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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아닌 국민의 대리인 ‘대통령 좌표’부터 바로잡자

입력 : 2017.03.12 22:41:01 수정 : 2017.03.12 23:43:01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기 위해 청와대를 빠져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기 위해 청와대를 빠져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은 국가 리더십이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 리더십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는 숙제를 던진다. 대통령 리더십이 작동되는 틀부터 제대로 짜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정신을 새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 대통령 권한에 대한 인식과 관행을 바꾸는 것이 리더십 바로 세우기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 선출된 권력이 군주로 군림 

박 전 대통령 이전부터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은 왜곡됐다는 분석이 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권한과 한계를 무시한 대통령의 인식과 이를 묵인한 주변 행태가 리더십 문제를 불렀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개인의 선거 승리로 획득한 전리품 정도로 인식한 결과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잦았다. 상명하달, 지시형 국정이 반복되면서 민주적 국가 리더십의 근본인 ‘소통’은 사어(死語)가 됐다. 역대 정권 내내 ‘제왕적 대통령’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실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면서 폐해는 커졌고 박 전 대통령 때 정점을 찍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듯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한시적 대리인이라는 처지를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권력을 사용했다. 공적 통치체계도 무시한 채 인사는 물론 외교·안보까지 거의 전 국정 영역에서 비선 실세의 영향을 받았다. 국정 뒷받침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야권을 비판하고 심판론을 제기하는 등 삼권분립도 무시했다. 

대통령이 모든 결정을 하고, 청와대 수석이나 내각이 대통령 입만 쳐다보면서 구시대적 용어도 부활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일을 직접 챙김) 리더십’ ‘받아쓰기 국무회의’, 대국민 교시에 가까웠던 대국민담화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집권여당도 박 전 대통령을 ‘주군’ ‘윗분’ ‘각하’ 등으로 떠받들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국민이 주권을 위임한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던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 측 대리인인 황정근 변호사의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은 ‘박근혜 리더십’의 근본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국정을 사실상 법치주의가 아니라 최순실 등 비선 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행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로 위임해준 대통령의 권력을 공적 조직을 통해 행사하지 않았다” 등을 지적했다.

■ ‘선출직 군주’가 아닌 ‘위임자’ 

대통령을 법적 권한과 한계가 명확한 ‘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이 리더십 바로 세우기의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통령은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며, 그마저도 국민으로부터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것’이라는 점을 모두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가 변론을 마치면서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 달라”고 한 것은 상징적이다. 대통령 위상 재정립이 없는 한 정권이 바뀌더라도 리더십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위상 재정립은 권력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무시했던 삼권분립 강화 등 대통령의 대국회 관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국회를 자신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 입법부로 인식하고, 시민들의 대의기관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시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의회)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제한도 필요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기업, 국립대 총장 등 다방면의 인사에 힘을 미치는 현재의 구조가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들은 비공식적인 경우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김용복 경남대 교수는 “대통령이 참모, 정치권,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개인화된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탄핵으로 이어졌다”면서 “제도적인 정치를 확립하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122241015&code=910100#csidx6edcdcafd44f916815647944d4237d8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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