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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
ⓒ 권우성 |
2011년 3월 '구제역 대란'이 전국을 강타했을 때,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문제(관련 기사 : "컨트롤 타워 기능 없인 국가위기관리 제대로 못해")를 강조했었다.
3년 전 이 글에서 '구제역 대란'을 '세월호 사건'으로 바꾸면 현재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실패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예비역 공군 소장 출신인 그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NSC 창설 때 정책조정담당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2년 뒤인 2000년에 위기판단관으로 위기관리업무를 시작했고,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NSC 위기관리센터장과 위기관리비서관, NSC 사무차장을 지낸 그는 '범정부차원의 위기관리 지침을 최초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임 내가... 모든 수단 투입' 지시 대통령밖에 못 해"
"행정 사회에서 국무총리실은 호치키스 조직이라고 한다. 부처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호치키스로 찍어서 종합한다는 의미다.… 재난 상황은 군대로 말하면 전쟁 상황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모든 부처의, 모든 수단을 투입하시오'라는 지시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국가안전처(가칭) 신설' 방침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다음은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
-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구조자 0'으로 집약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잘못이 종합돼서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았는데, 그중 핵심 원인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제가 대응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고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했기 때문에 어떤 평가를 한다는 게 조심스럽다. 그런 점을 전제하고 본다면, 상황인식-판단-조치로 이어지는 현장 대응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선내 진입시도나 탈출지시 방송과 같은 최소 조치가 긴급하게 이뤄져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는 것 아닌가. 1차적으로 상황 인식이 잘못됐고, 그랬기 때문에 조치가 없었다. 조치의 적절성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왜 최초 상황 인식에 실패했느냐는, 해양경찰의 역량 문제, 재난대응 전문성 문제,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이 그 배경이 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국가안전처(가칭)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평소에 부처 차원의 재난안전문제를 포함해 국가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정부의 최종조치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발표된대로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가안전처가 정부의 최종적인 컨트롤 타워까지 수행하는 것이라면, 참여정부 이후 국가위기 사안 대응에서 표출되었던 콘트롤타워 관련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맡은 안행부는 재난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일상적 업무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지면 이런 문제는 나아지겠지만,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국가안전처보다 포괄안보개념의 비상관리처 맞아"
▲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
ⓒ 권우성 |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행정 사회에서 국무총리실이 일해 온 형태로는 재난 조정을 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국무총리실에서 제대로 조정권을 행사해온 예가 거의 없다. 제가 지켜봐 온 것으로 이해찬 총리 때가 유일한 것 같다. 대부분 종합을 할 뿐인데, '종합'과 '조정'은 다르다. 행정 사회에서 국무총리실은 호치키스 조직이라고 한다. 부처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호치키스로 찍어서 종합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중대 재난은 비상 상황이다. 일상적인 국정운영 차원의 상황이 아니다. 시간을 갖고 조율하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국가적 비상 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단 소리다. 군대로 말하면 전쟁 상황인데, 국무총리 실에서 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2005년 4월에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에서 산불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 특성상 DMZ에서 산불은 속수무책이었다. DMZ에서 일어난 불이 급속히 확대되면 남이든 북이든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군 병력을 철책 남쪽에 배치한 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 NSC 사무처가 나서서, 통일부와 국방부가 북한 당국에 전통문을 보내 소방헬기 투입 의사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산림청과 해당 지역 군부대는 소방헬기 투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기대한 시간보다도 이른 시간에 북측으로부터 소방헬기의 DMZ 진입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왔다. 통일부, 국방부, 군, 그리고 각 행정부처에 바로 이런 지시를 내리는 건 청와대, 결국 대통령 차원에서 할 수밖에 없다."
- 중대본이나 국가안전처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의 관계 설정 문제인데?
"현재 청와대는 자신들이 재난업무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한다.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로 국가안전처를 만든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난 분야에 대한 최종적인 컨트롤 타워 기능은 전통적인 안보 분야처럼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
국가안전처는 부처 차원 업무를 종합하고, 일상 업무로써 재난과 안전 문제에 대한 상황 관리를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는 것이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상황을 지휘하고 조정하는 것은 역시 청와대 외에 다른 데서는 못 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국방부 전력 투입하고, 특공대 투입하고 각 지방자치단체 역량 투입해야 하는 신속한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모든 부처의 모든 수단을 투입하시오'라는 지시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국무총리는 비상상황에서 국방부 전력을 투입하라고 지시 못 한다.
