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26 22:04 수정 : 2013.12.27 10:13
민주노총으로 돌아온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인터뷰
“국민이 지지하는 파업, 대중 앞에 서는 게 맞다고 판단”
“민영화 반대는 신념…나 하나 잡는다고 멈추지 않는다”
“지금 가장 힘든 건 우리 앞의 거대한 벽이다. 대통령, 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여당 대표·의원들이라는 벽이다. 과연 조그만 균열이라도 나서 빛이 들어올 수 있을까. 국민이 호응해주고, 끔찍한 공권력 투입도 봤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 다시 들어왔다. 공권력으론 이 파업을 중단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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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 민주노총으로 돌아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
26일로 18일째 철도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명환(48)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난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난입하기 직전 잠적한 지 나흘 만에 <한겨레>와의 인터뷰로 모습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얼굴은 더 검어지고 야위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몸을 숨겼다는 그는 이날 밤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리가 불편한지 구부정한 걸음새였다. 파업의 정당성을 얘기할 때만은 눈빛이 되살아났다.
경찰 난입이 시작된 22일 동트기 전 경비를 뚫고 민주노총을 빠져나간 김 위원장은 나흘 만인 26일 해 질 즈음 1층 출입구를 통해 민주노총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건물 앞에 사람들이 많아 크게 어렵진 않았다”며 “종교시설도 고려했지만 지휘부인 내가 들어가면 큰 부담을 드리게 된다. 경찰에 완전히 노출될지언정 국민이 지지하는 파업이라면 대중들 앞에 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간 어디에 있었나?
“서울과 수도권에 있었다. (서울 조계사에 피신한) 박태만 부위원장 쪽과는 별도로 움직였다. 민주노총이 유린당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안전한 데가 어딘가 고민했고, 지도부 부재로 조합원들이 겪을 불안감도 고민했다.”
-파업이 곧 20일째를 맞는다. 최장기 파업이 가능한 이유는?
“당초 6일 프로그램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최대치였다. 근무 패턴에 따라 전 직원이 직위해제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파업’으로 정부·회사가 여론몰이를 할 테니 3~4일을 넘기기 어렵겠다고 봤다. 그런데 그간 맞아왔던 돌 대신, 우리 얘길 들어주는 국민이 생겼다. 일방적 매도가 아닌, 노사, 노정의 공방을 들어주는 것이다. 논리에선 우리가 자신 있다.”
정부는 22일 철도파업을 서둘러 종식시키고자 민주노총까지 강제진입해 지도부를 추적했으나, 실패했다. 회사의 직위해제·고소·징계, 경찰 수사, 민주노총 난입이라는 강경몰이로 갈등은 격화됐고, 역대 최장의 파업까지 낳고 있다.
-파업이 철회될 여지는 없나?
“파업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 요구는 변함이 없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도된 민영화에 반대하며 우리에겐 일종의 신념이 돼 있다. (자회사를 통한) 사업 분리 역시 공기업 중복업무를 없애겠다는 정부 정책과 충돌한다. 내년엔 화물 부문을 분리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민들도 민영화를 민생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 아닌가?
“철도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부채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돼야 한다. 국토부가 사장부터 관리자 한 사람까지 통제하는 구조에선 자율경영이 불가능하다. 부채 17조원 가운데 정책 부채가 10조원이 넘는다. 내부 운영적자를 해소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량 공기업을 만들 수 있다. 그걸 최연혜 사장도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하나 잡는다고 파업이 멈추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이 민주노총으로 그를 찾아왔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딸은 보지도 못했다. 가족과 연락도 끊은 채 2013년 성탄절은 이 정부의 수배령 아래 보냈다. 그러니 재회할 날도 알 수 없다. 파업은 2라운드를 맞았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