번 해보겠다 해야 옳다. 그러나, 최종적인 야권연대, 대여전선은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한 관문이라고 본다. 그 다음이 총선, 대선으로 가는 것이다. 본격적인 야권연대 대여전선은 내년 지방선거에 가서 본격화되지 않겠나 본다.

그 전까지는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유망한 정치인이다. 진보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다.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야권의 동지라고 생각한다. 야권연대, 선거연합은 앞으로도 야권에게 유효한 화두라고 본다. 그러지 않고는 저 강고한 보수집단과 맞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가 없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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