때문에 국가 재난 사태 때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조직이 청와대 내에 있어야 한다. 현재 청와대가 하는 얘기를 보면, 지금 청와대에는 그런 조직이 없고 앞으로도 안 갖겠다는 것이다. 위중한 사태의 경우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는데, 아무 지원을 안 받겠다는 것은 전혀 상황 판단도 안 하고 개입도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면 대통령 비서실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겠나. 비서실은 대통령을 돕는 스태프 조직인데, 재난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왜 그런 조직을 안 갖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머리, 비상관리처-몸통, 행정부처 등-손발 구조"
- 총체적으로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는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국무총리실에다 부처를 총괄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안전처보다는 국가포괄안보개념하에 국가비상관리처(가칭) 같은 이름이 맞다고 생각한다. 재난업무만이 아니라 전통적 안보에 (에너지·통신·금융·수도 등) 국가기반체계 관련 사항, 을지훈련 등 전쟁대비 훈련,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업무들을 포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젠 전쟁대비 업무 따로. 재난업무 따로 가면 안 된다. 두 분야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무를 하다가 혹시 전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전이돼야 한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머리, 비상관리처가 몸통이 되고, 중앙과 지역의 관련 행정부처와 소방방재청(육상), 해경(해상), 각 단위 지역자치단체가 손발이 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 현장 책임자와 국가안전처, 청와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나.
"해수부 산하에 해경이 있고 그 밑으로 지역조직이 있는데, 참여정부 시절에는 지역 단위 해경이 1차로 상급 해경으로 상황보고(상급해경은 해수부로 보고)를 하면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도 2중 보고를 하게 했다. 현장 책임자가 중대상황이라고 판단하면 2중 보고를 하도록 했는데, 물론 상급조직에서도 청와대로 보고할 수 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이 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해당 업무가 가동된다. 당시 지하벙커에는 10개의 전자상황판을 띄울 수 있었다. 이 10개 화면에는 군 작전을 비롯해 산불, 화재, 행사 사고 등등 총 27개 상황을 담아낸 것이다."
- 지금 말한 총체적인 구상대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구조자 0' 이런 상황은 안 됐을까.
"글쎄,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고…. 이번에 초기에 언론을 통해서 '전원 구조'라는 말이 나온 게 구조에 큰 교란 요인이 된 것이 사실다. 다만 과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활동을 반추해보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번 확인했을 것이다. 관련 매뉴얼을 펼쳐보고, 관련 부처들이 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인데, 청와대에서 이렇게 하면 말단 기관들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걸러지는 게 많다.
물론 장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 세월호도 단순히 상황을 보고받고 끝내는 게 아니고, 점검할 거 하고 필요한 조치 취해지는지 의심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초기 대응을 맡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모든 위기는 '지역'에서 벌어진다. 서울시 우면산 산사태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서울시가 1차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한 1차 현장 컨트롤은 지자체가 맡는 게 맞다. 다만 지역 행정기관이 전적으로 맡을 수 있는 사건이 있고,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가 있다. 재난 유형과 상황에 따라 주무 부처가 있는데, 이번 경우는 목포해경이다. 목포해경이 긴급구조에 대한 현장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고, 지자체는 거기에 투입되는 행정 역량을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
▲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
ⓒ 권우성 |
청와대는 지난달 23일에 이어 이달 1일에도 재차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했다.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도 왜 이런 주장을 계속할까.
지난 8일 만난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은 "재난 문제를 청와대가 맡으면 전통적 안보 분야 대응을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난 관련 업무에 대한) 자신감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런 문제로부터 청와대가 직접 맞닿는 걸 두려워해서 총리선에 책임지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큰 화제가 됐던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에서 작성자 박성미씨가 "구조 등 수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는 총력 대응에 한계를 주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해양경찰은 예산으로 봤을 때 작은 조직인데, 박 대통령이 그렇게(비용문제는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면 대통령으로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①] "'세월호 구조자 0명' 반복 안 하려면..."
다음은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재난관리시스템, 현재 상황·기능에서 제대로 작동 어려워"
▲ 2005년 11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 류희인 위기관리센터장(가운데)으로부터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
ⓒ 청와대 사진기자단 |
-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10년간 근무하면서 계속 위기관리 업무를 맡았나.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사무국을 만들 때 창설요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첫 2년 동안 정책조정담당관으로 일했고, 그 뒤 2000년부터 NSC 위기판단관으로 위기관리업무를 시작했다."
- 참여정부 시절 위기관리시스템이라면,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바로 세월호 등과 현장 교신이 가능했나.
"현장에 나가 있는 해경 경비함과는 바로 연결되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를 통해 세월호와 간접교신이 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청와대에도 일부러 시설과 기능을 없애진 않았을 테니, 그때 하드웨어적인 기능은 그대로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망가졌다. 재난상황관리를 할 수 있는 담당자도 없어졌고…."
- 청와대는 계속해서 '청와대는 재난문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선은 재난 문제를 청와대가 맡으면 전통적 안보 분야 대응을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된다. 재난 분야까지 안보에 포함하는 포괄안보 개념으로 가면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이 강조하는 군사안보 쪽 대응이 약화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자신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 위기관리센터에 인력도, 전문성도, 경험도 없고, 과거에 만들어놓은 것도 다 지워놨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할 자신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싶은데, 이런 문제로부터 청와대가 직접 맞닿는 걸 두려워해서 총리 선에서 책임지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도 나올 수 있다."
- 현재 재난관리시스템으로는 안전행정부가 가동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는 별도로 사고 관련 주무 부처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만들게 돼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해양 사고라는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맡았는데, 현장 책임을 맡은 해경은 직접 상급기관인 해수부를 의식하지 중대본을 우선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 상황과 기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운 구조. 중대본(안행부)은 과거 내무부 때부터 지금까지 긴급구조 등 초기 상황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 피해 집계, 사후복구, 수습대책 업무를 맡아왔다. 애초에 안행부는 수행할 수 없는 업무였고, 해경이 여기에 상황 보고를 해서 지침을 받을 것도 아니다.
해수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없어졌다가 부활하면서 5년간 공백이 있었다. 그 와중에 위상과 업무 범위가 위축됐다. 이번 사건 때처럼 시시각각의 상황에 맞춰서 어떤 지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그런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했는데, 그런 기능이 없어졌다. 지금 현 정부 체계에서는 초기 대응에 나설 조직이 붕 떠버린 것이다. 해경이 현장에서 제대로 했으면 좋았는데, 해경도 나름대로 문제가 많다는 게 드러나고 있지 않나."
-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현장 책임자는 누가 됐어야 하나. 목포해양경찰서장인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인가.
"목포해경이 맡고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지원해 줘야 한다. 사건의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은 10개의 지역사무관을 두고 있지만, 1차 대응은 지역행정기관에서 맡는다. 그러다 그걸 넘어서거나 제대로 된 대응이 안 될 때 상위의 FEMA가 상황을 접수한다. FBI도 마찬가지다. 지역경찰이 잘 하면 지원만 한다."
- 미국 9.11테러사건 때는 관할 소방서장이 현장을 총지휘했지만, 우리 공직사회가 목포해양서장의 지시에 따를지 의문이다.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스템상 그게 맞다. 이번에도 초기 대응은 목포해양경찰서가 한 것 아닌가."
"'비용 문제 내가 책임진다' 대통령으로서 꼭 필요한 역할"
▲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
ⓒ 권우성 |
-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가 큰 화제가 된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에서 작성자 박성미씨는 "구조 등 수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뉴얼에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데?
"공감한다.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현장에서 총력 대응의 내재적 한계를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평균 9개 정부 기관이 관련되는데, 이렇게 기관들이 움직일 때 그렇다. 특히 해양경찰은 예산으로 봤을 때 작은 조직인데, 이번에 박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면 대통령으로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었을 수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서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너무 빠른 것 같다. 너무 성급하게 사후 조치들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근본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내놔야 한다. 국가안전처 같은 조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사고를 발생시킨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요인들을 모두 끄집어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꺼내놓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근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스푸트니크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1957년에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미국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점검해서 큰 혁신들을 이뤄냈다.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만들었고, 기초과학을 중시하도록 교육계를 혁신했다. 데이터베이스라는 개념도 처음 만들어졌다. 인터넷이 출발이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스푸트니크 쇼크' 이상의 교훈을 우리 사회에 남겨야 한다."다. 민간 잠수사, 관련 어선 동원 등의 종합적 업무는 지자체가 맡아줘야 한다."
- "국가안전처는 평소 다양한 전문가 집단을 관리하고 있다가 재난 발생시 사고 유형에 부합하는 임무수행팀을 구성해서 한 시간 이내에 현지에 파견해야 하고, 이 팀이 현장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기는 돌발적이고, 대응할 시간이 짧고, 지속 시간도 짧다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6·25전쟁은 3년이었는데, 그 전 기간이 위기상황이 아니다. 전쟁 직전과 직후가 위기 상황인 것이고, 나머지는 전쟁이 일상인 시기다. 그걸 위기관리라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속성을 보자면 중앙정부에서 구성해서 현지에 파견할 때쯤이면 이미 긴급상황이 끝나 버린 경우가 대부분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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